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고가 핸드백 사재기 열풍, 왜?

입력 2014.02.11 (08:15) 수정 2014.02.1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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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주말 백화점에 갔는데, 사람들 몰린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고가품들이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고가품들 선호는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좀 더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요.

그게 다름 아닌 세금 때문이라네요.

박예원기자, 그러니까 세금이 새로 매겨져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라는 거죠?

<기자 멘트>

네 그 이유가 세금 때문이라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죠

개별소비세가 도대체 뭔가, 생소하실 텐데요.

고가의 시계나 보석 같은 사치성 물건을 살 때 부과됐던 세금인데 올해부터는 수입 신고가 기준으로 2백만 원 이상의 가방에 이 세금이 확대됩니다.

2백만 원 초과액의 20% 정도니까 적은 돈도 아니죠.

시점으로는 봄 신상품 가방부터 적용되는 개별소비세 쇼핑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취재해 봤습니다.

지난 주말, 해외 고가 제품 할인 행사가 열린 한 백화점.

역대 최대 규모의 이번 행사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가장 인기 품목은 여성용 가방!

값비싼 수입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에 너도 나도 몰려들었는데요.

심지어 물건 한 번 보기 위해 줄까지 서서 기다립니다

<녹취> “무슨 줄이에요?”

<녹취> “000 (브랜드)”

<녹취> “가방요?”

<녹취> “네”

만원지하철 안을 방불케 하는 할인 매장 안에서 소비자들은 경쟁하듯 물건을 고릅니다.

그런데 할인을 해도 결코 적은 가격이 아닙니다.

<녹취> “세일 가격이 144만 5천7백 원”

<녹취> “40% 할인해서 167만 9천 원요”

백만원이 넘는 고가 가방들이 몇 천 원 대 생선처럼 팔려나가고, 행사 하루 만에 동이 난 제품들도 많습니다.

<녹취> “색상이 핑크색이랑 두 가지인데 핑크색은 이게 마지막 하나 남은 거예요. 다 팔리고”

<녹취> “이거 하나예요. 마지막. 이거 오늘 아침에 본사에서 가져온 거예요. 이거 정말 마지막이에요”

이렇게 고가 수입 가방이 불티나게 팔린 데는 단지 할인 중이라는 것 말고도 이유가 있습니다.

올 봄 출시되는 신제품부터 가격이 대폭 인상되기 때문입니다.

<녹취> “이거 끝나면 올라요. 지금 명품대전이라서 이 기간에만 (할인)하는 거예요”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고가 수입 가방 개별소비세 부과.

그동안 경마장, 카지노 등의 특정 장소 입장료나 귀금속, 고가 시계 등 사치성 품목에 부과했던 개별소비세를 가방에도 적용시키기로 한 건데요.

앞으로 수입신고가 2백만 원이 넘는 가방에는 초과 금액에 대한 개별소비세 20%와 교육세까지 부과됩니다.

3백만원짜리 가방의 경우 기존엔 관세 포함 339만 원에서 부가세가 붙었지만 이젠 개별소비세와 교육세까지 더해 374만 원입니다.

여기에 판매사가 마진을 붙이면 금액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터뷰> “비싸면 비싼 만큼 비쌀 이유가 있다고 생각이 들잖아요. 원래 가격이 비싸서 잘 살 수 없는데 그런 기회가 있으면 저 말고 다른 사람들도 살 것 같아요”

<인터뷰> “당연히 쌀 때 구입하고 싶죠. 나중에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놔야겠다. 이런 거?”

이런 구조라면 비싼 가방일수록 가격이 더 오르고 그러니까 미리 사야겠다는 열풍도 더 거세겠죠.

고가 중에서도 초고가로 분류되는 상표일수록 이달 들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4-5백만원대 이상의 고가 가방 제품들이 날개돋인 듯 팔려나가고 있었습니다.

<녹취> “3월에 구입을 하려고 하는데 그때도 살 수 있나요?”

<녹취> “3월까지는... 이것도 지금 얼마 안 남았어요”

인기 제품은 이미 재고가 바닥나 매장에서 구매가 불가능한 건 물론이고 주문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녹취> “아예 재고가 없어요. 다 판매되고”

<녹취> “다른 매장에도 없고 아예 구해 드릴 수 없는 상황이에요”

해외 고가 브랜드 중에는 개별소비세 도입 때문이라며 세금이 매겨지기도 전 상품들에 대해 이미 가격을 올린 곳도 있습니다.

