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암흑기’ 끝내고도 물러난 김기태 감독

입력 2014.04.23 (22:43) 수정 2014.04.23 (22:5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10년 암흑기'를 끝낸 김기태(45) 감독에게도 사령탑 자리에서 느껴야 하는 중압감과 외로움은 변하지 않았다.

2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나타나지 않은 김 감독은 끝내 '성적 부진에 따른 사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팬들에게 전했다.

시즌을 개막한 지 고작 18경기 만에 내린 결정이다.

1982년 삼미 박현식 감독과 해태 김동엽 감독(이상 13경기), 1983년 MBC 백인천 감독(16경기)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이른 사퇴다.

앞선 세 번의 사례가 프로야구 초창기의 일이었다면, 김 감독의 결정은 출범 33년째를 맞아 긴 안목의 시즌 운용이 정착된 시기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유례없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김 감독은 10년 묵은 LG의 암흑기를 끝낸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한 이듬해부터 2012년까지 무려 10년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고, 그 사이 이광환·이순철·김재박·박종훈 감독 등 4명의 사령탑이 거쳐 갔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열정적인 팬을 보유했으나 성적이 나지 않으면 갖은 비판을 감수해야 하며 언제든 경질될 수 있어 '독이 든 성배'로까지 통하던 LG 감독 자리에 앉은 김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보여주던 특유의 카리스마로 팀을 결집시켰다.

김 감독의 노력은 2013년 정규리그 2위로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결과로 열매를 맺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숙원을 이룬 후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오히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올랐으나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만큼 더 단단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변의 기대는 더 커졌다.

상황은 기대와 정반대로 흘러갔다.

지난 시즌 에이스 역할을 한 용병 투수 레다메스 리즈와 재계약에 실패, 투수진에 구멍이 뚫린 채 시즌에 돌입한 LG는 정규리그 초반부터 심각한 투·타 엇박자를 내며 흔들렸다.

LG는 이날까지 4승 13패 1무승부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특히 4월 중순부터 6연패와 4연패를 한 차례씩 당해 속절없이 무너졌다.

반면, 김 감독의 입지는 그대로였다.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숙원을 이루고도 재계약과 관련해 긍정적인 움직임이 없었다는 점은 김 감독의 압박감을 더 크게 만들었을 수 있다.

이런 와중에 20일에는 한화와의 대전 경기에서 LG 투수가 빈볼 시비에 휘말리는 등 내적으로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결국, 김 감독은 내·외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채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팀을 떠나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10년 암흑기’ 끝내고도 물러난 김기태 감독
    • 입력 2014-04-23 22:43:02
    • 수정2014-04-23 22:56:59
    연합뉴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10년 암흑기'를 끝낸 김기태(45) 감독에게도 사령탑 자리에서 느껴야 하는 중압감과 외로움은 변하지 않았다.

2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나타나지 않은 김 감독은 끝내 '성적 부진에 따른 사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팬들에게 전했다.

시즌을 개막한 지 고작 18경기 만에 내린 결정이다.

1982년 삼미 박현식 감독과 해태 김동엽 감독(이상 13경기), 1983년 MBC 백인천 감독(16경기)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이른 사퇴다.

앞선 세 번의 사례가 프로야구 초창기의 일이었다면, 김 감독의 결정은 출범 33년째를 맞아 긴 안목의 시즌 운용이 정착된 시기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유례없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김 감독은 10년 묵은 LG의 암흑기를 끝낸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한 이듬해부터 2012년까지 무려 10년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고, 그 사이 이광환·이순철·김재박·박종훈 감독 등 4명의 사령탑이 거쳐 갔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열정적인 팬을 보유했으나 성적이 나지 않으면 갖은 비판을 감수해야 하며 언제든 경질될 수 있어 '독이 든 성배'로까지 통하던 LG 감독 자리에 앉은 김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보여주던 특유의 카리스마로 팀을 결집시켰다.

김 감독의 노력은 2013년 정규리그 2위로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결과로 열매를 맺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숙원을 이룬 후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오히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올랐으나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만큼 더 단단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변의 기대는 더 커졌다.

상황은 기대와 정반대로 흘러갔다.

지난 시즌 에이스 역할을 한 용병 투수 레다메스 리즈와 재계약에 실패, 투수진에 구멍이 뚫린 채 시즌에 돌입한 LG는 정규리그 초반부터 심각한 투·타 엇박자를 내며 흔들렸다.

LG는 이날까지 4승 13패 1무승부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특히 4월 중순부터 6연패와 4연패를 한 차례씩 당해 속절없이 무너졌다.

반면, 김 감독의 입지는 그대로였다.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숙원을 이루고도 재계약과 관련해 긍정적인 움직임이 없었다는 점은 김 감독의 압박감을 더 크게 만들었을 수 있다.

이런 와중에 20일에는 한화와의 대전 경기에서 LG 투수가 빈볼 시비에 휘말리는 등 내적으로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결국, 김 감독은 내·외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채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팀을 떠나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