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탱크 배터리도 내다 판다”

입력 2014.02.27 (11:45) 수정 2014.02.2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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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가 말하는 북한군 실태 “북한군 내부 부정부패. 기강해이 심각” 북한군, 과연 전쟁수행 능력 있는가?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이 24일 시작됐다. 워 게임(War Game) 형식의 지휘소 연습인 ‘키 리졸브’는 3월 6일까지,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 연습’은 4월 18일까지 진행된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 모처럼 조성된 화해 분위기를 의식한 듯, 남과 북은 군사훈련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연합 군사훈련을 로우 키(low key)로 진행하고 있고, 북한도 지난해엔 하루 700회까지 출격하던 전투기 훈련을 올해엔 하루 100회 미만으로 대응훈련을 축소했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대로 북한군은 연료부족으로 훈련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 북한군 장교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군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자료1> 한미 연합군사훈련

▶장기간 경제난으로 부정부패 심각 -북한에서는 지난 99년 이후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은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연료 부족 때문이다. 북한군 탱크 부대 장교로 근무한 뒤 2008년 탈북한 A씨는, “우리는 연료를 많이 쓰는 탱크부대이다. 그런데 1년 동안 탱크가 30분 내지 한 시간 발동을 걸면 좀 많이 걸었다고 할 정도다. 연료 사정 때문에 1년 동안 1시간 발동 걸면 걸고, 못 걸었다면 정비할 때 이 탱크가 정상인가 알아보려고 시동을 한 번 거는 그런 정도다. 실제 기동을 못해보는 거다" 라고 말했다. A씨는 “그런데 1년에 한번 기동하는데 그게 언제냐 하면 3월에 남한에서 합동훈련을 할 때이다. 이때는 연병장에 있던 탱크를 기동해 갱도로 들어간다. 내가 군복무할 때도 3월에 갱도생활 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자료2> 북한군 탱크 부대 야외훈련

-북한에 경제난.식량난이 장기화되면서 북한군 내부에서는 부대 물품을 내다팔아 생활비로 조달하는 등 부정부패가 심각하다고 한다. 이는 연료 부족 현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탈북자 B씨는 “사단.군단에서 보급되는 연료를 연대.대대 보급장교들이 도둑질하고 뒤로 빼돌려서 사회에 팔아서 자기 돈벌이를 한다. 연료 공급장. 연료 창고장 하는 놈들이 연료 생기는 족족 뽑아내간다. 그걸 자기 통장에 돈으로 저금하고. 실제로는 훈련으로 다 한다고 해놓고선 그걸 다 팔아먹는다.“ 라고 말했다. 식량도 마찬가지다. 북한군 1일 공급량이 800g인데, 그게 내려오며 떼이면서 정작 손에 쥐는 건 500g 정도라고 한다. 탈북자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오죽하면 사병들이 뭐라는줄 아는가? 소대는 소소하게 떼먹고 중대는 중간중간 떼먹고, 대대는 대대적으로 떼먹고 연대는 연속 떼어먹고, 그런 말이 나온다."

▶“탱크 배터리도 팔아먹는다” -빼돌리는 부대 물품은 식량.피복.유류 등 다양한데 그중에 최고가 탱크 배터리라고 한다. 북한에선 통상 하루 2시간 정도 전기가 공급되는데, 돈 있는 사람들은 어지간한 전기제품들은 거의 다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제품을 쓰기 위해 각자 배터리를 소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탱크 부대 출신 탈북자 A씨는, “배터리 중에서 탱크 배터리가 가장 성능이 좋다. 수입제품도 있고 국산도 있는데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비싼 값에 팔린다. 쌀 40kg 정도 살 수 있는 돈이다. 감시하는 눈 때문에 일반 장마당에는 내놓지도 못한다.“ -배터리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을텐데... 그럼 배터리 없는 탱크는 어떻게 움직일까? A씨는, “배터리 없는 탱크를 움직일 필요가 생기면, 멀쩡한 다른 탱크가 견인하거나 끌차를 동원하기도 한다. 끌차란, 대형 트럭을 말하는 거다.“ 라고 말했다.