지난달 올해 첫 가격 인상에 나선 해외 고가 브랜드 매장.

예약조차 힘들다는 이 매장 인기 제품 악어가죽 백은 가방 하나 가격이 어마어마합니다

<녹취> “얼마예요?”

<녹취> “7,679만 원요”

<녹취> “가격 오른 거예요?”

<녹취> “네. 이미 가격 변동 있었어요”

<녹취> “얼마나 오른 거예요?”

<녹취> “15~25% 정도”

<녹취> “해가 바뀌면 가격은 인상률이 있고요. 올해는 전국적으로 개별소비세를 붙여서 오른 경우예요”

분명히 개별소비세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죠.

그런데 세금과 상관없는 제품들도 가격이 인상됐습니다.

<녹취> “174만 원”

<녹취> “작년에도 3~4번 정도 금액이 올랐었어요.”

<녹취> “1월 1일 기점으로 한 번 올랐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죠”

<녹취> “개별소비세 때문에 오른 건가요?”

<녹취> “네. 그것 때문에요”

고가 가방 개별소비세 부과 품목에 수입신고가 기준으로 200만 원 이하의 제품들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판매장에 가 보면 백만원대 가방들도 모두 가격이 올랐죠.

업체들이 개별소비세를 핑계로 무관한 제품들까지 은근슬쩍 끼워 넣은 거죠.

이뿐이 아닙니다.

최근 2년 간 a사의 경우 네 번에 걸쳐 평균 15% 이상 가격을 올렸고, b사의 경우 총 23% 인상. c사 역시 수차례 인상을 거쳐 지난달엔 대폭 가격을 올렸습니다.

세금 핑계를 대긴 하지만 결국 소비자 심리를 이용해 이윤을 지나치게 늘려나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윱니다.

<인터뷰> 허경옥(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 : “사업자 입장에서는 명품, 고가 제품이라는 걸 악용해서 오히려 가격을 더 올릴 수도 있고요 단기적으로는 조금 시장이 위축될 것 같고요.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남에게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고 비싸면 더 사는 소비자들의 심리, 허세가 줄어들지 않는 한 크게 위축될 것 같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결정한다면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죠.

다만, 세금도 못 막는 고가 가방 선호 심리가 수입 고가 브랜드 배만 불려주는 건 아닌지는 한번쯤 생각해 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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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2-11 08:22:35
    • 수정2014-02-11 10: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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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주말 백화점에 갔는데, 사람들 몰린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고가품들이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고가품들 선호는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좀 더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요.

그게 다름 아닌 세금 때문이라네요.

박예원기자, 그러니까 세금이 새로 매겨져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라는 거죠?

<기자 멘트>

네 그 이유가 세금 때문이라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죠

개별소비세가 도대체 뭔가, 생소하실 텐데요.

고가의 시계나 보석 같은 사치성 물건을 살 때 부과됐던 세금인데 올해부터는 수입 신고가 기준으로 2백만 원 이상의 가방에 이 세금이 확대됩니다.

2백만 원 초과액의 20% 정도니까 적은 돈도 아니죠.

시점으로는 봄 신상품 가방부터 적용되는 개별소비세 쇼핑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취재해 봤습니다.

지난 주말, 해외 고가 제품 할인 행사가 열린 한 백화점.

역대 최대 규모의 이번 행사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가장 인기 품목은 여성용 가방!

값비싼 수입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에 너도 나도 몰려들었는데요.

심지어 물건 한 번 보기 위해 줄까지 서서 기다립니다

<녹취> “무슨 줄이에요?”

<녹취> “000 (브랜드)”

<녹취> “가방요?”

<녹취> “네”

만원지하철 안을 방불케 하는 할인 매장 안에서 소비자들은 경쟁하듯 물건을 고릅니다.

그런데 할인을 해도 결코 적은 가격이 아닙니다.

<녹취> “세일 가격이 144만 5천7백 원”

<녹취> “40% 할인해서 167만 9천 원요”

백만원이 넘는 고가 가방들이 몇 천 원 대 생선처럼 팔려나가고, 행사 하루 만에 동이 난 제품들도 많습니다.

<녹취> “색상이 핑크색이랑 두 가지인데 핑크색은 이게 마지막 하나 남은 거예요. 다 팔리고”

<녹취> “이거 하나예요. 마지막. 이거 오늘 아침에 본사에서 가져온 거예요. 이거 정말 마지막이에요”

이렇게 고가 수입 가방이 불티나게 팔린 데는 단지 할인 중이라는 것 말고도 이유가 있습니다.

