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중 가계 비중 50% 돌파…미래 불안에 실물 기피

입력 2014.04.01 (06:08) 수정 2014.04.01 (17:4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은행 예금 가운데 가계의 예금 비중이 6년여 만에 50%를 돌파했다.

경기회복세를 체감하지 못하는 가계가 입출식 상품과 예·적금을 가리지 않고 돈을 쌓아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국내 예금은행의 총 예금 1천8조9천300억원 가운데 가계의 예금은 약 507조2천100억원으로 50.3%를 차지했다.

은행 예금 가운데 가계 예금 비중이 50%를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 10월(50.6%) 이후 처음이다.

가계 예금 비중은 2001년까지만 해도 은행 전체 예금의 60%를 수준을 넘나들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1년에는 40%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펀드와 저축성보험 등 새로운 금융상품이 생기고 집값이 상승하는 추세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해 가계와 기업의 예금 추이를 보면 입출식 예금과 예·적금 모두 가계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가계의 저축성 예금은 작년 말 현재 459조7천400억원으로 2012년 말(435조9천300억원)보다 23조8천100억원(5.5%) 증가해 기업의 저축성 예금 증가세(4조8천억원·1.8%)를 앞질렀다.

지난해 말 가계의 요구불 예금도 41조9천600억원으로 전년(34조8천600억원)보다 7조1천억원(20.3%) 급증해 기업의 요구불 예금 증가세(2조9천800억원·7.8%)를 크게 웃돌았다.

가계의 요구불 예금 증가세는 2001년(21.3%) 이후 가장 가팔랐다.

이런 현상은 경기회복세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 가계가 미래에 대한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해 은행에 돈을 쌓아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 상황이 좋지 않자 투자처를 잃은 가계의 돈이 저금리를 감수하고 은행권에 쏠린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실제로 가계·기업·정부 소득을 포함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 2만6천205달러로 3만달러에 가까워졌지만 이 가운데 가계 몫인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 비중은 56.1%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62.6%)을 밑도는 수치다.

가계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21.4%에서 지난해 26.7%로 늘었다.

최근 수익성이 악화한 은행들은 이런 가계 부동자금을 끌어들이고 저원가성 예금을 늘리기 위해 단기·소액 예금에 높은 이자를 주는 입출식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이날 2분기 조회사에서 "핵심 저금리 예금도 지속적으로 늘려 조달비용을 절감하는 게 수익성 회복의 첫걸음"이라며 저원가성 예금 유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씨티은행도 이날 하루만 예치해도 금액에 따라 최고 연 2.5%의 높은 금리를 주는 자유입출금 통장을 내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의 자금이 은행에 몰리는 것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방증"이라며 "소비심리와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니 돈이 실물로 흘러가지 못하고 은행 계좌에만 들락날락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예금중 가계 비중 50% 돌파…미래 불안에 실물 기피
    • 입력 2014-04-01 06:08:10
    • 수정2014-04-01 17:44:30
    연합뉴스
은행 예금 가운데 가계의 예금 비중이 6년여 만에 50%를 돌파했다.

경기회복세를 체감하지 못하는 가계가 입출식 상품과 예·적금을 가리지 않고 돈을 쌓아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국내 예금은행의 총 예금 1천8조9천300억원 가운데 가계의 예금은 약 507조2천100억원으로 50.3%를 차지했다.

은행 예금 가운데 가계 예금 비중이 50%를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 10월(50.6%) 이후 처음이다.

가계 예금 비중은 2001년까지만 해도 은행 전체 예금의 60%를 수준을 넘나들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1년에는 40%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펀드와 저축성보험 등 새로운 금융상품이 생기고 집값이 상승하는 추세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해 가계와 기업의 예금 추이를 보면 입출식 예금과 예·적금 모두 가계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가계의 저축성 예금은 작년 말 현재 459조7천400억원으로 2012년 말(435조9천300억원)보다 23조8천100억원(5.5%) 증가해 기업의 저축성 예금 증가세(4조8천억원·1.8%)를 앞질렀다.

지난해 말 가계의 요구불 예금도 41조9천600억원으로 전년(34조8천600억원)보다 7조1천억원(20.3%) 급증해 기업의 요구불 예금 증가세(2조9천800억원·7.8%)를 크게 웃돌았다.

가계의 요구불 예금 증가세는 2001년(21.3%) 이후 가장 가팔랐다.

이런 현상은 경기회복세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 가계가 미래에 대한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해 은행에 돈을 쌓아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 상황이 좋지 않자 투자처를 잃은 가계의 돈이 저금리를 감수하고 은행권에 쏠린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실제로 가계·기업·정부 소득을 포함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 2만6천205달러로 3만달러에 가까워졌지만 이 가운데 가계 몫인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 비중은 56.1%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62.6%)을 밑도는 수치다.

가계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21.4%에서 지난해 26.7%로 늘었다.

최근 수익성이 악화한 은행들은 이런 가계 부동자금을 끌어들이고 저원가성 예금을 늘리기 위해 단기·소액 예금에 높은 이자를 주는 입출식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이날 2분기 조회사에서 "핵심 저금리 예금도 지속적으로 늘려 조달비용을 절감하는 게 수익성 회복의 첫걸음"이라며 저원가성 예금 유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씨티은행도 이날 하루만 예치해도 금액에 따라 최고 연 2.5%의 높은 금리를 주는 자유입출금 통장을 내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의 자금이 은행에 몰리는 것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방증"이라며 "소비심리와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니 돈이 실물로 흘러가지 못하고 은행 계좌에만 들락날락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