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아버지 살해한 10대 집행유예…배경은?

입력 2014.03.04 (08:37) 수정 2014.03.0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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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저희 뉴스따라잡기에서도 이 사건을 전해드렸는데요.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의 죄를 덮기 위해 어머니가 경찰에 자수를 했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아들은 결국 구속 기소됐었죠.

구속된 아들에 대한 재판이 있었는데요.

법원이 이례적으로 집행유예형을 선고했습니다.

이승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멘트>

이례적인 일입니다만 법원은 아들이 오랜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점을 참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판결이 난지는 시간이 좀 흘렀는데요.

최근들어 검찰이 항소를 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양형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모범적이었다는 한 학생이 어쩌다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됐는지, 또 법원 판결의 배경은 무엇이었는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정리해봤습니다.

<리포트>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늦은 새벽, 41살 정모 씨 부부가 벌인 부부싸움이 사건의 발단이 됐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밤새도록 싸웠어요. 새벽 2~3시까지 (싸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잠을 하나도 못 잤어요.”

늘상 있는 부부싸움으로만 여겼던 이웃들.

그런데 그날 아침, 가장인 정 씨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나와 봤더니 경찰이 왔어요. 집안으로 들어가서 확인을 하더라고요. 아들하고 엄마는 화단에 앉아서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더라고요.”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건 아내 정모 씨.

정 씨는 평소 심한 폭력을 휘둘러왔던 남편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는데요.

그런데 수사가 진행되면서 경찰은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가해자를 자처하던 아내 정 씨의 진술 내용이 국과수의 감식 결과와 상당 부분 엇갈렸던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진술이 달라서 마지막까지 같이 있던 큰 아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서 추궁을 해보니까 아들이 자기가 범행을 했다고 자백을 했어요.”

아들의 죄를 덮기 위해 어머니 정 씨가 경찰에게 거짓말을 했던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아들이 체포된 상황을 고지하고 '다 밝혀졌으니 진술하세요' 라고 하니까 그때부터 오열을 하면서 내가 한 것으로 해달라고 절규를 하더라고요."

그날, 정 씨 가족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날 저녁, 17살의 아들 정모 군은 어머니의 몸 곳곳에 든 피멍 자국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많이 때려서 (어머니가) 온몸에 피멍 투성이였어요. 그것을 아들이 봤고 엄마가 또 아버지한테 맞았다고 이야기를 했고요.”

외출해 전화도 받지 않고 밤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정 군의 아버지.

술에 취한 아버지는 소주병까지 휘두르며 어머니를 폭행했다고 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싸우면서 피의자의 아버지가 다 죽여 버리겠다 는 이야기를 남발하니까 아들이 그걸 듣고 아버지를 그냥 놔두면 자기들이 다 죽을 것 같다는 그런 두려움이 생겨서….”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는 모습을 목격해 왔다는 정 군.

오랜 시간 심한 우울감과 불안감에 시달려 왔다고 합니다.

그날 밤 극도의 불안 상태에 빠진 정 군은 술에 취해 잠이 든 아버지를 바라보다 그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맙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주 2~3회는 엄마하고 아빠하고 말다툼하고 그렇게 싸웠다니까….내가 장남인데 엄마하고 동생을 내가 지켜야 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

<기자 멘트>

결국 정 군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는데요.

하지만 법원은 정 군에 대해 비교적 가벼운 형량에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존속 살인의 경우 다른 살인죄보다도 더 무거운 처벌이 내려지는 판례를 봤을 때 이례적인 일입니다.

<리포트>

존속 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 군에 대한 재판.

국민 참여 재판으로 진행된 이 재판에서 법원은 정군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집행유예 판결의 배경에는 배심원들의 판단도 작용했습니다.

<인터뷰> 김영진(공보판사/대전지방법원) : “ 총 7명의 배심원이 있었고 그중 3명은 실형을 4명은 집행유예 의견이었습니다.”

형량도 형량이지만, 법원이 존속 살인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법원은 정 군이 오랜 시간 가정폭력에 노출돼 범행 당시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인터뷰> 김영진(공보판사/대전지방법원) : “(정 군은) 아버지의 지속적인 가정폭력 을 지켜봐 오면서 만성적인 불안감, 우울감, 정서적 불안정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피해자로부터 유발된 아주 강력한 스트레스가 있었고 사건 당시에는 제대로 의사결정을 할 능력도 약해질 정도로….”

어린나이인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아버지의 폭력을 목격해왔고 이후로도 반복된 가정폭력으로 몸과 마음이 병든 상태라는 점도 참작됐습니다.

<인터뷰> 김영진(공보판사/대전지방법원) : “초등학교 6학년 때 정신과 관련 진단을 받았으나 그 이후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때에는 이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습니다.”

사관학교 진학을 준비하며, 모범적이었던 정 군에 대해 학교와 이웃에서는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 (음성변조) : "누구보다 더 명랑하게 농구 동아리 회장을 맡아서 농구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그런 학생이었으니까 저희들 같은 경우는 청천벽력과 같은 그런 소식이었죠."

하지만 법원의 이같은 판결에 대해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살인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이 아니냐는 겁니다.

정 군에게 5년에서 7년 사이의 징역형을 구형했던 검찰도 1심 판결에 대해 양형 부족을 이유로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이유를 떠나,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살인죄에 대한 최소한의 처벌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검찰은 취재진과의 전화를 통해 우리 사회에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가운데 사회 질서를 바로잡고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항소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오랜 시간 가정 폭력에 노출된 청소년의 살인죄를 선처한 1심 법원.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과 동정론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있을 법원의 판단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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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아버지 살해한 10대 집행유예…배경은?
    • 입력 2014-03-04 08:39:36
    • 수정2014-03-04 09: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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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저희 뉴스따라잡기에서도 이 사건을 전해드렸는데요.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의 죄를 덮기 위해 어머니가 경찰에 자수를 했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아들은 결국 구속 기소됐었죠.

