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조세회피처 금융 투자 잔액 지난해 64%↑

입력 2014.04.24 (06:13) 수정 2014.04.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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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기업이 조세회피처에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송금한 돈이 1년 전보다 64% 이상 급증했다.

24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작년 말 비금융 국내기업이 케이만군도,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회피처에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투자 목적으로 송금한 돈의 잔액은 26억6천만달러(약 2조8천억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64.2% 늘어난 규모다.

이는 기업이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한은에 신고하고 합법적으로 송금한 내역만 집계한 것이다.

이들 조세회피처 네 곳에 대한 송금 잔액(연말 기준)은 2009년 5억달러, 2010년 8억2천만달러, 2011년 10억4천만달러, 2012년 16억2천만달러, 2013년 26억6천만달러로 매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지역별로 보면 케이만군도에 대한 투자잔액이 2009년 7천만달러에서 지난해 25억1천억달러로 약 36배로 늘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논란이 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대한 투자잔액은 이 기간에 7천만달러에서 4천만달러로 감소했다.

버뮤다는 3억2천만달러에서 8천만달러로, 말레이시아 라부안은 4천만달러에서 2천만달러로 각각 줄었다.

조세회피처로 향한 자금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저금리'가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조세회피처로 나간 돈이 급증한 것은 국민연금공단이 해외투자를 늘린 영향이 크다"면서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돈을 절약해야 하므로 세율이 낮고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금융투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국내 채권과 주식시장 규모에 비해 국민연금의 운용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앞으로 대체투자와 해외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음성적으로 흘러간 자금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조세회피처로의 불법 자본유출 실태 보고서'에서 2012년 당국에 신고되지 않고 외국에 유출된 자본이 최대 24조3천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SK, 삼성, 롯데, 현대,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그룹이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법인은 모두 125개로 자산 총액은 5조7천억원에 달했다.

이들 역외법인은 재무제표상 공시된 것이어서 불법적인 자금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해당 지역은 케이만군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파나마, 마셜군도, 말레이시아 라부안, 버뮤다, 사모아, 모리셔스, 키프로스 등으로 세율이 아예 없거나 금융 규제를 피할 수 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세회피처로 지정한 곳이다. 따라서 탈세 목적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인영 의원은 "조세회피처에 대한 투자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역외탈세 목적도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세당국이 실상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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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기업 조세회피처 금융 투자 잔액 지난해 64%↑
    • 입력 2014-04-24 06:13:23
    • 수정2014-04-24 16:10:24
    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기업이 조세회피처에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송금한 돈이 1년 전보다 64% 이상 급증했다.

24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작년 말 비금융 국내기업이 케이만군도,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회피처에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투자 목적으로 송금한 돈의 잔액은 26억6천만달러(약 2조8천억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64.2% 늘어난 규모다.

이는 기업이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한은에 신고하고 합법적으로 송금한 내역만 집계한 것이다.

이들 조세회피처 네 곳에 대한 송금 잔액(연말 기준)은 2009년 5억달러, 2010년 8억2천만달러, 2011년 10억4천만달러, 2012년 16억2천만달러, 2013년 26억6천만달러로 매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지역별로 보면 케이만군도에 대한 투자잔액이 2009년 7천만달러에서 지난해 25억1천억달러로 약 36배로 늘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논란이 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대한 투자잔액은 이 기간에 7천만달러에서 4천만달러로 감소했다.

버뮤다는 3억2천만달러에서 8천만달러로, 말레이시아 라부안은 4천만달러에서 2천만달러로 각각 줄었다.

조세회피처로 향한 자금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저금리'가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조세회피처로 나간 돈이 급증한 것은 국민연금공단이 해외투자를 늘린 영향이 크다"면서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돈을 절약해야 하므로 세율이 낮고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금융투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국내 채권과 주식시장 규모에 비해 국민연금의 운용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앞으로 대체투자와 해외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음성적으로 흘러간 자금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조세회피처로의 불법 자본유출 실태 보고서'에서 2012년 당국에 신고되지 않고 외국에 유출된 자본이 최대 24조3천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SK, 삼성, 롯데, 현대,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그룹이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법인은 모두 125개로 자산 총액은 5조7천억원에 달했다.

이들 역외법인은 재무제표상 공시된 것이어서 불법적인 자금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해당 지역은 케이만군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파나마, 마셜군도, 말레이시아 라부안, 버뮤다, 사모아, 모리셔스, 키프로스 등으로 세율이 아예 없거나 금융 규제를 피할 수 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세회피처로 지정한 곳이다. 따라서 탈세 목적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인영 의원은 "조세회피처에 대한 투자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역외탈세 목적도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세당국이 실상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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