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박찬경 “역사와 무속의 만남 그리려 했죠”
입력 2014.02.21 (07:17) 연합뉴스
영화 '만신'은 큰 무당 김금화의 삶을 오롯이 따라가는 영화다.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오랜 시간을 견뎌온 김금화는 어쩌면 우리 현대사의 명암을 그대로 보여주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형 박찬욱 감독과 공동연출한 '파란만장'(2011)으로 주목받은 박찬경 감독은 김금화의 자서전을 읽으며 마음이 흔들렸다. 어린 시절 제대로 된 이름조차 없이 가난하고 외로웠던 한 소녀가 헤쳐나간 파란만장한 삶이 주는 여운은 묵직했다.

"그분의 삶에서 개인사와 우리의 현대사가 딱 만나요. 그런 분은 참 드물죠."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만신'을 연출한 박찬경 감독의 말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박 감독을 20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극장에서 만났다.

영화는 실사와 다큐멘터리를 오간다. 박 감독은 "김금화 선생이 생존해 있기에 택할 수밖에 없는 형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만으로 과거의 사건을 재밌게 전달하기 쉽지 않았다"며 "배우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고 가면 좀 더 관객들이 재밌게 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미디어 아트적인 요소도 있다. 알록달록한 민화들이 스크린을 채우고, 멀리서 들려오는 풍경소리가 마음을 다독인다. 이미지와 음악은 그의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키워드다.

사실 그의 문화적 뿌리는 설치미술, 사진, 미디어 아트다. 주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두고 사진과 설치,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장르를 섞어 작업했다. 지난 2004년 에르메스 미술상 등을 받기도 했다.

"줄거리나 배우의 연기도 보지만 결국 영화 한 편을 보고 남는 건 이미지와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에게 서양 이미지는 익숙합니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같은 작품을 통해 학습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이미지는 익숙지 않아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민화와 무속도를 차용했어요. 그런 그림들이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무속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무속 자체에 대한 이야기의 폭이 깊고 넓은 건 아니다. 특히 퇴마(退魔) 의식 등 일반 관객들이 관심을 둘 만한 이야기는 논의가 깊지 않거나 혹은 에둘러 간다.

"'굿'을 선선하게, 혹은 시원하게 그려 보고 싶었어요. '굿'을 다룬 이전 다큐멘터리는 신비한 일을 중심으로 보여줬죠. 이를테면 귀신들에 대한 퇴마 이야기로 접근했습니다. 귀신들과 싸우는 일에 관심을 뒀죠. 물론 그런 부분이 없진 않아요. 하지만 퇴마는 무속의식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불과해요. 굿 대부분은 웃었다 울기도 하는 희비극적인 요소가 강해요. 저는 그런 부분을 강조해 보고 싶었어요. 또 영화를 만들면서 한 인물의 삶을 너무 개인적인 운명으로 풀고 싶진 않았습니다. 역사와 무속이 어떻게 만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찍었어요."

무속이라는 의식 속에 현대사를 끄집어내겠다는 감독의 각오는 시간과의 대결로 귀결됐다. 촬영만 2년 6개월, 제작기간은 3년이 걸렸다. 자료수집, 제작비 모금 저작권 협의 등을 거치는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지난한 과정 끝에 만난 김금화라는 인물은 "여성 잔혹사이면서 승리사의 주인공"이다.

"'만신'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어린 여자아이가 여러 고통을 겪으며 당당해지는 이야기예요. 고통을 많이 겪은 사람은 타인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동생이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좋아했기에 자연스럽게 영화를 하게 됐다"는 그는 형의 그림자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안 좋은 점을 꼽자면, 일단 뭘 해도 형과 비교된다는 점이죠. 출신이 워낙 다르잖아요. 저는 미술을 계속 해오다 이제 영화에 입문한 지 5년 정도 되고 형은 20년 동안 영화를 했으니,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좀 곤란하죠."(웃음)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만들던 박찬경 감독은 차기작을 정하진 않았지만 공포영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시나리오는 다 썼어요. 각색작업만 남았죠. 공포라는 게 인간에게 중요한 감정이잖아요. 공포는 삶의 성장에 도움을 주죠. 상상력을 발달시키고 자기를 겸손하게 하니까요. 문화적 품위가 담긴 공포영화를 만들 생각이에요."
  • 박찬경 “역사와 무속의 만남 그리려 했죠”
    • 입력 2014-02-21 07:17:57
    연합뉴스
영화 '만신'은 큰 무당 김금화의 삶을 오롯이 따라가는 영화다.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오랜 시간을 견뎌온 김금화는 어쩌면 우리 현대사의 명암을 그대로 보여주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형 박찬욱 감독과 공동연출한 '파란만장'(2011)으로 주목받은 박찬경 감독은 김금화의 자서전을 읽으며 마음이 흔들렸다. 어린 시절 제대로 된 이름조차 없이 가난하고 외로웠던 한 소녀가 헤쳐나간 파란만장한 삶이 주는 여운은 묵직했다.

