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간다] 5만 원권 지하경제로 숨다!

입력 2014.02.21 (23:13) 수정 2014.02.2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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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009년 찬반 논란 속에 5만원권이 발행됐죠.

한국은행으로 돌아오는 돈의 비율을 환수율이라고 하는데요.

발행 이후 계속 올라가던 5만원권 환수율이 지난 해 50% 아래로 뚝 떨어졌습니다.

때문에 일부 지역에선 심각한 5만원권 품귀 현상이 빚 어지고 있는데요.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은 무려 40조원인데, 문제는 이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김대영 기자가 5만원권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요즘 시중은행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5만원권입니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녹취> 시중은행 창구 : "많이 부족하죠. 5만원권만 주로 많이 찾으시니까 고객님들이..."

<녹취> 시중은행 창구 : "옛날에는 백 만원 찾을 거면 천 만원 그냥 한 번에 찾으시고 그런 비율이 늘어나니까."

5만원권 부족현상은 지역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곳 울산이 대표적입니다.

은행 현금지급기에서 5만원권이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울산 지역의 한 금융기관을 찾아가봤습니다.

아예 현금인출기에 5만원권 지급이 안 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녹취> 새마을금고 직원 : "저희 5만원권이 없어 가지고 못 넣어가지고.."

다른 은행도 '5만원권 출금 불가'라는 문구를 현금지급기에 붙여놓았습니다.

다들 5만원권이 부족해 쩔쩔매고 있습니다.

<녹취> 은행 직원 : "고객들이 5만원짜리 위주로만 찾아가버리기 때문에 실제로 5만원 수급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이) 청구를 받아주지를 않으니까."

이렇다보니 일반 시민들은 아예 5만원권을 인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상기(울산 자영업자) : "( 왜 만원짜리로 하셨나요?) 아~ 여기는 오래 전부터 5만원권이 현금인 출기에 잘 안 나와요. 없어요. 고액 많이 찾을 때는 불편하죠."

지역 재래시장을 찾아가봤습니다.

5만원권을 내는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녹취> 재래시장 상인 : "5만원짜리 거의 안 들어와요. 없어요. 아예 없어요. 몇 달 전에만 해도 5만원짜리 많이 나왔는데 ."

5만원권은 찬반 논란 끝에 지난 2009년 처음 등장했습니다.

지난 해까지 5년 동안 40조원어치가 발행돼 전체 발행잔고(63조원)의 6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발행된 5만원권 가운데 한국은행으로 돌아온 비율을 뜻하는 환수율은 줄곧 상승추세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해에 처음으로 13%p가 급락했습니다.

신규 발행액 7조9천억원 가운데 4조원 넘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지역별 편차도 컸습니다.

부산울산경남이 25%로 가장 낮았고, 대구경북이 26.7%, 경기 30, 대전충청이 43%였습니다.

이렇게 시중에선 5만원권 부족현상이 빚어지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원인파악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환수율 자체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5만원권 발행을 주도했던 한국은행은 5만원권 부족 현상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한국은행 관계자 : "저희들이 제일 답답한 것은 전혀 경제적인 의미도 없는 환수율에 매달리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 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일반 시민들에게 현금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3만원도 안 갖고 있는 사람이 가장 많았고...

30만원 이상은 소수였습니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1인당 평균 보유액은 8만4천원.

5만원권은 2명당 1명꼴로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윤한진(회사원) : "(현금 많이 안 갖고 다니시네요?) 네. 왜 그러시죠?"

우선은 뭐 대부분 요즘 카드결제를 많이 하니까 현금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못 느 끼고요.

<인터뷰> 여연진(회사원) : "(평소에 얼마 정도 갖고 다니세요?) 한 3만원 정도.. (그럼 5만원짜리 많이 찾아본 적 있으세요?) 아니요. 거의 안 찾아봤는데. 네. 안 찾아봤어요. (왜요?) 쓸 일이 별로..5만원권은 쓸 일이 별로 없어서.."