구속된 아들에 대한 재판이 있었는데요.

법원이 이례적으로 집행유예형을 선고했습니다.

이승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멘트>

이례적인 일입니다만 법원은 아들이 오랜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점을 참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판결이 난지는 시간이 좀 흘렀는데요.

최근들어 검찰이 항소를 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양형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모범적이었다는 한 학생이 어쩌다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됐는지, 또 법원 판결의 배경은 무엇이었는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정리해봤습니다.

<리포트>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늦은 새벽, 41살 정모 씨 부부가 벌인 부부싸움이 사건의 발단이 됐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밤새도록 싸웠어요. 새벽 2~3시까지 (싸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잠을 하나도 못 잤어요.”

늘상 있는 부부싸움으로만 여겼던 이웃들.

그런데 그날 아침, 가장인 정 씨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나와 봤더니 경찰이 왔어요. 집안으로 들어가서 확인을 하더라고요. 아들하고 엄마는 화단에 앉아서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더라고요.”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건 아내 정모 씨.

정 씨는 평소 심한 폭력을 휘둘러왔던 남편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는데요.

그런데 수사가 진행되면서 경찰은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가해자를 자처하던 아내 정 씨의 진술 내용이 국과수의 감식 결과와 상당 부분 엇갈렸던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진술이 달라서 마지막까지 같이 있던 큰 아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서 추궁을 해보니까 아들이 자기가 범행을 했다고 자백을 했어요.”

아들의 죄를 덮기 위해 어머니 정 씨가 경찰에게 거짓말을 했던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아들이 체포된 상황을 고지하고 '다 밝혀졌으니 진술하세요' 라고 하니까 그때부터 오열을 하면서 내가 한 것으로 해달라고 절규를 하더라고요."

그날, 정 씨 가족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날 저녁, 17살의 아들 정모 군은 어머니의 몸 곳곳에 든 피멍 자국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많이 때려서 (어머니가) 온몸에 피멍 투성이였어요. 그것을 아들이 봤고 엄마가 또 아버지한테 맞았다고 이야기를 했고요.”

외출해 전화도 받지 않고 밤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정 군의 아버지.

술에 취한 아버지는 소주병까지 휘두르며 어머니를 폭행했다고 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싸우면서 피의자의 아버지가 다 죽여 버리겠다 는 이야기를 남발하니까 아들이 그걸 듣고 아버지를 그냥 놔두면 자기들이 다 죽을 것 같다는 그런 두려움이 생겨서….”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는 모습을 목격해 왔다는 정 군.

오랜 시간 심한 우울감과 불안감에 시달려 왔다고 합니다.

그날 밤 극도의 불안 상태에 빠진 정 군은 술에 취해 잠이 든 아버지를 바라보다 그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맙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주 2~3회는 엄마하고 아빠하고 말다툼하고 그렇게 싸웠다니까….내가 장남인데 엄마하고 동생을 내가 지켜야 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

<기자 멘트>

결국 정 군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는데요.

하지만 법원은 정 군에 대해 비교적 가벼운 형량에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존속 살인의 경우 다른 살인죄보다도 더 무거운 처벌이 내려지는 판례를 봤을 때 이례적인 일입니다.

<리포트>

존속 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 군에 대한 재판.

국민 참여 재판으로 진행된 이 재판에서 법원은 정군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집행유예 판결의 배경에는 배심원들의 판단도 작용했습니다.

<인터뷰> 김영진(공보판사/대전지방법원) : “ 총 7명의 배심원이 있었고 그중 3명은 실형을 4명은 집행유예 의견이었습니다.”

형량도 형량이지만, 법원이 존속 살인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법원은 정 군이 오랜 시간 가정폭력에 노출돼 범행 당시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인터뷰> 김영진(공보판사/대전지방법원) : “(정 군은) 아버지의 지속적인 가정폭력 을 지켜봐 오면서 만성적인 불안감, 우울감, 정서적 불안정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피해자로부터 유발된 아주 강력한 스트레스가 있었고 사건 당시에는 제대로 의사결정을 할 능력도 약해질 정도로….”

어린나이인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아버지의 폭력을 목격해왔고 이후로도 반복된 가정폭력으로 몸과 마음이 병든 상태라는 점도 참작됐습니다.

<인터뷰> 김영진(공보판사/대전지방법원) : “초등학교 6학년 때 정신과 관련 진단을 받았으나 그 이후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때에는 이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습니다.”

사관학교 진학을 준비하며, 모범적이었던 정 군에 대해 학교와 이웃에서는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 (음성변조) : "누구보다 더 명랑하게 농구 동아리 회장을 맡아서 농구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그런 학생이었으니까 저희들 같은 경우는 청천벽력과 같은 그런 소식이었죠."

하지만 법원의 이같은 판결에 대해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살인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이 아니냐는 겁니다.

정 군에게 5년에서 7년 사이의 징역형을 구형했던 검찰도 1심 판결에 대해 양형 부족을 이유로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이유를 떠나,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살인죄에 대한 최소한의 처벌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검찰은 취재진과의 전화를 통해 우리 사회에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가운데 사회 질서를 바로잡고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항소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오랜 시간 가정 폭력에 노출된 청소년의 살인죄를 선처한 1심 법원.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과 동정론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있을 법원의 판단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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