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사고기 무슨 일이…왜 SOS 없이 사라졌나?

입력 2014.03.0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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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남중국해에서 갑자기 사라진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보잉 777-200 여객기가 사고 직전 구조신호조차 못 보낸 사실을 두고 추측이 분분하다.

항공사고의 경우 테러와 조종사 실수, 기체 이상 등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1만m 상공을 순항하던 여객기가 갑자기 실종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전문가들과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기내에서 구조신호를 보낼 수 없을 만큼 다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실종 여객기의 탑승자 2명이 도난 여권을 소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테러 가능성 등도 말레이시아 안팎에서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진상을 밝혀줄 초기 단서는 바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체 잔해의 크기다. 잔해가 수십㎞에 걸쳐 넓게 퍼져 있다면 비행기가 공중 폭파됐다는 근거가 돼 폭탄 테러나 대규모 기체 파손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반대로 잔해 규모가 작다면 비행기가 멀쩡한 상태로 추락하다 바다와 부딪치면서 부서졌다는 추정을 할 수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이 조종실을 기습 점거하는 와중에서 추락했다면 이런 가설마저 성립하지 않는다.

1995년 도입된 보잉 777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기종 중 하나로 꼽힌다. 작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아시아나기 착륙 사고 이전에는 탑승자가 사망하는 사고 기록이 아예 없었다.

또 이번 사고는 보기 드문 경우다. 항공사고는 대부분 이착륙 중 생긴다. 이번처럼 고공비행 도중 치명적 문제가 생긴 경우는 보잉이 집계한 민항기 사고 통계 중 9%에 불과할 만큼 이례적이다.

추측할 수 있는 사고 원인은 다음과 같다.

◇ 조종사의 방향 감각 상실·실수 = 사고기 조종사들이 오토파일럿(자동항법장치)을 끈 상태에서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수동으로 기체를 몰다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비행기가 이처럼 정상 궤도를 이탈하면 레이더에 문제가 금세 포착된다. 방향 감각 상실의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작지만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태다.

통상적인 사고라면 조종사의 실수도 원인으로 거론될 수 있다.

하지만 사고기 조종사인 자하리 아흐마드 샤(53)은 1만8천여시간의 비행경력을 지닌 노련한 베테랑인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조종사는 1981년부터 말레이시아항공에 입사, 조종간을 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 엔진 고장·기체이상 = 보잉 777은 두 날개에 엔진이 한 개씩 달린 쌍발기다. 이 엔진 2개가 모두 고장 나 사고가 일어났을 수 있다.

실제 2008년 1월 런던에서는 영국항공 소속 보잉 777기가 착륙 직전 두 엔진이 모두 멈춰 땅에 부딪혔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단 엔진이 몽땅 고장 나도 비행기는 최장 20분 동안 비행할 수 있어 그 사이에 구조신호를 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실종 여객기가 사고 당시 3만5천피트(1만670m)의 안정 고도를 유지, 순항하던 상황이어서 기체 이상에 따른 추락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 관계자는 사고기가 1만m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면 항공기 자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기체 이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영국 항공자문기관 플라이트글로벌 어센드의 폴 헤이스 소장도 "항공기가 이처럼 순항중 일 때에는 추락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여객기 추락사고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 폭탄·납치 테러 = 항공기 폭탄 테러 중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88년 팬아메리칸 항공 소속의 보잉 747기 사례다. 리비아가 숨겨놓은 화물 폭탄이 스코틀랜드 상공에서 터져 승객과 승무원 259명 전원이 숨지고 기체 파편에 스코틀랜드 마을 주민 11명도 사망했다.

항공기 납치 후 추락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2001년 9·11 테러 때처럼 테러범들이 조종석을 점거하고 비행기를 추락시켰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고기 탑승자 2명이 도난 여권을 소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테러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실종 여객기의 자국인 탑승자가 소지한 여권이 도난 신고된 것이라면서 실제 원래의 여권 소지자는 현재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는 지난해 8월 태국을 여행하던 도중에 여권을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 외무부도 사고기 탑승자의 여권이 2년 전 태국에서 도난 신고된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 여권의 주인은 현재 오스트리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그 밖의 요인은 = 조종사가 자살행위처럼 일부러 비행기를 추락시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1990년대 2건의 항공사고에서 이런 의혹이 있었다.

군의 폭격도 사고 요인이 될 수 있다. 1983년 대한항공 보잉 747기는 소련 영공을 침범한 적기로 오인돼 소련 공군에 의해 격추됐다.

