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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같은 하루’ 전관예우 금지법의 허점
입력 2014.02.09 (09:25) 연합뉴스
"법관, 검사, 장기복무 군법무관, 그 밖의 공무원직에 있다가 퇴직해 변호사 개업을 한 자는 퇴직 전 1년부터 퇴직한 때까지 근무한 법원, 검찰청, 군사법원,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경찰관서 등 국가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한 날부터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다."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인 전관예우의 폐해를 줄이려고 2011년 5월 17일 신설한 변호사법 31조의 수임제한 내용이다.

판사 출신 변호사의 경우 퇴직 전 근무한 법원에서 처리하는 사건은 전관으로서 영향력이 가장 잘 통할 수 있는 1년간 맡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전관예우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이 조항은 '퇴직 전 1년'이라는 문구 때문에 적용과정에서 뜻밖의 허점을 드러냈다.

최종 근무지 사건의 수임을 제한하는 것이 주된 취지였지만 모호한 규정 탓에 단 하루 차이로 최종은 물론 그전 근무지 사건까지 수임할 수 없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법원 정기인사 관행은 혼란을 더 극적으로 만들었다. 법원 인사는 통상 매년 2월 마지막 주 월요일 자로 단행된다.

조항이 신설된 후 인사일을 보면 2012년 2월 27일, 2013년 2월 25일, 2014년 2월 24일, 2015년 2월 23일, 2016년 2월 29일 등이다.

1년이 366일인 2012년 다음, 2013~15년에는 인사일이 하루씩 당겨진다.

대수롭지 않은 것같은 '하루 차이'는 변호사 개업을 위해 퇴직하는 판사들에게는 '이중 수임제한'으로 이어진다. 하루가 1년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가령 광주지법 본원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2월 25일 순천지원으로 발령난 판사라면 올해 퇴직일이 2월 24일이 되면서 순천 근무기간(2013.2.25~2014.2.23)이 만 1년에 하루 모자라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법원이 두 곳이 된다. 이에 따라 순천지원은 물론 광주지법 본원 사건까지 수임할 수 없다.

법원행정처에는 변호사 개업을 염두에 둔 판사들의 질의가 잇따르고 있다. 법 조항대로라면 두 곳 모두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게 법원의 해석이다.

하루 차이로 큰 규모 법원의 사건을 수임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 개업 시기를 고민하는 판사들도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윤리협의회도 이와 관련해 지난달 23일 초일 산입 등 해석을 놓고 토론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소수의 이해관계로 여겨질 수 있지만 법을 다루는 법조인들 사이에 일어나는 혼란이라면 그 의미는 달라진다.

광주의 한 법조인은 "전관예우 금지법을 급하게 만들다 보니 모호한 부분이 생긴 것 같다"며 "법원 정기 인사일을 매년 2월 25일로 고정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수 판사들이 선호하는 '월요일 인사'를 변호사 개업을 하는 소수 판사들을 위해 '특정일 인사'로 바꾸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시각도 많다.

결국 해결책은 입법에서 찾아야 한다는 데 의견은 모아진다.

광주의 한 판사는 "'퇴직 전 1년'이라는 문구가 모호하게 적용될 소지는 있어 보인다"며 "조건이나 단서를 달아 규정의 의미와 취지를 더 명확하게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 것 같다"고 말했다.
  • ‘1년 같은 하루’ 전관예우 금지법의 허점
    • 입력 2014-02-09 09:25:48
    연합뉴스
"법관, 검사, 장기복무 군법무관, 그 밖의 공무원직에 있다가 퇴직해 변호사 개업을 한 자는 퇴직 전 1년부터 퇴직한 때까지 근무한 법원, 검찰청, 군사법원,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경찰관서 등 국가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한 날부터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다."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인 전관예우의 폐해를 줄이려고 2011년 5월 17일 신설한 변호사법 31조의 수임제한 내용이다.

판사 출신 변호사의 경우 퇴직 전 근무한 법원에서 처리하는 사건은 전관으로서 영향력이 가장 잘 통할 수 있는 1년간 맡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전관예우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이 조항은 '퇴직 전 1년'이라는 문구 때문에 적용과정에서 뜻밖의 허점을 드러냈다.

최종 근무지 사건의 수임을 제한하는 것이 주된 취지였지만 모호한 규정 탓에 단 하루 차이로 최종은 물론 그전 근무지 사건까지 수임할 수 없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법원 정기인사 관행은 혼란을 더 극적으로 만들었다. 법원 인사는 통상 매년 2월 마지막 주 월요일 자로 단행된다.

조항이 신설된 후 인사일을 보면 2012년 2월 27일, 2013년 2월 25일, 2014년 2월 24일, 2015년 2월 23일, 2016년 2월 29일 등이다.

1년이 366일인 2012년 다음, 2013~15년에는 인사일이 하루씩 당겨진다.

대수롭지 않은 것같은 '하루 차이'는 변호사 개업을 위해 퇴직하는 판사들에게는 '이중 수임제한'으로 이어진다. 하루가 1년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가령 광주지법 본원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2월 25일 순천지원으로 발령난 판사라면 올해 퇴직일이 2월 24일이 되면서 순천 근무기간(2013.2.25~2014.2.23)이 만 1년에 하루 모자라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법원이 두 곳이 된다. 이에 따라 순천지원은 물론 광주지법 본원 사건까지 수임할 수 없다.

법원행정처에는 변호사 개업을 염두에 둔 판사들의 질의가 잇따르고 있다. 법 조항대로라면 두 곳 모두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게 법원의 해석이다.

하루 차이로 큰 규모 법원의 사건을 수임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 개업 시기를 고민하는 판사들도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윤리협의회도 이와 관련해 지난달 23일 초일 산입 등 해석을 놓고 토론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소수의 이해관계로 여겨질 수 있지만 법을 다루는 법조인들 사이에 일어나는 혼란이라면 그 의미는 달라진다.

광주의 한 법조인은 "전관예우 금지법을 급하게 만들다 보니 모호한 부분이 생긴 것 같다"며 "법원 정기 인사일을 매년 2월 25일로 고정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수 판사들이 선호하는 '월요일 인사'를 변호사 개업을 하는 소수 판사들을 위해 '특정일 인사'로 바꾸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시각도 많다.

결국 해결책은 입법에서 찾아야 한다는 데 의견은 모아진다.

광주의 한 판사는 "'퇴직 전 1년'이라는 문구가 모호하게 적용될 소지는 있어 보인다"며 "조건이나 단서를 달아 규정의 의미와 취지를 더 명확하게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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