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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재벌, ‘권력’ 출신 사외이사 선임 갈수록 노골화
입력 2014.03.09 (07:21) 수정 2014.03.09 (16:26) 연합뉴스
매년 3월 주총시즌이 되면 권력기관 출신과 재벌그룹의 '정경유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10대 재벌들은 올해 새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예년보다 더 노골적으로 권력기관 출신을 영입해 방패막이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권력 출신들은 퇴직 후 재벌의 품으로 돌아가 권력기관 후배들에게 '전관예우'를 내세우며 칼날을 무디게 하는 로비스트로 나서게 된다.

대주주의 전횡을 감시·감독하라고 도입한 사외이사 제도가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정경유착을 제도화하는 비정상적인 제도로 고착화되고 있다.

9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10대 재벌그룹들이 이번에 선임하는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은 전직 청와대 수석이나 장·차관,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 등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가 있는 10대 재벌그룹 상장사 93개사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 또는 신규선임하는 사외이사는 일부 중복 사례를 포함해 모두 125명이다.

출신 직업별로 보면 교수가 전체의 38.4%인 48명으로 가장 많다. 이밖에 기업인 21명, 공무원 11명과 장·차관 6명, 판·검사 11명과 변호사 5명, 국세청 9명, 금융감독원 3명, 공정위 3명 등이다.

이중 청와대 등 정부 고위관료나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사법당국 등 소위 '권력 출신'은 46명으로 전체의 36.8%에 달했다.

재선임을 제외한 신규선임 사외이사들만 따질 경우에는 전체(68명)의 41.2%인 28명이 권력 출신으로 분류돼 비율이 더 높아진다.

삼성생명과 SK가스는 나란히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할 계획이다. LG상사는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은 SK텔레콤 사외이사로, 정동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은 롯데케미칼 사외이사로 내정됐다.

LG는 윤대희 전 대통령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하며, SK가스는 신현수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재선임할 계획이다.

SK네트웍스는 허용석 전 관세청장을, 한화는 황의돈 전 육군 참모총장을 택했다.

국세청 출신으로는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롯데쇼핑), 이승재 전 중부지방국세청장(SKC솔믹스), 임성균 전 광주지방국세청장(HMC투자증권), 김용재 전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자 보호담당관(롯데칠성음료) 등이 사외이사로 신규선임된다.

롯데손해보험은 강영구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삼성카드는 양성용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하며, 현대중공업은 이장영 전 한국금융연수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할 계획이다.

내부 임직원 출신 등 그룹 관계자도 다수였다.

롯데그룹은 고병기 전 롯데알미늄 상무(롯데쇼핑), 김광태 전 롯데삼강 영업본부장(롯데칠성음료), 임지택 전 롯데제과 경리ㆍ구매담당 상무(롯데케미칼) 등 임직원 출신 사외이사 3명을 한꺼번에 신규선임한다.

한화는 노선호 전 한화증권 재무지원본부 본부장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한다.

삼성증권의 경우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있는 유영상 서울대 기계항공학부 초빙교수가 김석 사장과 고교 선후배 관계다.

두산엔진이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한 것도 중앙대 재단이 두산그룹이란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 출신도 이상용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한화손해보험), 신동규 전 한국수출입은행장(GS리테일), 권태균 전 조달청장(삼성전기) 등 다수가 사외이사 신규선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룹별로는 롯데가 선임한 권력 및 그룹 관계자 출신 사외이사의 수가 1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SK(12명), 현대차(10명), 삼성(5명), 한화(5명), LG(4명), 두산(3명) 등의 순이다.

이러한 문제는 올해 선임되는 감사 및 감사위원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10대 재벌 상장사들이 올해 재선임·신규선임하는 감사 및 감사위원 21명 중 권력 및 그룹 관계자 출신 인사는 9명으로 전체의 42.9%를 차지했다.

삼성증권은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송경철 전 금감원 부원장을, SK C&C는 이용희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공사를 감사위원으로 신규선임한다.

재계가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로 사외이사와 감사, 감사위원진을 채우는 것은 매년 반복돼 온 일이지만 올해는 그러한 분위기가 더욱 노골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검찰 수사와 국세청의 전방위 세무조사 등 압력이 강하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계속되면서 관련법도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바람막이로써 권력 출신 사외이사와 감사 등을 다수 선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법조인 중에는 특히 검찰 출신이 많은데 회사에 법률문제가 발생했을 때 로비 창구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며, 공무원도 마찬가지로 '전관예우'를 기대해 선임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채 연구원은 "회사는 '전문성'이 있는 인사여서 선임한다고 주장하나 사외이사는 전문성보다 독립성을 우선시해야 하는 제도"라며 "경영진을 감시하는 대신 경영을 돕는다는 것은 제도 자체를 잘못 이해하고 잘못 활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10대 재벌, ‘권력’ 출신 사외이사 선임 갈수록 노골화
    • 입력 2014-03-09 07:21:15
    • 수정2014-03-09 16:26:51
    연합뉴스
매년 3월 주총시즌이 되면 권력기관 출신과 재벌그룹의 '정경유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10대 재벌들은 올해 새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예년보다 더 노골적으로 권력기관 출신을 영입해 방패막이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권력 출신들은 퇴직 후 재벌의 품으로 돌아가 권력기관 후배들에게 '전관예우'를 내세우며 칼날을 무디게 하는 로비스트로 나서게 된다.

