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국가안전처, ‘컨트롤 타워’ 제기능 하려면?

입력 2014.04.30 (21:24) 수정 2014.04.3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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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안전행정부와 해수부, 해경 등 관련 기관들은 심각한 무능을 드러냈습니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적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그저 공무원들의 자리 늘리기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겁니다.

국가 안전처,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먼저 현행 재난대응체계의 문제점부터 알아봅니다.

이철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침몰 사고 첫날, 안전행정부와 해양경찰은 구조자 수 집계 오류를 놓고 볼썽 사나운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녹취> 강병규(안전행정부 장관) : "해경에서 우리에게 (자료를) 보내줘서 우리가 집계를 하는거니까..."

<녹취> 해경 간부 : "(구조자가) 3백 명이라고 보고한 적 없으니까 해경 어디서 받았나 물어보십시오."

사고 사흘 째, 선체 진입 성공 여부를 놓고 안행부의 발표를 해경이 부인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이끄는 건 안행부 장관, 그 아래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해수부 장관, 철저한 계급제인 공직 사회의 특성 상 장관이 장관을 지휘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녹취> 정부 부처 관계자 : "걔네(해경)은 별로 무서운게 없는 거예요. 자기네 청장, 해수부 장관이 무서운거야."

곳곳에 꾸려진 대책본부들은 혼선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중대본이 세워진 뒤에도 해수부와 경찰, 진도 팽목항 까지 4군데에서 대책 본부가 세워졌고, 결국 범부처 사고대책본부까지 가동됐습니다.

<녹취> 이창원(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 "모든 관련기관에 대한 총괄 조정권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갖고 있어요. 총괄 조정권을 이번에는 제대로 행사도 못한거예요."

대형 재난을 관리하는 국가 위기 표준 매뉴얼에 해양 사고 자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국가 재난 관리 시스템은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기자 멘트>

현재 재난 대책기관으로는 소방방재청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그리고 안전정책관실이 있는데요.

국가 안전처가 신설되면 이들 기능 대부분이 흡수 통합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기구만 통합하면 효과적 대응이 가능할까요?

재난의 종류는해양,해난 사고부터 대형 사건.사고, 자연재해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이러다 보니 대응 기관들이 각각 다르고 관련 법률도 무려 127건이나 됩니다.

재난재해가 일어날때마다 일관된 지휘와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따라서 관련 법률을 통폐합해 유사시 국가 재난처가 다른 기관들을 지휘할 수 있도록 법적인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기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전문 인력 배치입니다.

이번 사고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지휘부는 안전업무와는 거리가 먼 인사들로 구성되면서 큰 혼란을 불러왔습니다.

때문에 국가안전처는 일반 공무원은 가급적 배제하고 민간인을 포함해 재난 전문가들로 구성해야 합니다.

일반 공무원과의 순환보직도 금지해 재난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가 재난 기구는 제대로 구성해 운영할 경우 실제 재난재해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데요.

선진국은 어떤지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워싱턴 김성진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09년 1월, 뉴욕 상공에서 엔진이 고장난 여객기가 허드슨강에 불시착합니다.

불과 3분 뒤, 구조선과 헬기가 도착했고 탑승자 150명은 전원 구조됐습니다.

이 기적 같은 구조는 체계적인 재난 관리 시스템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미국은 연방재난관리청, FEMA(피마)가 재난 시 컨트롤타워를 맡습니다.

피마는 모든 재난 재해에 대한 대응과 복구를 담당하는 독립기관으로서, 28개 연방정부 기관은 물론 적십자 등 민간기구까지 총괄합니다.

자체 인력만 만 명, 한 해 예산은 14조 원에 이릅니다.

<녹취> 로이 던(연방재난관리청 직원)

허드슨강 여객기 불시착 사고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피마가 수습을 총괄했지만 구조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뉴욕항만청에 맡긴 사실입니다.

피마는 911 테러 때도 세계무역센터 붕괴 건물의 생존자 구조작업 현장 지휘권을 관할 소방서장에게 부여했습니다.

영국 역시 선박구난관리대표부를 두고 해양사고 전 상황을 지휘 감독합니다.

당국의 개입 없이 자체 의사 결정에 따라 구조작업을 독자적으로 지휘 감독하는데, 선주들에 대한 명령권도 갖습니다.

