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군기 잡기·교내 폭력 더 있었다”

입력 2014.05.02 (08:35) 수정 2014.05.0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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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달 경남 진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두 명이 잇따라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학교폭력 때문이었는데요.

경찰 수사 결과 이 두 사건 외에도 학생들의 폭력 사건이 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승훈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학교 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학교 같은데 학교 측에서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나요?

<기자 멘트>

물론 모르는 것도 있었겠지만, 알면서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게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기강잡기' 목적의 폭력이 행해졌다고 하는데요.

뉴스따라잡기의 취재 결과, 학교 측에서 일부 이런 폭력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학교 안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건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경남 진주의 한 고등학교.

지난 3월 31일,

7교시가 끝난 시간.

복도 끝 계단에서 1학년 학생 김 모 군이 쓰러진 채 발견됩니다.

김 군은 황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양영두(형사계장/경남 진주경찰서) : "일방적인 폭행이죠. (피해학생이) 일방적으로 맞았으니까…."

동급생에게 복부 등을 폭행당한 것으로 알려진 김 군.

학기초 두 친구 사이에 붙은 사소한 시비는 주먹다짐으로 번졌고, 급기야 한 학생의 사망으로까지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충격적인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부실한 학교폭력 대책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던 학교와 교육청.

<녹취> 경남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사건 당일에 (학교를) 방문하고요. 피해 학생에 대해서도 잘 조치를 하라고 저희가 연속 3일을 왔다 갔다 하고요. 여러 가지 조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망사건이 난 지 불과 열하루 뒤인 지난달 11일 밤.

같은 학교에서 또 한 명의 피해자가 나왔습니다.

교내 기숙사에서 1학년 남학생이 쓰러졌다는 응급신고가 들어온 겁니다.

<녹취>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 (음성변조) : "학생이 벌써 입술이 파랗게 돼서 청색증 상태를 보였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호흡하고 맥박이 없어서…."

심폐소생술을 하며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지고만 류 모 군.

사건은 남학생들이 생활하는 2층 생활실에서 일어났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친구 (음성변조) : "동급생이랑 처음에 시비가 붙어서 싸우려고 했는데 선배가 그걸 알아서 싸우지 말고 스파링을 해라 그런 식으로 말했나 봐요."

1학년 후배들의 싸움을 목격했다는 2학년 선배 김 모 군.

기숙사 후배들의 기강을 바로잡는다며, 류군 등을 바닥에 엎드리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인터뷰> 송재용(강력계장/경남 진주경찰서) : "피해자와 동급생인 문00군이 말다툼 끝에 싸움을 하러 간다는 사실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엎드려 있는 피해자의 복부를 1회 발로 차서…."

부검 결과 류 군의 사망원인은 쇼크와 급성 심장사로 나타났습니다.

또 폭력에 의한 사망.

불과 열하루 사이 한 학교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망 사건에 지역사회는 물론 교육계 전체가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인터뷰>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현재 위(학생안전통합시스템) 센터에서 상담프로그램을 하고 있거든요. (학생들) 심리상담을 …."

<기자 멘트>

학교와 교육청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지 십여 일 만에 또 다시 같은 학교에서 학교폭력으로 숨진 학생이 나왔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취재결과 이 학교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리포트>

잇단 사망사건에 경찰은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전반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곳곳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하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폭력 실태를 조사한 경찰.

11건의 학교폭력을 추가로 밝혀내, 재학생 3명과 졸업생 3명을 폭력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인터뷰> 이경우(경감/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총 17개의 CCTV를 정밀 분석했고 저희들은 나름대로 첩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서 총 6명이 저지른 11건의 추가 범행을 밝혀내게 됐습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우발적 다툼을 넘어, 이른바 ‘기강잡기’ 목적의 폭력이 빈번했던 것으로 드러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습니다.

3학년 학생이 기숙사내 음식물 반입 등을 이유로, 후배 4명의 뺨 등을 때리는가 하면, 기숙사 규율을 위반했다며, 둔기로 허벅지를 마구 폭행한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기강을 잡겠다며, 학생이 학생을 폭력으로 체벌한 셈입니다.

<인터뷰> 이경우(경감/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당시 피해자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서로 진술에 의해서 범죄를 구성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학교 측은 이런 실태를 제대로 몰랐다는 입장.

