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사기대출 ‘네탓’ 공방…이전투구 소송 예고

입력 2014.02.09 (08:30) 수정 2014.02.0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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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의 사기대출 사건을 놓고 '네탓' 공방을 벌이는 은행들이 KT를 겨냥하고 나섰다.

피해금을 회수하지 못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사기범 소속 회사의 대주주인 KT가 굴지의 공기업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KT 측은 '우리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피해 규모가 확정되고 사기대출의 전모가 밝혀지면 이전투구식 소송이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당국은 KT뿐만 아니라 은행도 이번 사건에 일부 책임이 있다며 연루 가능성에 대해 전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은행들 "KT '자회사 꼬리자르기' 할 셈인가"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농협·국민 등 3개 시중은행의 사기대출 피해금은 2천218억원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금융권 전체 피해 3천여억원의 70%를 넘는다.

이에 대한 지급 책임은 1차로 KT ENS에 있으며, KT ENS의 지분 100%를 보유한 KT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KT ENS는 피해금을 모두 감당할 능력이 안될 것"이라며 "이러면 법인은 다르지만 KT가 나서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도 "KT는 도의적 책임을 외면할 수 없다"며 "그렇지 않으면 자회사 '꼬리 자르기'라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사건을 김모 부장의 '개인비리'로 단정해 회사측과 연관성을 차단하려는 듯한 KT ENS의 태도에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피해규모가 1천624억원으로 가장 큰 하나은행 관계자는 "정상매출과 허위매출을 파악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응답이 없다"며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KT ENS와 납품업체 N사 등이 수년간 거래하면서 정상매출과 허위매출이 뒤섞여 대출을 받아간 만큼 이를 가려내야 정확한 사기대출 규모가 나온다.

최악에는 3천여억원이 모두 허위매출로 드러나고, 이를 전액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KT ENS가 단독으로 갚지 못할 경우 이를 KT ENS에 대한 신규 대출로 전환하거나, KT ENS가 파산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사내변호사는 "KT로선 KT ENS를 없애고 같은 자회사를 또 만드는 길을 택하기 어렵다"며 "결국 KT의 유상증자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KT와 KT ENS 측은 김 부장의 소행을 전혀 몰랐던 만큼 자신들도 선의의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KT ENS 관계자는 "회사가 정말 관련됐다면 (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겠지만, 김 부장 개인이 임의로 일을 저질렀다면 배상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은행들이 제기하는 책임론과 관련해 "KT ENS를 통해 은행에 관련 증빙서류를 요청해놨으며, 현재로선 (책임론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급보증·ABL 책임비율 놓고 소송전 예고

이번 사건에 관련된 금융회사들은 KT 및 KT ENS의 책임론과 별개로 각자 소송전도 준비하고 있다.

하나은행에 대한 지급보증 기관인 신한금융투자 등 일부 금융사는 대형 법무법인에 법률의견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쟁점은 허위매출에도 보증기관인 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의 지급의무가 발생하느냐와 신디케이트론을 일으킨 농협은행·국민은행의 책임비율이다.

하나은행 법무 담당자는 "다양한 각도에서 소송 진행을 검토 중"이라며 "허위매출이어도 대출이 발생한 이상 두 증권사는 채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은행이 KT ENS의 확인(인감)을 거쳐 대출을 취급했으니 은행 쪽에서 매출 채권이 위조됐음을 알지 못하는 이상 증권사의 보증의무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증권사 측은 정상매출은 하나은행이 KT ENS와 해결할 문제이고, 허위매출은 지급보증이 불가능하다고 반발했다.

한국투자증권 법무 담당자는 "대출의 담보인 매출채권이 허위가 아니라는 전제로 보증한 것인데, 매출채권이 가짜라면 담보가 없으므로 보증의무도 없다"고 맞섰다.

그는 "지급보증은 정상매출 대출을 KT ENS가 갚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한 것"이라며 "매출채권 서류 검증을 잘못한 신탁은행(하나은행)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은 매출채권이 위탁된 '은하수1·2차' 유동화전문회사(SPC)의 자산담보부대출(ABL·Asset Backed Loan) 책임비율을 놓고 소송이 예고됐다.

해당 ABL은 신탁은행인 농협은행이 일으켰으며, 국민은행이 참여해 1대1의 비율로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로 계약 단계부터 공동으로 이뤄진 신디케이트론이다.

