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소비세율 인상…정부·업계, 경기 지탱 ‘안간힘’

입력 2014.04.01 (10:57) 수정 2014.04.0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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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비세율이 1일 5%에서 8%로 올랐다.

증세가 일본 경제의 향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가운데, 이날 주식시장은 소폭(닛케이평균주가지수 0.24% 하락) 떨어지는 선에서 '선방'했다. 다만 실물 경제 현장에서는 결제 시스템 오류 등으로 일부 혼란도 빚어졌다.

일본 정부와 업계는 앞으로 예상되는 경기침체와 매출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진력했다.

일본의 소비세율 인상은 3%에서 5%로 올라간 1997년 4월 이후 17년 만이다.

◇일제히 가격 인상…결제시스템 오류로 일부 마트 개점 지연 = 이날 0시를 기해 일본 전역에 있는 24시간 편의점, 주유소 등의 상품 가격이 소비세율 증가분만큼 올라갔고, 택시요금도 도쿄의 경우 710엔에서 730엔(7천500원)으로 상향조정됐다.

그러자 소매업계는 액면가보다 더 많은 상품을 살 수 있는 이른바 '프리미엄 상품권'을 발행하는 등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매출 감소를 줄이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증세 직전까지 주력 메뉴인 '소고기 덮밥 보통'에 같은 가격(280엔, 약 2천900원)을 책정했던 3대 덮밥 체인업체들은 각자 다른 가격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스키야'는 증세 이후 예상되는 소비자들의 '절약심리'를 '박리다매'의 역발상 전략으로 돌파한다며 소고기 덮밥 보통 메뉴의 가격을 270엔으로 낮췄다. 반면 '요시노야'는 20엔 올린 300엔, '마쓰야'는 10엔 올린 290엔으로 각각 가격을 상향조정했다.

인상된 가격으로 재설정한 결제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의 사유로 정상영업을 하지 못한 소매업체들도 속출했다.

NHK에 따르면 도쿄와 가나가와(神奈川)현 등 수도권에 136개 점포를 가진 대형 슈퍼마켓 체인 '이나게야'의 경우 오후 2시 시점까지 전체 점포의 절반 이상이 문을 열지 못했다.

또 전국에 375개 매장을 가진 대형마트 니시토모(西友)의 일부 점포에서도 소비세율 인상을 반영한 가격 변환 작업에 시간이 지체되면서 개점 시간이 늦춰졌다.

아울러 이날 오전 은행 창구는 소비세율 인상으로 가격이 복잡해지는 데 따르는 거스름돈 수요에 대비, 작은 단위 동전을 비축해두려는 상점 주인들의 발길로 붐볐다.

◇'오르기 전에 서둘러 사자' 심리 덕 3월 매출 '반짝' 상승…'불안한 팡파레' = 소비증세로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두려는 소비심리가 발동하면서 일본 자동차업계와 백화점 등의 3월 매상은 눈에 띄게 올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3월 일본 내 신차 판매 대수는 전년 같은 달 대비 17.4% 증가한 78만여대를 기록했고, 오사카(大阪)에 있는 한큐백화점 본점의 3월 매출은 작년 동기대비 34.6% 신장됐다. 백화점에서는 고가의 액세서리, 고급 커피, 와인, 화장품 등의 매상이 특히 호조를 보였다.

아울러 가격 인상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조금이라도 가격이 쌀 때 생필품을 사두려는 소비자들의 손길이 쇄도하면서 각지의 대형 마트 진열대는 속속 비워졌다.

앞서 일본이 소비세율을 3%에서 5%로 올리기 직전인 1997년 3월의 경우 대형 소매점 판매액이 전년 같은 달 대비 14% 증가했지만 증세 직후인 1997년 4월에는 전년보다 8% 감소했다. 당시 증세를 전후로 한 매출의 급격한 변화는 경기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였다.

◇'아베노믹스 좌초 막아라'…아베 정권 56조원 실탄 준비 = 이번 세율인상은 고령화로 늘어난 사회보장 비용 충당, 재정적자 감축 등을 목표로 단행됐다.

이번 증세로 2014년도(2014년 4월∼2015년 3월)에 5조 엔(51조원)의 세수 증가가 예상되지만 일본 국민에게 연간 8조 엔(82조원) 수준의 생활비 부담이 더해질 전망이다. 연수입이 500만∼550만 엔(약 5천600만원)인 4인 가구의 경우 연간 7만1천 엔(73만원)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고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가 전망했다.

아베노믹스(대규모 금융완화, 재정출동, 성장전략 등으로 구성된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를 앞세워 1년여 경기 회복세를 이끈 아베 정권은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침체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일본 경제연구센터가 올 4∼6월 실질성장률을 전기 대비 연율(성장 추세가 1년간 계속된다고 가정했을 경우의 성장률) 마이너스 4.1%로 예측한 가운데, 아베 정권은 조기에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5조5천억 엔(약 56조원) 규모의 경제대책을 수립해 놓고 있다. 또 2014년도 중 집행이 예정된 관급공사 등을 전반기(4∼9월)에 60% 이상 집행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 생활과 살림살이를 두루 살펴가면서 필요한 대응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일본 정부는 일부 대기업들이 소비세율 인상분을 판매가격에 전가하지 않음으로써 하청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를 막기 위해 전문 조사 인력을 대거 투입,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2012년 여야합의로 마련된 소비세 관련 법률에 따르면 일본은 내년 10월 소비세율을 10%로 다시 인상하게 돼 있다. 아베 정권은 올해 말까지 10%로의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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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 소비세율 인상…정부·업계, 경기 지탱 ‘안간힘’
    • 입력 2014-04-01 10:57:09
    • 수정2014-04-01 19:30:25
    연합뉴스
일본의 소비세율이 1일 5%에서 8%로 올랐다.

