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자살률 9년째 1위…생명 살리는 방법은?

입력 2014.03.31 (21:27) 수정 2014.03.3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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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금 보시는 이 숫자들, 짐작이 가십니까?

39명,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자살로 숨지는 사람들의 숫자입니다.

37분에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데요.

자살률은 9년 째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책이 나오곤 있지만, 자살률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데요.

먼저, 막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을 구조하는 숨가쁜 현장을 정성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병원 응급실...

자살을 시도한 환자가 실려오자, 의료진이 산소와 약물을 투여합니다.

<녹취> "눈 떠볼래요. 눈 떠보세요."

이런 환자만 하루에 한 명 꼴.

의료진은 긴장을 늦추지 못합니다.

마음의 병을 앓는 경우도 많아 심리치료도 필요합니다.

<녹취> 임용수(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입원을 해서 우리가 정신건강학적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하면 우리가 좀 알아볼게요 병원을..."

실랑이 끝에 구조대원들이 다리 난간에 매달린 사람을 끌어냅니다.

한강에서 구조된 또 다른 남성.

심폐소생술이 이뤄지고 난 뒤에야 의식을 되찾습니다.

지난해 한강에 투신한 사람은 모두 127명.

사흘에 한 명 꼴로 스스로 한강에 뛰어든 셈입니다.

그러나, 수색 도중 숨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터뷰> 노수길(영등포 수난구조대 팀장) : "그 위치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수색하는 데 시간이 너무 지연되다 보니까 아까운 생명을..."

한강 다리 7곳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엔, 많게는 하루 스무 건이 넘는 전화가 걸려 옵니다.

<녹취> '생명의 전화' 상담 내용 : "제가 원래 약을 먹어야 돼요. 우울증 약을요. (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걸 무료로 저희들이 안내도 해 드릴 수 있거든요.)"

소중한 생명을 살리려는 혼신의 노력은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한 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14,160명.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3배나 많습니다.

증가세도 가팔라 자살률은 지난 2012년 10만 명당 28.1명으로 20년 새 3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자살 위험군도 많은데요.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이 5백만 명.

이 가운데 2백만 명은 구체적인 계획까지 갖고 있고, 한 번이라도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은 15만 명에 이릅니다.

미처 노년을 준비할 새 없이 수명이 늘다보니 질병과 가난, 외로움에 시달리는 노년층이 늘면서 노인 자살률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족과 이웃 등 사회 관계망은 해체되고 양극화는 더 심해졌습니다.

자살한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우울증 등 정신과적 문제가 가장 많았고, 질병이나 생활고를 비관한 것이 뒤를 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살 예방에 쓰이는 예산은 한 해 75억원으로 일본의 1/40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젠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자살을 줄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구 2만6천여 명의 전라북도 진안군.

노인 인구 비율이 30%에 육박합니다.

자살예방 상담 요원들이 혼자 사는 80세 노인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2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은 뒤 심한 우울증이 생겼던 이 여성은 자살충동에 시달려 왔습니다.

하지만 상담 요원들의 돌봄을 받으면서 자살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우울증 독거 노인 : "그럼요. (상담을 받지) 않았으면 죽었을 거에요. 보건소에서 늘 와서 상담을 해주니까..."

10만 명당 75.5명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었던 진안군의 자살률은 지방자치단체가 노력을 기울인 뒤 1년 만에 뚝 떨어졌습니다.

우울증 선별검사를 통해 정도가 심한 노인 15명을 파악한 뒤 매달 노인들을 찾아 상담한 결과입니다.

<인터뷰> 김현숙(진안군 보건소 자살예방상담사) : "말벗도 해 드리고 어르신들이 필요한 물품을 사다 드리기도 하고 몸이 아픈 분들은 병원에 모셔다 드리기도 해요."

이처럼 위험이 높은 취약층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자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고농축 농약 판매를 규제하고 교량에 안전망을 설치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도 필요합니다.