<인터뷰> 조영무(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현재 시중에 풀려있는 5만원권의 규모가 30~40조원 정도로 추산이 되는데요. 우리나라 인구 5천만명을 가정해볼 때 1인당 약 60~80만원 정도의 금액을 가지고 이어야 정상적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많은 금액을 가지고 계신 분은 많지 않을 것 같고요. 이에 따라서 소수의 사람들이 많은 5만원권을 집중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서울의 한 금고판매점...

아침부터 배달 준비로 분주합니다.

<녹취> 금고판매점 직원 : "무실도 있고 가정집도 있고 그래요.."

요즘은 도둑을 막는 방도금고가 인깁니다.

2중 잠금장치에 강철 소재로 무게가 600킬로그램이 넘습니다.

<녹취> 금고판매점 직원 : "이런 데다 해야지 일반 내화금고는 도난의 위험이 있어요."

방도금고가 팔려나가는 곳은 이른바 부자동네입니다.

<녹취> 금고배달 기사 : "평창동 성북동, 강남으로 따지면 도곡동 역삼동, 압구정동이죠. 의사, 변호사, 사업하시는 분도 계시고..권력층에 있다 은퇴하신 분도 계시고.."

금고는 집 안에서도 은밀하게 놓여집니다.

<녹취> 금고배달 기사 : "진열장 짜가지고 진열장 안에 놓는다든가 거기다가 뭘 씌워 놓는다든가 그렇게 했습니다."

금고구매자들이 특히 신경을 쓰는 건 보안입니다.

<녹취> 금고배달 기사 : "남들이 자고 그럴 때 좀 늦게 오라는 분도 계세요. 그리고 금고 같지 않게 뭘 씌워서 오라든가 그렇게 주문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부유층들의 금고 속에는 뭐가 있을까?

<녹취> 금고 수리 기사 : "금고가 잠겼다고 해서 열어달라고 해서 열러 갔는데요. 열고 났는데 보니까 5만원권 지폐가 이만큼 들어가 있더라 이거죠."

금융권에서는 시중에서 사라진 5만원권이 대부분 부유층들의 금고나 장롱에서 잠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시중은행 직원 : "돈을 저희한테 교환하러 오거나 들고오면 돈을 이렇게 쌓아두다 보면 밑의 부분은 막 짓눌려있어요. 눌러붙든가. 그런 경우를 보면 아, 이건 금고에서 나온 돈이구나, 이런 느낌을 받거든요. "

지난 2009년 5만원권 등장으로 거액의 현금을 보유하거나 전달하는 게 매우 쉬워졌습니다.

1억원은 5만원권 다발 2개로 무게는 2킬로그램도 안됩니다.

와인 2병이 들어가는 작은 상자에 32다발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하면 1억 6천만원..

케이크 상자에는 3억 5천만원이나 담깁니다.

가정용 금고에는 5만원권 20억원 이상 보관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 해 5만원권 환수율이 뚝 떨어진 이유로 정부의 전방위적 세금추징을 지목합니다.

<녹취> 세무사 : "2013년부텨 세금을 징수하고자 하는 의도가 진짜 강하거든요. 모든 걸 다 추징하니까 규모가 크든 작든."

지난 해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내려갔습니다.

거액자산가들은 이자 소득을 줄이기 위해 은행에서 뭉칫돈을 빼냈습니다.

5개 시중은행의 10억원 초과 예금은 지난 해 8월말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7조원이 줄어들었습니다.

지난 해에는 또 금융정보분석원이 2,000만원 이상 고액 입출금 내역을 분석해 국세청 등에 통보하도록 하는 법개정이 이뤄졌습니다.

<녹취> 세무사 : "현금이 많이 필요한 사람들은 그거 찾을 때마다 국세청에 통보하니까 그거 피하기 위해서 은행에서 미리 5만원권을 인출해 놓으면 그걸 다시 입금하지 않고...."