그러나 사고원인을 규명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고지역이 해상으로 수심이 깊어 비행기록장치 등 블랙박스를 확인, 인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바다 밑에 가라앉은 기체의 블랙박스 송출신호 역시 육지와 달리 강도가 약해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상에 추락한 항공기의 경우 잔해를 찾는데 통상 며칠이 걸리고 특히 사고원인을 밝혀줄 비행기록장치의 위치를 확인, 회수하는 데는 수개월, 심지어 수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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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3-09 16:16:01
    연합뉴스
지난 8일 남중국해에서 갑자기 사라진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보잉 777-200 여객기가 사고 직전 구조신호조차 못 보낸 사실을 두고 추측이 분분하다. 항공사고의 경우 테러와 조종사 실수, 기체 이상 등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1만m 상공을 순항하던 여객기가 갑자기 실종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전문가들과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기내에서 구조신호를 보낼 수 없을 만큼 다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실종 여객기의 탑승자 2명이 도난 여권을 소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테러 가능성 등도 말레이시아 안팎에서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진상을 밝혀줄 초기 단서는 바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체 잔해의 크기다. 잔해가 수십㎞에 걸쳐 넓게 퍼져 있다면 비행기가 공중 폭파됐다는 근거가 돼 폭탄 테러나 대규모 기체 파손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반대로 잔해 규모가 작다면 비행기가 멀쩡한 상태로 추락하다 바다와 부딪치면서 부서졌다는 추정을 할 수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이 조종실을 기습 점거하는 와중에서 추락했다면 이런 가설마저 성립하지 않는다. 1995년 도입된 보잉 777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기종 중 하나로 꼽힌다. 작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아시아나기 착륙 사고 이전에는 탑승자가 사망하는 사고 기록이 아예 없었다. 또 이번 사고는 보기 드문 경우다. 항공사고는 대부분 이착륙 중 생긴다. 이번처럼 고공비행 도중 치명적 문제가 생긴 경우는 보잉이 집계한 민항기 사고 통계 중 9%에 불과할 만큼 이례적이다. 추측할 수 있는 사고 원인은 다음과 같다. ◇ 조종사의 방향 감각 상실·실수 = 사고기 조종사들이 오토파일럿(자동항법장치)을 끈 상태에서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수동으로 기체를 몰다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비행기가 이처럼 정상 궤도를 이탈하면 레이더에 문제가 금세 포착된다. 방향 감각 상실의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작지만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태다. 통상적인 사고라면 조종사의 실수도 원인으로 거론될 수 있다. 하지만 사고기 조종사인 자하리 아흐마드 샤(53)은 1만8천여시간의 비행경력을 지닌 노련한 베테랑인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조종사는 1981년부터 말레이시아항공에 입사, 조종간을 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 엔진 고장·기체이상 = 보잉 777은 두 날개에 엔진이 한 개씩 달린 쌍발기다. 이 엔진 2개가 모두 고장 나 사고가 일어났을 수 있다. 실제 2008년 1월 런던에서는 영국항공 소속 보잉 777기가 착륙 직전 두 엔진이 모두 멈춰 땅에 부딪혔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단 엔진이 몽땅 고장 나도 비행기는 최장 20분 동안 비행할 수 있어 그 사이에 구조신호를 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실종 여객기가 사고 당시 3만5천피트(1만670m)의 안정 고도를 유지, 순항하던 상황이어서 기체 이상에 따른 추락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 관계자는 사고기가 1만m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면 항공기 자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기체 이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영국 항공자문기관 플라이트글로벌 어센드의 폴 헤이스 소장도 "항공기가 이처럼 순항중 일 때에는 추락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여객기 추락사고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 폭탄·납치 테러 = 항공기 폭탄 테러 중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88년 팬아메리칸 항공 소속의 보잉 747기 사례다. 리비아가 숨겨놓은 화물 폭탄이 스코틀랜드 상공에서 터져 승객과 승무원 259명 전원이 숨지고 기체 파편에 스코틀랜드 마을 주민 11명도 사망했다. 항공기 납치 후 추락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2001년 9·11 테러 때처럼 테러범들이 조종석을 점거하고 비행기를 추락시켰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고기 탑승자 2명이 도난 여권을 소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테러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실종 여객기의 자국인 탑승자가 소지한 여권이 도난 신고된 것이라면서 실제 원래의 여권 소지자는 현재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는 지난해 8월 태국을 여행하던 도중에 여권을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 외무부도 사고기 탑승자의 여권이 2년 전 태국에서 도난 신고된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 여권의 주인은 현재 오스트리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그 밖의 요인은 = 조종사가 자살행위처럼 일부러 비행기를 추락시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1990년대 2건의 항공사고에서 이런 의혹이 있었다. 군의 폭격도 사고 요인이 될 수 있다. 1983년 대한항공 보잉 747기는 소련 영공을 침범한 적기로 오인돼 소련 공군에 의해 격추됐다. 그러나 사고원인을 규명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고지역이 해상으로 수심이 깊어 비행기록장치 등 블랙박스를 확인, 인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바다 밑에 가라앉은 기체의 블랙박스 송출신호 역시 육지와 달리 강도가 약해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상에 추락한 항공기의 경우 잔해를 찾는데 통상 며칠이 걸리고 특히 사고원인을 밝혀줄 비행기록장치의 위치를 확인, 회수하는 데는 수개월, 심지어 수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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