증세가 일본 경제의 향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가운데, 이날 주식시장은 소폭(닛케이평균주가지수 0.24% 하락) 떨어지는 선에서 '선방'했다. 다만 실물 경제 현장에서는 결제 시스템 오류 등으로 일부 혼란도 빚어졌다.

일본 정부와 업계는 앞으로 예상되는 경기침체와 매출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진력했다.

일본의 소비세율 인상은 3%에서 5%로 올라간 1997년 4월 이후 17년 만이다.

◇일제히 가격 인상…결제시스템 오류로 일부 마트 개점 지연 = 이날 0시를 기해 일본 전역에 있는 24시간 편의점, 주유소 등의 상품 가격이 소비세율 증가분만큼 올라갔고, 택시요금도 도쿄의 경우 710엔에서 730엔(7천500원)으로 상향조정됐다.

그러자 소매업계는 액면가보다 더 많은 상품을 살 수 있는 이른바 '프리미엄 상품권'을 발행하는 등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매출 감소를 줄이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증세 직전까지 주력 메뉴인 '소고기 덮밥 보통'에 같은 가격(280엔, 약 2천900원)을 책정했던 3대 덮밥 체인업체들은 각자 다른 가격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스키야'는 증세 이후 예상되는 소비자들의 '절약심리'를 '박리다매'의 역발상 전략으로 돌파한다며 소고기 덮밥 보통 메뉴의 가격을 270엔으로 낮췄다. 반면 '요시노야'는 20엔 올린 300엔, '마쓰야'는 10엔 올린 290엔으로 각각 가격을 상향조정했다.

인상된 가격으로 재설정한 결제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의 사유로 정상영업을 하지 못한 소매업체들도 속출했다.

NHK에 따르면 도쿄와 가나가와(神奈川)현 등 수도권에 136개 점포를 가진 대형 슈퍼마켓 체인 '이나게야'의 경우 오후 2시 시점까지 전체 점포의 절반 이상이 문을 열지 못했다.

또 전국에 375개 매장을 가진 대형마트 니시토모(西友)의 일부 점포에서도 소비세율 인상을 반영한 가격 변환 작업에 시간이 지체되면서 개점 시간이 늦춰졌다.

아울러 이날 오전 은행 창구는 소비세율 인상으로 가격이 복잡해지는 데 따르는 거스름돈 수요에 대비, 작은 단위 동전을 비축해두려는 상점 주인들의 발길로 붐볐다.

◇'오르기 전에 서둘러 사자' 심리 덕 3월 매출 '반짝' 상승…'불안한 팡파레' = 소비증세로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두려는 소비심리가 발동하면서 일본 자동차업계와 백화점 등의 3월 매상은 눈에 띄게 올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3월 일본 내 신차 판매 대수는 전년 같은 달 대비 17.4% 증가한 78만여대를 기록했고, 오사카(大阪)에 있는 한큐백화점 본점의 3월 매출은 작년 동기대비 34.6% 신장됐다. 백화점에서는 고가의 액세서리, 고급 커피, 와인, 화장품 등의 매상이 특히 호조를 보였다.

아울러 가격 인상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조금이라도 가격이 쌀 때 생필품을 사두려는 소비자들의 손길이 쇄도하면서 각지의 대형 마트 진열대는 속속 비워졌다.

앞서 일본이 소비세율을 3%에서 5%로 올리기 직전인 1997년 3월의 경우 대형 소매점 판매액이 전년 같은 달 대비 14% 증가했지만 증세 직후인 1997년 4월에는 전년보다 8% 감소했다. 당시 증세를 전후로 한 매출의 급격한 변화는 경기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였다.

◇'아베노믹스 좌초 막아라'…아베 정권 56조원 실탄 준비 = 이번 세율인상은 고령화로 늘어난 사회보장 비용 충당, 재정적자 감축 등을 목표로 단행됐다.

이번 증세로 2014년도(2014년 4월∼2015년 3월)에 5조 엔(51조원)의 세수 증가가 예상되지만 일본 국민에게 연간 8조 엔(82조원) 수준의 생활비 부담이 더해질 전망이다. 연수입이 500만∼550만 엔(약 5천600만원)인 4인 가구의 경우 연간 7만1천 엔(73만원)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고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가 전망했다.

아베노믹스(대규모 금융완화, 재정출동, 성장전략 등으로 구성된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를 앞세워 1년여 경기 회복세를 이끈 아베 정권은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침체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일본 경제연구센터가 올 4∼6월 실질성장률을 전기 대비 연율(성장 추세가 1년간 계속된다고 가정했을 경우의 성장률) 마이너스 4.1%로 예측한 가운데, 아베 정권은 조기에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5조5천억 엔(약 56조원) 규모의 경제대책을 수립해 놓고 있다. 또 2014년도 중 집행이 예정된 관급공사 등을 전반기(4∼9월)에 60% 이상 집행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 생활과 살림살이를 두루 살펴가면서 필요한 대응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일본 정부는 일부 대기업들이 소비세율 인상분을 판매가격에 전가하지 않음으로써 하청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를 막기 위해 전문 조사 인력을 대거 투입,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2012년 여야합의로 마련된 소비세 관련 법률에 따르면 일본은 내년 10월 소비세율을 10%로 다시 인상하게 돼 있다. 아베 정권은 올해 말까지 10%로의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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