5만원권 환수율은 지난 해 초 계속 올라가다 관련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던 4월에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습니다.

은행에서 5만원짜리가 사라진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녹취> 시중은행 직원 : "작년 5월부터 5만원짜리가 안 나왔어요. "

지난 해부터 부자들 사이에선 이른바 3계명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비싼 물건은 당분간 사지 않고, 부득이할 경우 현금을 쓰고, 현금영수증은 절대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녹취> 중소기업 대표 : "요즘은 웬만하면 카드를 안 쓰고 현금으로 다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카드는 소득까지 파악이 되고 하니까.."

<녹취> 사업가 : "내가 1년에 쓰는 정도가 종합세와 관련되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내 소득을 줄여야 하니까"

물건을 살 때뿐만 아니라 서로 돈을 주고받을 때도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녹취> 사업가 : "큰 돈은 다 현금으로 받는 거 같아요. 저는. 저희들도 받았을 때 상환을 할 때는 현금으로 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죠."

자녀에게 현금 증여나 상속 목적으로 아예 금고를 사주는 부모도 많습니다.

<녹취> 금고판매점 직원 : "요즘은 부모가 자녀한테 선물을 해요."

<녹취> 사업가 : "매번 찾아갈 때마다 현금으로, 보통 300만 원에서 천 만원 정도."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

수술비를 대폭 깎아주겠다며 현금 결제를 노골적으로 유도합니다.

<녹취> 00성형외과 : "350정도 나오세요. 50만 원 넘게 빠지시는 거에요. 현금으로 해서 그렇게 하시는 건 어떠세요?"

악기나 가구, 전자제품 같은 고가 제품을 파는 업체도 마찬가집니다.

현금을 낼 경우 많게는 20%까지 깎아줍니다.

<녹취>전자제품 판매점 : "710만원, 현금가에요. 현금으로 하시면 DC를 해드릴수가 있는데.."

카드 결제는 과세를 피할 수 없지만 현금 거래는 얼마든지 감출 수 있습니다.

또 임대료와 고액 과외비 같이 잘 드러나지 않는 소득, 유흥업소, 도박장, 사채와 같이 떳떳하지 못한 소득도 마찬가집니다.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돈다발 형태로 유통됩니다.

이른바 지하경제입니다.

<녹취> 룸살롱 사장 : "5만원권은 금고에다 현금으로 갖고 있는 사람 많아. 요즘은 천만원 2천만원 계좌송금하면 다 나오잖아. 내역이. 그러니까 그걸 운반하는 거지. 서로 주고받고 하는거지."

불법 소득(도박) 마늘밭 5만원권 22만장..110억원 발견

불법 소득 여의도 창고 5만원권 1만6천장, 8억원 발견

탈세 병원장 집 5만원권 4만8천장..24억원발견

뇌물 한수원 간부집 5만원권 만2천장..6억원 발견

<인터뷰> 권영준(경희대 경영대 교수) : "이미 신용카드가 있고 전자이체가 있고, 온라인뱅킹 그다음에 요즘엔 스마트폰 뱅킹 뭐 소액결제 무수하게 많은 결제방법이 있는데 누가 고액화폐를 좋아하느냐, 뇌물 받는 사람 또는 상속 증여세 회피하고 싶은 사람, 전부 지하경제로 들어가는 것들 아닙니까."

국민들의 편익과 화폐발행 비용 감소라는 이유로 발행된 5만원권.

하지만 꼬리표가 없는 5만원권이 지하경제로 흘러들 것이라는 발행 당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더구나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 증대라는 현 정부의 정책목표와 달리 지하경제가 활성화되는 역설적 상황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해 국세 세수 부족분은 8조 5천억원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였습니다.

<앵커 멘트>

캐쉬 이코노미, 즉 현금경제는 지하경제와 밀접합니다.

지하경제가 확대되면 세수부족에 따라 재정이 악화되고 다시 세금이 오르고 지하경제는 확대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죠.

