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퓰리처상 심사위원 ‘스노든 폭로 보도’ 놓고 고민

입력 2014.03.14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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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언론상인 퓰리처상의 심사위원들이 올해 수상자 선정을 앞두고 국가안보국(NSA)의 기밀 감시프로그램 폭로 보도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전세계를 뒤흔들었던 최고의 '특종'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당시 폭로로 인해 국가안보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를 보도한 기자들에게 상을 줄 경우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19명으로 구성된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다음 달 10~11일 전체회의를 열어 분야별로 최종 수상자를 선정한 뒤 같은달 14일 오후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후보에는 NSA의 무차별적 전화통화 수집을 폭로한 영국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 등 3명과 NSA의 전자감시 프로그램 '프리즘'을 특종 보도한 워싱턴포스트(WP)의 바튼 겔먼 기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분야의 후보는 미국 언론사에서 활동하는 기자로 한정하고 있지만 가디언의 보도는 뉴욕지사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추천 대상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상자 선정이 지난 1970년대초 이른바 '펜타곤 페이퍼' 특종보도 이후 가장 논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펜타곤 페이퍼' 사태는 군사분석 전문가였던 대니얼 엘스버그가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 관련 기밀문서를 폭로한 것으로, 당시 이를 보도했던 뉴욕타임스(NYT)의 닐 시헌 기자가 논란 끝에 퓰리처상을 받았다.

실제로 심사위원들은 올해 심사 과정에서 스노든 폭로 보도를 퓰리처상 대상에 포함시키느냐를 놓고 내부적으로 치열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부 위원은 민주·공화 양당은 물론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이번 국가기밀 폭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는데다 러시아로 망명한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이 사실상 범죄자로 취급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종보도의 정보원이 중범죄로 기소될 수 있는데 이를 보도한 언론인이 '영웅'이 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린월드 기자가 스노든의 '공모자'라는 지적이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다른 후보 기자들이 엄청난 시간과 열정을 기울여 보도한 데 비해 이번 폭로 보도는 별다른 노력없이 스노든이 훔친 자료를 제보받아 이뤄졌기 때문에 퓰리처상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보수적 시민단체인 '애큐러시 인 미디어'(AIM)의 클리프 킨케이드 대표는 "미국 국민을 테러공격에 노출하고, 군인들을 전쟁터에서 죽음으로 몰아넣은 국가안보 문서를 건네받은 사람에게 저널리즘상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스노든의 국가기밀 폭로에 대한 논란은 심사에서 변수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퓰리처상은 정보원에 관한 것이 아니라 보도 자체에 주는 상이므로 사회적 의미와 파장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폭로가 국가기관의 정보수집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광범위한 논쟁을 촉발시켰다는 역사적 의미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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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퓰리처상 심사위원 ‘스노든 폭로 보도’ 놓고 고민
    • 입력 2014-03-14 01:16:45
    연합뉴스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언론상인 퓰리처상의 심사위원들이 올해 수상자 선정을 앞두고 국가안보국(NSA)의 기밀 감시프로그램 폭로 보도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전세계를 뒤흔들었던 최고의 '특종'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당시 폭로로 인해 국가안보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를 보도한 기자들에게 상을 줄 경우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19명으로 구성된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다음 달 10~11일 전체회의를 열어 분야별로 최종 수상자를 선정한 뒤 같은달 14일 오후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후보에는 NSA의 무차별적 전화통화 수집을 폭로한 영국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 등 3명과 NSA의 전자감시 프로그램 '프리즘'을 특종 보도한 워싱턴포스트(WP)의 바튼 겔먼 기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분야의 후보는 미국 언론사에서 활동하는 기자로 한정하고 있지만 가디언의 보도는 뉴욕지사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추천 대상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상자 선정이 지난 1970년대초 이른바 '펜타곤 페이퍼' 특종보도 이후 가장 논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펜타곤 페이퍼' 사태는 군사분석 전문가였던 대니얼 엘스버그가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 관련 기밀문서를 폭로한 것으로, 당시 이를 보도했던 뉴욕타임스(NYT)의 닐 시헌 기자가 논란 끝에 퓰리처상을 받았다. 실제로 심사위원들은 올해 심사 과정에서 스노든 폭로 보도를 퓰리처상 대상에 포함시키느냐를 놓고 내부적으로 치열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부 위원은 민주·공화 양당은 물론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이번 국가기밀 폭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는데다 러시아로 망명한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이 사실상 범죄자로 취급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종보도의 정보원이 중범죄로 기소될 수 있는데 이를 보도한 언론인이 '영웅'이 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린월드 기자가 스노든의 '공모자'라는 지적이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다른 후보 기자들이 엄청난 시간과 열정을 기울여 보도한 데 비해 이번 폭로 보도는 별다른 노력없이 스노든이 훔친 자료를 제보받아 이뤄졌기 때문에 퓰리처상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보수적 시민단체인 '애큐러시 인 미디어'(AIM)의 클리프 킨케이드 대표는 "미국 국민을 테러공격에 노출하고, 군인들을 전쟁터에서 죽음으로 몰아넣은 국가안보 문서를 건네받은 사람에게 저널리즘상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스노든의 국가기밀 폭로에 대한 논란은 심사에서 변수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퓰리처상은 정보원에 관한 것이 아니라 보도 자체에 주는 상이므로 사회적 의미와 파장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폭로가 국가기관의 정보수집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광범위한 논쟁을 촉발시켰다는 역사적 의미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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