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적 해외 악재…한국경제 ‘긴장’

입력 2014.03.04 (13:2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여기에 터키, 베네수엘라, 태국 등의 정정불안이 커지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쳐 가까스로 회복세로 돌아선 한국경제의 앞날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이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악화할 경우 수출 등 실물경제에도 적잖은 충격을 주면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바짝 긴장한 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4일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긴급 소집해 상황점검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인식에서다.

이날 새벽 마감된 러시아 증시는 12% 폭락했다. 미국(-0.94%), 독일(-3.44%) 영국(-1.49%), 프랑스(-2.66%) 등의 증시도 줄줄이 추락했다. 반면에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커져 금값은 2.2% 올라 4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 국채 수익률(금리)는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2.3%)도 모처럼 큰 폭으로 올랐다.

국내 금융시장은 아직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개장직후 0.13% 내렸으며 원·달러는 달러당 2.8원 상승했다.

작년말 기준 경제규모가 1천760억달러(세계 57위)에 불과한 우크라이나의 위기에 세계 금융시장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번 사태가 몰고 올 잠재적 위협이 크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전통적으로 '탄약고'라고 불리는 크림반도에 위치해 정정불안이 언제든 강대국간 갈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큰데다 폴란드, 헝가리 등 인접국으로 경제위기가 전이되면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 경제는 위태롭다. 지난 1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환율이 13.1%나 절하됐고 부도지표인 CDS프리미엄은 974포인트 올라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상태다. 작년 성장률은 0%대에 그쳤고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가 악화해 회복여력도 약하다.

더욱이 베네수엘라, 터키, 태국 등 다른 대륙의 신흥국들도 정정불안이 깊어지면서 신흥국 경제불안 심리가 확산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에 따른 단기적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갖고 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은 "한국 경제는 외화유동성 등 기초 체력이 좋고 현재 이슈가 되는 신흥국들과 교역·투자 규모가 크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불안한 것은 잠재적 위험이다. 최근 신흥국 시장불안은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 또는 여타 리스크 요인과 맞물려 글로벌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추 차관은 "취약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국가가 점차 늘어난다는 점, 최근 시장불안이 동유럽, 아시아, 남미 등 신흥국 주요 권역별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가스공급 루트의 절반을 차지하고 베네수엘라는 원유매장량 1위 국가여서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 등을 통해 세계 경제 특히 유럽경제 회복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가 "최근과 같은 세계 경제의 대전환기에는 작은 위험요인도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을 커지게 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 점도 이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게다가 이번 사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의 경기둔화 리스크 등이 부각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국내외 시장불안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크라이나 등 신흥국 시장 불안이 글로벌 경제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세부 파급경로를 면밀히 점검키로 했다. 또 북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것을 감안, 해외 투자자와 국제신용평가사들로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가 확산하는 것으로 막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함께 시장 불안 조짐이 발생한 경우 이미 마련된 시나리오별 컨틴젼시 플랜에 따라 관계기관 합동으로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수출 등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경기의 회복 기조가 미약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 경기에 많이 의존하는 한국의 수출품은 특히 그러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금융시장의 급한 불을 끄는데 주력하면서 수출입 상황을 실시간 체크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차관은 "아직 경제전망을 흐트릴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지금은 간헐적인 신흥국 불안이 실물경제로 옮겨붙을 조짐을 보이면 수출중소기업 지원 등 강도높은 지원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동시다발적 해외 악재…한국경제 ‘긴장’
    • 입력 2014-03-04 13:25:09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여기에 터키, 베네수엘라, 태국 등의 정정불안이 커지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쳐 가까스로 회복세로 돌아선 한국경제의 앞날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이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악화할 경우 수출 등 실물경제에도 적잖은 충격을 주면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바짝 긴장한 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4일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긴급 소집해 상황점검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인식에서다. 이날 새벽 마감된 러시아 증시는 12% 폭락했다. 미국(-0.94%), 독일(-3.44%) 영국(-1.49%), 프랑스(-2.66%) 등의 증시도 줄줄이 추락했다. 반면에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커져 금값은 2.2% 올라 4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 국채 수익률(금리)는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2.3%)도 모처럼 큰 폭으로 올랐다. 국내 금융시장은 아직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개장직후 0.13% 내렸으며 원·달러는 달러당 2.8원 상승했다. 작년말 기준 경제규모가 1천760억달러(세계 57위)에 불과한 우크라이나의 위기에 세계 금융시장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번 사태가 몰고 올 잠재적 위협이 크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전통적으로 '탄약고'라고 불리는 크림반도에 위치해 정정불안이 언제든 강대국간 갈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큰데다 폴란드, 헝가리 등 인접국으로 경제위기가 전이되면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 경제는 위태롭다. 지난 1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환율이 13.1%나 절하됐고 부도지표인 CDS프리미엄은 974포인트 올라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상태다. 작년 성장률은 0%대에 그쳤고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가 악화해 회복여력도 약하다. 더욱이 베네수엘라, 터키, 태국 등 다른 대륙의 신흥국들도 정정불안이 깊어지면서 신흥국 경제불안 심리가 확산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에 따른 단기적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갖고 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은 "한국 경제는 외화유동성 등 기초 체력이 좋고 현재 이슈가 되는 신흥국들과 교역·투자 규모가 크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불안한 것은 잠재적 위험이다. 최근 신흥국 시장불안은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 또는 여타 리스크 요인과 맞물려 글로벌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추 차관은 "취약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국가가 점차 늘어난다는 점, 최근 시장불안이 동유럽, 아시아, 남미 등 신흥국 주요 권역별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가스공급 루트의 절반을 차지하고 베네수엘라는 원유매장량 1위 국가여서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 등을 통해 세계 경제 특히 유럽경제 회복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가 "최근과 같은 세계 경제의 대전환기에는 작은 위험요인도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을 커지게 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 점도 이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게다가 이번 사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의 경기둔화 리스크 등이 부각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국내외 시장불안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크라이나 등 신흥국 시장 불안이 글로벌 경제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세부 파급경로를 면밀히 점검키로 했다. 또 북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것을 감안, 해외 투자자와 국제신용평가사들로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가 확산하는 것으로 막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함께 시장 불안 조짐이 발생한 경우 이미 마련된 시나리오별 컨틴젼시 플랜에 따라 관계기관 합동으로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수출 등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경기의 회복 기조가 미약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 경기에 많이 의존하는 한국의 수출품은 특히 그러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금융시장의 급한 불을 끄는데 주력하면서 수출입 상황을 실시간 체크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차관은 "아직 경제전망을 흐트릴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지금은 간헐적인 신흥국 불안이 실물경제로 옮겨붙을 조짐을 보이면 수출중소기업 지원 등 강도높은 지원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