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간다] “한국 의사 있어요”

입력 2014.02.07 (23:14) 수정 2014.02.1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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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 보시는 화면은 중국의 성형외과 병원들 모습입니다.

병원마다 경쟁적으로 한글이 적힌 간판들을 내걸고 한국인 의사들이 직접 시술을 한다고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 병원들이 우리나라 성형수술의 수준을 높게 평가해 주는 것은 고마운데, 이 많은 중국 병원에서 실제로 한국인 의사들이 수술을 하고 있을까요?

김상협 기자가 중국 현지를 찾아 중국 성형외과들의 몰염치한 의료 행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압구정 성형거리로 불리는 이 곳엔 전국 830곳의 성형외과 가운데 30%가 넘는 250여 곳 이상이 포진해 있을 정도로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성형의 메카입니다.

이 곳의 병원들은 최근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형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이젠 중국 등 외국인 환자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오는 환자들을 맞이하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 의사들이 직접 중국으로 건너가 수술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 성형 업계의 공공연한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비행기로 서울에서 2시간이면 도착하는 중국 센양시, 인구 9백만명에 육박하는 중국 동북지역 최대 도시입니다.

센양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한 성형외과, 우리나라 대형 성형외과 병원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간판도 한글로 적혀 있습니다.

병원 안에는 한국 병원과 제휴를 맺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광고 멘트가 이어집니다.

<녹취> 모니터 화면 :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장소, 원진 성형외과, 여러분들께서 함께 오셔서 그 변화를 느껴 보세요!"

광고하는 한국의 병원과 어떤 관계인지 물었습니다.

<녹취> 중국 원진병원 관계자 : "우리는 센양에서 한국 원진병원으로부터 유일하게 권한을 위임받은 병원입니다. 중국 국내에서 유일하게 합작 권한을 받은 병원이구요. 우리는 매달 한국의 의사들이 옵니다..."

한국인 의사에게 직접 수술 받을 수 있는지 물었더니 한국 병원장의 이름과 사진까지 박힌 팜플렛을 보여주며 재차 확인시켜줍니다.

<녹취> 중국 원진병원 관계자 : "됩니다. 전혀 문제 없어요. 우리는 수술할 때 한국의 원진병원 원장님이 직접 옵니다. 그 분이 직접 와요..."

코를 높이는 수술을 하겠다며 가격을 물어보니 중국 의사가 수술할 때보다 2.5배 가까이 비싼 가격을 제시합니다.

<녹취> 중국 원진병원 관계자 : "한국의 전문가가 오면 비용은 반드시 높아집니다. 모든 비용은 8-10만 위안(천4백-천8백만원) 또 한가지 방법은 우리가 한국 전문가 외에 국내에도 코 전문 성형외과 의사가 있거든요. 중국 의사 가격은 일반적으로 3만5천위안(630만원) 이상입니다..."

수술 사후 관리도 한국 의사들이 정기적으로 중국을 찾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강조합니다.

<녹취> "(재검사할 때도 한국 의사가 오나요?) 그 분은 한 달에 한번 오기 때문에 한국 의사가 올 때 우리가 알려드릴께요. 처음 수술할 때는 비행기를 전세내서 오셨고 조만간 또 올 것입니다..."

한국의 해당 병원측에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중국병원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녹취> 원진성형외과 관계자 : "그 지역엔 협력 병원이나 이런게 아무 것도 없어요..."

근처의 또 다른 성형외과 병원...

개업한 지 18년이 넘어 센양에선 꽤 알려진 성형외괍니다.

그런데 언제부턴지 한국 성형외과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의사 이름과 사진도 광고판에 버젓이 걸려 있습니다.

한국 의사가 있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은 황당했습니다.

예전엔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며, 교류만 하고 있다며 변명합니다.

<녹취> 중국 아이미성형외과 관계자 : "예전엔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그러나 우리는 늘 한국에 가서 교류는 합니다. 만약 한국 의사를 원한다면 원장님이 당신을 데리고 한국에 가서 수술을 도와드릴 수는 있어요..."

한국인 의사에게 수술 받겠다고 고집하자 갑자기 한국 의사들의 실력을 폄하하기 시작합니다.

<녹취> 중국 아이미성형외과 상담실장 : "사실 꼭 한국의사가 할 필요는 없거든요. 지금 중국 의사들도 아주 잘 해요"

<녹취> 중국 아이미성형외과 원장 : "여기에 오는 한국 의사가 고수들이라고 볼 수는 없거든요. 꼭 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대학병원 만큼 중국인들에게 신뢰를 받는 곳이 군 병원입니다.

