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환자 왜 많은가 했더니’…급증원인 논란

입력 2014.02.17 (07:06) 수정 2014.02.1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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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한국의 갑상선암 원인을 두고 의료계에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원전사고 같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특정 암이 급증한 데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완벽한 건강에 대한 과대한 집착·욕망과 무분별한 건강검진 체계가 낳은, 한국만의 기형적 산물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 얼마나 늘었기에…10년 넘게 매년 20% 이상 증가

갑상선암은 다른 암에 견줘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의 중앙암등록본부가 2013년 12월말 발표한 '2011년 국가암등록통계자료'를 보면, 갑상선암은 1999~2011년 10여년간의 연평균 증가율이 23.7%로 1위였다. 전체 암의 연평균 증가율 3.6%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1년만 놓고 볼 때도, 그 해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이 갑상선암이었다.

'암 경험' 인구로 따져봐도 마찬가지다.

2012년 1월 현재 암 경험 인구는 109만7천253명(여성 60만5천748명, 남성 49만1천505명)으로 이 중에서 갑상선암을 겪은 암 경험자가 가장 많았다.

암 경험 인구는 전국 단위 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부터 2011년말까지 암 진단을 받은 사람 중에서 2012년 1월 기준 생존한 사람을 말한다.

◇ 갑상선암 환자 5년 생존율 99.9%…일반인과 다를 바 없이 건강

이처럼 수많은 사람이 해마다 갑상선암 환자라는 굴레를 뒤집어쓰며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지만, 정작 이들은 육체적으로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이 건강하게 산다.

한국에서 진단받는 갑상선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9.9% 이상. 거의 100%다. 환자 중 겨우 0.1% 미만만이 갑상선암으로 숨질 뿐이다.

게다가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는 '국한 단계'에서 발견된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은 100.5%에 이른다.

국한 단계의 갑상선암 생존율이 100%를 웃돈다는 것은 암에 걸리지 않은 일반인보다도 생존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일반인보다 자주 검진을 받고 스스로 관리하기 때문이지만, 그만큼 모르고 지내더라도 거의 평생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착한 암'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갑상선암은 의료계에서 이른바 '거북이 암'으로 불린다. 심지어 목에 멍울이 생긴 뒤에 진단해 치료해도, 5년 생존율이 아니라 '10년 생존율'이 95% 이상일 정도로 암치고는 대단히 천천히 진행하는 순한 암이다.

◇ "의학적으로 비정상적인 갑상선암 선별검사가 낳은 기형 현상"

그럼 왜 한국에는 이렇게 위험하지도 않은 갑상선암 환자들이 많을까?

의료계 일각에서는 완벽한 건강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욕망이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건강검진 시스템과 만나 빚어낸 산물이라고 꼬집는다.

특히 첨단 영상진단기기의 발전 덕분에 미세한 신체변화까지도 집어낼 수 있게 됨에 따라 특별한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될 갑상선암까지 진단하게 되면서 생긴 기현상이라는 것이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 '사회 속의 의료'에 쓴 '의료기술 발전이 가져온 윤리 문제들'이란 글에서 "의료기술의 발전은 상황에 따라 희망뿐 아니라 예기치 못한 고통을 안겨주는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이를테면, "특별한 증세가 없는 성인이 갑상선 초음파 검진을 하게 되면 1~2%는 갑상선암으로 진단된다"면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매년 3만명 이상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는 것은 갑상선에 대한 초음파검진이 널리 시행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립암센터를 포함해 모든 대형병원은 검진 때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고, 심지어 무료로 검사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갑상선암은 의학적으로 조기 진단이 필요한 암이 아니다. 그래서 어느 나라에서도 갑상선암을 조기 검진하고 있지 않다.

고려대 의대 신상원 교수(종양내과)와 안형식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최근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이 잡듯이 뒤져서 모든 병을 조기에 진단해 치료해야 한다는 것은 망상일 뿐더러 하물며 조금 늦게 진단해도 완치율이 높고 천천히 진행하는 갑상선암을 조기에 진단하고자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초음파를 들이대는 것은 도저히 정상적인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민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많은 갑상선암 환자를 양산하며, 증상 없는 사람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갑상선암 초음파 검사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들은 "반복된 건강검진으로 모든 병을 예방할 수 없다"면서 "건강검진에 집착하기보다는 공해 없는 환경, 적절한 식사와 운동, 충분한 수면, 적당한 스트레스 해소 등을 통해 질병을 막는 게 부작용없는 건강 유지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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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2-17 07:06:40
    • 수정2014-02-17 08:07:03
    연합뉴스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한국의 갑상선암 원인을 두고 의료계에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원전사고 같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특정 암이 급증한 데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완벽한 건강에 대한 과대한 집착·욕망과 무분별한 건강검진 체계가 낳은, 한국만의 기형적 산물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 얼마나 늘었기에…10년 넘게 매년 20% 이상 증가

