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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아찔한 보복운전…당신의 가족이라면?
입력 2014.02.27 (18:41) 수정 2014.02.28 (10:38) 취재후·사건후
해가 어스름하게 지고 있던 시각, 한 30대 주부가 승용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군인인, 후배의 남자친구를 함께 면회하고 돌아가는 길이었죠. 차에는 주부의 8살 난 딸아이와 6살 난 남자아이가 타고 있었고요.

그런데 한 승합차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갑자기 끼어들기를 합니다. 100km의 속력으로 달리고 있던 주부는 급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그리고 놀란 마음에 상향등을 깜빡였죠. 이후부터가 문제였습니다. 승합차는 이후 끼어들기를 계속 합니다. 차선을 바꿔서 이득을 볼 만한 상황이 아님에도 말이죠. 두 차례나 더 끼어들기를 하더니, 이번엔 고속도로 1차선에서 갑자기 차를 세워버립니다. 놀란 주부가 급제동을 한 순간 뒤차에 들이받히고 말았습니다.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바로 뒤차는 급하게 핸들을 틀어 사고를 모면했고, 그 뒤를 따르던 차가 주부의 차와 충돌한 것입니다.

급정차 후 문을 열고 내리려던 승합차 운전자는 이 사고를 목격하고 곧바로 속력을 내 가던 길을 갑니다. 주부가 탄 차의 뒷문이 크게 파손됐고, 뒤에서 들이받은 차 역시 에어백이 터질 만큼 충격이 컸습니다. 주부는 사고 후 4주가량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아이들은 물리 치료 뒤 아직도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일 천안-논산 고속도로에서 있었던 '보복운전' 사건의 대략적인 내용입니다.



이 승합차 운전자는 어떻게 됐을까요? 충남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에서 조사를 한차례 받았습니다. 보복운전의 의도가 없었다고 말을 했지만, '차문을 열고 내리려 했던'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혔다는 게 경찰의 말입니다.

이 운전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혐의는 모두 4가지입니다. 교통방해를 해 사람을 다치게 한 점을 물어 '교통방해 치사상 혐의', 달리는 자동차를 흉기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 그리고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달아난 점은 '뺑소니 혐의', 마지막으로 고속도로에서 불법으로 정차했기 때문에,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입니다.

법원이 보복운전을 인정한다면 아무리 가볍게 처벌되더라도 운전자는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겁니다. 보복운전에는 벌금형이 없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돼 가볍게 처벌된다 해도, 징역형의 집행유예이기에, 혹여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 경우 보험사는 전혀 보상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재산상으로도 만만찮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욱하는 마음을 참지 못한 결과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죠.



지난주 금요일 이 기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 간 뒤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 내용 중에는 상향등을 켠 주부가 과잉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요. 자, 그렇다면 이 승합차가 최초 끼어들기를 한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보죠. 블랙박스 화면으로는 꽤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더라도, 블랙박스 영상이 실제보다 통상 2~3배가량 멀게 보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블랙박스는 차 옆 상황까지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시야가 사람의 눈보다 3배가량 넓어, 원근감이 과장될 수 있습니다.) 주부가 느낀 위협감은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더군다나 아이들까지 타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보복운전을 한 승합차 운전자, 분명 뒤차가 밝히는 상향등에 기분이 나빴을 겁니다. 더구나 상향등을 깜빡였던 운전자가 여성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더 함부로 보복운전을 한 것 같다고 피해 운전자는 말합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비상등을 켜거나 손을 한번 흔드는 등, 미안하다는 동작을 취했다면 어땠을까요? 상향등을 여러 번 켰던 주부가 외려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차를 세운 행위는 살인과 맞먹는 범죄임은 명백합니다. 특히 보복운전을 당한 운전자가 당신의 가족이었다면, 여러분은 이 사고를 어떻게 바라보시겠습니까? 취재기자 입장에선, 누가 잘했냐, 잘못했냐를 따지기 전, 그 순간 누군가의 작은 배려가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악성댓글도 적잖았지만, 많은 네티즌들이 댓글을 통해‘배려’와 ‘양보’가 부족한 대한민국의 운전문화를 안타까워했습니다.

