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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불평등한 현실을 향한 폭력의 폭주 ‘천주정’
입력 2014.03.21 (07:48) 연합뉴스
중국 6세대 감독의 선봉장이라 할 만한 지아장커(賈樟柯) 감독에게 칸 영화제 각본상을 안긴 '천주정'(天注定)은 빈부격차가 심화하고 비리가 판을 치는 현대 중국의 살벌한 풍경을 전한다.

지난해 국내에 소개된 소설 '제7일'을 통해 공무원의 부패와 탈선, 호구지책을 위한 매춘, 심지어 죽어서도 돈이 없어 매장되지 못하는 부박한 중국 사회의 현실을 생생하게 꼬집으며 만들어낸 소설가 위화(余華)의 경고음보다도 이 영화가 내는 비상등 소리는 훨씬 격렬하고 시끄럽다.

영화는 실제로 발생했던 세 편의 살인 사건과 한 건의 자살사건을 토대로 엄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인민들의 지옥 같은 일상을 담았다. 잔혹한 폭력 묘사가 두드러지지만, 인물들이 억눌린 가운데 벌어지는 방어적인 성격의 폭력이어서 영화 속 폭력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마저 불러 일으킨다.

사업가와 결탁해 마을의 공동자산을 편법으로 매각, 큰돈을 모은 마을 촌장. 광부 따하이(쟝우)는 촌장의 불법행위에 딴죽을 걸지만, 촌장의 위세에 겁먹거나 뇌물을 받은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

동의는 고사하고 오히려 '골 선생'이란 조롱마저 받는 따하이. 마을 사람들의 비루함에 자신은 겁쟁이가 아니라고 되뇐 따하이는 사냥총에 총알을 채우고 나서 촌장과 주변 인물들을 찾아간다.

비슷한 시기, 시골출신의 청부살인업자 조우산(왕바오창)은 의미 없는 살인 행각을 벌이고, 사우나 카운터 직원 샤오위(자오타오)는 성폭행 위기에 놓이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샤오후이(나람산)는 거리의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세찬 바람 소리로 시작하는 영화는 얼굴에 잔뜩 검댕을 묻힌 채 국수를 먹는 사람들의 가난한 모습과 마을 재산을 팔아 전용기를 타고 오는 자본가의 희멀건 얼굴을 대비해 보여주며 중국이 처한 불평등의 현실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지아장커는 제작노트에서 "중국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어 한편으로는 이전보다 더욱 부유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부의 불균형과 큰 빈부격차로 많은 이들이 위기에 처해있다. 언제라도 개인의 존엄성이 박탈당할 수 있기에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 약자에게는 폭력만이 잃어버린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본주의가 몸집을 키우면서 점점 사라져 가는 우리 주변의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정제된 화면 속에 담았던 '스틸라이프'(2006)의 지아장커를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다소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작들과 비교하면 드라마의 진행 속도가 빠르고, 이야기의 전개도 훨씬 자극적이다.

3월27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30분.
  • [새영화] 불평등한 현실을 향한 폭력의 폭주 ‘천주정’
    • 입력 2014-03-21 07:48:43
    연합뉴스
중국 6세대 감독의 선봉장이라 할 만한 지아장커(賈樟柯) 감독에게 칸 영화제 각본상을 안긴 '천주정'(天注定)은 빈부격차가 심화하고 비리가 판을 치는 현대 중국의 살벌한 풍경을 전한다.

지난해 국내에 소개된 소설 '제7일'을 통해 공무원의 부패와 탈선, 호구지책을 위한 매춘, 심지어 죽어서도 돈이 없어 매장되지 못하는 부박한 중국 사회의 현실을 생생하게 꼬집으며 만들어낸 소설가 위화(余華)의 경고음보다도 이 영화가 내는 비상등 소리는 훨씬 격렬하고 시끄럽다.

영화는 실제로 발생했던 세 편의 살인 사건과 한 건의 자살사건을 토대로 엄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인민들의 지옥 같은 일상을 담았다. 잔혹한 폭력 묘사가 두드러지지만, 인물들이 억눌린 가운데 벌어지는 방어적인 성격의 폭력이어서 영화 속 폭력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마저 불러 일으킨다.

사업가와 결탁해 마을의 공동자산을 편법으로 매각, 큰돈을 모은 마을 촌장. 광부 따하이(쟝우)는 촌장의 불법행위에 딴죽을 걸지만, 촌장의 위세에 겁먹거나 뇌물을 받은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

동의는 고사하고 오히려 '골 선생'이란 조롱마저 받는 따하이. 마을 사람들의 비루함에 자신은 겁쟁이가 아니라고 되뇐 따하이는 사냥총에 총알을 채우고 나서 촌장과 주변 인물들을 찾아간다.

비슷한 시기, 시골출신의 청부살인업자 조우산(왕바오창)은 의미 없는 살인 행각을 벌이고, 사우나 카운터 직원 샤오위(자오타오)는 성폭행 위기에 놓이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샤오후이(나람산)는 거리의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세찬 바람 소리로 시작하는 영화는 얼굴에 잔뜩 검댕을 묻힌 채 국수를 먹는 사람들의 가난한 모습과 마을 재산을 팔아 전용기를 타고 오는 자본가의 희멀건 얼굴을 대비해 보여주며 중국이 처한 불평등의 현실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지아장커는 제작노트에서 "중국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어 한편으로는 이전보다 더욱 부유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부의 불균형과 큰 빈부격차로 많은 이들이 위기에 처해있다. 언제라도 개인의 존엄성이 박탈당할 수 있기에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 약자에게는 폭력만이 잃어버린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본주의가 몸집을 키우면서 점점 사라져 가는 우리 주변의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정제된 화면 속에 담았던 '스틸라이프'(2006)의 지아장커를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다소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작들과 비교하면 드라마의 진행 속도가 빠르고, 이야기의 전개도 훨씬 자극적이다.

3월27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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