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목숨까지 위협하는 겨울 산…피해 줄이려면?

입력 2014.02.21 (18:09) 수정 2014.02.2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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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어요. 사람이 절벽으로 떨어졌어요!"

지난 16일 오후, 회사로 걸려온 다급한 제보 전화. 경기도 의정부의 수락산에서 등산객이 정상에서 내려오다 낭떠러지로 떨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피해자는 한 산악회 회원인 51살 여성 이 모씨. 119 헬기가 긴급 출동해 구조했지만, 이 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이미 심장이 멈춘 상태였습니다.

제보를 한 남성은 조 모씨. 사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습니다. 수락산 정상에서 이 씨와 우연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게 됐는데, 성격이 밝은 이 씨는 "아들이 좋은 대학을 졸업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산을 위해 걸어가던 이 씨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갑자기 미끄러지면서 50m 아래 절벽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조 씨는 "해당 구간은 평소에도 길이 위험한 데다, 겨울이라 미끄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주변에 어떤 안전 조치도 돼 있지 않더라. 같은 사고를 막으려면 반드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산행 중 발생한 안타까운 인명 피해는 수락산 사고로부터 불과 일주일 전에 또 있었습니다. 지난 9일 오후 47살 박 모 씨는 선배 57살 장 모 씨와 함께 경기도 포천의 청계산에 올랐습니다. 당시는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오뚜기 고개에 오른 두 사람은 이보다 좀 더 높은 강씨봉을 향했습니다. 하지만, 해가 저물면서 주변이 갑자기 어두워진 데다 눈까지 폭설로 변하자, 하산하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들은 급한 마음에 인터넷 지도를 검색해 지름길로 추정되는 경로로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길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오후 6시쯤, 발을 헛디뎌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박 씨는 가볍게 다쳤지만, 장 씨는 걸음을 옮길 수 없을 만큼 중상을 입었습니다. 넘어지는 과정에 박 씨는 휴대전화도 잃어버렸습니다. 박 씨는 선배 장 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오뚜기 고개 부근에서 부상을 당했다고 119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위치를 정확히 설명하기도 전에 배터리 부족으로 전화가 끊기고 말았습니다.

신고를 받은 119 구조대는 물론 의용소방대가 즉시 출동해 수색에 나섰지만, 위치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 사이, 추위 속에 구조대를 기다리던 박 씨는 '이대로 있다가는 위험하다'라고 판단해 일단 홀로 하산한 뒤 재차 신고를 해 장 씨를 다시 찾아오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짙은 어둠 속에 폭설까지 쌓인 탓에 하산 길 역시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2시간 반이면 되는 하산에 무려 5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밤 11시 반쯤 청계산 청계 저수지 부근에 도착한 박 씨는 인근 민가로 가서 재차 신고했고, 119 구조대가 즉시 박 씨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119 관계자는 당시 박 씨가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혀 공황에 가까운 상태를 보였다고 했습니다. 박 씨의 설명으로 다시 사고 지점을 향해 출발한 119 구조대와 의용소방대. 산악 바이크까지 동원해 수색에 나섰지만, 눈이 쌓여 있는 데다 한밤중이어서 정상적인 수색이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10일 오전 7시 반 수색을 재개했지만, 장 씨는 2시간 뒤 저체온증으로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연이어 발생한 두 사고는 겨울 산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자칫 한순간에 목숨마저 잃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단 겨울철에는 산행 자체를 자제할 것을 주문합니다. 산에 갈 경우에는 등산용 스틱과 신발의 미끄러짐을 막는 아이젠 등 안전 장비를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겨울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해가 빨리 저무는 만큼, 평상시보다 일찍 하산하는 게 중요합니다.

겨울철에는 추위로 인해 휴대전화 배터리가 훨씬 빨리 방전되는 만큼, 여분의 배터리도 꼭 챙겨야 합니다. 지난 10일 오후, 등산객 박 모 씨는 서울 관악산에 혼자 올랐다 추락 사고를 당했는데 휴대전화로 신고해 40여 분만에 구조됐습니다. 여기에서 보듯, 휴대전화는 구조를 위한 핵심 수단입니다.

등산로 곳곳에 붙어 있는 이정표를 눈여겨 봐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났을 경우, 119에 신고해 '조금 전 어떤 어떤 이정표 근처를 지난 기억이 난다'라는 정도만 알려줘도 수색에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각 지역 소방서에는 이정표별로 정확한 위치를 기록한 지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정표를 이용한 수색은 오차 범위가 수 km에 달하는 휴대전화 위치 추적보다 훨씬 빠르다고, 119구조대와 의용소방대원들은 입을 모읍니다.

또 하나의 핵심 포인트는 '침착'입니다. 정상적인 등산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갑자기 날이 저물어 주변이 어두워졌을 때,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했을 때도 침착함을 잃어선 안 됩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 같지만, 의외로 이 수칙을 지키지 않아 더 큰 사고를 겪기도 합니다. 앞서 포천 청계산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추락 사고 역시, 급한 마음에 정규 등산로를 이탈한 게 주된 원인이 됐습니다.

따라서 하산할 때는 무리하게 지름길을 찾지 말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눈에 띄는 큰 길로 차근차근 내려가는 게 중요합니다.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일단 현재 위치를 지킨 상태에서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신고에 주력하는 게 우선입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위험을 품고 있는 겨울 산. 그만큼 철저히 준비해서 올라야 하고, 항상 긴장해야 합니다. 즐거움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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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2-21 18:09:52
    • 수정2014-02-24 09: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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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어요. 사람이 절벽으로 떨어졌어요!"