자료3> 북한군 탱크

-북한군 내부에선 어쩌다 이렇게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됐을까? 북한군 장교 출신 탈북자들을 인터뷰해 북한군 실태조사를 벌인 한국국방연구원의 김진무 안보전략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장교들 생활이 문제다. 배급제가 붕괴되고, 2000년대 초반부터 각 부대가 알아서 생계를 유지하도록 했다. 문제는 장교들이다. 보급도 잘 안 돼고 시장의 물가는 폭등하니 봉급만으로는 살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라고 분석했다. 탈북자 C씨는, "봉급은 제때 나오는 편이다. 국정가격으로 초급장교 월급이 북한돈 5천원 정도이다. 그런데, 시장에서 쌀 1kg에 예전엔 2천원 하던 것이 지금은 6천원으로 올랐다. 우리 가족은 4명인데, 한 달 생활비가 12만원 정도 들었다. 봉급으로는 못 산다는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자 재주껏 부대 물품을 빼돌려 생활비와 부대 운영비로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부대마다 콩이나 옥수수를 재배하는 등 부업을 통해 생계를 충당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동계훈련은 그럭저럭 하지만, 3월 이후에는 전 부대가 산을 개간하고 부업에 나서느라 본업인 훈련도 제대로 못한다고 한다.


자료4> 북한군 훈련 모습

▶북한군, 과연 전쟁수행 능력 있는가? -이런 상태에서 북한군은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나 있는 것일까? 국방연구원 김진무 책임연구원은“북한군에 만연해 있는 기강해이, 부정부패, 배금주의, 개인 이기주의에도 불구하고 김씨 왕조에 대한 맹목적 충성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적 의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대부분 북한군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이라고 설명했다. 김진무 책임연구원은 "북한군의 개인 이기주의가 만연된 상황이지만 정치적 측면에서 정권 비판, 패배주의로까지 전이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북한군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경제난이 외부 세계에 대한 적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료5> 북한군 훈련 모습

더구나, 북한군은 영관급 이하 장병들에게는 남한군의 실태에 대해 전혀 정보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탈북자 A씨는“적을 잘 알면 적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런데 사병들은 적을 전혀 모른다. 쏘는대로 남한 군대는 쓰러진다고 인식한다. 북한 군인들은 우리가 지금 이렇게 못먹고 못살며 군에 나와서 고생하는 것이 다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 털어놓았다. 북한군 포병 장교 출신 탈북자 D씨는, “북한군에 부정부패가 만연돼 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인 양 착각해선 안된다. 북한은 재래식 전력으로 남한과 경쟁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핵과 미사일, 특수부대 등 비대칭 전력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에겐 최우선적으로 배급이 지급돼 잘 먹이고 훈련도 강도 높게 실시하고 있다. 결코 북한을 만만한 상대로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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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군 “탱크 배터리도 내다 판다”
    • 입력 2014-02-27 11:45:30
    • 수정2014-02-27 11:54:04
    정치
탈북자가 말하는 북한군 실태 “북한군 내부 부정부패. 기강해이 심각” 북한군, 과연 전쟁수행 능력 있는가?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이 24일 시작됐다. 워 게임(War Game) 형식의 지휘소 연습인 ‘키 리졸브’는 3월 6일까지,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 연습’은 4월 18일까지 진행된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 모처럼 조성된 화해 분위기를 의식한 듯, 남과 북은 군사훈련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연합 군사훈련을 로우 키(low key)로 진행하고 있고, 북한도 지난해엔 하루 700회까지 출격하던 전투기 훈련을 올해엔 하루 100회 미만으로 대응훈련을 축소했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대로 북한군은 연료부족으로 훈련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 북한군 장교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군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자료1> 한미 연합군사훈련

▶장기간 경제난으로 부정부패 심각 -북한에서는 지난 99년 이후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은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연료 부족 때문이다. 북한군 탱크 부대 장교로 근무한 뒤 2008년 탈북한 A씨는, “우리는 연료를 많이 쓰는 탱크부대이다. 그런데 1년 동안 탱크가 30분 내지 한 시간 발동을 걸면 좀 많이 걸었다고 할 정도다. 연료 사정 때문에 1년 동안 1시간 발동 걸면 걸고, 못 걸었다면 정비할 때 이 탱크가 정상인가 알아보려고 시동을 한 번 거는 그런 정도다. 실제 기동을 못해보는 거다" 라고 말했다. A씨는 “그런데 1년에 한번 기동하는데 그게 언제냐 하면 3월에 남한에서 합동훈련을 할 때이다. 이때는 연병장에 있던 탱크를 기동해 갱도로 들어간다. 내가 군복무할 때도 3월에 갱도생활 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자료2> 북한군 탱크 부대 야외훈련

