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엔드 진출하는 홍광호 “많이 배워 올게요”

입력 2014.02.1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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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웨스트엔드가 뮤지컬 본고장이라 불리는 곳이잖아요. 그곳의 선진화된 시스템을 경험하기 위한 '유학'을 다녀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배우 최초로 웨스트엔드 무대에서 주역을 맡게 됐다는 소식으로 최근 공연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뮤지컬 스타 홍광호(32)는 정작 자신을 '유학생'에 비유하며 "많이 배워 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오는 5월부터 웨스트엔드에 있는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에서 개막하는 '미스 사이공' 25주년 기념 공연에서 베트남 장교 '투이' 역으로 출연하게 됐다. 웨스트엔드는 미국 브로드웨이와 함께 연극·뮤지컬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지역으로 뮤지컬 배우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통하는 곳이다.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캣츠',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등이 모두 이곳에서 탄생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번 웨스트엔드 진출에 대해 "운명적인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지만, 캐스팅 과정은 "운명적"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극적이다.

무엇보다 그와 이 작품과의 인연이 재밌다. 2006년 '미스 사이공'의 한국 초연에서 주인공인 '크리스' 역과 '투이' 역의 커버(주역이 무대에 서지 못할 경우 대신 출연하는 대타)를 맡았던 배우가 홍광호다. 대타 배우였던 그가 8년 뒤 같은 작품으로 웨스트엔드 무대에 서게 된 것. 이 작품 이후 홍광호는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등에서 활약하며 뮤지컬계 대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 '미스 사이공' 한국 초연 때 연출이 이번 웨스트엔드 25주년 기념 공연의 연출과 같은 로런스 코너에요. 당시 연출이 주연 배우에게 이런저런 지시사항을 말할 때마다 커버였던 전 귀를 얼굴만 하게 키워서 듣곤 했거든요.(웃음) '크리스' 역은 영어를 쓰는 배우인 마이클 리여서 전 잘 못 알아들었고요,(웃음) '투이' 역은 한국 배우가 맡고 있어 통역이 전달해줬고, 저도 옆에서 열심히 귀동냥할 수 있었죠. 배역 파악에 도움이 됐어요."

작년 11월 이번 '미스 사이공' 25주년 기념 공연의 모든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 단 한 배역, '투이'만이 빠져 있었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모인 수많은 배우의 오디션에도 불구,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는 '투이' 역에 적합한 배우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하필 '투이' 역만 못 뽑았다는 거예요. 제가 문을 두드린 것도 아니고, 제게 오디션을 보겠느냐는 제안이 먼저 왔죠. 왠지 모를 느낌, 운명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정말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저 자신도 깜짝 놀랐어요."

그는 해외 진출을 꿈꿔오지도 않았다. 그는 "욕심이 없었다기보다 상상 자체를 못했다"고 말했다. 언어적인 문제, 동양인이 맡을 수 있는 배역의 한계 등 때문이었다.

"2012년 한국에서 공연됐던 '레미제라블' 25주년 버전의 연출자도 로런스 코너였어요. 공연이 끝나고 따로 인사를 나누러 가서 '당신 진짜 천재다, 나중에 웨스트엔드에 가서 당신과 함께 작품을 하는 꿈을 꾸겠다'고 이야기했던 게 기억이 나요. 정말 웃자고 한 이야기였는데, 그 이야기가 현실이 됐어요."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그가 해외 무대에서 활동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웃으며 "아직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저는 한국 배우고, 한국의 관객들을 모시고 공연을 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영어도 잘 못하고, 한국 음식을 못 먹고 살아갈 자신도 없고요. 저 생각보다 굉장히 애국심이 많은 사람이에요.(웃음)"