지난 16일 오후, 회사로 걸려온 다급한 제보 전화. 경기도 의정부의 수락산에서 등산객이 정상에서 내려오다 낭떠러지로 떨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피해자는 한 산악회 회원인 51살 여성 이 모씨. 119 헬기가 긴급 출동해 구조했지만, 이 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이미 심장이 멈춘 상태였습니다.

제보를 한 남성은 조 모씨. 사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습니다. 수락산 정상에서 이 씨와 우연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게 됐는데, 성격이 밝은 이 씨는 "아들이 좋은 대학을 졸업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산을 위해 걸어가던 이 씨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갑자기 미끄러지면서 50m 아래 절벽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조 씨는 "해당 구간은 평소에도 길이 위험한 데다, 겨울이라 미끄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주변에 어떤 안전 조치도 돼 있지 않더라. 같은 사고를 막으려면 반드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산행 중 발생한 안타까운 인명 피해는 수락산 사고로부터 불과 일주일 전에 또 있었습니다. 지난 9일 오후 47살 박 모 씨는 선배 57살 장 모 씨와 함께 경기도 포천의 청계산에 올랐습니다. 당시는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오뚜기 고개에 오른 두 사람은 이보다 좀 더 높은 강씨봉을 향했습니다. 하지만, 해가 저물면서 주변이 갑자기 어두워진 데다 눈까지 폭설로 변하자, 하산하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들은 급한 마음에 인터넷 지도를 검색해 지름길로 추정되는 경로로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길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오후 6시쯤, 발을 헛디뎌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박 씨는 가볍게 다쳤지만, 장 씨는 걸음을 옮길 수 없을 만큼 중상을 입었습니다. 넘어지는 과정에 박 씨는 휴대전화도 잃어버렸습니다. 박 씨는 선배 장 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오뚜기 고개 부근에서 부상을 당했다고 119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위치를 정확히 설명하기도 전에 배터리 부족으로 전화가 끊기고 말았습니다.

신고를 받은 119 구조대는 물론 의용소방대가 즉시 출동해 수색에 나섰지만, 위치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 사이, 추위 속에 구조대를 기다리던 박 씨는 '이대로 있다가는 위험하다'라고 판단해 일단 홀로 하산한 뒤 재차 신고를 해 장 씨를 다시 찾아오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짙은 어둠 속에 폭설까지 쌓인 탓에 하산 길 역시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2시간 반이면 되는 하산에 무려 5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밤 11시 반쯤 청계산 청계 저수지 부근에 도착한 박 씨는 인근 민가로 가서 재차 신고했고, 119 구조대가 즉시 박 씨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119 관계자는 당시 박 씨가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혀 공황에 가까운 상태를 보였다고 했습니다. 박 씨의 설명으로 다시 사고 지점을 향해 출발한 119 구조대와 의용소방대. 산악 바이크까지 동원해 수색에 나섰지만, 눈이 쌓여 있는 데다 한밤중이어서 정상적인 수색이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10일 오전 7시 반 수색을 재개했지만, 장 씨는 2시간 뒤 저체온증으로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연이어 발생한 두 사고는 겨울 산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자칫 한순간에 목숨마저 잃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단 겨울철에는 산행 자체를 자제할 것을 주문합니다. 산에 갈 경우에는 등산용 스틱과 신발의 미끄러짐을 막는 아이젠 등 안전 장비를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겨울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해가 빨리 저무는 만큼, 평상시보다 일찍 하산하는 게 중요합니다.

겨울철에는 추위로 인해 휴대전화 배터리가 훨씬 빨리 방전되는 만큼, 여분의 배터리도 꼭 챙겨야 합니다. 지난 10일 오후, 등산객 박 모 씨는 서울 관악산에 혼자 올랐다 추락 사고를 당했는데 휴대전화로 신고해 40여 분만에 구조됐습니다. 여기에서 보듯, 휴대전화는 구조를 위한 핵심 수단입니다.

등산로 곳곳에 붙어 있는 이정표를 눈여겨 봐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났을 경우, 119에 신고해 '조금 전 어떤 어떤 이정표 근처를 지난 기억이 난다'라는 정도만 알려줘도 수색에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각 지역 소방서에는 이정표별로 정확한 위치를 기록한 지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정표를 이용한 수색은 오차 범위가 수 km에 달하는 휴대전화 위치 추적보다 훨씬 빠르다고, 119구조대와 의용소방대원들은 입을 모읍니다.

또 하나의 핵심 포인트는 '침착'입니다. 정상적인 등산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갑자기 날이 저물어 주변이 어두워졌을 때,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했을 때도 침착함을 잃어선 안 됩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 같지만, 의외로 이 수칙을 지키지 않아 더 큰 사고를 겪기도 합니다. 앞서 포천 청계산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추락 사고 역시, 급한 마음에 정규 등산로를 이탈한 게 주된 원인이 됐습니다.

따라서 하산할 때는 무리하게 지름길을 찾지 말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눈에 띄는 큰 길로 차근차근 내려가는 게 중요합니다.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일단 현재 위치를 지킨 상태에서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신고에 주력하는 게 우선입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위험을 품고 있는 겨울 산. 그만큼 철저히 준비해서 올라야 하고, 항상 긴장해야 합니다. 즐거움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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