기자 7년차...도로 위에서 벌어진 일을 취재하는 동안 뺑소니, 음주운전, 교통사고, 그리고 보복운전까지, 불미스런 사건사고를 보도한 기억밖에 나지 않습니다. 올해는 아직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배려와 양보 문화로 가득한‘도로 위 미담'을 보도해보고 싶습니다.
  • [취재후] 아찔한 보복운전…당신의 가족이라면?
    • 입력 2014-02-27 18:41:01
    • 수정2014-02-28 10:38:45
    취재후·사건후
해가 어스름하게 지고 있던 시각, 한 30대 주부가 승용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군인인, 후배의 남자친구를 함께 면회하고 돌아가는 길이었죠. 차에는 주부의 8살 난 딸아이와 6살 난 남자아이가 타고 있었고요.

그런데 한 승합차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갑자기 끼어들기를 합니다. 100km의 속력으로 달리고 있던 주부는 급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그리고 놀란 마음에 상향등을 깜빡였죠. 이후부터가 문제였습니다. 승합차는 이후 끼어들기를 계속 합니다. 차선을 바꿔서 이득을 볼 만한 상황이 아님에도 말이죠. 두 차례나 더 끼어들기를 하더니, 이번엔 고속도로 1차선에서 갑자기 차를 세워버립니다. 놀란 주부가 급제동을 한 순간 뒤차에 들이받히고 말았습니다.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바로 뒤차는 급하게 핸들을 틀어 사고를 모면했고, 그 뒤를 따르던 차가 주부의 차와 충돌한 것입니다.

급정차 후 문을 열고 내리려던 승합차 운전자는 이 사고를 목격하고 곧바로 속력을 내 가던 길을 갑니다. 주부가 탄 차의 뒷문이 크게 파손됐고, 뒤에서 들이받은 차 역시 에어백이 터질 만큼 충격이 컸습니다. 주부는 사고 후 4주가량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아이들은 물리 치료 뒤 아직도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일 천안-논산 고속도로에서 있었던 '보복운전' 사건의 대략적인 내용입니다.



이 승합차 운전자는 어떻게 됐을까요? 충남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에서 조사를 한차례 받았습니다. 보복운전의 의도가 없었다고 말을 했지만, '차문을 열고 내리려 했던'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혔다는 게 경찰의 말입니다.

이 운전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혐의는 모두 4가지입니다. 교통방해를 해 사람을 다치게 한 점을 물어 '교통방해 치사상 혐의', 달리는 자동차를 흉기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 그리고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달아난 점은 '뺑소니 혐의', 마지막으로 고속도로에서 불법으로 정차했기 때문에,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입니다.

법원이 보복운전을 인정한다면 아무리 가볍게 처벌되더라도 운전자는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겁니다. 보복운전에는 벌금형이 없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돼 가볍게 처벌된다 해도, 징역형의 집행유예이기에, 혹여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 경우 보험사는 전혀 보상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재산상으로도 만만찮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욱하는 마음을 참지 못한 결과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죠.



지난주 금요일 이 기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 간 뒤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 내용 중에는 상향등을 켠 주부가 과잉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요. 자, 그렇다면 이 승합차가 최초 끼어들기를 한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보죠. 블랙박스 화면으로는 꽤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더라도, 블랙박스 영상이 실제보다 통상 2~3배가량 멀게 보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블랙박스는 차 옆 상황까지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시야가 사람의 눈보다 3배가량 넓어, 원근감이 과장될 수 있습니다.) 주부가 느낀 위협감은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더군다나 아이들까지 타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보복운전을 한 승합차 운전자, 분명 뒤차가 밝히는 상향등에 기분이 나빴을 겁니다. 더구나 상향등을 깜빡였던 운전자가 여성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더 함부로 보복운전을 한 것 같다고 피해 운전자는 말합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비상등을 켜거나 손을 한번 흔드는 등, 미안하다는 동작을 취했다면 어땠을까요? 상향등을 여러 번 켰던 주부가 외려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차를 세운 행위는 살인과 맞먹는 범죄임은 명백합니다. 특히 보복운전을 당한 운전자가 당신의 가족이었다면, 여러분은 이 사고를 어떻게 바라보시겠습니까? 취재기자 입장에선, 누가 잘했냐, 잘못했냐를 따지기 전, 그 순간 누군가의 작은 배려가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악성댓글도 적잖았지만, 많은 네티즌들이 댓글을 통해‘배려’와 ‘양보’가 부족한 대한민국의 운전문화를 안타까워했습니다.

기자 7년차...도로 위에서 벌어진 일을 취재하는 동안 뺑소니, 음주운전, 교통사고, 그리고 보복운전까지, 불미스런 사건사고를 보도한 기억밖에 나지 않습니다. 올해는 아직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배려와 양보 문화로 가득한‘도로 위 미담'을 보도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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