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우면산 산사태 ‘인재’도 첫 인정

입력 2014.03.14 (00:02) 수정 2014.03.14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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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우면산 산사태 기억나시죠.

사고가 난 지 3년이 다 돼가는데, 지금까지도 사고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끊이지 않아 왔습니다.

어제 서울시가 우면산 사고가 천재 뿐 아니라 인재 요인도 있었다는 내용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지금까지의 경과, 이번 조사 결과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최광호 기자,

<질문>
먼저 우면산 산사태의 원인, 예전에도 조사 결과가 발표된 적 있는 것 같은데요

<답변>
네, 서울시는 지난 2011년 사고 발생 직후에도 곧바로 원인조사를 시행했습니다.

조사는 네 달 동안 진행됐는데, 당시 조사 결과는 우면산 산사태가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천재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20년만에 찾아온 폭우 때문에 산사태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2011년 당시, 조사단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정형식(산사태 조사단장/지난 2011년 9월) : "강우량이 첫째입니다. 모든 것의 거의 대부분이 강우량 (때문)입니다."

이런 조사 결과는 피해 유족들의 큰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서울시가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연재해 탓만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항의를 받아들여 서울시는 다른 조사단을 구성했고, 2년여 간의 조사기간을 거쳐 이번에 2차 원인조사 결과가 발표된 겁니다.

<질문>
그럼 이번에 발표된 원인조사 결과가 기존 결과와 어떻게 다른가요?

<답변>
먼저 120년만에 찾아온 폭우였다는 기존의 1차 조사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1차 조사에서는 여러 곳의 산사태 발생 시점을 오전 9시로 통일해 계산했습니다.

그런데 사고 지점별로 당시 소방서 신고시간, CCTV 화면 등을자세히 들여다 봤더니 산사태가 이보다 빠른 시간에 발생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산사태 순간까지의 강우량도 줄어들었고,사고 지점별로 차이는 있지만 5년에서 45년 강우빈도에도 산사태가 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쉽게 말해서, 짧게는 5년에 한 번 발생할 수준의 비교적 일상적인 강우였고, 어쩔 수 없는 수준의 폭우가 쏟아진 건 아니었다는 겁니다.

사람이 미리 대비하지 못해 발생한, 인재였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대목입니다.

사고 1년 전 태풍 곤파스로 우면산에 소규모 산사태가 났었는데, 이후 행정 당국이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산 정상 부근에 있는 공군 부대의 배수시설 문제가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도 함께 나왔습니다.

이번 2차 조사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기존에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천재로 몰고 가는 관행이 있었다며, 이번 조사가 잘못된 관행을 깨는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창근 교수(우면산 산사태 TF팀) : "이때까지 우리 사회가 어떤 자연재난, 홍수라던지 산사태가 발생하면 / 관련 전문가들, 학회를 동원해서 그것이 천재라는 보고서를 만들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유족들은 두 번 울게 되죠."

<질문>
이번 조사 결과에 누구보다 관심을 기울였을 사람들이 당시 사고로 가족들을 잃었던 유가족들일텐데, 유가족들 반응은 어떤가요?

<답변>
네, 이번 기자회견장에는 유가족들도 참석했었는데요.

일단 2011년에 이뤄졌던 1차 조사보다는전향적으로 나왔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유족들의 참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녹취> 임방춘(유가족 대표) : "차라리 안한것만도 못해요. 일방적으로 그냥 요식행위를 해놓고 지금 했다고 말씀하시는데..."

오늘 기자회견장에서 서울시 측은 '인재'라는 말을 정확하게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유가족들은 이런 태도가 서울시가 잘못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또 연구 기관이 제출한 최종 원인조사 보고서 일부에도 120년만의 폭우였다는 표현이 여전히 남아있는 점도 논란거리입니다.

