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참담한 재난 대응

입력 2014.04.24 (07:43) 수정 2014.04.2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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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섭 해설위원]

수많은 사상자를 낸 세월호 침몰 참사가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과 책임 회피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위급상황 때 승객 구조의 1차 책임이 있는 선장과 선원들은 많은 승객을 배에 남겨둔 채 먼저 탈출했습니다. 초동 대처에서부터 사고 수습까지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허점도 드러났습니다.

이번 사고가 대참사로 이어진 1차 원인은 선장과 선원들에게 있습니다. 이들은 배가 침몰해 가는데도 구조 활동을 하지 않고 승객들에게 선실에서 대기하라고 했습니다. 학생 등 승객이 선실에서 탈출 지시를 기다리고 있을 때 선장과 선원들은 자신들만 아는 통로로 배에서 탈출했습니다. 자신들의 죽음 앞에서 뱃사람의 명예는 남의 얘기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선사는 선박의 무리한 증축을 했고 과적한 화물에 대한 결박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돈 앞에서 안전은 역시 남의 얘기였습니다. 침수된다는 무전 30분쯤 뒤부터 해경과 민간 어선의 구조작업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대형 해상사고에 대비한 정부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는 가동되지 않았습니다. 배가 침몰할 때까지 두 시간 동안 배안의 승객을 구해내진 못했습니다. 침몰한 뒤에는 빠른 조류, 탁한 시야 등으로 힘들었겠지만 생존자를 찾기 위해 배안으로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정부의 구조방식과 발표도 오락가락 하는 등 문제가 많았습니다. 구조한 사람을 한때 200명 이상 줄여 발표했고, 탑승객 숫자도 계속 바뀌었습니다. 실종인데 구조됐다고 했고 심지어 사망자 신원을 잘못 확인해 시신이 잘못 인계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주먹구구식 대응이 혼란을 부추기고 가족의 상처를 더 키웠습니다. 결국 공무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습니다. 또 자극적인 언론보도와 정치권의 막말, 인터넷을 통한 유언비어로 국민 모두에게 상처를 줬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초동 대처와 위기 대응 능력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고였습니다. 최선의 구조작업만이 비겁한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최소한의 속죄일 것입니다. 이런 참사를 막기 위해선 우리 사회에 쌓인 폐단과 비리는 물론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확실히 바로 잡아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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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참담한 재난 대응
    • 입력 2014-04-24 07:45:00
    • 수정2014-04-24 07: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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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섭 해설위원]

수많은 사상자를 낸 세월호 침몰 참사가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과 책임 회피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위급상황 때 승객 구조의 1차 책임이 있는 선장과 선원들은 많은 승객을 배에 남겨둔 채 먼저 탈출했습니다. 초동 대처에서부터 사고 수습까지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허점도 드러났습니다.

이번 사고가 대참사로 이어진 1차 원인은 선장과 선원들에게 있습니다. 이들은 배가 침몰해 가는데도 구조 활동을 하지 않고 승객들에게 선실에서 대기하라고 했습니다. 학생 등 승객이 선실에서 탈출 지시를 기다리고 있을 때 선장과 선원들은 자신들만 아는 통로로 배에서 탈출했습니다. 자신들의 죽음 앞에서 뱃사람의 명예는 남의 얘기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선사는 선박의 무리한 증축을 했고 과적한 화물에 대한 결박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돈 앞에서 안전은 역시 남의 얘기였습니다. 침수된다는 무전 30분쯤 뒤부터 해경과 민간 어선의 구조작업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대형 해상사고에 대비한 정부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는 가동되지 않았습니다. 배가 침몰할 때까지 두 시간 동안 배안의 승객을 구해내진 못했습니다. 침몰한 뒤에는 빠른 조류, 탁한 시야 등으로 힘들었겠지만 생존자를 찾기 위해 배안으로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정부의 구조방식과 발표도 오락가락 하는 등 문제가 많았습니다. 구조한 사람을 한때 200명 이상 줄여 발표했고, 탑승객 숫자도 계속 바뀌었습니다. 실종인데 구조됐다고 했고 심지어 사망자 신원을 잘못 확인해 시신이 잘못 인계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주먹구구식 대응이 혼란을 부추기고 가족의 상처를 더 키웠습니다. 결국 공무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습니다. 또 자극적인 언론보도와 정치권의 막말, 인터넷을 통한 유언비어로 국민 모두에게 상처를 줬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초동 대처와 위기 대응 능력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고였습니다. 최선의 구조작업만이 비겁한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최소한의 속죄일 것입니다. 이런 참사를 막기 위해선 우리 사회에 쌓인 폐단과 비리는 물론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확실히 바로 잡아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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