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안여객선만 ‘안전책임자 의무’ 면제해줘…2002년 법 개정

입력 2014.04.2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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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해상안전교통법 개정 관보]

선사들로 하여금 보유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해 안전관리책임자를 두는 등 안전관리체제를 수립하도록 의무화했던 법 조항에서 유독 연안여객선만 면제시켜주기 위해 관련법이 개정된 사실이 KBS 디지털뉴스부 취재 결과 확인됐다.

현행 해사안전법 46조는 일정 요건의 선박을 운항하는 선박소유자로 하여금 안전운항 등을 위한 관리체제를 수립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안전관리체제에는 비상대책 수립, 안전관리책임자와 안전관리자 선임, 사고나 위험상황 등에 관한 보고 등을 포함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안전관리체제 의무 수립 대상에서 내항 정기 여객운송사업과 내항 부정기 여객운송사업에 종사하는 선박은 이 의무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연안여객선 선사들은 보유 선박에 대해 안전관리체제를 수립할 필요가 없다.

반면 해사안전법의 전신인 해상교통안전법은 1999년 개정 당시 모든 여객선 소유 선사들로 하여금 안전관리체제를 수립하고 안전관리책임자를 두도록 규정했다. 선사들은 선박별로 수립한 안전관리체제를 해양수산부 인증검사를 거쳐 심사에 합격해야만 선박을 운항할 수 있도록 까다롭게 정했다. 국제해사기구가 정한 국제안전관리규약을 국내법에 수용함으로써 안전관리 부실에 의한 해난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개정 법 조항에 명시된 안전관리체제 내용을 보면, 해상에서의 안전 및 환경보호에 관한 기본방침, 안전관리책임자의 선임 및 임무, 비상대책의 수립, 사고.위험상황 및 안전관리체제의 결함에 관한 보고 및 분석, 선박의 정비, 안전관리체제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확인·검토 및 평가 등이 포함됐다.


<사진설명>[해상안전교통법 개정 관보]

그러나 3년 뒤인 2002년 정부 발의로 추진된 법 개정 과정에서 안전관리체제 수립 의무 대상에서 연안여객선은 면제됐다. 당시 법 조항 개정 이유를 보면, 연안여객선을 안전관리체제 수립.시행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제도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기 위해서'라고 적혀 있다.

덕분에 연안여객선을 보유한 선사들은 각자 안전관리책임자를 선임하고 까다로운 안전관리체제를 수립하는 대신, 같은 선사들로 구성된 이익단체인 해운조합 직원들로부터 운항관리를 받으면 되도록 운항 안전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소형 여객선의 경우 비용 부담도 대폭 줄었다. 당시 해양수산부 안전관리실 자료에 따르면 5백 톤 미만의 내항 여객선의 경우 안전관리체제를 시행하면 연간 4천6백만 원이 들지만, 해운조합에 운항관리를 맡길 경우 연간 천9백95만 원으로 부담이 준다.

그럼에도 법 개정을 심의한 16대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김호식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은 "연안여객선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하여 해운법에 의한 운항관리자의 운항관리를 받도록 연안여객선을 안전관리체제의 수립.시행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언했다.

해당 법 개정안은 정권 말기인 2002년 11월 국회 상임위를 거친 뒤, 대선이 치러진 지 일주일만인 12월 26일 통과돼 2003년 6월 시행됐다.

