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끼리 왜이래”…마르크스 저작 ‘사유화’ 논란

입력 2014.05.02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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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화'를 부정했던 마르크스, 엥겔스 등 사회주의 관련 저작물을 놓고 출판계와 학계에서 '사유화 논란'이 일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사회주의 관련 저작물 전문 사이트 '막시스트 인터넷 아카이브'는 최근 한 출판사로부터 경고 이메일을 받았다.

사이트에 올려놓은 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영문판 완역본 파일들을 내리지 않으면 저작권 위반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 이메일을 보낸 출판사가 거대 상업 출판사가 아니라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동지' 격인 런던의 로런스앤드위샤트 출판사라는 점이다.

한 때 영국 공산당의 공식 출판사이기도 했던 이 출판사가 다른 저작물도 아닌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작을 '사유화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 사이트를 찾는 학자들과 진보주의자들로부터 격한 반발을 초래했다.

사이트 운영자 가운데 한 사람인 데이비드 월터스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영혼은 전세계 노동 계급이 소유하는 것"이라며 "마르크스는 저작물로 돈을 벌려 한 것이 아니라 그의 생각을 가급적이면 널리, 무료로 공유하려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월터스는 영문 저작권을 소유한 출판사의 요청을 존중해 해당 파일을 사이트에서 삭제한 상태다.

논란이 된 전집은 1960년대 옛 소련 정부의 지원을 시작으로 전세계 학자들이 30여년간 작업해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쓴 모든 글을 50권으로 집대성한 것이다.

판권을 공동 소유하던 옛 소련 출판사가 사라진 뒤 영국의 로런스앤드 위샤트와 미국의 인터내셔널 출판사 두 곳이 판권을 공동소유하고 있다.

비난이 거세지자 출판사 측도 항변에 나섰다. 자신들은 탐욕에 젖은 거대 기업이 아니라 상근 직원이 두 명에 불과할 정도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소규모 출판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엄청난 노력을 들여 만든 지적 상품을 무료로 누리려는 것이 진정한 사회주의자의 자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출판사 대표인 샐리 데이비슨은 이미 마르크스, 엥겔스의 주요 저서를 인터넷에서 무료로 구할 수 있는 곳이 많다며 문제의 저작물은 전문학자들을 위한 50권짜리 저서인 만큼 일반인들이 읽을만한 것이 못된다고 주장했다.

톨레도대학의 사회주의 역사 전문가 피터 라인보 교수는 번역본에 엄청난 노동이 들어갔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다만 마르크스, 엥겔스의 저작 가운데 어떤 것은 대중이 읽을만하고 어떤 것은 학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이분법 사고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5월1일 노동절을 맞아 인터넷상에서는 저작물 파일에 접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에 4천500명 이상이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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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지끼리 왜이래”…마르크스 저작 ‘사유화’ 논란
    • 입력 2014-05-02 03:55:19
    연합뉴스
'사유화'를 부정했던 마르크스, 엥겔스 등 사회주의 관련 저작물을 놓고 출판계와 학계에서 '사유화 논란'이 일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사회주의 관련 저작물 전문 사이트 '막시스트 인터넷 아카이브'는 최근 한 출판사로부터 경고 이메일을 받았다. 사이트에 올려놓은 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영문판 완역본 파일들을 내리지 않으면 저작권 위반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 이메일을 보낸 출판사가 거대 상업 출판사가 아니라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동지' 격인 런던의 로런스앤드위샤트 출판사라는 점이다. 한 때 영국 공산당의 공식 출판사이기도 했던 이 출판사가 다른 저작물도 아닌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작을 '사유화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 사이트를 찾는 학자들과 진보주의자들로부터 격한 반발을 초래했다. 사이트 운영자 가운데 한 사람인 데이비드 월터스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영혼은 전세계 노동 계급이 소유하는 것"이라며 "마르크스는 저작물로 돈을 벌려 한 것이 아니라 그의 생각을 가급적이면 널리, 무료로 공유하려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월터스는 영문 저작권을 소유한 출판사의 요청을 존중해 해당 파일을 사이트에서 삭제한 상태다. 논란이 된 전집은 1960년대 옛 소련 정부의 지원을 시작으로 전세계 학자들이 30여년간 작업해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쓴 모든 글을 50권으로 집대성한 것이다. 판권을 공동 소유하던 옛 소련 출판사가 사라진 뒤 영국의 로런스앤드 위샤트와 미국의 인터내셔널 출판사 두 곳이 판권을 공동소유하고 있다. 비난이 거세지자 출판사 측도 항변에 나섰다. 자신들은 탐욕에 젖은 거대 기업이 아니라 상근 직원이 두 명에 불과할 정도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소규모 출판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엄청난 노력을 들여 만든 지적 상품을 무료로 누리려는 것이 진정한 사회주의자의 자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출판사 대표인 샐리 데이비슨은 이미 마르크스, 엥겔스의 주요 저서를 인터넷에서 무료로 구할 수 있는 곳이 많다며 문제의 저작물은 전문학자들을 위한 50권짜리 저서인 만큼 일반인들이 읽을만한 것이 못된다고 주장했다. 톨레도대학의 사회주의 역사 전문가 피터 라인보 교수는 번역본에 엄청난 노동이 들어갔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다만 마르크스, 엥겔스의 저작 가운데 어떤 것은 대중이 읽을만하고 어떤 것은 학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이분법 사고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5월1일 노동절을 맞아 인터넷상에서는 저작물 파일에 접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에 4천500명 이상이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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