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심석희’ 뜰까…괴물 여중생 최민정

입력 2014.02.28 (19:35) 수정 2014.02.2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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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어차피 여긴 쟤가 우승 아냐? 그냥 금메달 주고 다른 선수들 경기 하는게 낫겠네."

28일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열린 제95회 동계체전 쇼트트랙 여자 중학부 3,000m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출발선 앞으로 다가가자 링크 주변의 관객 사이에서 속삭임이 들렸다.

이들이 지칭하는 '당연한 금메달리스트'는 올해 16살의 최민정(서현중)이다.

실제로 경기 장면을 보면 이런 속삭임이 들리는 것도 당연했다.

최민정은 이날 오전 열린 여자 500m 결승에서 44초580만에 결승선을 통과, 2위 김예진(휘경여중·45초579)을 1초 가까이 따돌리고 가볍게 우승했다.

이어진 여자 3,000m 결승에서도 8분04초954의 기록으로 2위 김건희(부산 명진중·8분05초666)를 멀찍이 제치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후미에 처져 있던 최민정이 다섯 바퀴를 남겨두고 앞으로 달려나가자 경쟁자들도 일제히 속도를 붙였지만 한 바퀴 만에 10m 가까이 앞서 나간 그를 아무도 뒤쫓지 못했다.

중학부에서 벌어진 경기 결과이긴 하지만 최민정은 이미 빙상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괴물'로 정평이 난 선수다.

소치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며 '차세대 여왕'이란 별명을 증명한 심석희(17·세화여고) 못잖은 선수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올해 1월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대표 선발전에서 최민정은 고등학생 '언니' 들을 모조리 제치고 전 종목을 석권, 4관왕에 올랐다.

이미 심석희라는 특급 신예의 활약으로 최강 전력을 구축한 대표팀에 올해부터 시니어 무대에 나설 수 있는 최민정까지 가세한다면 2018 평창 동계올림픽까지도 걱정 없는 '괴물 여고생 투톱'을 구축할 수 있다며 빙상인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큰 키에서 나오는 힘이 강점인 심석희와 달리 키 162㎝로 아담한 체격인 최민정의 강점은 자신의 힘을 온전히 얼음판에 싣는 스케이팅에 있다.

심석희와 최민정을 모두 가르치는 조재범 코치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최민정을 가르쳤는데 그전부터 '킥'이 좋아 눈여겨보고 있었다"면서 "순간적으로 속도를 붙여 치고 나가는 능력은 최민정이 낫다"고 평가했다.

성남시청 빙상단의 손세원 감독도 "얼음을 차면서 힘을 싣고 몸의 중심을 이동하는 능력이 좋다"고 가능성을 인정했다.

경기 스타일은 다르지만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최민정과 심석희 모두 비슷하다.

경기를 마친 최민정이 부끄러운 표정으로 "인터뷰는 안 하고 싶다"면서 사진 촬영까지 극구 사양하며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는 모습은 불과 2년 전 카메라 앞에서 두 뺨만 붉힌 채 입을 다물던 심석희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벌써 올림픽 무대까지 치르며 경험을 쌓은 심석희와 최민정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것이 조재범 코치의 냉정한 평가다.

조 코치는 "아직 자세 등 기본기를 완벽히 다지지 않아 부족한 점이 많다"면서 "아직은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제무대에서도 뛰어난 기량의 선수들과 부딪혀 가며 자신의 스타일을 다듬어야 한다.

최민정은 내달 7∼9일 터키 에르주름에서 열리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한다.

이번 대회가 '또 하나의 괴물 신인'의 탄생을 알리는 무대가 될지 자못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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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의 심석희’ 뜰까…괴물 여중생 최민정
    • 입력 2014-02-28 19:35:35
    • 수정2014-02-28 19:36:17
    연합뉴스
"야, 어차피 여긴 쟤가 우승 아냐? 그냥 금메달 주고 다른 선수들 경기 하는게 낫겠네." 28일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열린 제95회 동계체전 쇼트트랙 여자 중학부 3,000m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출발선 앞으로 다가가자 링크 주변의 관객 사이에서 속삭임이 들렸다. 이들이 지칭하는 '당연한 금메달리스트'는 올해 16살의 최민정(서현중)이다. 실제로 경기 장면을 보면 이런 속삭임이 들리는 것도 당연했다. 최민정은 이날 오전 열린 여자 500m 결승에서 44초580만에 결승선을 통과, 2위 김예진(휘경여중·45초579)을 1초 가까이 따돌리고 가볍게 우승했다. 이어진 여자 3,000m 결승에서도 8분04초954의 기록으로 2위 김건희(부산 명진중·8분05초666)를 멀찍이 제치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후미에 처져 있던 최민정이 다섯 바퀴를 남겨두고 앞으로 달려나가자 경쟁자들도 일제히 속도를 붙였지만 한 바퀴 만에 10m 가까이 앞서 나간 그를 아무도 뒤쫓지 못했다. 중학부에서 벌어진 경기 결과이긴 하지만 최민정은 이미 빙상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괴물'로 정평이 난 선수다. 소치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며 '차세대 여왕'이란 별명을 증명한 심석희(17·세화여고) 못잖은 선수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올해 1월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대표 선발전에서 최민정은 고등학생 '언니' 들을 모조리 제치고 전 종목을 석권, 4관왕에 올랐다. 이미 심석희라는 특급 신예의 활약으로 최강 전력을 구축한 대표팀에 올해부터 시니어 무대에 나설 수 있는 최민정까지 가세한다면 2018 평창 동계올림픽까지도 걱정 없는 '괴물 여고생 투톱'을 구축할 수 있다며 빙상인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큰 키에서 나오는 힘이 강점인 심석희와 달리 키 162㎝로 아담한 체격인 최민정의 강점은 자신의 힘을 온전히 얼음판에 싣는 스케이팅에 있다. 심석희와 최민정을 모두 가르치는 조재범 코치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최민정을 가르쳤는데 그전부터 '킥'이 좋아 눈여겨보고 있었다"면서 "순간적으로 속도를 붙여 치고 나가는 능력은 최민정이 낫다"고 평가했다. 성남시청 빙상단의 손세원 감독도 "얼음을 차면서 힘을 싣고 몸의 중심을 이동하는 능력이 좋다"고 가능성을 인정했다. 경기 스타일은 다르지만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최민정과 심석희 모두 비슷하다. 경기를 마친 최민정이 부끄러운 표정으로 "인터뷰는 안 하고 싶다"면서 사진 촬영까지 극구 사양하며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는 모습은 불과 2년 전 카메라 앞에서 두 뺨만 붉힌 채 입을 다물던 심석희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벌써 올림픽 무대까지 치르며 경험을 쌓은 심석희와 최민정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것이 조재범 코치의 냉정한 평가다. 조 코치는 "아직 자세 등 기본기를 완벽히 다지지 않아 부족한 점이 많다"면서 "아직은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제무대에서도 뛰어난 기량의 선수들과 부딪혀 가며 자신의 스타일을 다듬어야 한다. 최민정은 내달 7∼9일 터키 에르주름에서 열리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한다. 이번 대회가 '또 하나의 괴물 신인'의 탄생을 알리는 무대가 될지 자못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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