김광수 목포해양대 교수는 "당시 여객선을 안전관리체제에서 제외시키지 않았더라면 이번 세월호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면서, "여객선 선사들이 개별적으로 안전관리자와 안전관리책임자를 선임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해운조합에 안전관리실을 두고 운항관리를 맡기는 쪽으로 법 개정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민중 해양수산부 해사안전정책과 사무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서 운항관리자 제도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어 해수부가 검토를 해서 종합대책을 수립할 것"이라면서 "이 부분도 같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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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연안여객선만 ‘안전책임자 의무’ 면제해줘…2002년 법 개정
    • 입력 2014-04-24 11:10:34
    사회
<사진 설명> [해상안전교통법 개정 관보] 선사들로 하여금 보유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해 안전관리책임자를 두는 등 안전관리체제를 수립하도록 의무화했던 법 조항에서 유독 연안여객선만 면제시켜주기 위해 관련법이 개정된 사실이 KBS 디지털뉴스부 취재 결과 확인됐다. 현행 해사안전법 46조는 일정 요건의 선박을 운항하는 선박소유자로 하여금 안전운항 등을 위한 관리체제를 수립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안전관리체제에는 비상대책 수립, 안전관리책임자와 안전관리자 선임, 사고나 위험상황 등에 관한 보고 등을 포함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안전관리체제 의무 수립 대상에서 내항 정기 여객운송사업과 내항 부정기 여객운송사업에 종사하는 선박은 이 의무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연안여객선 선사들은 보유 선박에 대해 안전관리체제를 수립할 필요가 없다. 반면 해사안전법의 전신인 해상교통안전법은 1999년 개정 당시 모든 여객선 소유 선사들로 하여금 안전관리체제를 수립하고 안전관리책임자를 두도록 규정했다. 선사들은 선박별로 수립한 안전관리체제를 해양수산부 인증검사를 거쳐 심사에 합격해야만 선박을 운항할 수 있도록 까다롭게 정했다. 국제해사기구가 정한 국제안전관리규약을 국내법에 수용함으로써 안전관리 부실에 의한 해난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개정 법 조항에 명시된 안전관리체제 내용을 보면, 해상에서의 안전 및 환경보호에 관한 기본방침, 안전관리책임자의 선임 및 임무, 비상대책의 수립, 사고.위험상황 및 안전관리체제의 결함에 관한 보고 및 분석, 선박의 정비, 안전관리체제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확인·검토 및 평가 등이 포함됐다. <사진설명>[해상안전교통법 개정 관보] 그러나 3년 뒤인 2002년 정부 발의로 추진된 법 개정 과정에서 안전관리체제 수립 의무 대상에서 연안여객선은 면제됐다. 당시 법 조항 개정 이유를 보면, 연안여객선을 안전관리체제 수립.시행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제도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기 위해서'라고 적혀 있다. 덕분에 연안여객선을 보유한 선사들은 각자 안전관리책임자를 선임하고 까다로운 안전관리체제를 수립하는 대신, 같은 선사들로 구성된 이익단체인 해운조합 직원들로부터 운항관리를 받으면 되도록 운항 안전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소형 여객선의 경우 비용 부담도 대폭 줄었다. 당시 해양수산부 안전관리실 자료에 따르면 5백 톤 미만의 내항 여객선의 경우 안전관리체제를 시행하면 연간 4천6백만 원이 들지만, 해운조합에 운항관리를 맡길 경우 연간 천9백95만 원으로 부담이 준다. 그럼에도 법 개정을 심의한 16대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김호식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은 "연안여객선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하여 해운법에 의한 운항관리자의 운항관리를 받도록 연안여객선을 안전관리체제의 수립.시행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언했다. 해당 법 개정안은 정권 말기인 2002년 11월 국회 상임위를 거친 뒤, 대선이 치러진 지 일주일만인 12월 26일 통과돼 2003년 6월 시행됐다. 김광수 목포해양대 교수는 "당시 여객선을 안전관리체제에서 제외시키지 않았더라면 이번 세월호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면서, "여객선 선사들이 개별적으로 안전관리자와 안전관리책임자를 선임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해운조합에 안전관리실을 두고 운항관리를 맡기는 쪽으로 법 개정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민중 해양수산부 해사안전정책과 사무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서 운항관리자 제도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어 해수부가 검토를 해서 종합대책을 수립할 것"이라면서 "이 부분도 같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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