자살률 1위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자살예방 특별기구를 설치해 정부차원의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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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자살률 9년째 1위…생명 살리는 방법은?
    • 입력 2014-03-31 21:28:50
    • 수정2014-03-31 22: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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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시는 이 숫자들, 짐작이 가십니까?

39명,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자살로 숨지는 사람들의 숫자입니다.

37분에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데요.

자살률은 9년 째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책이 나오곤 있지만, 자살률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데요.

먼저, 막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을 구조하는 숨가쁜 현장을 정성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병원 응급실...

자살을 시도한 환자가 실려오자, 의료진이 산소와 약물을 투여합니다.

<녹취> "눈 떠볼래요. 눈 떠보세요."

이런 환자만 하루에 한 명 꼴.

의료진은 긴장을 늦추지 못합니다.

마음의 병을 앓는 경우도 많아 심리치료도 필요합니다.

<녹취> 임용수(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입원을 해서 우리가 정신건강학적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하면 우리가 좀 알아볼게요 병원을..."

실랑이 끝에 구조대원들이 다리 난간에 매달린 사람을 끌어냅니다.

한강에서 구조된 또 다른 남성.

심폐소생술이 이뤄지고 난 뒤에야 의식을 되찾습니다.

지난해 한강에 투신한 사람은 모두 127명.

사흘에 한 명 꼴로 스스로 한강에 뛰어든 셈입니다.

그러나, 수색 도중 숨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터뷰> 노수길(영등포 수난구조대 팀장) : "그 위치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수색하는 데 시간이 너무 지연되다 보니까 아까운 생명을..."

한강 다리 7곳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엔, 많게는 하루 스무 건이 넘는 전화가 걸려 옵니다.

<녹취> '생명의 전화' 상담 내용 : "제가 원래 약을 먹어야 돼요. 우울증 약을요. (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걸 무료로 저희들이 안내도 해 드릴 수 있거든요.)"

소중한 생명을 살리려는 혼신의 노력은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한 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14,160명.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3배나 많습니다.

증가세도 가팔라 자살률은 지난 2012년 10만 명당 28.1명으로 20년 새 3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자살 위험군도 많은데요.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이 5백만 명.

이 가운데 2백만 명은 구체적인 계획까지 갖고 있고, 한 번이라도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은 15만 명에 이릅니다.

미처 노년을 준비할 새 없이 수명이 늘다보니 질병과 가난, 외로움에 시달리는 노년층이 늘면서 노인 자살률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족과 이웃 등 사회 관계망은 해체되고 양극화는 더 심해졌습니다.

자살한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우울증 등 정신과적 문제가 가장 많았고, 질병이나 생활고를 비관한 것이 뒤를 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살 예방에 쓰이는 예산은 한 해 75억원으로 일본의 1/40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젠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자살을 줄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구 2만6천여 명의 전라북도 진안군.

노인 인구 비율이 30%에 육박합니다.

자살예방 상담 요원들이 혼자 사는 80세 노인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2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은 뒤 심한 우울증이 생겼던 이 여성은 자살충동에 시달려 왔습니다.

하지만 상담 요원들의 돌봄을 받으면서 자살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우울증 독거 노인 : "그럼요. (상담을 받지) 않았으면 죽었을 거에요. 보건소에서 늘 와서 상담을 해주니까..."

10만 명당 75.5명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었던 진안군의 자살률은 지방자치단체가 노력을 기울인 뒤 1년 만에 뚝 떨어졌습니다.

우울증 선별검사를 통해 정도가 심한 노인 15명을 파악한 뒤 매달 노인들을 찾아 상담한 결과입니다.

<인터뷰> 김현숙(진안군 보건소 자살예방상담사) : "말벗도 해 드리고 어르신들이 필요한 물품을 사다 드리기도 하고 몸이 아픈 분들은 병원에 모셔다 드리기도 해요."

이처럼 위험이 높은 취약층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자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고농축 농약 판매를 규제하고 교량에 안전망을 설치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도 필요합니다.

자살률 1위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자살예방 특별기구를 설치해 정부차원의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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