대주주의 전횡을 감시·감독하라고 도입한 사외이사 제도가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정경유착을 제도화하는 비정상적인 제도로 고착화되고 있다.

9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10대 재벌그룹들이 이번에 선임하는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은 전직 청와대 수석이나 장·차관,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 등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가 있는 10대 재벌그룹 상장사 93개사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 또는 신규선임하는 사외이사는 일부 중복 사례를 포함해 모두 125명이다.

출신 직업별로 보면 교수가 전체의 38.4%인 48명으로 가장 많다. 이밖에 기업인 21명, 공무원 11명과 장·차관 6명, 판·검사 11명과 변호사 5명, 국세청 9명, 금융감독원 3명, 공정위 3명 등이다.

이중 청와대 등 정부 고위관료나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사법당국 등 소위 '권력 출신'은 46명으로 전체의 36.8%에 달했다.

재선임을 제외한 신규선임 사외이사들만 따질 경우에는 전체(68명)의 41.2%인 28명이 권력 출신으로 분류돼 비율이 더 높아진다.

삼성생명과 SK가스는 나란히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할 계획이다. LG상사는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은 SK텔레콤 사외이사로, 정동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은 롯데케미칼 사외이사로 내정됐다.

LG는 윤대희 전 대통령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하며, SK가스는 신현수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재선임할 계획이다.

SK네트웍스는 허용석 전 관세청장을, 한화는 황의돈 전 육군 참모총장을 택했다.

국세청 출신으로는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롯데쇼핑), 이승재 전 중부지방국세청장(SKC솔믹스), 임성균 전 광주지방국세청장(HMC투자증권), 김용재 전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자 보호담당관(롯데칠성음료) 등이 사외이사로 신규선임된다.

롯데손해보험은 강영구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삼성카드는 양성용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하며, 현대중공업은 이장영 전 한국금융연수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할 계획이다.

내부 임직원 출신 등 그룹 관계자도 다수였다.

롯데그룹은 고병기 전 롯데알미늄 상무(롯데쇼핑), 김광태 전 롯데삼강 영업본부장(롯데칠성음료), 임지택 전 롯데제과 경리ㆍ구매담당 상무(롯데케미칼) 등 임직원 출신 사외이사 3명을 한꺼번에 신규선임한다.

한화는 노선호 전 한화증권 재무지원본부 본부장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한다.

삼성증권의 경우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있는 유영상 서울대 기계항공학부 초빙교수가 김석 사장과 고교 선후배 관계다.

두산엔진이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한 것도 중앙대 재단이 두산그룹이란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 출신도 이상용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한화손해보험), 신동규 전 한국수출입은행장(GS리테일), 권태균 전 조달청장(삼성전기) 등 다수가 사외이사 신규선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룹별로는 롯데가 선임한 권력 및 그룹 관계자 출신 사외이사의 수가 1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SK(12명), 현대차(10명), 삼성(5명), 한화(5명), LG(4명), 두산(3명) 등의 순이다.

이러한 문제는 올해 선임되는 감사 및 감사위원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10대 재벌 상장사들이 올해 재선임·신규선임하는 감사 및 감사위원 21명 중 권력 및 그룹 관계자 출신 인사는 9명으로 전체의 42.9%를 차지했다.

삼성증권은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송경철 전 금감원 부원장을, SK C&C는 이용희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공사를 감사위원으로 신규선임한다.

재계가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로 사외이사와 감사, 감사위원진을 채우는 것은 매년 반복돼 온 일이지만 올해는 그러한 분위기가 더욱 노골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검찰 수사와 국세청의 전방위 세무조사 등 압력이 강하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계속되면서 관련법도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바람막이로써 권력 출신 사외이사와 감사 등을 다수 선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법조인 중에는 특히 검찰 출신이 많은데 회사에 법률문제가 발생했을 때 로비 창구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며, 공무원도 마찬가지로 '전관예우'를 기대해 선임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채 연구원은 "회사는 '전문성'이 있는 인사여서 선임한다고 주장하나 사외이사는 전문성보다 독립성을 우선시해야 하는 제도"라며 "경영진을 감시하는 대신 경영을 돕는다는 것은 제도 자체를 잘못 이해하고 잘못 활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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