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의 대응에 따라 피해가 달랐다

입력 2014.04.17 (11:01) 수정 2014.04.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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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의 대형 선박·항공기 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재난 상황에서 선장과 조종사의 신속하고 책임있는 대응이 인명 피해 규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근한 예로 2012년 1월 13일 70개국의 승객 4천229명을 태운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질리오섬 해안에서 암초 충돌로 좌초해 승객 32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들 수 있다.

프란체스코 셰티노 선장은 승객 대피가 끝나기 전에 먼저 구명정을 타고 사고 현장을 빠져나가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셰티노 선장은 사고 당시 해안경비대장에게 구명정에서 철수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가 '당신 집에 가고 싶은 건가? 어두우니까 집에 가겠다? 당장 배에 타 뭘 할 수 있는지 보고해, 멍청아'라고 질책을 들은 통화내역이 공개돼 비난을 사기도 했다.

검찰은 사고 수습 중이던 2012년 2월 셰티노 선장이 버리고 달아난 승객 330여명에 대해 8년형씩 계산해 약 2천700년형을 구형하고 싶다고 밝히기는 했으나 지금까지 진행 중인 재판에서 과실치사와 선박을 버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장 20년형을 받게될 전망이다.

유람선 운영사의 비상대응 책임자 로베르토 페라리니와 1등 항해사 시로 암브로시오 등 셰티노 선장과 함께 기소된 5명은 지난해 7월 검찰과의 형량 거래를 통해 1년6월에서 2년10월의 형을 받았다.

이탈리아에서는 2년 이하의 형에 대해서는 살인죄가 아니면 복역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32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에 대한 형량이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재난 상황에서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켜야 하는 선장의 의무에 모두가 충실한 것은 아니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이 1852년부터 2011년 사이에 일어난 대형 선박 사고를 조사한 결과 16건 중 7건의 사고에서만 선장이 침몰하는 배와 운명을 같이했다.

연구진은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사고에서 보듯 (선박 사고시) 선장과 선원이 평균적으로 가장 높은 생존율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재난 상황에서 책임자의 침착하고 기민한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사고 당시 승무원들이 비상탈출 과정에서 침착하게 대응해 사망자 피해를 3명으로 줄였다.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도 승무원 박지영(22) 씨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찾아주며 끝까지 대피를 안내하다가 결국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010년 8월 콜롬비아의 산 안드레스섬 공항에서 13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직전 번개에 맞아 불시착하는 위기에 몰렸지만 조종사와 승무원의 침착한 대응과 경찰 및 소방당국의 신속한 구조작업 덕분에 1명만 사망하고 나머지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2009년 미국 뉴욕에서도 150여명을 태우고 가던 항공기가 이륙 직후 새떼와 충돌해 엔진이 모두 멈췄을 때도 노련한 조종사가 추위로 얼어붙은 허드슨 강에 비상착륙을 시도해 승객들을 모두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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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캡틴의 대응에 따라 피해가 달랐다
    • 입력 2014-04-17 11:01:10
    • 수정2014-04-17 11:15:42
    연합뉴스
국내외의 대형 선박·항공기 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재난 상황에서 선장과 조종사의 신속하고 책임있는 대응이 인명 피해 규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근한 예로 2012년 1월 13일 70개국의 승객 4천229명을 태운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질리오섬 해안에서 암초 충돌로 좌초해 승객 32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들 수 있다. 프란체스코 셰티노 선장은 승객 대피가 끝나기 전에 먼저 구명정을 타고 사고 현장을 빠져나가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셰티노 선장은 사고 당시 해안경비대장에게 구명정에서 철수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가 '당신 집에 가고 싶은 건가? 어두우니까 집에 가겠다? 당장 배에 타 뭘 할 수 있는지 보고해, 멍청아'라고 질책을 들은 통화내역이 공개돼 비난을 사기도 했다. 검찰은 사고 수습 중이던 2012년 2월 셰티노 선장이 버리고 달아난 승객 330여명에 대해 8년형씩 계산해 약 2천700년형을 구형하고 싶다고 밝히기는 했으나 지금까지 진행 중인 재판에서 과실치사와 선박을 버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장 20년형을 받게될 전망이다. 유람선 운영사의 비상대응 책임자 로베르토 페라리니와 1등 항해사 시로 암브로시오 등 셰티노 선장과 함께 기소된 5명은 지난해 7월 검찰과의 형량 거래를 통해 1년6월에서 2년10월의 형을 받았다. 이탈리아에서는 2년 이하의 형에 대해서는 살인죄가 아니면 복역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32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에 대한 형량이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재난 상황에서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켜야 하는 선장의 의무에 모두가 충실한 것은 아니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이 1852년부터 2011년 사이에 일어난 대형 선박 사고를 조사한 결과 16건 중 7건의 사고에서만 선장이 침몰하는 배와 운명을 같이했다. 연구진은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사고에서 보듯 (선박 사고시) 선장과 선원이 평균적으로 가장 높은 생존율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재난 상황에서 책임자의 침착하고 기민한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사고 당시 승무원들이 비상탈출 과정에서 침착하게 대응해 사망자 피해를 3명으로 줄였다.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도 승무원 박지영(22) 씨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찾아주며 끝까지 대피를 안내하다가 결국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010년 8월 콜롬비아의 산 안드레스섬 공항에서 13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직전 번개에 맞아 불시착하는 위기에 몰렸지만 조종사와 승무원의 침착한 대응과 경찰 및 소방당국의 신속한 구조작업 덕분에 1명만 사망하고 나머지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2009년 미국 뉴욕에서도 150여명을 태우고 가던 항공기가 이륙 직후 새떼와 충돌해 엔진이 모두 멈췄을 때도 노련한 조종사가 추위로 얼어붙은 허드슨 강에 비상착륙을 시도해 승객들을 모두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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