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봄 농산물 가격 폭락…효과적 수급 조절책은?

입력 2014.03.27 (21:31) 수정 2014.03.2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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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주초, 전남을 시작으로 남부지역 양파 주 생산지에서는 조생종 햇양파 수확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울상입니다.

지난해 생산된 양파가 아직 창고에 가득 쌓여 있어 햇양파가 가격 폭락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양파값은 이미 3분의 1 아래로 폭락했습니다.

양파뿐만 아니라 배추와 청양고추 등 다른 농산물 가격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농민들은 급기야 수확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조미령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양파 주산지의 한 저온 저장창고, 천장까지 양파가 가득 찼습니다.

지난해 6월 수확한 양파가 아직까지 팔리지 않은 겁니다.

가격이 생산원가 아래로 떨어졌지만 문의 전화조차 없습니다.

<인터뷰> 하재규(양파재배 농가) : "(상인들에게)저장 창고비만 주고 가지고 가라고 해도 안 가져가니까 양파는 버릴 요량으로..."

일부 양파는 썩어가고, 햇양파도 폐기처분될 우려가 큽니다.

<인터뷰> 강이섭(양파재배 농가) : "햇양파가 나오면 (재고는) 자꾸 밀릴 건데 가격이 더 내리는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농민들이 한숨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아예 팔리지 않고 있는 배추밭을 갈아 엎고 있습니다.

지난 24일부터 전남 해남에서는 여의도 면적의 74%에 이르는 214ha의 배추밭이 이렇게 갈아 엎어지고 있습니다.

이 밭의 청양고추는 말라 비틀어진 채 내팽개쳐져 있습니다.

가격이 지난해의 3분의 1로 떨어지자 수확을 아예 포기하고 다음 작물을 심기 위해 뽑아버린 겁니다.

<인터뷰> 이학순(청양고추 농가) : "어쩔 수 없이 (작물을) 바꿔보는 거지. 그것도 시세가 좋을 안 좋을지 심어봐야 아는 건데, 할 수 없이 울며겨자먹기로……."

봄 농산물 가격 폭락에 농민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올 봄 농산물 가격 폭락, 공급량이 너무 많은 게 문제입니다.

먼저, 날씨가 좋았습니다.

배추밭을 갈아 엎고 있는 전남 해남의 경우를 살펴볼까요.

배추가 한창 자라던 지난겨울의 기온을 보겠습니다.

지난해 11월~12월 평균 기온은 9.3도와 3.9도로 1년 전보다 최대 2도가량 높았습니다.

예년과 달리 결빙이나 서리 피해도 없어 풍작을 이룬 겁니다.

재배 면적도 증가했는데요.

2012년 전국 만 3천ha에서 1년 만인 지난해는 15%인 2천ha가 늘었습니다.

작황 부진으로 배추 가격이 지난해 초 2배가량 오르면서, 농민들이 재배 면적을 늘린 겁니다.

이 같은 이유로 배추 생산량이 전국적으로 24만 톤 이상 증가해 가격 폭락을 부채질했습니다.

양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수확기인 5월 날씨가 좋아 생산량은 전국 129만 톤으로 10만 톤 이상 늘었습니다.

재배면적은 올해 더 늘어 지난해 재고량까지 합치면 올해 양파 과잉 물량은 8만 3천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으로 가격이 더 폭락할 수 있다는 말인데요.

해마다 반복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수급 조절책은 무엇일까요?

이진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파종을 좀 일찍하셔서 그렇고... 작황이 좋으신 편이네요."

농업관측센터가 양파 재배 농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전화 설문 조삽니다.

작물을 얼마나 재배하는지 작황은 어떤지,뭘 재배하고 싶은지 등을 다달이 파악합니다.

이렇게 모인 정보는 수급 조절에 참고하라며 매달 1번씩 농민들에게 소책자로 발송되거나 전화 문자 메시지로 보내집니다.

하지만 이 정보를 활용하는 농가는 전체 100만 농가 가운데 3만 농가에 불과합니다.

좀 더 많은 농민들이 이 정보를 활용한다면 수급조절은 물론 농산물 가격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농가 스스로 수급 조절에 나서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재배면적과 출하 시기 등을 다 파악해 적정량의 농산물만 키워 시장에 내놓는 겁니다.

<인터뷰> 국승용(박사/농촌경제연구원) : "장기적으로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사적인 생산조정, 출하조정 이런 것들이 이뤄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농작물 가격이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

해마다 되풀이되는 농산물 가격 파동.