센양시의 대형 군 병원에서조차 한국인 의사가 수술한다는 점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녹취> 중국 463병원 상담실장 : "(한국인 의사에게 수술 받을 수 있을까요?) 예약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 의사가 하게 되면 비용이 높거든요..."

한국인 의사가 상주하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지만 확인해 보니 역시 거짓이었습니다.

가끔씩 와서 수술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마저도 의심스러워 보입니다.

<녹취> 중국 463병원 상담실장 : "우리가 프로모션할 때 연락을 드려요. 그 때 한국 전문가가 오거든요. 프로모션이 없으면 당신 한 사람을 위해 단독으로 예약해야 합니다. 그러면 수술 비용이 높아지거든요."

사실 성형수술을 하는데 있어서 한국 의사가 꼭 잘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의료는 국경이 없거든요...

국내 성형외과 병원들은 중국 병원들의 무단도용에 대해 속수무책입니다.

<인터뷰> 박원진(원진성형외과 원장) : "광고를 하는데도 잘 파악을 못하고 있는게 가장 중요하고요 저희가 사실 소송을 하기엔 아직 국가간 문제이기도 하고 중국이 지적 재산권 소송을 자유롭게 할만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좀 역부족이 아닌가..."

이처럼 중국 병원들의 무차별적인 무단도용이 일상화하면서 한국 성형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습니다.

항공사 승무원인 린다 리 씨는 3년 전 센양시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한 뒤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볼륨감을 주기 위해 얼굴에 지방이식 수술을 한 것이 잘못된 것입니다.

응어리가 생겨 점점 커지면서 이마에 혹이 생긴 것처럼 됐습니다.

린 씨는 당시 병원에서 수술을 맡은 의사는 한국인 의사였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린다 리(성형수술 부작용피해) : "한국은 의사가 기술도 좋고 실력도 좋기 때문에 잘할거라고 믿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 맹목적인게 조금 심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3년전엔 지방이식 수술이 중국엔 아직 없었고 한국만 잘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 의사만 할 수 있을것이라고 믿어서 하게 됐다..."

병원을 다시 찾아갔지만 수술을 해줬던 한국 의사는 없었습니다.

결국 다른 병원에서 재수술을 받아 수술비만 7천만원 가까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그 의사가 실제로 한국의 실력있는 성형외과 전문의인지, 어떤 확인도 없이 병원측의 광고만 믿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린다 리(항공사 승무원) : "인터넷 광고 보고 한국인 의사를 알게 됐는데요 한국 의사가 여기에 와서 수술을 한다고 하면 소문이 빨리 퍼져서 친구들 사이에도 금방 알게 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외국 의사가 중국에서 의료 행위를 하기 위해선 단기 의료행위 허가증을 받아야 합니다.

이 곳 센양시에는 수백여명의 한국 의사가 활동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이 면허를 발급받은 사람은 단 2명에 불과합니다.

10여년 전부터 한국 성형외과 병원들과 교류를 해 온 이 병원은 지난해 중국 내 단기의료행위 면허를 가진 한국 의사와 고용 계약을 맺었습니다.

센양시에서는 처음입니다.

무허가 의료 행위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칩니다.

<인터뷰> 이진규(단기행의면허 취득자) : "면접 시험을 통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세부적인 깊숙한 부분까지 테스트를 하고 나서 행의 면허를 받았습니다. 행의 면허 내에는 그 사람이 의료활동을 할 수 있는 범위 제한까지 돼 있습니다. 성형수술이더라도 쌍꺼풀이나 코나 안면윤곽이나 세부적으로 중국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거든요..."

유명한 성형외과들이 한 군데 몰려 있어 성형 거리라고 불리는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한 병원.

중국에서 원정 수술을 받으러 온 환자들이 줄지어 병원으로 들어옵니다.

중국 저장성의 성도인 항저우시의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차오샤오잉 씨는 친구와 함께 코 수술을 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중국 병원은 믿지 못하겠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인터뷰> 차오샤오잉(호텔리어/항저우) : "중국은 잘 하는지도 믿지 못하겠고 한국엔 중국보다 성형 시장이 더 오래됐을 뿐 아니라 애프터서비스도 확실하게 책임지고 하고 있으니까 믿고 왔어요..."

