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식탁에 오른 식용유, GMO 원료 ‘몰라도 돼?’

입력 2014.03.14 (10:28) 수정 2014.03.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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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식용유나 액상과당 등에 GMO, 즉 유전자변형생물체가 대거 원료로 사용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제품 표시성분에서 이를 확인할 길은 사실상 막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시판중인 카놀라유 15종과 콩기름 12종, 옥수수기름 5종 가운데 '유기농' 표시가 있는 3~4가지 제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GMO 카놀라와 GMO 콩, GMO 옥수수를 원료로 제조된다.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제조하는 액상과당과 물엿 등 전분당 역시 원료는 거의 전부가 GMO 옥수수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GMO 곡물 등을 주요 원재료로 제조.가공한 식품이나 식품첨가물에는 '유전자변형식품' 또는 '유전자변형 OO 포함식품'이라고 표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문제는 액상과당, 물엿 등 전분당과 식용유는 사실상 유전자변형식품 표시 의무를 면제해 준다는 사실이다. 최종 제품에 유전자변형 성분이 없으면 '유전자변형식품' 표시를 하지 않아도 좋다고 허용하기 때문이다. 유전자변형 성분이란 유전자변형 DNA, 혹은 단백질을 뜻한다.

전분당과 식용유는 원료인 옥수수나 콩을 가열.효소 처리하는 과정에서 DNA와 단백질 성분이 대부분 파괴된다. 당연히 최종제품에서는 유전자변형 성분을 검출할 수 없다. 이를 근거로 식용유 제조사들은 GMO 원료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표시하지 않는다.

GMO 옥수수 전분당도 마찬가지다. 액상과당과 물엿 등은 탄산음료와 쥬스, 과자, 빵, 아이스크림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지만 역시 원료가 GMO 옥수수라는 사실을 표시하는 경우는 한 건도 없다.

따라서 소비자들로써는 GMO 카놀라나 GMO 콩으로 만든 식용유 제품, 그리고 GMO 옥수수 전분당을 넣은 음료수나 과자 등을 구매할 때 이같은 사실을 알 길이 없다.



식품업체를 중심으로 GMO 수요가 늘면서 이미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GMO 수입 대국으로 올라섰다. 사료용과 식용을 합친 우리나라의 연간 GMO 곡물 수입량은 800만 톤에 이른다. 옥수수와 콩의 경우 전체 수입물량 1,148만 톤의 70%가 GMO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GMO 원료 표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는 2013년 11월 성인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GMO 국민 인식을 설문 조사했다. 그 결과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에 대하여 유전자변형생물체 원료의 사용 여부를 표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전체의 89%로 나타났다.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도 계속돼 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13년 5월 발표한 'GMO 표시현황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원재료, 성분의 안전성 등의 논란은 차치하고 이미 제품에 포함된 재료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GMO 포함여부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명확하게 표시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도 같은 입장이다. 소비자원은 12일 열린 'GMO 표시제도 방안 개선 세미나' 발표 자료를 통해 ▲유전자변형 DNA, 단백질 검출여부와 상관없이 GMO를 원료로 사용한 모든 식품은 유전자변형식품표시 의무화 ▲사용 함량과 상관없이 원재료 전 성분을 GMO 표시대상으로 확대 ▲전 세계적으로 유통 가능한 모든 GMO 작물로 표시대상 확대 등을 건의했다.

주무부처인 식약처 역시 지난 2008년 GMO 성분 검출 여부 등에 상관없이 GMO를 원료로 사용하면 이를 표시하는 'GMO 표시제도 확대 개정안'을 입안 예고 했다. 법안은 국무총리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규제개혁위 심의 대상에 오른 뒤 현재까지 통과되지 않고 있다.