"그분의 삶에서 개인사와 우리의 현대사가 딱 만나요. 그런 분은 참 드물죠."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만신'을 연출한 박찬경 감독의 말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박 감독을 20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극장에서 만났다.

영화는 실사와 다큐멘터리를 오간다. 박 감독은 "김금화 선생이 생존해 있기에 택할 수밖에 없는 형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만으로 과거의 사건을 재밌게 전달하기 쉽지 않았다"며 "배우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고 가면 좀 더 관객들이 재밌게 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미디어 아트적인 요소도 있다. 알록달록한 민화들이 스크린을 채우고, 멀리서 들려오는 풍경소리가 마음을 다독인다. 이미지와 음악은 그의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키워드다.

사실 그의 문화적 뿌리는 설치미술, 사진, 미디어 아트다. 주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두고 사진과 설치,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장르를 섞어 작업했다. 지난 2004년 에르메스 미술상 등을 받기도 했다.

"줄거리나 배우의 연기도 보지만 결국 영화 한 편을 보고 남는 건 이미지와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에게 서양 이미지는 익숙합니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같은 작품을 통해 학습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이미지는 익숙지 않아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민화와 무속도를 차용했어요. 그런 그림들이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무속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무속 자체에 대한 이야기의 폭이 깊고 넓은 건 아니다. 특히 퇴마(退魔) 의식 등 일반 관객들이 관심을 둘 만한 이야기는 논의가 깊지 않거나 혹은 에둘러 간다.

"'굿'을 선선하게, 혹은 시원하게 그려 보고 싶었어요. '굿'을 다룬 이전 다큐멘터리는 신비한 일을 중심으로 보여줬죠. 이를테면 귀신들에 대한 퇴마 이야기로 접근했습니다. 귀신들과 싸우는 일에 관심을 뒀죠. 물론 그런 부분이 없진 않아요. 하지만 퇴마는 무속의식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불과해요. 굿 대부분은 웃었다 울기도 하는 희비극적인 요소가 강해요. 저는 그런 부분을 강조해 보고 싶었어요. 또 영화를 만들면서 한 인물의 삶을 너무 개인적인 운명으로 풀고 싶진 않았습니다. 역사와 무속이 어떻게 만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찍었어요."

무속이라는 의식 속에 현대사를 끄집어내겠다는 감독의 각오는 시간과의 대결로 귀결됐다. 촬영만 2년 6개월, 제작기간은 3년이 걸렸다. 자료수집, 제작비 모금 저작권 협의 등을 거치는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지난한 과정 끝에 만난 김금화라는 인물은 "여성 잔혹사이면서 승리사의 주인공"이다.

"'만신'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어린 여자아이가 여러 고통을 겪으며 당당해지는 이야기예요. 고통을 많이 겪은 사람은 타인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동생이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좋아했기에 자연스럽게 영화를 하게 됐다"는 그는 형의 그림자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안 좋은 점을 꼽자면, 일단 뭘 해도 형과 비교된다는 점이죠. 출신이 워낙 다르잖아요. 저는 미술을 계속 해오다 이제 영화에 입문한 지 5년 정도 되고 형은 20년 동안 영화를 했으니,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좀 곤란하죠."(웃음)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만들던 박찬경 감독은 차기작을 정하진 않았지만 공포영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시나리오는 다 썼어요. 각색작업만 남았죠. 공포라는 게 인간에게 중요한 감정이잖아요. 공포는 삶의 성장에 도움을 주죠. 상상력을 발달시키고 자기를 겸손하게 하니까요. 문화적 품위가 담긴 공포영화를 만들 생각이에요."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