그는 지난 9일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을 끝으로 한국에서의 공식 무대를 모두 마쳤다. 그는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 꼽추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에게 헌신적이 사랑을 보내는 콰지모도역을 맡아 이번에도 그의 별명이기도 한 '미친 가창력'을 선보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흐느끼듯, 절규하듯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노래를 마치면 객석 여기저기에서는 어김없이 "정말 잘한다", "대단하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그는 영국 연습 일정에 맞춰 2월 말이나 3월 초 사이에 출국할 예정이다. 말도 없이 떠나긴 미안하다며 작게나마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 자리도 갖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다시 '유학'을 앞둔 학생처럼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한국 뮤지컬을 사랑해주시는 관객분들이 보내주시는 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고 하늘에서 내려준 축복 같고요. 많이 경험하고 배워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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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웨스트엔드 진출하는 홍광호 “많이 배워 올게요”
    • 입력 2014-02-10 14:17:00
    연합뉴스
"영국 웨스트엔드가 뮤지컬 본고장이라 불리는 곳이잖아요. 그곳의 선진화된 시스템을 경험하기 위한 '유학'을 다녀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배우 최초로 웨스트엔드 무대에서 주역을 맡게 됐다는 소식으로 최근 공연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뮤지컬 스타 홍광호(32)는 정작 자신을 '유학생'에 비유하며 "많이 배워 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오는 5월부터 웨스트엔드에 있는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에서 개막하는 '미스 사이공' 25주년 기념 공연에서 베트남 장교 '투이' 역으로 출연하게 됐다. 웨스트엔드는 미국 브로드웨이와 함께 연극·뮤지컬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지역으로 뮤지컬 배우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통하는 곳이다.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캣츠',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등이 모두 이곳에서 탄생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번 웨스트엔드 진출에 대해 "운명적인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지만, 캐스팅 과정은 "운명적"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극적이다. 무엇보다 그와 이 작품과의 인연이 재밌다. 2006년 '미스 사이공'의 한국 초연에서 주인공인 '크리스' 역과 '투이' 역의 커버(주역이 무대에 서지 못할 경우 대신 출연하는 대타)를 맡았던 배우가 홍광호다. 대타 배우였던 그가 8년 뒤 같은 작품으로 웨스트엔드 무대에 서게 된 것. 이 작품 이후 홍광호는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등에서 활약하며 뮤지컬계 대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 '미스 사이공' 한국 초연 때 연출이 이번 웨스트엔드 25주년 기념 공연의 연출과 같은 로런스 코너에요. 당시 연출이 주연 배우에게 이런저런 지시사항을 말할 때마다 커버였던 전 귀를 얼굴만 하게 키워서 듣곤 했거든요.(웃음) '크리스' 역은 영어를 쓰는 배우인 마이클 리여서 전 잘 못 알아들었고요,(웃음) '투이' 역은 한국 배우가 맡고 있어 통역이 전달해줬고, 저도 옆에서 열심히 귀동냥할 수 있었죠. 배역 파악에 도움이 됐어요." 작년 11월 이번 '미스 사이공' 25주년 기념 공연의 모든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 단 한 배역, '투이'만이 빠져 있었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모인 수많은 배우의 오디션에도 불구,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는 '투이' 역에 적합한 배우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하필 '투이' 역만 못 뽑았다는 거예요. 제가 문을 두드린 것도 아니고, 제게 오디션을 보겠느냐는 제안이 먼저 왔죠. 왠지 모를 느낌, 운명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정말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저 자신도 깜짝 놀랐어요." 그는 해외 진출을 꿈꿔오지도 않았다. 그는 "욕심이 없었다기보다 상상 자체를 못했다"고 말했다. 언어적인 문제, 동양인이 맡을 수 있는 배역의 한계 등 때문이었다. "2012년 한국에서 공연됐던 '레미제라블' 25주년 버전의 연출자도 로런스 코너였어요. 공연이 끝나고 따로 인사를 나누러 가서 '당신 진짜 천재다, 나중에 웨스트엔드에 가서 당신과 함께 작품을 하는 꿈을 꾸겠다'고 이야기했던 게 기억이 나요. 정말 웃자고 한 이야기였는데, 그 이야기가 현실이 됐어요."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그가 해외 무대에서 활동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웃으며 "아직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저는 한국 배우고, 한국의 관객들을 모시고 공연을 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영어도 잘 못하고, 한국 음식을 못 먹고 살아갈 자신도 없고요. 저 생각보다 굉장히 애국심이 많은 사람이에요.(웃음)" 그는 지난 9일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을 끝으로 한국에서의 공식 무대를 모두 마쳤다. 그는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 꼽추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에게 헌신적이 사랑을 보내는 콰지모도역을 맡아 이번에도 그의 별명이기도 한 '미친 가창력'을 선보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흐느끼듯, 절규하듯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노래를 마치면 객석 여기저기에서는 어김없이 "정말 잘한다", "대단하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그는 영국 연습 일정에 맞춰 2월 말이나 3월 초 사이에 출국할 예정이다. 말도 없이 떠나긴 미안하다며 작게나마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 자리도 갖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다시 '유학'을 앞둔 학생처럼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한국 뮤지컬을 사랑해주시는 관객분들이 보내주시는 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고 하늘에서 내려준 축복 같고요. 많이 경험하고 배워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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