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한 방송, 남한 정세 ‘왜곡 전달’

입력 2014.04.05 (08:06) 수정 2014.04.0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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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13일) : "남조선의 국민일보에 의하면 최근 남조선에서 자살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4일 전라북도 익산시에서 30대 여성이 더는 살지 못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29일) : "남조선의 경향신문에 의하면 24일 천주교정의구현전주교구사제단이 전라북도 전주시에서 남조선 집권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가졌습니다."

최근 북한 조선중앙TV에 보도된 남한 사회 뉴스들이다.

북한 방송은 일반 보도를 포함해 시사대담 프로그램까지 ‘남한 정세’를 전면 주제로 내세우고 있다.

보통 한 가지 주제를 놓고 두 명 이상의 출연자들이 차례대로 발언을 하는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우리의 토론 프로그램과 비슷하다.

<녹취> 강영수(통일신보 상급 논설원) : "남조선에서는 괴뢰 정보원의 선거 개입 사건이 괴뢰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느냐 안했느냐 하는 이런 문제로부터 도대체 그 규모가 얼마냐 하는 것을 밝히는 그런 방향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시사문답, 2011년 8월 23일) : "얼마나 등록금에 대한 원한과 분노가 가슴에 맺혔으면 저렇게 ‘빛을 안고 입학해서 빚을 지고 졸업한다’ 저런 글을 써 들고 투쟁 마당에 나왔겠습니까?"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논란과 철도 노조 파업을 비롯해 반값 등록금, 4대강 문제 등 주제도 다양하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남한 언론을 직접 언급하면서 보도된 사진들을 자신들의 선전 목적으로 인용한다는 점이다.

<녹취> 시사대담(지난달 27일) : "한겨레와 연합뉴스를 비롯한 남조선 언론들은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올해 인민생활 향상에 커다란 관심을 돌리고 계신다고 하면서……."

또한 우리 언론의 시사만평 그림을 보여주면서 꼼꼼히 해석하는 점도 이색적이다.

<녹취> 시사만화해설 (2012년 7월 17일) : "(지금 펼쳐진 이 만화는 남조선의 노컷뉴스 에 실린 것이겠지요?) 옳습니다. 땅에 묻으면 다음에 쓸 수라도 있지” 하고 중얼거리면서 인민들의 피땀으로 이뤄진 저런 그 막대한 돈을 강물에 마구 쳐 넣고 있는……."

북한 방송에서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예전부터 주로 북한 당국이 추진하는 정책을 합리화하거나 김일성 일가의 업적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해왔다.

더불어 남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갈등을 전달하면서 북한 체제 선전에 활용하는 것이 김정은 정권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남한의 사회 문제는 비단 시사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라 일반 보도를 통해서도 자주 전해지고 있다.

<녹취>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보도 (지난 1월 10일) : "고려대학교의 '안녕한가?'라는 물음에 안녕하지 못하다는 내용의 벽보가 나붙은 것을 발단으로 벌어지기 시작한 ‘안녕하십니까?’ 벽보 게시 투쟁은 대학생들과 고등학교 학생들, 시민들과 가정주부 등 남조선 사회 각계와 해외에까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대학교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안녕들 하십니까’ 현상부터 시작해 의료 민영화와 천주교의 시국미사 논란까지 남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들을 보도한다.

그러나 전달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 측의 왜곡된 관점에서 주로 남한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녹취>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보도(지난 1월 10일) : "지금 분노한 남조선 민심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녹취> 조선중앙TV (시사문답, 2011년 8월 23일) : "지극히 정당한 투쟁에 나선 청년학생들과 인민 들을 저렇게 가혹하게 탄압하고 있으니 이거야 말로 모든 것이 거꾸로 된 세상인 암흑의 땅, 남조선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참을 수 없는 현실인 것입니다."

