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전체가 우울 증세…신경과환자 가파른 증가세

입력 2014.04.23 (14:35) 수정 2014.04.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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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과 조울증에서 거의 벗어난 환자였는데 이번 사고로 나흘 동안 술을 먹은데다 조울증도 재발하자 울면서 다시 병원을 찾아왔더라고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A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23일 한 여성환자의 사례를 들며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단원고 구성원뿐 아니라 안산시 전체가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A정신건강의학과는 침몰사고 이후 통원치료환자 가운데 증세 악화를 호소하는 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고 일부 환자는 완치됐다가 사고의 충격으로 다시 병원을 찾기도 했다.

같은 단원구에 있는 B신경외과의 경우 이번 참사 이후 며칠 사이 내원 환자가 10% 이상 증가했다.

한 고혈압 환자는 막연한 공포로 불면증이 생겼고 급기야 혈압조절이 되지 않아 급히 병원을 찾았고, 팔다리 마비와 발음장애 환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B신경외과 원장은 "봄이 되면 환자들의 체력이 좋아져야 하는데 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의에 빠지며 운동도 하지 않는 바람에 체력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며 "비염, 감기, 근육통 등 다양한 질환이 함께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안산시 통합재난심리지원단에도 침몰사고 희생 학생의 가족 외에도 일반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통합재난심리지원단은 고대 안산병원과 안산지역 장례식장, 올림픽기념관 임시합동분향소 등 13곳에서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통합재난심리지원단 관계자는 "18일부터 상담소를 계속 늘려가며 운영 중인데 어제까지 닷새 동안 545명이 찾았고 이 가운데 91% 495명이 일반 시민이었다"며 "세월호 참사로 받는 본인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녀의 심리안정 방법도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경기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장은 "안산시 자체가 걱정과 불안 속에 있고 기본적인 정서가 우울하다. 희생 학생들의 시신이 계속 수습돼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며 "같이 걱정하고 위로할 준비가 된 도시를 함께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A정신과 원장은 "환자들에게 TV 등 언론매체를 통해 세월호 참사소식을 접하지 않도록 조언하고 있다"며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상실감을 떨칠 수 있는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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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 전체가 우울 증세…신경과환자 가파른 증가세
    • 입력 2014-04-23 14:35:05
    • 수정2014-04-23 16:01:48
    연합뉴스
"알코올 중독과 조울증에서 거의 벗어난 환자였는데 이번 사고로 나흘 동안 술을 먹은데다 조울증도 재발하자 울면서 다시 병원을 찾아왔더라고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A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23일 한 여성환자의 사례를 들며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단원고 구성원뿐 아니라 안산시 전체가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A정신건강의학과는 침몰사고 이후 통원치료환자 가운데 증세 악화를 호소하는 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고 일부 환자는 완치됐다가 사고의 충격으로 다시 병원을 찾기도 했다.

같은 단원구에 있는 B신경외과의 경우 이번 참사 이후 며칠 사이 내원 환자가 10% 이상 증가했다.

한 고혈압 환자는 막연한 공포로 불면증이 생겼고 급기야 혈압조절이 되지 않아 급히 병원을 찾았고, 팔다리 마비와 발음장애 환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B신경외과 원장은 "봄이 되면 환자들의 체력이 좋아져야 하는데 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의에 빠지며 운동도 하지 않는 바람에 체력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며 "비염, 감기, 근육통 등 다양한 질환이 함께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안산시 통합재난심리지원단에도 침몰사고 희생 학생의 가족 외에도 일반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통합재난심리지원단은 고대 안산병원과 안산지역 장례식장, 올림픽기념관 임시합동분향소 등 13곳에서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통합재난심리지원단 관계자는 "18일부터 상담소를 계속 늘려가며 운영 중인데 어제까지 닷새 동안 545명이 찾았고 이 가운데 91% 495명이 일반 시민이었다"며 "세월호 참사로 받는 본인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녀의 심리안정 방법도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경기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장은 "안산시 자체가 걱정과 불안 속에 있고 기본적인 정서가 우울하다. 희생 학생들의 시신이 계속 수습돼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며 "같이 걱정하고 위로할 준비가 된 도시를 함께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A정신과 원장은 "환자들에게 TV 등 언론매체를 통해 세월호 참사소식을 접하지 않도록 조언하고 있다"며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상실감을 떨칠 수 있는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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