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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백화점 진출한 ‘골목 수제화’ 신어보셨나요?
입력 2014.02.22 (19:05) 수정 2014.02.22 (19:50) 취재후
이른바 ‘싸롱화’ 신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발 치수를 재서 본을 뜨고 좋은 가죽으로 만들어내는 고급 수제화를 예전에 싸롱화(살롱화의 거센 발음이겠죠?) 라고 불렀는데요. 30년 전만 해도 명동에는 이런 수제화 가게들이 무척 많았다고 합니다. 옷 좀 입고, 신 좀 신는다는 전국의 멋쟁이들은 기성 구두를 신지 않고 싸롱화를 맞춰서 신었다는데요. 맞춤 양복이 점점 자리를 잃어가듯, 수제화도 점점 찾는 사람이 줄었습니다. 일단, 장인이 손으로 직접 만들다 보니 가격이 비쌌고, 디자인이 기성품만큼 다양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었던 거죠.



명동에서 사라진 수제화의 장인들, 서울 성수동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피혁 업체들이 많이 있는 성수동에는, 가죽을 무두질하고 디자인하고 구두로 만들어내는 공장들이 많이 있는데요. 우리가 아는 유명 업체들, 금강이나 소다, 새라구두 이런 브랜드의 제품을 하청받아 납품하는 일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청받아 하는 일감으로는 영세 업체들이 안정된 생계를 유지할 수도 없을뿐더러, 경기가 안 좋아질수록 일감은 떨어져만 갔습니다. 문닫는 업체들도 속출했고, 정말 솜씨 좋은 구두 장인 한 명이 명품 구두를 카피한, 이른바 '짝퉁' 구두를 똑같이 만들어서 팔다가 경찰에 잡히는 불미스러운 일까지 벌어지게 됐죠.



30년 넘게 구두만 만들어 온 장인들 입장에선 내 손으로 만든 구두를 내 이름으로 제값 받고 팔지도 못하고, 좋은 가죽으로 잘 만들고 싶은데 단가를 맞춰야 하니 점점 싸구려 재질을 사용해야 하는 현실도 견디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자, 그럼 이분들이 어떻게 백화점까지 진출하게 됐을까요? 먼저 백화점 매장에 가봤습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는 성동 수제화 브랜드 ‘구두와 장인’매장이 있는데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오면 5층에서 4층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위치해 눈길을 사로잡기에 좋은 위치였습니다. 숙녀화와 신사화 8개 업체들이 들어와 있어서 디자인도 다채롭고, 무엇보다 가죽이 진짜 좋더군요. 외피나 일부에만 가죽을 덧댄 게 아니라 가죽을 통으로 무두질해서 만든데다, 발바닥 안창도 가죽으로 대서 착화감이 좋았습니다. 숙녀화는 굽이 높은 경우, 발이 피곤하지 않도록 가운데 발이 옴폭 들어가는 부분을 한번 잡아줘서 무게가 분산되니, 발끝에 피로감도 훨씬 덜한 느낌이었습니다. 발바닥 쿠션에는 이른바 '에어'가 들어가 있는 구두도 있더군요. 더구나 수제화의 장점은 내 발에 맞게 주문 제작해주는 거잖아요? 발볼이 넓고 발 길이는 짧은 저의 발 사이즈는 233 정도 되는데, 원하는 디자인을 고르니 발 볼은 235로 발 길이는 230으로 주문서를 넣을 수 있었습니다. 공장에서 바로 만들어주신다니, 처음으로 발에 꼭 맞는 하이힐을 신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숙녀화뿐 아니라, 신사화도 마찬가진데요. 한 가지 비밀정보를 알려드리면, 다른 신사화들보다 굽이 살짝 높게 나왔다고 하네요. 키높이가 필요하신 분들에겐 더없이 좋은 신발이겠죠.



각설하고, ‘구두와 장인’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망해가는 성수동 수제화를 살리기 위해 장인들이 힘을 모아 나섰다는 데 있습니다. 성수동엔 현재 300여 개 수제화 업체들이 있고, 이 가운데 150개 업체가 수제화협회에 가입돼 있습니다. 구매도 같이 하고, 판매도 같이 하는, 일종의 협동조합으로 출발한 겁니다. 영세 소상공인이다보니 자금도 없고,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고, 유통 판로는 더더군다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공멸할 순 없으니, 돈도 모으고, 기술도 모으고, 힘도 모아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쉽지 않았죠. 돈을 선뜻 내놓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서울시, 중소기업청, 국회까지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고 다니며 도움도 요청했습니다. ‘구두와 장인’ 여사장님,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절박하다고.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 성수동 공장 사람들, 이거 하나 쳐다보고 있다고 합니다. 제발 성공해야 한다고. 도와달라고요. 다행히 롯데백화점이 나서서 판로를 열어줬는데요. 이윤을 따지는 기업이 문호를 개방했다는 건, 그만큼 장사가 된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잠실 롯데에서 기획전을 했는데 일주일 동안 2억원 어치가 팔렸습니다. '도대체, 어떤 신발이길래...'하고 궁금하신 분들, 한번 가보세요. '구두와 장인’ 잠실 롯데에도, 성수동 구두거리에도 있습니다. 단, 짝퉁을 조심하셔야 해요. ‘구두와 장인’을 사칭하는 중국산 저가 신발이 벌써부터 판을 치고 있다고 합니다.***
  • [취재후] 백화점 진출한 ‘골목 수제화’ 신어보셨나요?
    • 입력 2014-02-22 19:05:18
    • 수정2014-02-22 19:50:01
    취재후
이른바 ‘싸롱화’ 신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발 치수를 재서 본을 뜨고 좋은 가죽으로 만들어내는 고급 수제화를 예전에 싸롱화(살롱화의 거센 발음이겠죠?) 라고 불렀는데요. 30년 전만 해도 명동에는 이런 수제화 가게들이 무척 많았다고 합니다. 옷 좀 입고, 신 좀 신는다는 전국의 멋쟁이들은 기성 구두를 신지 않고 싸롱화를 맞춰서 신었다는데요. 맞춤 양복이 점점 자리를 잃어가듯, 수제화도 점점 찾는 사람이 줄었습니다. 일단, 장인이 손으로 직접 만들다 보니 가격이 비쌌고, 디자인이 기성품만큼 다양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었던 거죠.