<인터뷰> 장해성(前 조선중앙방송 기자) : "북한 주민들이 남한, 말하자면 비디오라든가 이런 것들, CD라든가 이게 많이 들어가면서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대해서 환상을 가지고, 정말 ‘남한이 그렇게 나쁜 세상이 아니고 참 좋은 세상이구나.’ 이런 걸 자꾸 가지게 되니까 이걸 어떻게든지 차단해야 되지 않겠어요. 서기실에서 아마 이런 걸, 주민들 교양에 이런 게 필요할 거다 생각해서 자기네 시각으로서 남한을, 남한에 대해서 환상을 가지지 말아라. 이런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서 남한 정세에 대한 것도 해설해주고, 또 국제 정세에 대한 것도 하고. 그런 것 같더라고요."

주로 남한의 사회적 갈등에 대해 집중 보도하면서 북한 체제의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진으로 남한 사회의 모습을 직접 전달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선전과는 반대로 남한 사회의 자유로움 등을 인식할 가능성도 있다.

조선중앙방송 기자 출신인 장해성씨에 따르면, 방송 내용은 철저히 당의 지휘 아래 제작되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방송하기 위해 출연자들은 사전에 작성된 원고를 수없이 연습한다고 한다.

<인터뷰> 장해성(前 조선중앙방송 기자) :"중앙방송 위원장이 절대 자기 마음대로 못 합니다. 뭘 어떻게 하겠다면 딱 제의서를 올려서 비준을 받아서 합니다. 부장, 부국장, 부위원장, 3단계 결재를 받고 검열은 3단계 검열을, 내검, 그 다음에 국검, 마지막 방송 다 나간 다음에 하는 건 후열이라고 하는데 후열까지 하면 3단계 검열입니다. 완전 방송 할 수 있게 준비됐다고 하면 사람들 불러서 그걸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다 읽어서 자기 말처럼, 자기가 그냥 말하는 것처럼 소화를 합니다. 이미 기자가 쓴 것 다 검열 마친 것, 그걸 가지고서 자기 말인 것처럼 하려니까 상당히 힘듭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신문과 방송과 같은 언론이 주민들의 사상화를 위한 위력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정권도 마찬가지로 방송을 통한 사상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녹취> 박정원(김일성고급당학교 부교장) : "인민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이건 우리 수령님의 성품이셨고 불변의 신조였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북한 당국의 정책이나 성명을 지지하고 김정은의 활동을 주목하고 있다며 강조하는 것이다.

최근엔 남한 언론에서 김정은의 행보와 업적에 대해 칭송하고 있다며 왜곡해 보도를 하고 있다.

<녹취> 시사대담(지난 달 27일) : "남조선 언론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의 지도자, 또 숭고한 후대 사랑을 지닌 어버이의 풍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고 이렇게 격찬했습니다. "

<인터뷰> 이주철(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 "북한 정권은 거의 세계 모든 나라에서 북한의 최고 권력자를 존경하고 지지한다는 보도, 선전을 해온 것이 굉장히 오래됐습니다. 이제 남한에서도 그렇다 하는 보도를 해왔었는데 북한 주민들이 남한 방송도 많이 보고, 남한 라디오도 많이 듣고, 이런 상황에서 어떤 대응책을 찾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이 그것을 믿는 경우는 그다지 높지 않을 거다, 그렇게 예상을 할 수 있습니다."

KBS가 최근 단독 입수한 자료를 보면 북한 노동당이 당 간부와 군중들에 대한 강연에서도 남한 언론이 김정은을 칭송하고 있다고 왜곡해 전달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 접어들면서 남한 방송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열린 남북 1차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은 남한 언론의 보도 내용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인터뷰>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김정은 체제가 지금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장성택 행정부장 처형 이후에 일련의 상황들에서도 내부적인 결속, 김정은 체제에 대한 충성,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충성, 이것들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최고 존엄에 대한 비난이랄지 비판, 남측 언론이나 이쪽에서 비판을 계속 방치했을 경우에 그것은 계속적으로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먼저 최고 지도자의 존엄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 그 속에서 앞으로의 남측 언론을 길들이는, 이런 차원에서의 행보다."