지난해 같은 병원에서 안면 리프팅 수술을 받은 쳉 리지 씨는 두번째 서울행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줄기세포를 이용해 피부를 젊게 하는 이른바 '동안 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쳉 리지(부동산 중개업자/베이징) : "저번 수술도 만족했고 여기서 친구들도 많이 수술했는데 다 만족을 하고 또 원장이 베이징에 와서 경과도 한번씩 봐주기 때문에 믿음도 있고...."

값비싼 수술비와 여행비를 아랑곳 않고 한국을 찾는 중국 성형 고객들은 그만큼 기대감도 높고 까다로운 손님들입니다.

<인터뷰> 권장덕(원장/이데아 성형외과) : "그만큼 요구하는 사항도 많고 까다로움도 있고 기대사항도 크고 이런 만큼 한국의 의사들은 안전하게, 또 거기에 부응하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줘야 되는 부담감도 있죠..."

이처럼 중국 내에서 우리나라 성형외과 의사들의 시술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중국 언론들의 견제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중국 환자들의 성형 부작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한데 이어 최근엔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의사들의 무허가 의료행위를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방송인 CCTV는 우리나라 성형외과 의사들이 중국 내에서 무허가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며 최근 잇따라 보도했습니다.

<녹취> CCTV 영상 : "성형외과 병원 직원들은 기자에게 살짝 알려주기를 중국에 와서 성형하는 의사들의 수준 은 보통이고 어떤 의사들은 한국에서 3.4류에 불과한데 이 점은 중국 성형 업계에서는 거의 공개적인 비밀이에요..."

또 관영 인민일보도 라오닝성 센양시 일대에서 일부 미용 업소들의 알선으로 병원이 아닌 호텔이나 오피스텔 등에서 한국인 의사들이 무허가로 수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센양시 위생국 관계자 : "어떤 환자들은 호텔이나 오피스텔 방안에서 합니다. 이런 방에서 수술을 하는데 인원들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모두 다 불법적으로 합니다. 수술하고 나면 돌아가기 때문에 적발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단속하기도 힘듭니다..."

<인터뷰> 시 링지(중국 성형외과병원 원장) : "눈 앞의 이익을 위해 한국의 비전문의라든지 면허가 없는 의사들을 무작위로 데려다쓰는 행위들을 자제할 필요가 있고 이런 것들이 계속 반복이 되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병원들이 나서 자제를 해야 되고 정부 주도로 시장을 깨끗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주고.."

중국의 성형시장은 갈수록 빠른 속도로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성형수술 횟수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과 브라질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커졌습니다.

시장 규모만 3천억 위안, 우리 돈으로 53조원을 넘었고 업계 종사자 수도 2천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렇게 거대 시장을 놓고 각 나라의 의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의료계가 선점을 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인터뷰> 김용규(대한성형학회 이사) : "한국과 중국이 충분히 연계되고 나를 진료해 주는게 신뢰성이 있다 이런 부분을 해주면 더 많은 환자가 한국으로 올 수도 있고 더 많은 의사가 중국에서 진료도 할 수 있고 다른 외국 의사들보다는 한국 의사가 정서적으로도 더 친근감이 있는 거구요..."

그러나 무턱대고 중국에 진출했다가는 낭패를 보기도 십상입니다.

지난 2002년 중국에서 외국계 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된 이후 수많은 국내 의료기관이 진출했지만,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하고 대부분 철수해야 했습니다.

이 병원도 10년 전 중국에 진출했지만 현지화에 실패해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던 실패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엔 중국에 직접 병원을 내는 대신 중국의 유명한 병원과 가맹점 형태로 계약을 맺어 다시 한번 중국시장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인터뷰> 민형근(원장/클린업피부과) : "한국 의사들을 계속 파견을 하고 그러다보니까 유지비도 굉장히 많이 들고 또 이게 합작 투자가 돼 있으니까 일방적으로 상대방한테 끌려 다닐 수 밖에 없었더라구요. 한번 투자를 해놓으니까 발을 빼기도 쉽지 않았고 그런데 가맹점을 하다보면 우리가 훨씬 더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고..."

성형 한류라 할 만큼 한국 성형외과의 실력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무단도용에 손 놓고 있고, 또 국내에선 브로커를 낀 바가지 상술 등 해결돼야 할 과제도 쌓여 있습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의사들에 대한 신원조회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성형 강국, 성형 선진국의 이미지를 지켜내는 작업은 이러한 작은 실천으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앵커 멘트>

의료관광은 미래 주요 국가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얼룩지는 성형 한류가 자칫 우리 의료 전체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낳을까 걱정입니다.