식품업계는 GMO 원료 표시 강화 움직임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12일 세미나 발표 자료에서 GMO 표시제가 확대되면 ▲국가 식품산업 경쟁력 약화 ▲식품 생산비용 상승 ▲서민물가 부담 가중 ▲식품산업 고용감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은 현행 GMO 표시제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권을 제약하는 측면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GMO 표시제를 강화하는 법률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 홍종학 의원이 2013년 대표발의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은 GMO 원재료로 제조·가공한 유전자변형식품 등에 대해 원재료 사용함량 순위 및 유전자변형 성분의 잔류 여부와 무관하게 모두 유전자변형식품임을 표시하도록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남윤인순 의원이 같은 해 대표발의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건강기능식품도 유전자변형식품일 경우 이를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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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식탁에 오른 식용유, GMO 원료 ‘몰라도 돼?’
    • 입력 2014-03-14 10:28:49
    • 수정2014-03-14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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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식용유나 액상과당 등에 GMO, 즉 유전자변형생물체가 대거 원료로 사용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제품 표시성분에서 이를 확인할 길은 사실상 막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시판중인 카놀라유 15종과 콩기름 12종, 옥수수기름 5종 가운데 '유기농' 표시가 있는 3~4가지 제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GMO 카놀라와 GMO 콩, GMO 옥수수를 원료로 제조된다.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제조하는 액상과당과 물엿 등 전분당 역시 원료는 거의 전부가 GMO 옥수수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GMO 곡물 등을 주요 원재료로 제조.가공한 식품이나 식품첨가물에는 '유전자변형식품' 또는 '유전자변형 OO 포함식품'이라고 표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문제는 액상과당, 물엿 등 전분당과 식용유는 사실상 유전자변형식품 표시 의무를 면제해 준다는 사실이다. 최종 제품에 유전자변형 성분이 없으면 '유전자변형식품' 표시를 하지 않아도 좋다고 허용하기 때문이다. 유전자변형 성분이란 유전자변형 DNA, 혹은 단백질을 뜻한다.

전분당과 식용유는 원료인 옥수수나 콩을 가열.효소 처리하는 과정에서 DNA와 단백질 성분이 대부분 파괴된다. 당연히 최종제품에서는 유전자변형 성분을 검출할 수 없다. 이를 근거로 식용유 제조사들은 GMO 원료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표시하지 않는다.

GMO 옥수수 전분당도 마찬가지다. 액상과당과 물엿 등은 탄산음료와 쥬스, 과자, 빵, 아이스크림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지만 역시 원료가 GMO 옥수수라는 사실을 표시하는 경우는 한 건도 없다.

따라서 소비자들로써는 GMO 카놀라나 GMO 콩으로 만든 식용유 제품, 그리고 GMO 옥수수 전분당을 넣은 음료수나 과자 등을 구매할 때 이같은 사실을 알 길이 없다.



식품업체를 중심으로 GMO 수요가 늘면서 이미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GMO 수입 대국으로 올라섰다. 사료용과 식용을 합친 우리나라의 연간 GMO 곡물 수입량은 800만 톤에 이른다. 옥수수와 콩의 경우 전체 수입물량 1,148만 톤의 70%가 GMO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GMO 원료 표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는 2013년 11월 성인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GMO 국민 인식을 설문 조사했다. 그 결과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에 대하여 유전자변형생물체 원료의 사용 여부를 표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전체의 89%로 나타났다.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도 계속돼 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13년 5월 발표한 'GMO 표시현황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원재료, 성분의 안전성 등의 논란은 차치하고 이미 제품에 포함된 재료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GMO 포함여부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명확하게 표시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도 같은 입장이다. 소비자원은 12일 열린 'GMO 표시제도 방안 개선 세미나' 발표 자료를 통해 ▲유전자변형 DNA, 단백질 검출여부와 상관없이 GMO를 원료로 사용한 모든 식품은 유전자변형식품표시 의무화 ▲사용 함량과 상관없이 원재료 전 성분을 GMO 표시대상으로 확대 ▲전 세계적으로 유통 가능한 모든 GMO 작물로 표시대상 확대 등을 건의했다.

주무부처인 식약처 역시 지난 2008년 GMO 성분 검출 여부 등에 상관없이 GMO를 원료로 사용하면 이를 표시하는 'GMO 표시제도 확대 개정안'을 입안 예고 했다. 법안은 국무총리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규제개혁위 심의 대상에 오른 뒤 현재까지 통과되지 않고 있다.



식품업계는 GMO 원료 표시 강화 움직임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12일 세미나 발표 자료에서 GMO 표시제가 확대되면 ▲국가 식품산업 경쟁력 약화 ▲식품 생산비용 상승 ▲서민물가 부담 가중 ▲식품산업 고용감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은 현행 GMO 표시제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권을 제약하는 측면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GMO 표시제를 강화하는 법률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 홍종학 의원이 2013년 대표발의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은 GMO 원재료로 제조·가공한 유전자변형식품 등에 대해 원재료 사용함량 순위 및 유전자변형 성분의 잔류 여부와 무관하게 모두 유전자변형식품임을 표시하도록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남윤인순 의원이 같은 해 대표발의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건강기능식품도 유전자변형식품일 경우 이를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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