이제 정부의 비축물량 확대나 소비 촉진뿐만 아니라 농가 스스로 출하조절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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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봄 농산물 가격 폭락…효과적 수급 조절책은?
    • 입력 2014-03-27 21:38:20
    • 수정2014-03-27 21: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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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주초, 전남을 시작으로 남부지역 양파 주 생산지에서는 조생종 햇양파 수확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울상입니다.

지난해 생산된 양파가 아직 창고에 가득 쌓여 있어 햇양파가 가격 폭락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양파값은 이미 3분의 1 아래로 폭락했습니다.

양파뿐만 아니라 배추와 청양고추 등 다른 농산물 가격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농민들은 급기야 수확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조미령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양파 주산지의 한 저온 저장창고, 천장까지 양파가 가득 찼습니다.

지난해 6월 수확한 양파가 아직까지 팔리지 않은 겁니다.

가격이 생산원가 아래로 떨어졌지만 문의 전화조차 없습니다.

<인터뷰> 하재규(양파재배 농가) : "(상인들에게)저장 창고비만 주고 가지고 가라고 해도 안 가져가니까 양파는 버릴 요량으로..."

일부 양파는 썩어가고, 햇양파도 폐기처분될 우려가 큽니다.

<인터뷰> 강이섭(양파재배 농가) : "햇양파가 나오면 (재고는) 자꾸 밀릴 건데 가격이 더 내리는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농민들이 한숨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아예 팔리지 않고 있는 배추밭을 갈아 엎고 있습니다.

지난 24일부터 전남 해남에서는 여의도 면적의 74%에 이르는 214ha의 배추밭이 이렇게 갈아 엎어지고 있습니다.

이 밭의 청양고추는 말라 비틀어진 채 내팽개쳐져 있습니다.

가격이 지난해의 3분의 1로 떨어지자 수확을 아예 포기하고 다음 작물을 심기 위해 뽑아버린 겁니다.

<인터뷰> 이학순(청양고추 농가) : "어쩔 수 없이 (작물을) 바꿔보는 거지. 그것도 시세가 좋을 안 좋을지 심어봐야 아는 건데, 할 수 없이 울며겨자먹기로……."

봄 농산물 가격 폭락에 농민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올 봄 농산물 가격 폭락, 공급량이 너무 많은 게 문제입니다.

먼저, 날씨가 좋았습니다.

배추밭을 갈아 엎고 있는 전남 해남의 경우를 살펴볼까요.

배추가 한창 자라던 지난겨울의 기온을 보겠습니다.

지난해 11월~12월 평균 기온은 9.3도와 3.9도로 1년 전보다 최대 2도가량 높았습니다.

예년과 달리 결빙이나 서리 피해도 없어 풍작을 이룬 겁니다.

재배 면적도 증가했는데요.

2012년 전국 만 3천ha에서 1년 만인 지난해는 15%인 2천ha가 늘었습니다.

작황 부진으로 배추 가격이 지난해 초 2배가량 오르면서, 농민들이 재배 면적을 늘린 겁니다.

이 같은 이유로 배추 생산량이 전국적으로 24만 톤 이상 증가해 가격 폭락을 부채질했습니다.

양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수확기인 5월 날씨가 좋아 생산량은 전국 129만 톤으로 10만 톤 이상 늘었습니다.

재배면적은 올해 더 늘어 지난해 재고량까지 합치면 올해 양파 과잉 물량은 8만 3천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으로 가격이 더 폭락할 수 있다는 말인데요.

해마다 반복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수급 조절책은 무엇일까요?

이진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파종을 좀 일찍하셔서 그렇고... 작황이 좋으신 편이네요."

농업관측센터가 양파 재배 농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전화 설문 조삽니다.

작물을 얼마나 재배하는지 작황은 어떤지,뭘 재배하고 싶은지 등을 다달이 파악합니다.

이렇게 모인 정보는 수급 조절에 참고하라며 매달 1번씩 농민들에게 소책자로 발송되거나 전화 문자 메시지로 보내집니다.

하지만 이 정보를 활용하는 농가는 전체 100만 농가 가운데 3만 농가에 불과합니다.

좀 더 많은 농민들이 이 정보를 활용한다면 수급조절은 물론 농산물 가격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농가 스스로 수급 조절에 나서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재배면적과 출하 시기 등을 다 파악해 적정량의 농산물만 키워 시장에 내놓는 겁니다.

<인터뷰> 국승용(박사/농촌경제연구원) : "장기적으로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사적인 생산조정, 출하조정 이런 것들이 이뤄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농작물 가격이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

해마다 되풀이되는 농산물 가격 파동.

이제 정부의 비축물량 확대나 소비 촉진뿐만 아니라 농가 스스로 출하조절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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