-북한에 경제난.식량난이 장기화되면서 북한군 내부에서는 부대 물품을 내다팔아 생활비로 조달하는 등 부정부패가 심각하다고 한다. 이는 연료 부족 현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탈북자 B씨는 “사단.군단에서 보급되는 연료를 연대.대대 보급장교들이 도둑질하고 뒤로 빼돌려서 사회에 팔아서 자기 돈벌이를 한다. 연료 공급장. 연료 창고장 하는 놈들이 연료 생기는 족족 뽑아내간다. 그걸 자기 통장에 돈으로 저금하고. 실제로는 훈련으로 다 한다고 해놓고선 그걸 다 팔아먹는다.“ 라고 말했다. 식량도 마찬가지다. 북한군 1일 공급량이 800g인데, 그게 내려오며 떼이면서 정작 손에 쥐는 건 500g 정도라고 한다. 탈북자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오죽하면 사병들이 뭐라는줄 아는가? 소대는 소소하게 떼먹고 중대는 중간중간 떼먹고, 대대는 대대적으로 떼먹고 연대는 연속 떼어먹고, 그런 말이 나온다."

▶“탱크 배터리도 팔아먹는다” -빼돌리는 부대 물품은 식량.피복.유류 등 다양한데 그중에 최고가 탱크 배터리라고 한다. 북한에선 통상 하루 2시간 정도 전기가 공급되는데, 돈 있는 사람들은 어지간한 전기제품들은 거의 다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제품을 쓰기 위해 각자 배터리를 소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탱크 부대 출신 탈북자 A씨는, “배터리 중에서 탱크 배터리가 가장 성능이 좋다. 수입제품도 있고 국산도 있는데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비싼 값에 팔린다. 쌀 40kg 정도 살 수 있는 돈이다. 감시하는 눈 때문에 일반 장마당에는 내놓지도 못한다.“ -배터리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을텐데... 그럼 배터리 없는 탱크는 어떻게 움직일까? A씨는, “배터리 없는 탱크를 움직일 필요가 생기면, 멀쩡한 다른 탱크가 견인하거나 끌차를 동원하기도 한다. 끌차란, 대형 트럭을 말하는 거다.“ 라고 말했다.


자료3> 북한군 탱크

-북한군 내부에선 어쩌다 이렇게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됐을까? 북한군 장교 출신 탈북자들을 인터뷰해 북한군 실태조사를 벌인 한국국방연구원의 김진무 안보전략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장교들 생활이 문제다. 배급제가 붕괴되고, 2000년대 초반부터 각 부대가 알아서 생계를 유지하도록 했다. 문제는 장교들이다. 보급도 잘 안 돼고 시장의 물가는 폭등하니 봉급만으로는 살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라고 분석했다. 탈북자 C씨는, "봉급은 제때 나오는 편이다. 국정가격으로 초급장교 월급이 북한돈 5천원 정도이다. 그런데, 시장에서 쌀 1kg에 예전엔 2천원 하던 것이 지금은 6천원으로 올랐다. 우리 가족은 4명인데, 한 달 생활비가 12만원 정도 들었다. 봉급으로는 못 산다는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자 재주껏 부대 물품을 빼돌려 생활비와 부대 운영비로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부대마다 콩이나 옥수수를 재배하는 등 부업을 통해 생계를 충당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동계훈련은 그럭저럭 하지만, 3월 이후에는 전 부대가 산을 개간하고 부업에 나서느라 본업인 훈련도 제대로 못한다고 한다.


자료4> 북한군 훈련 모습

▶북한군, 과연 전쟁수행 능력 있는가? -이런 상태에서 북한군은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나 있는 것일까? 국방연구원 김진무 책임연구원은“북한군에 만연해 있는 기강해이, 부정부패, 배금주의, 개인 이기주의에도 불구하고 김씨 왕조에 대한 맹목적 충성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적 의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대부분 북한군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이라고 설명했다. 김진무 책임연구원은 "북한군의 개인 이기주의가 만연된 상황이지만 정치적 측면에서 정권 비판, 패배주의로까지 전이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북한군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경제난이 외부 세계에 대한 적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료5> 북한군 훈련 모습

더구나, 북한군은 영관급 이하 장병들에게는 남한군의 실태에 대해 전혀 정보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탈북자 A씨는“적을 잘 알면 적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런데 사병들은 적을 전혀 모른다. 쏘는대로 남한 군대는 쓰러진다고 인식한다. 북한 군인들은 우리가 지금 이렇게 못먹고 못살며 군에 나와서 고생하는 것이 다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 털어놓았다. 북한군 포병 장교 출신 탈북자 D씨는, “북한군에 부정부패가 만연돼 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인 양 착각해선 안된다. 북한은 재래식 전력으로 남한과 경쟁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핵과 미사일, 특수부대 등 비대칭 전력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에겐 최우선적으로 배급이 지급돼 잘 먹이고 훈련도 강도 높게 실시하고 있다. 결코 북한을 만만한 상대로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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