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취재] 다이빙벨 ‘알파 바지선’ 동행기

입력 2014.04.30 (11:31) 수정 2014.04.3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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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기 시작한 29일 아침 6시 팽목항. 35톤급 예인선 두 척이 이끄는 바지선이 미끄러지듯 부두를 빠져나간다.

전날 밤 진도를 적셨던 비는 다행히도 그쳤다. 오후에는 날씨가 좋아질 것이란 일기예보가 반갑다.


<사진1. 다이빙벨>

세월호 침몰사고 14일째(29일), 그동안 투입 여부를 놓고 안전성과 실효성 논란을 빚었던 '다이빙벨’이 바지선에 실려 사고해역으로 향했다. 해경이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수색 작업을 함께 하자고 제의한데 따른 것이다.


<사진2. 알파바지선>

바지선에는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와 민간 잠수사 3명, 실종자 학부모 2명 등 30여 명이 탑승해 현장으로 함께 갔다.

이 대표는 앞선 25일에도 사고해역에서 잠수사 투입을 시도했지만 강한 조류로 인해 실패한 바 있다.


<사진3. 다이빙벨 테스트>

물살이 가장 세다는 사리기간에 접어들었지만 시간을 더 지체할 수는 없다.

이 대표는 “다이빙벨은 물속 조류에는 강하지만 파고의 상하 유동에는 약한 편이다. 파고가 1m미만이면 작업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며 구조작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침 사고해역의 파고는 0.5~1m인 것으로 알려져 구조대의 희망을 더하게 한다.

외아들을 찾아 나선 실종자 부모 백 모 씨는 “이제는 생사를 떠나 내 아들을 찾고 싶을 뿐이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다이빙벨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외아들을 찾지 못하고 있는 아버지의 심정이 오죽할까? 극도로 지쳐 보이는 그의 얼굴에선 눈물마저 말라버린 듯했다.

오전 11시.
사고해역 인근인 관매도 근처에서 배가 멈췄다. 작업에 투입되기 전 다이빙벨을 체크하고 잠수사들과 호흡을 맞춰보기 위함이다.


<사진4. 다이빙벨 테스트>

다이빙벨 무게만 3톤, 균형을 잡기 위해 2톤의 추를 매달았다. 체인 무게까지 합하면 총 6톤에 달하는 장비다. 다이빙벨에 3명의 잠수사들이 들어가 잠수를 시도했다. 지휘를 맡은 이 대표는 선상으로 연결된 모니터를 통해 수중 카메라 영상을 보면서 무전으로 잠수사들의 움직임을 조율했다.


<사진5. 다이빙벨 테스트>

테스트는 무사히 끝났다. 잠수에 참여한 김명기(36)씨는 “다이빙벨 안에 있다 보니 조류의 영향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이 정도라면 한번 잠수해서 40~50분 정도의 작업이 가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종인 대표도 “비록 3미터 수심에서 테스트한 결과지만 만족스럽다”며 “사고해역의 파고가 높지 않다면 보다 긴 시간동안 수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대 47m에 달하는 사고해역에서도 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오후 2시5분 사고해역 도착. 사고해역에선 민·관·군 합동구조팀의 수색작업이 한창이다. 이 대표 일행은 작업이 끝날 때까지 바다위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다. 어느덧 수면 위 부표가 파도에 파묻혀 보이지 않을 만큼 물살이 거세졌다. 기상청 예보와 실제 바다 상황은 차이가 있어 보였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 일행이 다이빙벨 투입을 포기하고 팽목항으로 회항했다는 모 언론사의 보도가 나왔다. 해군.해경측에서 다이빙벨 실패설이 돌고 있다는 얘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구조대는 매번 겪는 일이라며 덤덤한 반응을 보인 반면 동승한 학부모들은 “왜 자꾸 잘못된 정보가 언론과 현장에 퍼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사진6. 언딘리베로>

오후 6시10분. 바지선이 합동구조단의 민간 구조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언딘 리베로’ 바지선 옆에 접안하는데 성공했다. 세월호의 선미 쪽 위치다. 구조대는 4층 선미 중앙격실을 수색하려 한다.

물살이 느려지는 정조시간대인 오후 8시18분을 전후로 잠수사 두 명이 바지선과 세월호 선체를 연결하는 버팀줄 1개를 가설치했다.


<사진7. 세월호 해역_ 인도줄 설치>

현장에서 본 파도는 거셌다. 바닷물은 흙탕물같이 탁해 잠수사들이 앞을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이후 새벽 2시40분쯤 버팀줄 작업을 완료하고 다이빙벨 투입을 시도했지만 파도가 너무 강해 또 대기. 다이빙벨 투입은 아침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사진8. 세월호 지점 부표>

결국 구조 상황을 지켜보지 못하고 바지선을 떠나며 기자가 이 대표의 바람을 물었다.

기자의 물음에 이 대표는 “다이빙벨을 이용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걸 입증하면 나의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게 입증돼서 해경·해군과 협력해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렵게 현장에 온 만큼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15일째인 오늘(30일)도 ‘알파 바지선’에서의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바다가 허락한다면 다이빙벨을 이용한 첫 실종자 구조·수색작업이 이뤄질 것이다. 효율성 논란 여부를 떠나 다이빙벨이 실종자 발견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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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도 취재] 다이빙벨 ‘알파 바지선’ 동행기
    • 입력 2014-04-30 11:31:58
    • 수정2014-04-30 11:47:14
    진도취재
날이 밝기 시작한 29일 아침 6시 팽목항. 35톤급 예인선 두 척이 이끄는 바지선이 미끄러지듯 부두를 빠져나간다.

