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합병, 다음 수순은?

입력 2014.03.22 (08:16) 수정 2014.03.2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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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러시아가 크림 반도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고 우크라이나는 군 병력 철수를 결정해 크림은 사실상 러시아 땅이 됐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질주에 서방은 속수무책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최종 목표는 뭘까요?

모스크바 특파원을 연결해 크림 합병과 이후 사태 전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푸틴 대통령, 서방의 허를 찌르는 속전속결 전략인데요.

러시아의 크림 장악은 이제 되돌리기 어렵게 된 거죠?

<답변>

푸틴 대통령이 합병조약에 서명한데 이어 러시아 의회의 비준 절차도 마무리 됐습니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 군이 크림반도에서 철수를 결정함에 따라 크림반도는 이제 러시아가 지배하는 지역이 됐습니다.

논란은 계속 되겠지만 어쨌든 러시아는 다시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만들게 됐습니다.

옛 소련 시절인 1954년에 우크라이나에게 크림 땅을 넘겨 준 것을 기준으로 하면 60년 만입니다.

<질문>
말씀하신대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크림에서 군 병력 철수를 결정했는데, 너무 쉽게 크림을 포기한 것 아닙니까?

<답변>
우크라이나로서는 현실적인 힘의 열세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주민 투표에 나타났듯이 크림 주민 80%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96% 이상이 합병에 찬성한 크림 자체의 압도적인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죠.

또 러시아군과 친러 세력은 이미 크림의 주요 시설을 장악해 실효적 지배를 완료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대부분 별다른 저항 없이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하듯 부대를 떠났습니다.

<녹취> 우크라이나 해군 장교 : "현재 상황에서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크림의 우크라이나 해군 사령관은 크림당국에 억류돼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압박에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백기를 들었습니다.

크림에서 우크라이나 군과 가족 등 만 5천 명을 본토로 철수시키겠다고 밝힌 것인데요,

현대사에서 가장 매끄러운 침공이란 외신의 평가가 나올 정도로 러시아는 무혈 입성에 성공했습니다.

<질문>
미국과 EU 등 서방국가들이 이런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답변>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크림 합병을 인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걸 되돌릴 수단도 마땅치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크림공화국의 독립과 러시아 합병을 선택한 주민투표 자체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외교적 비난 외에는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9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임시 회의는 러시아 성토장이었습니다.

<인터뷰> 구더햄(영국 유엔 대사) : "비정상적인 의사 결정이 불러온 역사적 교훈은 충분히 많습니다."

<인터뷰> 추르킨(러시아 유엔 대사) : "(크림 합병은) 역사적인 불의를 바로잡은 것입니다."

미국과 러시아 대사는 감정적인 설전을 주고받아 최근 급격히 냉각된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보여줬습니다.

<인터뷰> 파워(미국 대사) : "도둑이 물건을 훔칠 순 있지만 그렇다고 도둑에게 소유권까지 있는 건 아닙니다."

<인터뷰> 추르킨(러시아 유엔 대사) : "미국의 모욕적 발언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질문>
미국과 서방의 선택은 결국 외교적 비난과 비군사적 제재로 모아지는데요.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답변>
미국은 러시아 인사 20명과 러시아 은행 한 곳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발표 했는데요.

대통령 비서실장 등 푸틴 대통령 측근들이 포함됐습니다.

사흘 전 11명의 러시아 인사와 우크라이나 인사들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추가조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 들어보시죠.

<인터뷰> 오바마(미국 대통령) :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경우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만 더욱 심해진다는 것을 러시아는 알아야 합니다. "

미국과 EU는 다음주 열리는 핵 안보 정상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제재 수단 사용은 상호적인 것이며 부메랑으로 미국 역시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라브로프(러시아 외무장관) : "서방 측의 다른 나라에 대한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제재 조치에 실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질문>
이제 관심은 푸틴 대통령이 크림 지배에서 멈출 것이냐, 아니면 더 나아갈 것이냐 하는 점 아니겠습니까?

<답변>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분열은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해 볼 때 이걸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5월 우크라이나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됩니다.

새 정부는 친 유럽, 반러시아 성향일 가능성이 높고,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가입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인데요.