올 봄 출시되는 신제품부터 가격이 대폭 인상되기 때문입니다.

<녹취> “이거 끝나면 올라요. 지금 명품대전이라서 이 기간에만 (할인)하는 거예요”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고가 수입 가방 개별소비세 부과.

그동안 경마장, 카지노 등의 특정 장소 입장료나 귀금속, 고가 시계 등 사치성 품목에 부과했던 개별소비세를 가방에도 적용시키기로 한 건데요.

앞으로 수입신고가 2백만 원이 넘는 가방에는 초과 금액에 대한 개별소비세 20%와 교육세까지 부과됩니다.

3백만원짜리 가방의 경우 기존엔 관세 포함 339만 원에서 부가세가 붙었지만 이젠 개별소비세와 교육세까지 더해 374만 원입니다.

여기에 판매사가 마진을 붙이면 금액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터뷰> “비싸면 비싼 만큼 비쌀 이유가 있다고 생각이 들잖아요. 원래 가격이 비싸서 잘 살 수 없는데 그런 기회가 있으면 저 말고 다른 사람들도 살 것 같아요”

<인터뷰> “당연히 쌀 때 구입하고 싶죠. 나중에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놔야겠다. 이런 거?”

이런 구조라면 비싼 가방일수록 가격이 더 오르고 그러니까 미리 사야겠다는 열풍도 더 거세겠죠.

고가 중에서도 초고가로 분류되는 상표일수록 이달 들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4-5백만원대 이상의 고가 가방 제품들이 날개돋인 듯 팔려나가고 있었습니다.

<녹취> “3월에 구입을 하려고 하는데 그때도 살 수 있나요?”

<녹취> “3월까지는... 이것도 지금 얼마 안 남았어요”

인기 제품은 이미 재고가 바닥나 매장에서 구매가 불가능한 건 물론이고 주문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녹취> “아예 재고가 없어요. 다 판매되고”

<녹취> “다른 매장에도 없고 아예 구해 드릴 수 없는 상황이에요”

해외 고가 브랜드 중에는 개별소비세 도입 때문이라며 세금이 매겨지기도 전 상품들에 대해 이미 가격을 올린 곳도 있습니다.

지난달 올해 첫 가격 인상에 나선 해외 고가 브랜드 매장.

예약조차 힘들다는 이 매장 인기 제품 악어가죽 백은 가방 하나 가격이 어마어마합니다

<녹취> “얼마예요?”

<녹취> “7,679만 원요”

<녹취> “가격 오른 거예요?”

<녹취> “네. 이미 가격 변동 있었어요”

<녹취> “얼마나 오른 거예요?”

<녹취> “15~25% 정도”

<녹취> “해가 바뀌면 가격은 인상률이 있고요. 올해는 전국적으로 개별소비세를 붙여서 오른 경우예요”

분명히 개별소비세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죠.

그런데 세금과 상관없는 제품들도 가격이 인상됐습니다.

<녹취> “174만 원”

<녹취> “작년에도 3~4번 정도 금액이 올랐었어요.”

<녹취> “1월 1일 기점으로 한 번 올랐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죠”

<녹취> “개별소비세 때문에 오른 건가요?”

<녹취> “네. 그것 때문에요”

고가 가방 개별소비세 부과 품목에 수입신고가 기준으로 200만 원 이하의 제품들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판매장에 가 보면 백만원대 가방들도 모두 가격이 올랐죠.

업체들이 개별소비세를 핑계로 무관한 제품들까지 은근슬쩍 끼워 넣은 거죠.

이뿐이 아닙니다.

최근 2년 간 a사의 경우 네 번에 걸쳐 평균 15% 이상 가격을 올렸고, b사의 경우 총 23% 인상. c사 역시 수차례 인상을 거쳐 지난달엔 대폭 가격을 올렸습니다.

세금 핑계를 대긴 하지만 결국 소비자 심리를 이용해 이윤을 지나치게 늘려나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윱니다.

<인터뷰> 허경옥(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 : “사업자 입장에서는 명품, 고가 제품이라는 걸 악용해서 오히려 가격을 더 올릴 수도 있고요 단기적으로는 조금 시장이 위축될 것 같고요.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남에게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고 비싸면 더 사는 소비자들의 심리, 허세가 줄어들지 않는 한 크게 위축될 것 같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결정한다면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죠.

다만, 세금도 못 막는 고가 가방 선호 심리가 수입 고가 브랜드 배만 불려주는 건 아닌지는 한번쯤 생각해 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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