하지만, 경찰은 학교 측이 지난해부터 4건의 학교폭력을 적발하고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인터뷰> 김명상(경정/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학교 폭력 4건에 대해서는 4건 모두 도교육청에 보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 4건 중에서는 자치회를 아예 개최 안 하고 있고…."

특히, 취재진이 만난 일부 학생들의 증언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기숙사에서 일어나는 이른바 '기강 잡기' 폭력을 일부 교사가 알고 있으면서도 눈감아 왔다는 겁니다.

<녹취> A 고등학교 학생(음성변조) : "제가 선배하고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엄청 말싸움을 하다가 형들이 올라와서 (학교 관계자에게) 때려도 되냐고 했는데 ‘죽지 않을 정도만 때려라.’ ,이 말을 하고 제가 한 번 당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일을 터뜨렸어야 지금 같은 일이 없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 이경우(경감/경남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 "작년에는 한 학생이 상급생한테 폭행을 수차례 당해서 학교도 며칠 안 나와서 자기 부모님을 모시고 학교 사감 선생님하고 담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혼자서 독단적으로 그 애에 대해서 며칠간 기숙사 청소를 해라 그 선에서 끝나버려서…."

학생들은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도 학교에서 달라진 건 별로 없다고도 했습니다.

<녹취> A 고등학교 학생(음성변조) : "전문적으로 그렇게 (학교폭력) 상담 받고 그런 건 없었어요. 솔직히 분위기 예전하고 다를 게 없어요."

<녹취> 김건찬(사무총장/학교폭력예방센터) : "11일 만에 학교폭력으로 사망사고가 생겼잖아요, 같은 학교에서. 그러면 사실은 정말 최고 책임자나 이런 분들이 제대로 수습을 해야 되는데 이런 수습을 정말 안했어요. 학교폭력으로 사망한 학교의 공통점은 전문가에 의한 예방교육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해당 학교의 이사장이 현직 교육감의 부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청이 학교의 눈치보기를 한 게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었던 상황.

학교와 교육청은 학교폭력 처리 과정의 문제를 시인하고 조속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미 두 명의 학생은 숨을 거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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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군기 잡기·교내 폭력 더 있었다”
    • 입력 2014-05-02 08:37:10
    • 수정2014-05-05 08: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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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달 경남 진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두 명이 잇따라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학교폭력 때문이었는데요.

경찰 수사 결과 이 두 사건 외에도 학생들의 폭력 사건이 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승훈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학교 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학교 같은데 학교 측에서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나요?

<기자 멘트>

물론 모르는 것도 있었겠지만, 알면서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게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기강잡기' 목적의 폭력이 행해졌다고 하는데요.

뉴스따라잡기의 취재 결과, 학교 측에서 일부 이런 폭력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학교 안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건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경남 진주의 한 고등학교.

지난 3월 31일,

7교시가 끝난 시간.

복도 끝 계단에서 1학년 학생 김 모 군이 쓰러진 채 발견됩니다.

김 군은 황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양영두(형사계장/경남 진주경찰서) : "일방적인 폭행이죠. (피해학생이) 일방적으로 맞았으니까…."

동급생에게 복부 등을 폭행당한 것으로 알려진 김 군.

학기초 두 친구 사이에 붙은 사소한 시비는 주먹다짐으로 번졌고, 급기야 한 학생의 사망으로까지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충격적인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부실한 학교폭력 대책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던 학교와 교육청.

<녹취> 경남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사건 당일에 (학교를) 방문하고요. 피해 학생에 대해서도 잘 조치를 하라고 저희가 연속 3일을 왔다 갔다 하고요. 여러 가지 조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망사건이 난 지 불과 열하루 뒤인 지난달 11일 밤.

같은 학교에서 또 한 명의 피해자가 나왔습니다.

교내 기숙사에서 1학년 남학생이 쓰러졌다는 응급신고가 들어온 겁니다.

<녹취>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 (음성변조) : "학생이 벌써 입술이 파랗게 돼서 청색증 상태를 보였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호흡하고 맥박이 없어서…."

심폐소생술을 하며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지고만 류 모 군.

사건은 남학생들이 생활하는 2층 생활실에서 일어났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친구 (음성변조) : "동급생이랑 처음에 시비가 붙어서 싸우려고 했는데 선배가 그걸 알아서 싸우지 말고 스파링을 해라 그런 식으로 말했나 봐요."

