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학생 일부 오늘 퇴원, ‘2차 외상’ 우려

입력 2014.04.23 (17:29) 수정 2014.04.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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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안산병원에서 입원 치료중인 생존 학생들 가운데 일부가 오늘부터 퇴원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선 2차 외상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병원측은 아직 불면이나 우울증상으로 약물치료를 받거나 심층상담을 받는 학생들이 있지만 상당수 학생이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며, 통원 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80~90%는 본인이 희망한다면 면담을 통해 오늘부터 퇴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퇴원 후에도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센터나 지역사회와 연계해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는 "대인관계가 발달하는 예민한 나이인 만큼 또래 친구가 주변에서 당한 사고나 비극에 대해 본인의 일처럼 느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특히 "뉴스를 통해 사고 소식을 계속 접하거나 취재와 인터뷰 등을 통한 2차적 '외상'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지적하고 "가장 편하고 익숙한 상태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지난 2000년, 부일외국어고 수학여행 버스 사고 생존자인 김은진 씨(30)는 22일 언론사에 보낸 편지를 통해 "생존자가 살아남았기 때문에 견뎌야 하는 처벌이 죄책감"이라며 "내가 보내지 않았다면, 내가 가지 말라고 붙잡았더라면, 이 지긋지긋한 ‘만약에’라는 가정(假定)이 평생을 따라다니면서 가슴팍을 짓누르며 숨 쉴 여지를 주지 않는다"고 자신이 겪은 고통을 털어놓기도 했다. 따라서 이같은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생존 학생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한편 구조된 학생과 교사, 일반 승객을 치료하고 있는 고대 안산병원이 지난 18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내원 당시 심리 검사를 받은 환자 55명의 스트레스 지수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중등도 이상의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스트레스 정도를 1~10점으로 측정했을 때 평균 점수가 7.8~8점에 이를만큼 우울·불안 증세가 뚜렷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생존자들이 단기적으로는 불면·악몽·공황발작·환청·공격성향·우울증 등 급성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하고 이런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환자의 10~20% 정도는 만성·장기적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단계로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는 신체적 부상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이 상당 기간 스트레스와 불안장애 등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는 증상.

2002년 9.11 테러 참사 발생 후 몇 주 동안 미국 맨해튼 지역에 주민 수만 명이 스트레스 장애나 우울증에 시달렸고, 2005년 여름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일대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 당시엔 해당 지역 어린이 최소한 10만명이 우울증과 불안 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거라는 분석도 있었다.

국내에서는 약 240명의 사상자를 낸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사건 등 과거 대형 참사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이같은 증세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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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존 학생 일부 오늘 퇴원, ‘2차 외상’ 우려
    • 입력 2014-04-23 17:29:57
    • 수정2014-04-23 18:00:26
    사회
고대 안산병원에서 입원 치료중인 생존 학생들 가운데 일부가 오늘부터 퇴원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선 2차 외상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병원측은 아직 불면이나 우울증상으로 약물치료를 받거나 심층상담을 받는 학생들이 있지만 상당수 학생이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며, 통원 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80~90%는 본인이 희망한다면 면담을 통해 오늘부터 퇴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퇴원 후에도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센터나 지역사회와 연계해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는 "대인관계가 발달하는 예민한 나이인 만큼 또래 친구가 주변에서 당한 사고나 비극에 대해 본인의 일처럼 느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특히 "뉴스를 통해 사고 소식을 계속 접하거나 취재와 인터뷰 등을 통한 2차적 '외상'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지적하고 "가장 편하고 익숙한 상태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지난 2000년, 부일외국어고 수학여행 버스 사고 생존자인 김은진 씨(30)는 22일 언론사에 보낸 편지를 통해 "생존자가 살아남았기 때문에 견뎌야 하는 처벌이 죄책감"이라며 "내가 보내지 않았다면, 내가 가지 말라고 붙잡았더라면, 이 지긋지긋한 ‘만약에’라는 가정(假定)이 평생을 따라다니면서 가슴팍을 짓누르며 숨 쉴 여지를 주지 않는다"고 자신이 겪은 고통을 털어놓기도 했다. 따라서 이같은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생존 학생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한편 구조된 학생과 교사, 일반 승객을 치료하고 있는 고대 안산병원이 지난 18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내원 당시 심리 검사를 받은 환자 55명의 스트레스 지수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중등도 이상의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스트레스 정도를 1~10점으로 측정했을 때 평균 점수가 7.8~8점에 이를만큼 우울·불안 증세가 뚜렷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생존자들이 단기적으로는 불면·악몽·공황발작·환청·공격성향·우울증 등 급성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하고 이런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환자의 10~20% 정도는 만성·장기적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단계로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는 신체적 부상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이 상당 기간 스트레스와 불안장애 등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는 증상.

2002년 9.11 테러 참사 발생 후 몇 주 동안 미국 맨해튼 지역에 주민 수만 명이 스트레스 장애나 우울증에 시달렸고, 2005년 여름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일대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 당시엔 해당 지역 어린이 최소한 10만명이 우울증과 불안 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거라는 분석도 있었다.

국내에서는 약 240명의 사상자를 낸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사건 등 과거 대형 참사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이같은 증세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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