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교훈’ 없는 제주 뱃길

입력 2014.04.23 (07:22) 수정 2014.04.2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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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월호, 대형 참사가 벌어졌지만 제주를 잇는 뱃길에는 교훈이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해경과 지자체가 낮에 합동 점검을 했다는 여객선을 취재진이 밤에 타 점검해봤더니, 안전불감증은 여전했습니다.

송수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밤 10시 반, 경남 삼천포항을 출발해 다음날 아침 7시 제주에 도착하는 4,300톤 급 여객선입니다.

출항 뒤 2층 화물칸에 가봤습니다.

선박 안전법상 차량 앞 뒤를 결박줄로 단단히 바닥에 고정해야 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돼 있지 않습니다.

배 바닥에 고정돼 있어야 할 자동차 바퀴도 타이어와 바닥 사이에 끼워진 나무 조각으로 고정된 게 전붑니다.

4.5톤이 넘는 화물차들도 마찬가지.

녹슨 고리가 트럭 바퀴를 아슬아슬하게 잡고 있고, 그나마 이 고리마저 없는 화물차가 많습니다.

배가 기울면 차량이 한쪽으로 쏠려 선박 안전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여객선사는 자동차 제조업체에 책임을 떠넘깁니다.

차체에 고리를 걸 수 없다는 엉뚱한 변명을 합니다.

<인터뷰> 00해운 관계자(음성변조) : "신차들은 아예 고리가 없답니다. 어디 묶을 데가 없답니다."

<녹취> "조끼형 구명동의를 입으실 때는 가슴, 배, 목 부분의 순서로 당겨."

구명조끼 사용법이 방송되고 있는 객실.

구명조끼는 어디에 있을까.

3등 칸 가장 안쪽, 그나마 비닐에 꽁꽁 싸여 풀기가 쉽지 않습니다.

비상 대피도 안내문은 영어로 작성돼 있습니다.

1초가 아쉬운 위급 상황에서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요인들입니다.

그런데도 이 배는 취재진이 탑승한 날 낮에 실시한 해경과 경상남도의 합동 점검을 통과했습니다.

<녹취> 통영 해경 관계자(음성변조) : "(점검 당시 화물칸에)차량이 없어서 저희는 장비들이 (선체 바닥에) 안전하게 걸 수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긴급 합동점검에서도 걸러지지 못한 안전 불감증.

세월호 침몰의 충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에도 승객들의 안전은 외면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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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교훈’ 없는 제주 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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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4-04-23 0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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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대형 참사가 벌어졌지만 제주를 잇는 뱃길에는 교훈이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해경과 지자체가 낮에 합동 점검을 했다는 여객선을 취재진이 밤에 타 점검해봤더니, 안전불감증은 여전했습니다.

송수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밤 10시 반, 경남 삼천포항을 출발해 다음날 아침 7시 제주에 도착하는 4,300톤 급 여객선입니다.

출항 뒤 2층 화물칸에 가봤습니다.

선박 안전법상 차량 앞 뒤를 결박줄로 단단히 바닥에 고정해야 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돼 있지 않습니다.

배 바닥에 고정돼 있어야 할 자동차 바퀴도 타이어와 바닥 사이에 끼워진 나무 조각으로 고정된 게 전붑니다.

4.5톤이 넘는 화물차들도 마찬가지.

녹슨 고리가 트럭 바퀴를 아슬아슬하게 잡고 있고, 그나마 이 고리마저 없는 화물차가 많습니다.

배가 기울면 차량이 한쪽으로 쏠려 선박 안전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여객선사는 자동차 제조업체에 책임을 떠넘깁니다.

차체에 고리를 걸 수 없다는 엉뚱한 변명을 합니다.

<인터뷰> 00해운 관계자(음성변조) : "신차들은 아예 고리가 없답니다. 어디 묶을 데가 없답니다."

<녹취> "조끼형 구명동의를 입으실 때는 가슴, 배, 목 부분의 순서로 당겨."

구명조끼 사용법이 방송되고 있는 객실.

구명조끼는 어디에 있을까.

3등 칸 가장 안쪽, 그나마 비닐에 꽁꽁 싸여 풀기가 쉽지 않습니다.

비상 대피도 안내문은 영어로 작성돼 있습니다.

1초가 아쉬운 위급 상황에서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요인들입니다.

그런데도 이 배는 취재진이 탑승한 날 낮에 실시한 해경과 경상남도의 합동 점검을 통과했습니다.

<녹취> 통영 해경 관계자(음성변조) : "(점검 당시 화물칸에)차량이 없어서 저희는 장비들이 (선체 바닥에) 안전하게 걸 수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긴급 합동점검에서도 걸러지지 못한 안전 불감증.

세월호 침몰의 충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에도 승객들의 안전은 외면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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