농협은행 유동화금융 담당자는 "국민은행은 신탁기관(농협은행)이 아닌 신탁자산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며 "신탁은 예금과 달리 원금보장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투자금융 담당자는 "신탁채권의 진위가 관건인데, 진위 확인의 1차 책임은 농협은행에 있다"며 "(가짜임을) 몰랐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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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사 사기대출 ‘네탓’ 공방…이전투구 소송 예고
    • 입력 2014-02-09 08:30:06
    • 수정2014-02-09 09:33:20
    연합뉴스
사상 최대의 사기대출 사건을 놓고 '네탓' 공방을 벌이는 은행들이 KT를 겨냥하고 나섰다. 피해금을 회수하지 못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사기범 소속 회사의 대주주인 KT가 굴지의 공기업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KT 측은 '우리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피해 규모가 확정되고 사기대출의 전모가 밝혀지면 이전투구식 소송이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당국은 KT뿐만 아니라 은행도 이번 사건에 일부 책임이 있다며 연루 가능성에 대해 전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은행들 "KT '자회사 꼬리자르기' 할 셈인가"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농협·국민 등 3개 시중은행의 사기대출 피해금은 2천218억원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금융권 전체 피해 3천여억원의 70%를 넘는다. 이에 대한 지급 책임은 1차로 KT ENS에 있으며, KT ENS의 지분 100%를 보유한 KT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KT ENS는 피해금을 모두 감당할 능력이 안될 것"이라며 "이러면 법인은 다르지만 KT가 나서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도 "KT는 도의적 책임을 외면할 수 없다"며 "그렇지 않으면 자회사 '꼬리 자르기'라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사건을 김모 부장의 '개인비리'로 단정해 회사측과 연관성을 차단하려는 듯한 KT ENS의 태도에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피해규모가 1천624억원으로 가장 큰 하나은행 관계자는 "정상매출과 허위매출을 파악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응답이 없다"며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KT ENS와 납품업체 N사 등이 수년간 거래하면서 정상매출과 허위매출이 뒤섞여 대출을 받아간 만큼 이를 가려내야 정확한 사기대출 규모가 나온다. 최악에는 3천여억원이 모두 허위매출로 드러나고, 이를 전액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KT ENS가 단독으로 갚지 못할 경우 이를 KT ENS에 대한 신규 대출로 전환하거나, KT ENS가 파산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사내변호사는 "KT로선 KT ENS를 없애고 같은 자회사를 또 만드는 길을 택하기 어렵다"며 "결국 KT의 유상증자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KT와 KT ENS 측은 김 부장의 소행을 전혀 몰랐던 만큼 자신들도 선의의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KT ENS 관계자는 "회사가 정말 관련됐다면 (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겠지만, 김 부장 개인이 임의로 일을 저질렀다면 배상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은행들이 제기하는 책임론과 관련해 "KT ENS를 통해 은행에 관련 증빙서류를 요청해놨으며, 현재로선 (책임론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급보증·ABL 책임비율 놓고 소송전 예고 이번 사건에 관련된 금융회사들은 KT 및 KT ENS의 책임론과 별개로 각자 소송전도 준비하고 있다. 하나은행에 대한 지급보증 기관인 신한금융투자 등 일부 금융사는 대형 법무법인에 법률의견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쟁점은 허위매출에도 보증기관인 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의 지급의무가 발생하느냐와 신디케이트론을 일으킨 농협은행·국민은행의 책임비율이다. 하나은행 법무 담당자는 "다양한 각도에서 소송 진행을 검토 중"이라며 "허위매출이어도 대출이 발생한 이상 두 증권사는 채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은행이 KT ENS의 확인(인감)을 거쳐 대출을 취급했으니 은행 쪽에서 매출 채권이 위조됐음을 알지 못하는 이상 증권사의 보증의무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증권사 측은 정상매출은 하나은행이 KT ENS와 해결할 문제이고, 허위매출은 지급보증이 불가능하다고 반발했다. 한국투자증권 법무 담당자는 "대출의 담보인 매출채권이 허위가 아니라는 전제로 보증한 것인데, 매출채권이 가짜라면 담보가 없으므로 보증의무도 없다"고 맞섰다. 그는 "지급보증은 정상매출 대출을 KT ENS가 갚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한 것"이라며 "매출채권 서류 검증을 잘못한 신탁은행(하나은행)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은 매출채권이 위탁된 '은하수1·2차' 유동화전문회사(SPC)의 자산담보부대출(ABL·Asset Backed Loan) 책임비율을 놓고 소송이 예고됐다. 해당 ABL은 신탁은행인 농협은행이 일으켰으며, 국민은행이 참여해 1대1의 비율로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로 계약 단계부터 공동으로 이뤄진 신디케이트론이다. 농협은행 유동화금융 담당자는 "국민은행은 신탁기관(농협은행)이 아닌 신탁자산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며 "신탁은 예금과 달리 원금보장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투자금융 담당자는 "신탁채권의 진위가 관건인데, 진위 확인의 1차 책임은 농협은행에 있다"며 "(가짜임을) 몰랐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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