북한에선 남한 언론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언론을 매일 검토한다.

김정은과 같은 최고 권력자는 남한 방송을 일상적으로 시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방송관계자를 비롯한 북한 간부들에게는 업무에 필요한 내용이 참고자료로 정리돼 전달된다고 한다.

<인터뷰> 장해성(前 조선중앙방송 기자) :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이렇게 통신자료가 두껍게 나오는데 그것만 다보면 남한 정세를 손바닥 같이 알고 있습니다. 그걸 조선중앙통신에서, 조선중앙통신사에서 다 필사합니다. 그걸 일반 주민들은 절대 보지 못하게 하거든요. 저희들도 보고서 딱 반납합니다."

최근 한국 드라마를 비롯한 영상들이 북한 내부에 암암리에 유통되면서 외부세계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런 변화는 북한 주민들이 더 이상 예전처럼 북한 방송에 흥미를 가질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별다른 여가생활이 없는 북한 주민들에게 방송은 여전히 체제 선전 도구로써 기능을 맡고 있다.

북한 방송은 나름대로 국제스포츠 경기를 방송하는 등 주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인터뷰>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의 TV가 독점 체제이고, 언론이 거의 독점 구조이기 때문에 체제 선전이나 이런 것을 여전히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북한의 개혁개방 과정, 또 남측 언론을 북한이 받아들이는 문제랄지 이런 부분들에서 북한 언론도 상당히 유연성을 발휘하면서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고, 또 북한 주민들도 정보를 많은 부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구조로 북한 방송이 발전을 해야 된다."

하지만, 북한 방송의 변화 가능성은 낮다.

북한 정권은 최고 권력자와 체제에 대한 선전을 위해 강력하게 북한 방송을 통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남한의 사회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북한 사회의 우월성을 선전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북한 주민들에게 선전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앞으로 북한 내부의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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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05 08:21:16
    • 수정2014-04-05 1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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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13일) : "남조선의 국민일보에 의하면 최근 남조선에서 자살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4일 전라북도 익산시에서 30대 여성이 더는 살지 못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29일) : "남조선의 경향신문에 의하면 24일 천주교정의구현전주교구사제단이 전라북도 전주시에서 남조선 집권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가졌습니다."

최근 북한 조선중앙TV에 보도된 남한 사회 뉴스들이다.

북한 방송은 일반 보도를 포함해 시사대담 프로그램까지 ‘남한 정세’를 전면 주제로 내세우고 있다.

보통 한 가지 주제를 놓고 두 명 이상의 출연자들이 차례대로 발언을 하는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우리의 토론 프로그램과 비슷하다.

<녹취> 강영수(통일신보 상급 논설원) : "남조선에서는 괴뢰 정보원의 선거 개입 사건이 괴뢰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느냐 안했느냐 하는 이런 문제로부터 도대체 그 규모가 얼마냐 하는 것을 밝히는 그런 방향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시사문답, 2011년 8월 23일) : "얼마나 등록금에 대한 원한과 분노가 가슴에 맺혔으면 저렇게 ‘빛을 안고 입학해서 빚을 지고 졸업한다’ 저런 글을 써 들고 투쟁 마당에 나왔겠습니까?"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논란과 철도 노조 파업을 비롯해 반값 등록금, 4대강 문제 등 주제도 다양하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남한 언론을 직접 언급하면서 보도된 사진들을 자신들의 선전 목적으로 인용한다는 점이다.

<녹취> 시사대담(지난달 27일) : "한겨레와 연합뉴스를 비롯한 남조선 언론들은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올해 인민생활 향상에 커다란 관심을 돌리고 계신다고 하면서……."

또한 우리 언론의 시사만평 그림을 보여주면서 꼼꼼히 해석하는 점도 이색적이다.