지혜롭게 해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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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가 간다] 5만 원권 지하경제로 숨다!
    • 입력 2014-02-21 20:40:07
    • 수정2014-02-25 14:19:11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지난 2009년 찬반 논란 속에 5만원권이 발행됐죠.

한국은행으로 돌아오는 돈의 비율을 환수율이라고 하는데요.

발행 이후 계속 올라가던 5만원권 환수율이 지난 해 50% 아래로 뚝 떨어졌습니다.

때문에 일부 지역에선 심각한 5만원권 품귀 현상이 빚 어지고 있는데요.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은 무려 40조원인데, 문제는 이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김대영 기자가 5만원권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요즘 시중은행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5만원권입니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녹취> 시중은행 창구 : "많이 부족하죠. 5만원권만 주로 많이 찾으시니까 고객님들이..."

<녹취> 시중은행 창구 : "옛날에는 백 만원 찾을 거면 천 만원 그냥 한 번에 찾으시고 그런 비율이 늘어나니까."

5만원권 부족현상은 지역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곳 울산이 대표적입니다.

은행 현금지급기에서 5만원권이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울산 지역의 한 금융기관을 찾아가봤습니다.

아예 현금인출기에 5만원권 지급이 안 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녹취> 새마을금고 직원 : "저희 5만원권이 없어 가지고 못 넣어가지고.."

다른 은행도 '5만원권 출금 불가'라는 문구를 현금지급기에 붙여놓았습니다.

다들 5만원권이 부족해 쩔쩔매고 있습니다.

<녹취> 은행 직원 : "고객들이 5만원짜리 위주로만 찾아가버리기 때문에 실제로 5만원 수급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이) 청구를 받아주지를 않으니까."

이렇다보니 일반 시민들은 아예 5만원권을 인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상기(울산 자영업자) : "( 왜 만원짜리로 하셨나요?) 아~ 여기는 오래 전부터 5만원권이 현금인 출기에 잘 안 나와요. 없어요. 고액 많이 찾을 때는 불편하죠."

지역 재래시장을 찾아가봤습니다.

5만원권을 내는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녹취> 재래시장 상인 : "5만원짜리 거의 안 들어와요. 없어요. 아예 없어요. 몇 달 전에만 해도 5만원짜리 많이 나왔는데 ."

5만원권은 찬반 논란 끝에 지난 2009년 처음 등장했습니다.

지난 해까지 5년 동안 40조원어치가 발행돼 전체 발행잔고(63조원)의 6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발행된 5만원권 가운데 한국은행으로 돌아온 비율을 뜻하는 환수율은 줄곧 상승추세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해에 처음으로 13%p가 급락했습니다.

신규 발행액 7조9천억원 가운데 4조원 넘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지역별 편차도 컸습니다.

부산울산경남이 25%로 가장 낮았고, 대구경북이 26.7%, 경기 30, 대전충청이 43%였습니다.

이렇게 시중에선 5만원권 부족현상이 빚어지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원인파악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환수율 자체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5만원권 발행을 주도했던 한국은행은 5만원권 부족 현상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한국은행 관계자 : "저희들이 제일 답답한 것은 전혀 경제적인 의미도 없는 환수율에 매달리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 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일반 시민들에게 현금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3만원도 안 갖고 있는 사람이 가장 많았고...

30만원 이상은 소수였습니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1인당 평균 보유액은 8만4천원.

5만원권은 2명당 1명꼴로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윤한진(회사원) : "(현금 많이 안 갖고 다니시네요?) 네. 왜 그러시죠?"

우선은 뭐 대부분 요즘 카드결제를 많이 하니까 현금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못 느 끼고요.

<인터뷰> 여연진(회사원) : "(평소에 얼마 정도 갖고 다니세요?) 한 3만원 정도.. (그럼 5만원짜리 많이 찾아본 적 있으세요?) 아니요. 거의 안 찾아봤는데. 네. 안 찾아봤어요. (왜요?) 쓸 일이 별로..5만원권은 쓸 일이 별로 없어서.."

