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부실 털기’ 열풍…줄줄이 ‘어닝쇼크’

입력 2014.02.10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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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발(發) 회계감리 압박에 대형 건설사들이 회계상의 부실을 한꺼번에 털고 가는 '빅 배스(Big Bath)'에 대거 나섰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보다 크게 나빠졌다. 건설사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 실적에도 부실을 강하게 반영하며 '어닝 쇼크'를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3천252억원에 달했으나 4분기에 4천45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연간 실적으로 적자 전환했다.

대우건설이 1조원에 이르는 부실을 한꺼번에 4분기 실적에 반영한 데는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대우건설의 회계부정 의혹에 대한 정밀 감리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장별로 회계 처리 사항을 모두 들여다보고 있어 감리 완료까지는 6개월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더해 금감원이 올해 기획감리 분야로 장기 공사계약과 관련한 회계처리 적절성 여부를 선정, 건설사들의 '고무줄 회계'를 집중적으로 감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자 다른 건설사들도 서둘러 손실 반영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3분기 3천900억원이었던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스(PF)를 4분기에 모두 해소했다. 삼성물산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천25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8.65% 줄었고, 순이익은 18억원으로 95.57% 감소했다.

현대산업도 2012년 말 500억원이었던 미착공 PF 손실을 작년 재무제표에 모두 반영했다. 현대산업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천831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대형 건설사들의 미착공 PF 잠재 손실은 3조7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그간 건설사들은 착공 후에야 손실을 처리해왔다.

건설사는 공사 비용을 예측해 재무제표에 반영하기 때문에 원가율 변동을 늦추면 회계 원칙이 허용하는 범위까지 손실 처리를 미룰 수 있다.

건설사들이 지난해 해외사업장 손실을 반영했다면 올해는 착공하지 않고 금융비용만 부담해온 국내 사업장 부실을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집계 결과 대형 건설사 6곳의 미착공 PF 규모는 작년 말 기준으로 4조2천770억원에 이른다.

GS건설의 미착공 PF 규모가 1조5천억원으로 가장 크고 현대건설이 1조1천억원, 대림산업은 9천290억원이다. 대우건설은 작년 4분기에 손실을 반영해 미착공 PF 규모가 1조1천380억원에서 7천470억원으로 줄었다.

문제가 되는 장기 미착공 PF는 대부분 금융위기 이전인 2005∼2006년 일으킨 것들이다. 건설사들은 미분양이 우려돼 PF를 진행할 수도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금융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GS건설이 올해 미착공 PF 등 국내 사업장 손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며 "GS건설의 흑자 전환은 PF 인수와 사업착수 속도에 따른 손실액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장기 미착공 PF 손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면 올해 실적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는 반면 건설업황은 개선되고 있어 건설주 투자가 혼란스러울 때"라며 "PF 부담이 낮고, 부실을 충실히 반영해 재무제표가 깨끗한 건설업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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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사들 ‘부실 털기’ 열풍…줄줄이 ‘어닝쇼크’
    • 입력 2014-02-10 06:18:15
    연합뉴스
대우건설발(發) 회계감리 압박에 대형 건설사들이 회계상의 부실을 한꺼번에 털고 가는 '빅 배스(Big Bath)'에 대거 나섰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보다 크게 나빠졌다. 건설사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 실적에도 부실을 강하게 반영하며 '어닝 쇼크'를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3천252억원에 달했으나 4분기에 4천45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연간 실적으로 적자 전환했다. 대우건설이 1조원에 이르는 부실을 한꺼번에 4분기 실적에 반영한 데는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대우건설의 회계부정 의혹에 대한 정밀 감리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장별로 회계 처리 사항을 모두 들여다보고 있어 감리 완료까지는 6개월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더해 금감원이 올해 기획감리 분야로 장기 공사계약과 관련한 회계처리 적절성 여부를 선정, 건설사들의 '고무줄 회계'를 집중적으로 감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자 다른 건설사들도 서둘러 손실 반영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3분기 3천900억원이었던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스(PF)를 4분기에 모두 해소했다. 삼성물산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천25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8.65% 줄었고, 순이익은 18억원으로 95.57% 감소했다. 현대산업도 2012년 말 500억원이었던 미착공 PF 손실을 작년 재무제표에 모두 반영했다. 현대산업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천831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대형 건설사들의 미착공 PF 잠재 손실은 3조7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그간 건설사들은 착공 후에야 손실을 처리해왔다. 건설사는 공사 비용을 예측해 재무제표에 반영하기 때문에 원가율 변동을 늦추면 회계 원칙이 허용하는 범위까지 손실 처리를 미룰 수 있다. 건설사들이 지난해 해외사업장 손실을 반영했다면 올해는 착공하지 않고 금융비용만 부담해온 국내 사업장 부실을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집계 결과 대형 건설사 6곳의 미착공 PF 규모는 작년 말 기준으로 4조2천770억원에 이른다. GS건설의 미착공 PF 규모가 1조5천억원으로 가장 크고 현대건설이 1조1천억원, 대림산업은 9천290억원이다. 대우건설은 작년 4분기에 손실을 반영해 미착공 PF 규모가 1조1천380억원에서 7천470억원으로 줄었다. 문제가 되는 장기 미착공 PF는 대부분 금융위기 이전인 2005∼2006년 일으킨 것들이다. 건설사들은 미분양이 우려돼 PF를 진행할 수도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금융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GS건설이 올해 미착공 PF 등 국내 사업장 손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며 "GS건설의 흑자 전환은 PF 인수와 사업착수 속도에 따른 손실액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장기 미착공 PF 손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면 올해 실적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는 반면 건설업황은 개선되고 있어 건설주 투자가 혼란스러울 때"라며 "PF 부담이 낮고, 부실을 충실히 반영해 재무제표가 깨끗한 건설업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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