취재파일K,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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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가 간다] “한국 의사 있어요”
    • 입력 2014-02-07 19:38:22
    • 수정2014-02-19 17:23:27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지금 보시는 화면은 중국의 성형외과 병원들 모습입니다.

병원마다 경쟁적으로 한글이 적힌 간판들을 내걸고 한국인 의사들이 직접 시술을 한다고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 병원들이 우리나라 성형수술의 수준을 높게 평가해 주는 것은 고마운데, 이 많은 중국 병원에서 실제로 한국인 의사들이 수술을 하고 있을까요?

김상협 기자가 중국 현지를 찾아 중국 성형외과들의 몰염치한 의료 행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압구정 성형거리로 불리는 이 곳엔 전국 830곳의 성형외과 가운데 30%가 넘는 250여 곳 이상이 포진해 있을 정도로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성형의 메카입니다.

이 곳의 병원들은 최근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형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이젠 중국 등 외국인 환자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오는 환자들을 맞이하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 의사들이 직접 중국으로 건너가 수술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 성형 업계의 공공연한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비행기로 서울에서 2시간이면 도착하는 중국 센양시, 인구 9백만명에 육박하는 중국 동북지역 최대 도시입니다.

센양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한 성형외과, 우리나라 대형 성형외과 병원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간판도 한글로 적혀 있습니다.

병원 안에는 한국 병원과 제휴를 맺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광고 멘트가 이어집니다.

<녹취> 모니터 화면 :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장소, 원진 성형외과, 여러분들께서 함께 오셔서 그 변화를 느껴 보세요!"

광고하는 한국의 병원과 어떤 관계인지 물었습니다.

<녹취> 중국 원진병원 관계자 : "우리는 센양에서 한국 원진병원으로부터 유일하게 권한을 위임받은 병원입니다. 중국 국내에서 유일하게 합작 권한을 받은 병원이구요. 우리는 매달 한국의 의사들이 옵니다..."

한국인 의사에게 직접 수술 받을 수 있는지 물었더니 한국 병원장의 이름과 사진까지 박힌 팜플렛을 보여주며 재차 확인시켜줍니다.

<녹취> 중국 원진병원 관계자 : "됩니다. 전혀 문제 없어요. 우리는 수술할 때 한국의 원진병원 원장님이 직접 옵니다. 그 분이 직접 와요..."

코를 높이는 수술을 하겠다며 가격을 물어보니 중국 의사가 수술할 때보다 2.5배 가까이 비싼 가격을 제시합니다.

<녹취> 중국 원진병원 관계자 : "한국의 전문가가 오면 비용은 반드시 높아집니다. 모든 비용은 8-10만 위안(천4백-천8백만원) 또 한가지 방법은 우리가 한국 전문가 외에 국내에도 코 전문 성형외과 의사가 있거든요. 중국 의사 가격은 일반적으로 3만5천위안(630만원) 이상입니다..."

수술 사후 관리도 한국 의사들이 정기적으로 중국을 찾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강조합니다.

<녹취> "(재검사할 때도 한국 의사가 오나요?) 그 분은 한 달에 한번 오기 때문에 한국 의사가 올 때 우리가 알려드릴께요. 처음 수술할 때는 비행기를 전세내서 오셨고 조만간 또 올 것입니다..."

한국의 해당 병원측에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중국병원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녹취> 원진성형외과 관계자 : "그 지역엔 협력 병원이나 이런게 아무 것도 없어요..."

근처의 또 다른 성형외과 병원...

개업한 지 18년이 넘어 센양에선 꽤 알려진 성형외괍니다.

그런데 언제부턴지 한국 성형외과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의사 이름과 사진도 광고판에 버젓이 걸려 있습니다.

한국 의사가 있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은 황당했습니다.

예전엔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며, 교류만 하고 있다며 변명합니다.

<녹취> 중국 아이미성형외과 관계자 : "예전엔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그러나 우리는 늘 한국에 가서 교류는 합니다. 만약 한국 의사를 원한다면 원장님이 당신을 데리고 한국에 가서 수술을 도와드릴 수는 있어요..."

한국인 의사에게 수술 받겠다고 고집하자 갑자기 한국 의사들의 실력을 폄하하기 시작합니다.

<녹취> 중국 아이미성형외과 상담실장 : "사실 꼭 한국의사가 할 필요는 없거든요. 지금 중국 의사들도 아주 잘 해요"

<녹취> 중국 아이미성형외과 원장 : "여기에 오는 한국 의사가 고수들이라고 볼 수는 없거든요. 꼭 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대학병원 만큼 중국인들에게 신뢰를 받는 곳이 군 병원입니다.