<인터뷰> 조영무(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현재 시중에 풀려있는 5만원권의 규모가 30~40조원 정도로 추산이 되는데요. 우리나라 인구 5천만명을 가정해볼 때 1인당 약 60~80만원 정도의 금액을 가지고 이어야 정상적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많은 금액을 가지고 계신 분은 많지 않을 것 같고요. 이에 따라서 소수의 사람들이 많은 5만원권을 집중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서울의 한 금고판매점...

아침부터 배달 준비로 분주합니다.

<녹취> 금고판매점 직원 : "무실도 있고 가정집도 있고 그래요.."

요즘은 도둑을 막는 방도금고가 인깁니다.

2중 잠금장치에 강철 소재로 무게가 600킬로그램이 넘습니다.

<녹취> 금고판매점 직원 : "이런 데다 해야지 일반 내화금고는 도난의 위험이 있어요."

방도금고가 팔려나가는 곳은 이른바 부자동네입니다.

<녹취> 금고배달 기사 : "평창동 성북동, 강남으로 따지면 도곡동 역삼동, 압구정동이죠. 의사, 변호사, 사업하시는 분도 계시고..권력층에 있다 은퇴하신 분도 계시고.."

금고는 집 안에서도 은밀하게 놓여집니다.

<녹취> 금고배달 기사 : "진열장 짜가지고 진열장 안에 놓는다든가 거기다가 뭘 씌워 놓는다든가 그렇게 했습니다."

금고구매자들이 특히 신경을 쓰는 건 보안입니다.

<녹취> 금고배달 기사 : "남들이 자고 그럴 때 좀 늦게 오라는 분도 계세요. 그리고 금고 같지 않게 뭘 씌워서 오라든가 그렇게 주문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부유층들의 금고 속에는 뭐가 있을까?

<녹취> 금고 수리 기사 : "금고가 잠겼다고 해서 열어달라고 해서 열러 갔는데요. 열고 났는데 보니까 5만원권 지폐가 이만큼 들어가 있더라 이거죠."

금융권에서는 시중에서 사라진 5만원권이 대부분 부유층들의 금고나 장롱에서 잠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시중은행 직원 : "돈을 저희한테 교환하러 오거나 들고오면 돈을 이렇게 쌓아두다 보면 밑의 부분은 막 짓눌려있어요. 눌러붙든가. 그런 경우를 보면 아, 이건 금고에서 나온 돈이구나, 이런 느낌을 받거든요. "

지난 2009년 5만원권 등장으로 거액의 현금을 보유하거나 전달하는 게 매우 쉬워졌습니다.

1억원은 5만원권 다발 2개로 무게는 2킬로그램도 안됩니다.

와인 2병이 들어가는 작은 상자에 32다발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하면 1억 6천만원..

케이크 상자에는 3억 5천만원이나 담깁니다.

가정용 금고에는 5만원권 20억원 이상 보관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 해 5만원권 환수율이 뚝 떨어진 이유로 정부의 전방위적 세금추징을 지목합니다.

<녹취> 세무사 : "2013년부텨 세금을 징수하고자 하는 의도가 진짜 강하거든요. 모든 걸 다 추징하니까 규모가 크든 작든."

지난 해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내려갔습니다.

거액자산가들은 이자 소득을 줄이기 위해 은행에서 뭉칫돈을 빼냈습니다.

5개 시중은행의 10억원 초과 예금은 지난 해 8월말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7조원이 줄어들었습니다.

지난 해에는 또 금융정보분석원이 2,000만원 이상 고액 입출금 내역을 분석해 국세청 등에 통보하도록 하는 법개정이 이뤄졌습니다.

<녹취> 세무사 : "현금이 많이 필요한 사람들은 그거 찾을 때마다 국세청에 통보하니까 그거 피하기 위해서 은행에서 미리 5만원권을 인출해 놓으면 그걸 다시 입금하지 않고...."