<녹취> 시사만화해설 (2012년 7월 17일) : "(지금 펼쳐진 이 만화는 남조선의 노컷뉴스 에 실린 것이겠지요?) 옳습니다. 땅에 묻으면 다음에 쓸 수라도 있지” 하고 중얼거리면서 인민들의 피땀으로 이뤄진 저런 그 막대한 돈을 강물에 마구 쳐 넣고 있는……."

북한 방송에서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예전부터 주로 북한 당국이 추진하는 정책을 합리화하거나 김일성 일가의 업적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해왔다.

더불어 남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갈등을 전달하면서 북한 체제 선전에 활용하는 것이 김정은 정권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남한의 사회 문제는 비단 시사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라 일반 보도를 통해서도 자주 전해지고 있다.

<녹취>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보도 (지난 1월 10일) : "고려대학교의 '안녕한가?'라는 물음에 안녕하지 못하다는 내용의 벽보가 나붙은 것을 발단으로 벌어지기 시작한 ‘안녕하십니까?’ 벽보 게시 투쟁은 대학생들과 고등학교 학생들, 시민들과 가정주부 등 남조선 사회 각계와 해외에까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대학교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안녕들 하십니까’ 현상부터 시작해 의료 민영화와 천주교의 시국미사 논란까지 남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들을 보도한다.

그러나 전달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 측의 왜곡된 관점에서 주로 남한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녹취>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보도(지난 1월 10일) : "지금 분노한 남조선 민심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녹취> 조선중앙TV (시사문답, 2011년 8월 23일) : "지극히 정당한 투쟁에 나선 청년학생들과 인민 들을 저렇게 가혹하게 탄압하고 있으니 이거야 말로 모든 것이 거꾸로 된 세상인 암흑의 땅, 남조선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참을 수 없는 현실인 것입니다."

<인터뷰> 장해성(前 조선중앙방송 기자) : "북한 주민들이 남한, 말하자면 비디오라든가 이런 것들, CD라든가 이게 많이 들어가면서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대해서 환상을 가지고, 정말 ‘남한이 그렇게 나쁜 세상이 아니고 참 좋은 세상이구나.’ 이런 걸 자꾸 가지게 되니까 이걸 어떻게든지 차단해야 되지 않겠어요. 서기실에서 아마 이런 걸, 주민들 교양에 이런 게 필요할 거다 생각해서 자기네 시각으로서 남한을, 남한에 대해서 환상을 가지지 말아라. 이런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서 남한 정세에 대한 것도 해설해주고, 또 국제 정세에 대한 것도 하고. 그런 것 같더라고요."

주로 남한의 사회적 갈등에 대해 집중 보도하면서 북한 체제의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진으로 남한 사회의 모습을 직접 전달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선전과는 반대로 남한 사회의 자유로움 등을 인식할 가능성도 있다.

조선중앙방송 기자 출신인 장해성씨에 따르면, 방송 내용은 철저히 당의 지휘 아래 제작되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방송하기 위해 출연자들은 사전에 작성된 원고를 수없이 연습한다고 한다.

<인터뷰> 장해성(前 조선중앙방송 기자) :"중앙방송 위원장이 절대 자기 마음대로 못 합니다. 뭘 어떻게 하겠다면 딱 제의서를 올려서 비준을 받아서 합니다. 부장, 부국장, 부위원장, 3단계 결재를 받고 검열은 3단계 검열을, 내검, 그 다음에 국검, 마지막 방송 다 나간 다음에 하는 건 후열이라고 하는데 후열까지 하면 3단계 검열입니다. 완전 방송 할 수 있게 준비됐다고 하면 사람들 불러서 그걸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다 읽어서 자기 말처럼, 자기가 그냥 말하는 것처럼 소화를 합니다. 이미 기자가 쓴 것 다 검열 마친 것, 그걸 가지고서 자기 말인 것처럼 하려니까 상당히 힘듭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신문과 방송과 같은 언론이 주민들의 사상화를 위한 위력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정권도 마찬가지로 방송을 통한 사상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녹취> 박정원(김일성고급당학교 부교장) : "인민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이건 우리 수령님의 성품이셨고 불변의 신조였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북한 당국의 정책이나 성명을 지지하고 김정은의 활동을 주목하고 있다며 강조하는 것이다.