센양시의 대형 군 병원에서조차 한국인 의사가 수술한다는 점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녹취> 중국 463병원 상담실장 : "(한국인 의사에게 수술 받을 수 있을까요?) 예약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 의사가 하게 되면 비용이 높거든요..."

한국인 의사가 상주하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지만 확인해 보니 역시 거짓이었습니다.

가끔씩 와서 수술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마저도 의심스러워 보입니다.

<녹취> 중국 463병원 상담실장 : "우리가 프로모션할 때 연락을 드려요. 그 때 한국 전문가가 오거든요. 프로모션이 없으면 당신 한 사람을 위해 단독으로 예약해야 합니다. 그러면 수술 비용이 높아지거든요."

사실 성형수술을 하는데 있어서 한국 의사가 꼭 잘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의료는 국경이 없거든요...

국내 성형외과 병원들은 중국 병원들의 무단도용에 대해 속수무책입니다.

<인터뷰> 박원진(원진성형외과 원장) : "광고를 하는데도 잘 파악을 못하고 있는게 가장 중요하고요 저희가 사실 소송을 하기엔 아직 국가간 문제이기도 하고 중국이 지적 재산권 소송을 자유롭게 할만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좀 역부족이 아닌가..."

이처럼 중국 병원들의 무차별적인 무단도용이 일상화하면서 한국 성형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습니다.

항공사 승무원인 린다 리 씨는 3년 전 센양시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한 뒤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볼륨감을 주기 위해 얼굴에 지방이식 수술을 한 것이 잘못된 것입니다.

응어리가 생겨 점점 커지면서 이마에 혹이 생긴 것처럼 됐습니다.

린 씨는 당시 병원에서 수술을 맡은 의사는 한국인 의사였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린다 리(성형수술 부작용피해) : "한국은 의사가 기술도 좋고 실력도 좋기 때문에 잘할거라고 믿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 맹목적인게 조금 심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3년전엔 지방이식 수술이 중국엔 아직 없었고 한국만 잘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 의사만 할 수 있을것이라고 믿어서 하게 됐다..."

병원을 다시 찾아갔지만 수술을 해줬던 한국 의사는 없었습니다.

결국 다른 병원에서 재수술을 받아 수술비만 7천만원 가까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그 의사가 실제로 한국의 실력있는 성형외과 전문의인지, 어떤 확인도 없이 병원측의 광고만 믿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린다 리(항공사 승무원) : "인터넷 광고 보고 한국인 의사를 알게 됐는데요 한국 의사가 여기에 와서 수술을 한다고 하면 소문이 빨리 퍼져서 친구들 사이에도 금방 알게 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외국 의사가 중국에서 의료 행위를 하기 위해선 단기 의료행위 허가증을 받아야 합니다.

이 곳 센양시에는 수백여명의 한국 의사가 활동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이 면허를 발급받은 사람은 단 2명에 불과합니다.

10여년 전부터 한국 성형외과 병원들과 교류를 해 온 이 병원은 지난해 중국 내 단기의료행위 면허를 가진 한국 의사와 고용 계약을 맺었습니다.

센양시에서는 처음입니다.

무허가 의료 행위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칩니다.

<인터뷰> 이진규(단기행의면허 취득자) : "면접 시험을 통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세부적인 깊숙한 부분까지 테스트를 하고 나서 행의 면허를 받았습니다. 행의 면허 내에는 그 사람이 의료활동을 할 수 있는 범위 제한까지 돼 있습니다. 성형수술이더라도 쌍꺼풀이나 코나 안면윤곽이나 세부적으로 중국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거든요..."

유명한 성형외과들이 한 군데 몰려 있어 성형 거리라고 불리는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한 병원.

중국에서 원정 수술을 받으러 온 환자들이 줄지어 병원으로 들어옵니다.

중국 저장성의 성도인 항저우시의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차오샤오잉 씨는 친구와 함께 코 수술을 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중국 병원은 믿지 못하겠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인터뷰> 차오샤오잉(호텔리어/항저우) : "중국은 잘 하는지도 믿지 못하겠고 한국엔 중국보다 성형 시장이 더 오래됐을 뿐 아니라 애프터서비스도 확실하게 책임지고 하고 있으니까 믿고 왔어요..."