선진국들의 재난 대응은 이처럼 단일한 지휘 체계, 매뉴얼에 따른 대응, 기관들의 유기적 협조, 이 세 가지를 핵심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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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30 21:25:45
    • 수정2014-04-30 22: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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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안전행정부와 해수부, 해경 등 관련 기관들은 심각한 무능을 드러냈습니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적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그저 공무원들의 자리 늘리기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겁니다.

국가 안전처,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먼저 현행 재난대응체계의 문제점부터 알아봅니다.

이철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침몰 사고 첫날, 안전행정부와 해양경찰은 구조자 수 집계 오류를 놓고 볼썽 사나운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녹취> 강병규(안전행정부 장관) : "해경에서 우리에게 (자료를) 보내줘서 우리가 집계를 하는거니까..."

<녹취> 해경 간부 : "(구조자가) 3백 명이라고 보고한 적 없으니까 해경 어디서 받았나 물어보십시오."

사고 사흘 째, 선체 진입 성공 여부를 놓고 안행부의 발표를 해경이 부인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이끄는 건 안행부 장관, 그 아래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해수부 장관, 철저한 계급제인 공직 사회의 특성 상 장관이 장관을 지휘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녹취> 정부 부처 관계자 : "걔네(해경)은 별로 무서운게 없는 거예요. 자기네 청장, 해수부 장관이 무서운거야."

곳곳에 꾸려진 대책본부들은 혼선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중대본이 세워진 뒤에도 해수부와 경찰, 진도 팽목항 까지 4군데에서 대책 본부가 세워졌고, 결국 범부처 사고대책본부까지 가동됐습니다.

<녹취> 이창원(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 "모든 관련기관에 대한 총괄 조정권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갖고 있어요. 총괄 조정권을 이번에는 제대로 행사도 못한거예요."

대형 재난을 관리하는 국가 위기 표준 매뉴얼에 해양 사고 자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국가 재난 관리 시스템은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기자 멘트>

현재 재난 대책기관으로는 소방방재청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그리고 안전정책관실이 있는데요.

국가 안전처가 신설되면 이들 기능 대부분이 흡수 통합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기구만 통합하면 효과적 대응이 가능할까요?

재난의 종류는해양,해난 사고부터 대형 사건.사고, 자연재해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이러다 보니 대응 기관들이 각각 다르고 관련 법률도 무려 127건이나 됩니다.

재난재해가 일어날때마다 일관된 지휘와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따라서 관련 법률을 통폐합해 유사시 국가 재난처가 다른 기관들을 지휘할 수 있도록 법적인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기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전문 인력 배치입니다.

이번 사고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지휘부는 안전업무와는 거리가 먼 인사들로 구성되면서 큰 혼란을 불러왔습니다.

때문에 국가안전처는 일반 공무원은 가급적 배제하고 민간인을 포함해 재난 전문가들로 구성해야 합니다.

일반 공무원과의 순환보직도 금지해 재난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가 재난 기구는 제대로 구성해 운영할 경우 실제 재난재해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데요.

선진국은 어떤지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워싱턴 김성진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09년 1월, 뉴욕 상공에서 엔진이 고장난 여객기가 허드슨강에 불시착합니다.

불과 3분 뒤, 구조선과 헬기가 도착했고 탑승자 150명은 전원 구조됐습니다.

이 기적 같은 구조는 체계적인 재난 관리 시스템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미국은 연방재난관리청, FEMA(피마)가 재난 시 컨트롤타워를 맡습니다.

피마는 모든 재난 재해에 대한 대응과 복구를 담당하는 독립기관으로서, 28개 연방정부 기관은 물론 적십자 등 민간기구까지 총괄합니다.

자체 인력만 만 명, 한 해 예산은 14조 원에 이릅니다.

<녹취> 로이 던(연방재난관리청 직원)

허드슨강 여객기 불시착 사고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피마가 수습을 총괄했지만 구조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뉴욕항만청에 맡긴 사실입니다.

피마는 911 테러 때도 세계무역센터 붕괴 건물의 생존자 구조작업 현장 지휘권을 관할 소방서장에게 부여했습니다.

영국 역시 선박구난관리대표부를 두고 해양사고 전 상황을 지휘 감독합니다.

당국의 개입 없이 자체 의사 결정에 따라 구조작업을 독자적으로 지휘 감독하는데, 선주들에 대한 명령권도 갖습니다.

선진국들의 재난 대응은 이처럼 단일한 지휘 체계, 매뉴얼에 따른 대응, 기관들의 유기적 협조, 이 세 가지를 핵심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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