현재 피해 유가족들은 서울시와 서초구, 국방부 등을 상대로 7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인데, 결국 이번 논란은 법정에 가서야 마무리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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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4-03-14 00: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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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우면산 산사태 기억나시죠.

사고가 난 지 3년이 다 돼가는데, 지금까지도 사고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끊이지 않아 왔습니다.

어제 서울시가 우면산 사고가 천재 뿐 아니라 인재 요인도 있었다는 내용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지금까지의 경과, 이번 조사 결과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최광호 기자,

<질문>
먼저 우면산 산사태의 원인, 예전에도 조사 결과가 발표된 적 있는 것 같은데요

<답변>
네, 서울시는 지난 2011년 사고 발생 직후에도 곧바로 원인조사를 시행했습니다.

조사는 네 달 동안 진행됐는데, 당시 조사 결과는 우면산 산사태가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천재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20년만에 찾아온 폭우 때문에 산사태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2011년 당시, 조사단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정형식(산사태 조사단장/지난 2011년 9월) : "강우량이 첫째입니다. 모든 것의 거의 대부분이 강우량 (때문)입니다."

이런 조사 결과는 피해 유족들의 큰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서울시가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연재해 탓만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항의를 받아들여 서울시는 다른 조사단을 구성했고, 2년여 간의 조사기간을 거쳐 이번에 2차 원인조사 결과가 발표된 겁니다.

<질문>
그럼 이번에 발표된 원인조사 결과가 기존 결과와 어떻게 다른가요?

<답변>
먼저 120년만에 찾아온 폭우였다는 기존의 1차 조사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1차 조사에서는 여러 곳의 산사태 발생 시점을 오전 9시로 통일해 계산했습니다.

그런데 사고 지점별로 당시 소방서 신고시간, CCTV 화면 등을자세히 들여다 봤더니 산사태가 이보다 빠른 시간에 발생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산사태 순간까지의 강우량도 줄어들었고,사고 지점별로 차이는 있지만 5년에서 45년 강우빈도에도 산사태가 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쉽게 말해서, 짧게는 5년에 한 번 발생할 수준의 비교적 일상적인 강우였고, 어쩔 수 없는 수준의 폭우가 쏟아진 건 아니었다는 겁니다.

사람이 미리 대비하지 못해 발생한, 인재였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대목입니다.

사고 1년 전 태풍 곤파스로 우면산에 소규모 산사태가 났었는데, 이후 행정 당국이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산 정상 부근에 있는 공군 부대의 배수시설 문제가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도 함께 나왔습니다.

이번 2차 조사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기존에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천재로 몰고 가는 관행이 있었다며, 이번 조사가 잘못된 관행을 깨는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창근 교수(우면산 산사태 TF팀) : "이때까지 우리 사회가 어떤 자연재난, 홍수라던지 산사태가 발생하면 / 관련 전문가들, 학회를 동원해서 그것이 천재라는 보고서를 만들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유족들은 두 번 울게 되죠."

<질문>
이번 조사 결과에 누구보다 관심을 기울였을 사람들이 당시 사고로 가족들을 잃었던 유가족들일텐데, 유가족들 반응은 어떤가요?

<답변>
네, 이번 기자회견장에는 유가족들도 참석했었는데요.

일단 2011년에 이뤄졌던 1차 조사보다는전향적으로 나왔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유족들의 참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녹취> 임방춘(유가족 대표) : "차라리 안한것만도 못해요. 일방적으로 그냥 요식행위를 해놓고 지금 했다고 말씀하시는데..."

오늘 기자회견장에서 서울시 측은 '인재'라는 말을 정확하게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유가족들은 이런 태도가 서울시가 잘못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또 연구 기관이 제출한 최종 원인조사 보고서 일부에도 120년만의 폭우였다는 표현이 여전히 남아있는 점도 논란거리입니다.

현재 피해 유가족들은 서울시와 서초구, 국방부 등을 상대로 7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인데, 결국 이번 논란은 법정에 가서야 마무리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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