최근엔 남한 언론에서 김정은의 행보와 업적에 대해 칭송하고 있다며 왜곡해 보도를 하고 있다.

<녹취> 시사대담(지난 달 27일) : "남조선 언론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의 지도자, 또 숭고한 후대 사랑을 지닌 어버이의 풍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고 이렇게 격찬했습니다. "

<인터뷰> 이주철(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 "북한 정권은 거의 세계 모든 나라에서 북한의 최고 권력자를 존경하고 지지한다는 보도, 선전을 해온 것이 굉장히 오래됐습니다. 이제 남한에서도 그렇다 하는 보도를 해왔었는데 북한 주민들이 남한 방송도 많이 보고, 남한 라디오도 많이 듣고, 이런 상황에서 어떤 대응책을 찾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이 그것을 믿는 경우는 그다지 높지 않을 거다, 그렇게 예상을 할 수 있습니다."

KBS가 최근 단독 입수한 자료를 보면 북한 노동당이 당 간부와 군중들에 대한 강연에서도 남한 언론이 김정은을 칭송하고 있다고 왜곡해 전달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 접어들면서 남한 방송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열린 남북 1차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은 남한 언론의 보도 내용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인터뷰>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김정은 체제가 지금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장성택 행정부장 처형 이후에 일련의 상황들에서도 내부적인 결속, 김정은 체제에 대한 충성,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충성, 이것들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최고 존엄에 대한 비난이랄지 비판, 남측 언론이나 이쪽에서 비판을 계속 방치했을 경우에 그것은 계속적으로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먼저 최고 지도자의 존엄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 그 속에서 앞으로의 남측 언론을 길들이는, 이런 차원에서의 행보다."

북한에선 남한 언론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언론을 매일 검토한다.

김정은과 같은 최고 권력자는 남한 방송을 일상적으로 시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방송관계자를 비롯한 북한 간부들에게는 업무에 필요한 내용이 참고자료로 정리돼 전달된다고 한다.

<인터뷰> 장해성(前 조선중앙방송 기자) :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이렇게 통신자료가 두껍게 나오는데 그것만 다보면 남한 정세를 손바닥 같이 알고 있습니다. 그걸 조선중앙통신에서, 조선중앙통신사에서 다 필사합니다. 그걸 일반 주민들은 절대 보지 못하게 하거든요. 저희들도 보고서 딱 반납합니다."

최근 한국 드라마를 비롯한 영상들이 북한 내부에 암암리에 유통되면서 외부세계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런 변화는 북한 주민들이 더 이상 예전처럼 북한 방송에 흥미를 가질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별다른 여가생활이 없는 북한 주민들에게 방송은 여전히 체제 선전 도구로써 기능을 맡고 있다.

북한 방송은 나름대로 국제스포츠 경기를 방송하는 등 주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인터뷰>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의 TV가 독점 체제이고, 언론이 거의 독점 구조이기 때문에 체제 선전이나 이런 것을 여전히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북한의 개혁개방 과정, 또 남측 언론을 북한이 받아들이는 문제랄지 이런 부분들에서 북한 언론도 상당히 유연성을 발휘하면서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고, 또 북한 주민들도 정보를 많은 부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구조로 북한 방송이 발전을 해야 된다."

하지만, 북한 방송의 변화 가능성은 낮다.

북한 정권은 최고 권력자와 체제에 대한 선전을 위해 강력하게 북한 방송을 통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남한의 사회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북한 사회의 우월성을 선전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북한 주민들에게 선전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앞으로 북한 내부의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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