러시아가 크림 사태를 일으킨 이유를 보면, 크림을 발판으로 러시아계가 많은 동부지역을 자극해 우크라이나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그런 면에서 크림 합병만으로 이번 사태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러시아와 서방측이 대립을 계속하는 신냉전 우려가 커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스크바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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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림 합병, 다음 수순은?
    • 입력 2014-03-22 09:01:28
    • 수정2014-03-22 13:11:36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러시아가 크림 반도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고 우크라이나는 군 병력 철수를 결정해 크림은 사실상 러시아 땅이 됐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질주에 서방은 속수무책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최종 목표는 뭘까요?

모스크바 특파원을 연결해 크림 합병과 이후 사태 전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푸틴 대통령, 서방의 허를 찌르는 속전속결 전략인데요.

러시아의 크림 장악은 이제 되돌리기 어렵게 된 거죠?

<답변>

푸틴 대통령이 합병조약에 서명한데 이어 러시아 의회의 비준 절차도 마무리 됐습니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 군이 크림반도에서 철수를 결정함에 따라 크림반도는 이제 러시아가 지배하는 지역이 됐습니다.

논란은 계속 되겠지만 어쨌든 러시아는 다시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만들게 됐습니다.

옛 소련 시절인 1954년에 우크라이나에게 크림 땅을 넘겨 준 것을 기준으로 하면 60년 만입니다.

<질문>
말씀하신대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크림에서 군 병력 철수를 결정했는데, 너무 쉽게 크림을 포기한 것 아닙니까?

<답변>
우크라이나로서는 현실적인 힘의 열세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주민 투표에 나타났듯이 크림 주민 80%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96% 이상이 합병에 찬성한 크림 자체의 압도적인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죠.

또 러시아군과 친러 세력은 이미 크림의 주요 시설을 장악해 실효적 지배를 완료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대부분 별다른 저항 없이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하듯 부대를 떠났습니다.

<녹취> 우크라이나 해군 장교 : "현재 상황에서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크림의 우크라이나 해군 사령관은 크림당국에 억류돼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압박에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백기를 들었습니다.

크림에서 우크라이나 군과 가족 등 만 5천 명을 본토로 철수시키겠다고 밝힌 것인데요,

현대사에서 가장 매끄러운 침공이란 외신의 평가가 나올 정도로 러시아는 무혈 입성에 성공했습니다.

<질문>
미국과 EU 등 서방국가들이 이런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답변>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크림 합병을 인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걸 되돌릴 수단도 마땅치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크림공화국의 독립과 러시아 합병을 선택한 주민투표 자체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외교적 비난 외에는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9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임시 회의는 러시아 성토장이었습니다.

<인터뷰> 구더햄(영국 유엔 대사) : "비정상적인 의사 결정이 불러온 역사적 교훈은 충분히 많습니다."

<인터뷰> 추르킨(러시아 유엔 대사) : "(크림 합병은) 역사적인 불의를 바로잡은 것입니다."

미국과 러시아 대사는 감정적인 설전을 주고받아 최근 급격히 냉각된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보여줬습니다.

<인터뷰> 파워(미국 대사) : "도둑이 물건을 훔칠 순 있지만 그렇다고 도둑에게 소유권까지 있는 건 아닙니다."

<인터뷰> 추르킨(러시아 유엔 대사) : "미국의 모욕적 발언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질문>
미국과 서방의 선택은 결국 외교적 비난과 비군사적 제재로 모아지는데요.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답변>
미국은 러시아 인사 20명과 러시아 은행 한 곳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발표 했는데요.

대통령 비서실장 등 푸틴 대통령 측근들이 포함됐습니다.

사흘 전 11명의 러시아 인사와 우크라이나 인사들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추가조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 들어보시죠.

<인터뷰> 오바마(미국 대통령) :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경우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만 더욱 심해진다는 것을 러시아는 알아야 합니다. "

미국과 EU는 다음주 열리는 핵 안보 정상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제재 수단 사용은 상호적인 것이며 부메랑으로 미국 역시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라브로프(러시아 외무장관) : "서방 측의 다른 나라에 대한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제재 조치에 실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질문>
이제 관심은 푸틴 대통령이 크림 지배에서 멈출 것이냐, 아니면 더 나아갈 것이냐 하는 점 아니겠습니까?

<답변>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분열은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해 볼 때 이걸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5월 우크라이나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됩니다.

새 정부는 친 유럽, 반러시아 성향일 가능성이 높고,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가입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인데요.

러시아가 크림 사태를 일으킨 이유를 보면, 크림을 발판으로 러시아계가 많은 동부지역을 자극해 우크라이나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그런 면에서 크림 합병만으로 이번 사태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러시아와 서방측이 대립을 계속하는 신냉전 우려가 커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스크바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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