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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대 상봉자 “70년 전 헤어진 동생 볼 날만 손꼽아”
입력 2014.02.05 (19:57) 연합뉴스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건강하게 산 덕분에 70년 전 헤어진 남동생을 만나게 됐습니다."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한에 있는 남동생 김홍도(73)씨를 만나는 김명도(91·황해도 출신) 할아버지는 5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아파트에서 상봉날짜에 동그라미를 표시한 달력을 내보이며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1944년 봄 대학 진학을 위해 황해도 포구에서 서울로 향하는 배를 탄 김 할아버지는 어머니와의 마지막 순간이 아직도 눈앞에 선명하다고 기억했다.

"그날 날씨는 포근했어요. 틀린 건 틀렸다고 말하는 성격에 이북에선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래서 공부한다는 핑계로 도망치듯이 혈혈단신 빠져나온 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어요."

김 할아버지는 "배도 타고 기차도 타야 하고 갈 길이 멀었다"며 "그때 내 나이 고작 21살이었는데 어머니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헤어진 게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짐처럼 남아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7남매 중 장남인 김 할아버지는 한순간도 가족을 잊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할 때마다 이름을 올렸지만 소망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고향 출신 탈북자에게서 학교 교장인 아버지가 신부와 함께 총살당했다는 비보를 접하게 됐다.

1950년대 아내 박현수(86)씨를 만나 결혼했고 지금은 아들과 손주를 둔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백수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대화와 거동이 자유로울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끝내 만나지 못할 거라고 체념하고 지냈어요. 작년 추석 때 드디어 형제가 만날 수 있게 됐다는 연락을 적십자에서 받았는데 취소되는 바람에 어찌나 속이 상했던지…."

김 할아버지는 동생들에게 건네 줄 티셔츠와 내의, 스타킹, 운동화, 손목시계 등이 가득 들어 있는 가방을 열어 보이며 "이제라도 전해줄 수 있게 돼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라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그러나 북한에 남아 있는 동생 남매 6명 가운데 남동생 한 명만 만나게 된 것이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동생을 만나면 가장 먼저 안부를 묻고 부모님의 묘소를 물어볼 것이라는 김 할아버지는 "내가 죽기 전에 통일되는 건 어렵더라도 우리 가족을 포함한 이산가족들이 앞으로 계속해서 만날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남북은 20∼25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10년 10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3년 4개월 만에 다시 열리게 됐다.
  • 90대 상봉자 “70년 전 헤어진 동생 볼 날만 손꼽아”
    • 입력 2014-02-05 19:57:04
    연합뉴스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건강하게 산 덕분에 70년 전 헤어진 남동생을 만나게 됐습니다."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한에 있는 남동생 김홍도(73)씨를 만나는 김명도(91·황해도 출신) 할아버지는 5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아파트에서 상봉날짜에 동그라미를 표시한 달력을 내보이며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1944년 봄 대학 진학을 위해 황해도 포구에서 서울로 향하는 배를 탄 김 할아버지는 어머니와의 마지막 순간이 아직도 눈앞에 선명하다고 기억했다.

"그날 날씨는 포근했어요. 틀린 건 틀렸다고 말하는 성격에 이북에선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래서 공부한다는 핑계로 도망치듯이 혈혈단신 빠져나온 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어요."

김 할아버지는 "배도 타고 기차도 타야 하고 갈 길이 멀었다"며 "그때 내 나이 고작 21살이었는데 어머니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헤어진 게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짐처럼 남아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7남매 중 장남인 김 할아버지는 한순간도 가족을 잊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할 때마다 이름을 올렸지만 소망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고향 출신 탈북자에게서 학교 교장인 아버지가 신부와 함께 총살당했다는 비보를 접하게 됐다.

1950년대 아내 박현수(86)씨를 만나 결혼했고 지금은 아들과 손주를 둔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백수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대화와 거동이 자유로울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끝내 만나지 못할 거라고 체념하고 지냈어요. 작년 추석 때 드디어 형제가 만날 수 있게 됐다는 연락을 적십자에서 받았는데 취소되는 바람에 어찌나 속이 상했던지…."

김 할아버지는 동생들에게 건네 줄 티셔츠와 내의, 스타킹, 운동화, 손목시계 등이 가득 들어 있는 가방을 열어 보이며 "이제라도 전해줄 수 있게 돼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라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그러나 북한에 남아 있는 동생 남매 6명 가운데 남동생 한 명만 만나게 된 것이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동생을 만나면 가장 먼저 안부를 묻고 부모님의 묘소를 물어볼 것이라는 김 할아버지는 "내가 죽기 전에 통일되는 건 어렵더라도 우리 가족을 포함한 이산가족들이 앞으로 계속해서 만날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남북은 20∼25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10년 10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3년 4개월 만에 다시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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