1학년 후배들의 싸움을 목격했다는 2학년 선배 김 모 군.

기숙사 후배들의 기강을 바로잡는다며, 류군 등을 바닥에 엎드리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인터뷰> 송재용(강력계장/경남 진주경찰서) : "피해자와 동급생인 문00군이 말다툼 끝에 싸움을 하러 간다는 사실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엎드려 있는 피해자의 복부를 1회 발로 차서…."

부검 결과 류 군의 사망원인은 쇼크와 급성 심장사로 나타났습니다.

또 폭력에 의한 사망.

불과 열하루 사이 한 학교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망 사건에 지역사회는 물론 교육계 전체가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인터뷰>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현재 위(학생안전통합시스템) 센터에서 상담프로그램을 하고 있거든요. (학생들) 심리상담을 …."

<기자 멘트>

학교와 교육청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지 십여 일 만에 또 다시 같은 학교에서 학교폭력으로 숨진 학생이 나왔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취재결과 이 학교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리포트>

잇단 사망사건에 경찰은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전반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곳곳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하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폭력 실태를 조사한 경찰.

11건의 학교폭력을 추가로 밝혀내, 재학생 3명과 졸업생 3명을 폭력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인터뷰> 이경우(경감/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총 17개의 CCTV를 정밀 분석했고 저희들은 나름대로 첩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서 총 6명이 저지른 11건의 추가 범행을 밝혀내게 됐습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우발적 다툼을 넘어, 이른바 ‘기강잡기’ 목적의 폭력이 빈번했던 것으로 드러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습니다.

3학년 학생이 기숙사내 음식물 반입 등을 이유로, 후배 4명의 뺨 등을 때리는가 하면, 기숙사 규율을 위반했다며, 둔기로 허벅지를 마구 폭행한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기강을 잡겠다며, 학생이 학생을 폭력으로 체벌한 셈입니다.

<인터뷰> 이경우(경감/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당시 피해자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서로 진술에 의해서 범죄를 구성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학교 측은 이런 실태를 제대로 몰랐다는 입장.

하지만, 경찰은 학교 측이 지난해부터 4건의 학교폭력을 적발하고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인터뷰> 김명상(경정/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학교 폭력 4건에 대해서는 4건 모두 도교육청에 보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 4건 중에서는 자치회를 아예 개최 안 하고 있고…."

특히, 취재진이 만난 일부 학생들의 증언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기숙사에서 일어나는 이른바 '기강 잡기' 폭력을 일부 교사가 알고 있으면서도 눈감아 왔다는 겁니다.

<녹취> A 고등학교 학생(음성변조) : "제가 선배하고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엄청 말싸움을 하다가 형들이 올라와서 (학교 관계자에게) 때려도 되냐고 했는데 ‘죽지 않을 정도만 때려라.’ ,이 말을 하고 제가 한 번 당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일을 터뜨렸어야 지금 같은 일이 없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 이경우(경감/경남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 "작년에는 한 학생이 상급생한테 폭행을 수차례 당해서 학교도 며칠 안 나와서 자기 부모님을 모시고 학교 사감 선생님하고 담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혼자서 독단적으로 그 애에 대해서 며칠간 기숙사 청소를 해라 그 선에서 끝나버려서…."

학생들은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도 학교에서 달라진 건 별로 없다고도 했습니다.

<녹취> A 고등학교 학생(음성변조) : "전문적으로 그렇게 (학교폭력) 상담 받고 그런 건 없었어요. 솔직히 분위기 예전하고 다를 게 없어요."

<녹취> 김건찬(사무총장/학교폭력예방센터) : "11일 만에 학교폭력으로 사망사고가 생겼잖아요, 같은 학교에서. 그러면 사실은 정말 최고 책임자나 이런 분들이 제대로 수습을 해야 되는데 이런 수습을 정말 안했어요. 학교폭력으로 사망한 학교의 공통점은 전문가에 의한 예방교육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해당 학교의 이사장이 현직 교육감의 부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청이 학교의 눈치보기를 한 게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었던 상황.

학교와 교육청은 학교폭력 처리 과정의 문제를 시인하고 조속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미 두 명의 학생은 숨을 거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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