전날 밤 진도를 적셨던 비는 다행히도 그쳤다. 오후에는 날씨가 좋아질 것이란 일기예보가 반갑다.


<사진1. 다이빙벨>

세월호 침몰사고 14일째(29일), 그동안 투입 여부를 놓고 안전성과 실효성 논란을 빚었던 '다이빙벨’이 바지선에 실려 사고해역으로 향했다. 해경이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수색 작업을 함께 하자고 제의한데 따른 것이다.


<사진2. 알파바지선>

바지선에는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와 민간 잠수사 3명, 실종자 학부모 2명 등 30여 명이 탑승해 현장으로 함께 갔다.

이 대표는 앞선 25일에도 사고해역에서 잠수사 투입을 시도했지만 강한 조류로 인해 실패한 바 있다.


<사진3. 다이빙벨 테스트>

물살이 가장 세다는 사리기간에 접어들었지만 시간을 더 지체할 수는 없다.

이 대표는 “다이빙벨은 물속 조류에는 강하지만 파고의 상하 유동에는 약한 편이다. 파고가 1m미만이면 작업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며 구조작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침 사고해역의 파고는 0.5~1m인 것으로 알려져 구조대의 희망을 더하게 한다.

외아들을 찾아 나선 실종자 부모 백 모 씨는 “이제는 생사를 떠나 내 아들을 찾고 싶을 뿐이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다이빙벨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외아들을 찾지 못하고 있는 아버지의 심정이 오죽할까? 극도로 지쳐 보이는 그의 얼굴에선 눈물마저 말라버린 듯했다.

오전 11시.
사고해역 인근인 관매도 근처에서 배가 멈췄다. 작업에 투입되기 전 다이빙벨을 체크하고 잠수사들과 호흡을 맞춰보기 위함이다.


<사진4. 다이빙벨 테스트>

다이빙벨 무게만 3톤, 균형을 잡기 위해 2톤의 추를 매달았다. 체인 무게까지 합하면 총 6톤에 달하는 장비다. 다이빙벨에 3명의 잠수사들이 들어가 잠수를 시도했다. 지휘를 맡은 이 대표는 선상으로 연결된 모니터를 통해 수중 카메라 영상을 보면서 무전으로 잠수사들의 움직임을 조율했다.


<사진5. 다이빙벨 테스트>

테스트는 무사히 끝났다. 잠수에 참여한 김명기(36)씨는 “다이빙벨 안에 있다 보니 조류의 영향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이 정도라면 한번 잠수해서 40~50분 정도의 작업이 가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종인 대표도 “비록 3미터 수심에서 테스트한 결과지만 만족스럽다”며 “사고해역의 파고가 높지 않다면 보다 긴 시간동안 수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대 47m에 달하는 사고해역에서도 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오후 2시5분 사고해역 도착. 사고해역에선 민·관·군 합동구조팀의 수색작업이 한창이다. 이 대표 일행은 작업이 끝날 때까지 바다위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다. 어느덧 수면 위 부표가 파도에 파묻혀 보이지 않을 만큼 물살이 거세졌다. 기상청 예보와 실제 바다 상황은 차이가 있어 보였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 일행이 다이빙벨 투입을 포기하고 팽목항으로 회항했다는 모 언론사의 보도가 나왔다. 해군.해경측에서 다이빙벨 실패설이 돌고 있다는 얘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구조대는 매번 겪는 일이라며 덤덤한 반응을 보인 반면 동승한 학부모들은 “왜 자꾸 잘못된 정보가 언론과 현장에 퍼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사진6. 언딘리베로>

오후 6시10분. 바지선이 합동구조단의 민간 구조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언딘 리베로’ 바지선 옆에 접안하는데 성공했다. 세월호의 선미 쪽 위치다. 구조대는 4층 선미 중앙격실을 수색하려 한다.

물살이 느려지는 정조시간대인 오후 8시18분을 전후로 잠수사 두 명이 바지선과 세월호 선체를 연결하는 버팀줄 1개를 가설치했다.


<사진7. 세월호 해역_ 인도줄 설치>

현장에서 본 파도는 거셌다. 바닷물은 흙탕물같이 탁해 잠수사들이 앞을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이후 새벽 2시40분쯤 버팀줄 작업을 완료하고 다이빙벨 투입을 시도했지만 파도가 너무 강해 또 대기. 다이빙벨 투입은 아침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사진8. 세월호 지점 부표>

결국 구조 상황을 지켜보지 못하고 바지선을 떠나며 기자가 이 대표의 바람을 물었다.

기자의 물음에 이 대표는 “다이빙벨을 이용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걸 입증하면 나의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게 입증돼서 해경·해군과 협력해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렵게 현장에 온 만큼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15일째인 오늘(30일)도 ‘알파 바지선’에서의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바다가 허락한다면 다이빙벨을 이용한 첫 실종자 구조·수색작업이 이뤄질 것이다. 효율성 논란 여부를 떠나 다이빙벨이 실종자 발견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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