지난해 같은 병원에서 안면 리프팅 수술을 받은 쳉 리지 씨는 두번째 서울행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줄기세포를 이용해 피부를 젊게 하는 이른바 '동안 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쳉 리지(부동산 중개업자/베이징) : "저번 수술도 만족했고 여기서 친구들도 많이 수술했는데 다 만족을 하고 또 원장이 베이징에 와서 경과도 한번씩 봐주기 때문에 믿음도 있고...."

값비싼 수술비와 여행비를 아랑곳 않고 한국을 찾는 중국 성형 고객들은 그만큼 기대감도 높고 까다로운 손님들입니다.

<인터뷰> 권장덕(원장/이데아 성형외과) : "그만큼 요구하는 사항도 많고 까다로움도 있고 기대사항도 크고 이런 만큼 한국의 의사들은 안전하게, 또 거기에 부응하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줘야 되는 부담감도 있죠..."

이처럼 중국 내에서 우리나라 성형외과 의사들의 시술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중국 언론들의 견제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중국 환자들의 성형 부작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한데 이어 최근엔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의사들의 무허가 의료행위를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방송인 CCTV는 우리나라 성형외과 의사들이 중국 내에서 무허가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며 최근 잇따라 보도했습니다.

<녹취> CCTV 영상 : "성형외과 병원 직원들은 기자에게 살짝 알려주기를 중국에 와서 성형하는 의사들의 수준 은 보통이고 어떤 의사들은 한국에서 3.4류에 불과한데 이 점은 중국 성형 업계에서는 거의 공개적인 비밀이에요..."

또 관영 인민일보도 라오닝성 센양시 일대에서 일부 미용 업소들의 알선으로 병원이 아닌 호텔이나 오피스텔 등에서 한국인 의사들이 무허가로 수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센양시 위생국 관계자 : "어떤 환자들은 호텔이나 오피스텔 방안에서 합니다. 이런 방에서 수술을 하는데 인원들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모두 다 불법적으로 합니다. 수술하고 나면 돌아가기 때문에 적발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단속하기도 힘듭니다..."

<인터뷰> 시 링지(중국 성형외과병원 원장) : "눈 앞의 이익을 위해 한국의 비전문의라든지 면허가 없는 의사들을 무작위로 데려다쓰는 행위들을 자제할 필요가 있고 이런 것들이 계속 반복이 되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병원들이 나서 자제를 해야 되고 정부 주도로 시장을 깨끗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주고.."

중국의 성형시장은 갈수록 빠른 속도로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성형수술 횟수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과 브라질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커졌습니다.

시장 규모만 3천억 위안, 우리 돈으로 53조원을 넘었고 업계 종사자 수도 2천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렇게 거대 시장을 놓고 각 나라의 의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의료계가 선점을 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인터뷰> 김용규(대한성형학회 이사) : "한국과 중국이 충분히 연계되고 나를 진료해 주는게 신뢰성이 있다 이런 부분을 해주면 더 많은 환자가 한국으로 올 수도 있고 더 많은 의사가 중국에서 진료도 할 수 있고 다른 외국 의사들보다는 한국 의사가 정서적으로도 더 친근감이 있는 거구요..."

그러나 무턱대고 중국에 진출했다가는 낭패를 보기도 십상입니다.

지난 2002년 중국에서 외국계 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된 이후 수많은 국내 의료기관이 진출했지만,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하고 대부분 철수해야 했습니다.

이 병원도 10년 전 중국에 진출했지만 현지화에 실패해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던 실패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엔 중국에 직접 병원을 내는 대신 중국의 유명한 병원과 가맹점 형태로 계약을 맺어 다시 한번 중국시장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인터뷰> 민형근(원장/클린업피부과) : "한국 의사들을 계속 파견을 하고 그러다보니까 유지비도 굉장히 많이 들고 또 이게 합작 투자가 돼 있으니까 일방적으로 상대방한테 끌려 다닐 수 밖에 없었더라구요. 한번 투자를 해놓으니까 발을 빼기도 쉽지 않았고 그런데 가맹점을 하다보면 우리가 훨씬 더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고..."

성형 한류라 할 만큼 한국 성형외과의 실력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무단도용에 손 놓고 있고, 또 국내에선 브로커를 낀 바가지 상술 등 해결돼야 할 과제도 쌓여 있습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의사들에 대한 신원조회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성형 강국, 성형 선진국의 이미지를 지켜내는 작업은 이러한 작은 실천으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앵커 멘트>

의료관광은 미래 주요 국가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얼룩지는 성형 한류가 자칫 우리 의료 전체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낳을까 걱정입니다.

취재파일K,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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