명동에서 사라진 수제화의 장인들, 서울 성수동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피혁 업체들이 많이 있는 성수동에는, 가죽을 무두질하고 디자인하고 구두로 만들어내는 공장들이 많이 있는데요. 우리가 아는 유명 업체들, 금강이나 소다, 새라구두 이런 브랜드의 제품을 하청받아 납품하는 일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청받아 하는 일감으로는 영세 업체들이 안정된 생계를 유지할 수도 없을뿐더러, 경기가 안 좋아질수록 일감은 떨어져만 갔습니다. 문닫는 업체들도 속출했고, 정말 솜씨 좋은 구두 장인 한 명이 명품 구두를 카피한, 이른바 '짝퉁' 구두를 똑같이 만들어서 팔다가 경찰에 잡히는 불미스러운 일까지 벌어지게 됐죠.



30년 넘게 구두만 만들어 온 장인들 입장에선 내 손으로 만든 구두를 내 이름으로 제값 받고 팔지도 못하고, 좋은 가죽으로 잘 만들고 싶은데 단가를 맞춰야 하니 점점 싸구려 재질을 사용해야 하는 현실도 견디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자, 그럼 이분들이 어떻게 백화점까지 진출하게 됐을까요? 먼저 백화점 매장에 가봤습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는 성동 수제화 브랜드 ‘구두와 장인’매장이 있는데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오면 5층에서 4층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위치해 눈길을 사로잡기에 좋은 위치였습니다. 숙녀화와 신사화 8개 업체들이 들어와 있어서 디자인도 다채롭고, 무엇보다 가죽이 진짜 좋더군요. 외피나 일부에만 가죽을 덧댄 게 아니라 가죽을 통으로 무두질해서 만든데다, 발바닥 안창도 가죽으로 대서 착화감이 좋았습니다. 숙녀화는 굽이 높은 경우, 발이 피곤하지 않도록 가운데 발이 옴폭 들어가는 부분을 한번 잡아줘서 무게가 분산되니, 발끝에 피로감도 훨씬 덜한 느낌이었습니다. 발바닥 쿠션에는 이른바 '에어'가 들어가 있는 구두도 있더군요. 더구나 수제화의 장점은 내 발에 맞게 주문 제작해주는 거잖아요? 발볼이 넓고 발 길이는 짧은 저의 발 사이즈는 233 정도 되는데, 원하는 디자인을 고르니 발 볼은 235로 발 길이는 230으로 주문서를 넣을 수 있었습니다. 공장에서 바로 만들어주신다니, 처음으로 발에 꼭 맞는 하이힐을 신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숙녀화뿐 아니라, 신사화도 마찬가진데요. 한 가지 비밀정보를 알려드리면, 다른 신사화들보다 굽이 살짝 높게 나왔다고 하네요. 키높이가 필요하신 분들에겐 더없이 좋은 신발이겠죠.



각설하고, ‘구두와 장인’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망해가는 성수동 수제화를 살리기 위해 장인들이 힘을 모아 나섰다는 데 있습니다. 성수동엔 현재 300여 개 수제화 업체들이 있고, 이 가운데 150개 업체가 수제화협회에 가입돼 있습니다. 구매도 같이 하고, 판매도 같이 하는, 일종의 협동조합으로 출발한 겁니다. 영세 소상공인이다보니 자금도 없고,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고, 유통 판로는 더더군다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공멸할 순 없으니, 돈도 모으고, 기술도 모으고, 힘도 모아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쉽지 않았죠. 돈을 선뜻 내놓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서울시, 중소기업청, 국회까지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고 다니며 도움도 요청했습니다. ‘구두와 장인’ 여사장님,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절박하다고.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 성수동 공장 사람들, 이거 하나 쳐다보고 있다고 합니다. 제발 성공해야 한다고. 도와달라고요. 다행히 롯데백화점이 나서서 판로를 열어줬는데요. 이윤을 따지는 기업이 문호를 개방했다는 건, 그만큼 장사가 된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잠실 롯데에서 기획전을 했는데 일주일 동안 2억원 어치가 팔렸습니다. '도대체, 어떤 신발이길래...'하고 궁금하신 분들, 한번 가보세요. '구두와 장인’ 잠실 롯데에도, 성수동 구두거리에도 있습니다. 단, 짝퉁을 조심하셔야 해요. ‘구두와 장인’을 사칭하는 중국산 저가 신발이 벌써부터 판을 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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