갑상선암은 다른 암에 견줘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의 중앙암등록본부가 2013년 12월말 발표한 '2011년 국가암등록통계자료'를 보면, 갑상선암은 1999~2011년 10여년간의 연평균 증가율이 23.7%로 1위였다. 전체 암의 연평균 증가율 3.6%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1년만 놓고 볼 때도, 그 해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이 갑상선암이었다.

'암 경험' 인구로 따져봐도 마찬가지다.

2012년 1월 현재 암 경험 인구는 109만7천253명(여성 60만5천748명, 남성 49만1천505명)으로 이 중에서 갑상선암을 겪은 암 경험자가 가장 많았다.

암 경험 인구는 전국 단위 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부터 2011년말까지 암 진단을 받은 사람 중에서 2012년 1월 기준 생존한 사람을 말한다.

◇ 갑상선암 환자 5년 생존율 99.9%…일반인과 다를 바 없이 건강

이처럼 수많은 사람이 해마다 갑상선암 환자라는 굴레를 뒤집어쓰며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지만, 정작 이들은 육체적으로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이 건강하게 산다.

한국에서 진단받는 갑상선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9.9% 이상. 거의 100%다. 환자 중 겨우 0.1% 미만만이 갑상선암으로 숨질 뿐이다.

게다가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는 '국한 단계'에서 발견된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은 100.5%에 이른다.

국한 단계의 갑상선암 생존율이 100%를 웃돈다는 것은 암에 걸리지 않은 일반인보다도 생존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일반인보다 자주 검진을 받고 스스로 관리하기 때문이지만, 그만큼 모르고 지내더라도 거의 평생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착한 암'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갑상선암은 의료계에서 이른바 '거북이 암'으로 불린다. 심지어 목에 멍울이 생긴 뒤에 진단해 치료해도, 5년 생존율이 아니라 '10년 생존율'이 95% 이상일 정도로 암치고는 대단히 천천히 진행하는 순한 암이다.

◇ "의학적으로 비정상적인 갑상선암 선별검사가 낳은 기형 현상"

그럼 왜 한국에는 이렇게 위험하지도 않은 갑상선암 환자들이 많을까?

의료계 일각에서는 완벽한 건강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욕망이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건강검진 시스템과 만나 빚어낸 산물이라고 꼬집는다.

특히 첨단 영상진단기기의 발전 덕분에 미세한 신체변화까지도 집어낼 수 있게 됨에 따라 특별한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될 갑상선암까지 진단하게 되면서 생긴 기현상이라는 것이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 '사회 속의 의료'에 쓴 '의료기술 발전이 가져온 윤리 문제들'이란 글에서 "의료기술의 발전은 상황에 따라 희망뿐 아니라 예기치 못한 고통을 안겨주는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이를테면, "특별한 증세가 없는 성인이 갑상선 초음파 검진을 하게 되면 1~2%는 갑상선암으로 진단된다"면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매년 3만명 이상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는 것은 갑상선에 대한 초음파검진이 널리 시행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립암센터를 포함해 모든 대형병원은 검진 때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고, 심지어 무료로 검사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갑상선암은 의학적으로 조기 진단이 필요한 암이 아니다. 그래서 어느 나라에서도 갑상선암을 조기 검진하고 있지 않다.

고려대 의대 신상원 교수(종양내과)와 안형식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최근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이 잡듯이 뒤져서 모든 병을 조기에 진단해 치료해야 한다는 것은 망상일 뿐더러 하물며 조금 늦게 진단해도 완치율이 높고 천천히 진행하는 갑상선암을 조기에 진단하고자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초음파를 들이대는 것은 도저히 정상적인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민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많은 갑상선암 환자를 양산하며, 증상 없는 사람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갑상선암 초음파 검사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들은 "반복된 건강검진으로 모든 병을 예방할 수 없다"면서 "건강검진에 집착하기보다는 공해 없는 환경, 적절한 식사와 운동, 충분한 수면, 적당한 스트레스 해소 등을 통해 질병을 막는 게 부작용없는 건강 유지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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