5만원권 환수율은 지난 해 초 계속 올라가다 관련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던 4월에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습니다.

은행에서 5만원짜리가 사라진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녹취> 시중은행 직원 : "작년 5월부터 5만원짜리가 안 나왔어요. "

지난 해부터 부자들 사이에선 이른바 3계명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비싼 물건은 당분간 사지 않고, 부득이할 경우 현금을 쓰고, 현금영수증은 절대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녹취> 중소기업 대표 : "요즘은 웬만하면 카드를 안 쓰고 현금으로 다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카드는 소득까지 파악이 되고 하니까.."

<녹취> 사업가 : "내가 1년에 쓰는 정도가 종합세와 관련되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내 소득을 줄여야 하니까"

물건을 살 때뿐만 아니라 서로 돈을 주고받을 때도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녹취> 사업가 : "큰 돈은 다 현금으로 받는 거 같아요. 저는. 저희들도 받았을 때 상환을 할 때는 현금으로 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죠."

자녀에게 현금 증여나 상속 목적으로 아예 금고를 사주는 부모도 많습니다.

<녹취> 금고판매점 직원 : "요즘은 부모가 자녀한테 선물을 해요."

<녹취> 사업가 : "매번 찾아갈 때마다 현금으로, 보통 300만 원에서 천 만원 정도."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

수술비를 대폭 깎아주겠다며 현금 결제를 노골적으로 유도합니다.

<녹취> 00성형외과 : "350정도 나오세요. 50만 원 넘게 빠지시는 거에요. 현금으로 해서 그렇게 하시는 건 어떠세요?"

악기나 가구, 전자제품 같은 고가 제품을 파는 업체도 마찬가집니다.

현금을 낼 경우 많게는 20%까지 깎아줍니다.

<녹취>전자제품 판매점 : "710만원, 현금가에요. 현금으로 하시면 DC를 해드릴수가 있는데.."

카드 결제는 과세를 피할 수 없지만 현금 거래는 얼마든지 감출 수 있습니다.

또 임대료와 고액 과외비 같이 잘 드러나지 않는 소득, 유흥업소, 도박장, 사채와 같이 떳떳하지 못한 소득도 마찬가집니다.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돈다발 형태로 유통됩니다.

이른바 지하경제입니다.

<녹취> 룸살롱 사장 : "5만원권은 금고에다 현금으로 갖고 있는 사람 많아. 요즘은 천만원 2천만원 계좌송금하면 다 나오잖아. 내역이. 그러니까 그걸 운반하는 거지. 서로 주고받고 하는거지."

불법 소득(도박) 마늘밭 5만원권 22만장..110억원 발견

불법 소득 여의도 창고 5만원권 1만6천장, 8억원 발견

탈세 병원장 집 5만원권 4만8천장..24억원발견

뇌물 한수원 간부집 5만원권 만2천장..6억원 발견

<인터뷰> 권영준(경희대 경영대 교수) : "이미 신용카드가 있고 전자이체가 있고, 온라인뱅킹 그다음에 요즘엔 스마트폰 뱅킹 뭐 소액결제 무수하게 많은 결제방법이 있는데 누가 고액화폐를 좋아하느냐, 뇌물 받는 사람 또는 상속 증여세 회피하고 싶은 사람, 전부 지하경제로 들어가는 것들 아닙니까."

국민들의 편익과 화폐발행 비용 감소라는 이유로 발행된 5만원권.

하지만 꼬리표가 없는 5만원권이 지하경제로 흘러들 것이라는 발행 당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더구나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 증대라는 현 정부의 정책목표와 달리 지하경제가 활성화되는 역설적 상황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해 국세 세수 부족분은 8조 5천억원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였습니다.

<앵커 멘트>

캐쉬 이코노미, 즉 현금경제는 지하경제와 밀접합니다.

지하경제가 확대되면 세수부족에 따라 재정이 악화되고 다시 세금이 오르고 지하경제는 확대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죠.

지혜롭게 해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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