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최측근’ 낙점…미 한반도정책 힘 실리나

입력 2014.05.0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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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량감은 떨어지지만, 거리는 가깝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에 대해 워싱턴 고위 외교소식통이 1일(현지시간) 내린 총평이다. 최연소 대사에다 짧은 행정부 근무경력으로 무게감은 다소 덜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신임이 워낙 두터워 한반도 현안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국내 외교가에서는 한반도 상황의 엄중함과 60년 넘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고려해 중량감이 있는 인물을 선호해왔다.

통상 정무형 인물이 낙점되는 주일·주중 미국대사와 달리 주로 직업 외교관을 기용되는 '실무형' 인선이 관례가 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한 미국대사 인선 때마다 격(格)을 둘러싼 논란이 있어왔다.

특히 작년말과 올해초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대사와 맥스 보커스(민주·몬태나) 주중 대사가 부임하면서 이번 주한 대사 인선에 쏠리는 기대감이 컸다. 케네디 대사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장녀라는 '상징성'을 띠고 있고, 보커스 대사는 경제적 이익확대를 기치로 내건 상원의 외교 거물이다.

이에 따라 올해초 리퍼트 내정자의 낙점 가능성이 회자되자 만 41세라는 나이와 경력을 거론하며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현안에 대처해야 하는 주한 미국대사 자리의 성격상 무게감 못지않게 백악관과의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적지 않았다.

한 외교소식통은 "나이를 중요시하는 국민정서상 다소 중량감이 낮다고 볼 수 있지만 리퍼트 내정자는 오바마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실세'라고 볼 수 있다"며 "오히려 양국관계 증진과 정책수행에는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상원 보좌관 시절부터 오바마 대통령과 호흡을 같이해온 점이 가장 중요한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케네디 대사의 경우 미·일 동맹의 상징성을 부각하는 측면이 강하지만 동맹과 동북아 정책현안에 대한 전문성이 강하다고 볼 수 없고 보커스 대사는 쇠고기 시장개방 확대라는 정책적 소신을 추구하고 있다"며 "리퍼트 내정자는 '정무'와 '실무'를 두루 아우르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리퍼트 내정자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상당한 정책능력과 감각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아시아 정책을 중심으로 외교안보 분야에 관심이 많고 그에 걸맞은 능력을 갖췄다는 게 아태지역 외국대사들의 대체적인 평가"라며 "오바마 행정부내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대단히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주재국인 한국 정부도 이런 맥락에서 리퍼트 내정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주한 미국대사의 아그레망 수여는 2∼3주일이 걸렸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일정에 맞춰 일주일 만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이 주한 미국대사에 내정되면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동북아 전략에 '힘'이 실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대(對) 중국 견제와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강화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워싱턴DC의 한 세미나에 참석한 리퍼트 내정자는 "지난 17일과 18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일 3국 안보토의(DTT)가 매우 생산적이고 실질적이었다"고 평가하고 3국간 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동안 과거사 문제로 인한 한·일 갈등으로 3국간 안보협력에 엇박자가 빚어졌고 이것이 중국의 패권확장을 '제어'하고 미국의 역내 주도권을 유지하는데 걸림돌이 돼왔다는 오바마 행정부 내부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비롯한 동맹 및 양자현안을 조율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리퍼트 내정자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북한 핵문제 해결을 놓고는 특별한 변화를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인내' 기조로 통칭되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입안하는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앞으로의 상원 인준절차다. 현 성 김 대사는 2011년 6월에 지명됐으나 공화당 상원 내 대북 강경파인 존 카일 의원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불만을 제기하며 인준을 거부하는 바람에 넉 달 뒤인 같은 해 10월 상원 인준이 통과됐다.

당장 물리적으로 인준심의 절차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상원에 인준절차가 계류돼있는 대사 내정자는 4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계류된 인준절차를 마무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인준이 늦어질 경우 대사 대리가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오바마 행정부와 현재 의회를 주도하는 공화당의 불편한 관계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성될 선거정국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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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최측근’ 낙점…미 한반도정책 힘 실리나
    • 입력 2014-05-02 09:38:23
    연합뉴스
"중량감은 떨어지지만, 거리는 가깝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에 대해 워싱턴 고위 외교소식통이 1일(현지시간) 내린 총평이다. 최연소 대사에다 짧은 행정부 근무경력으로 무게감은 다소 덜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신임이 워낙 두터워 한반도 현안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국내 외교가에서는 한반도 상황의 엄중함과 60년 넘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고려해 중량감이 있는 인물을 선호해왔다. 통상 정무형 인물이 낙점되는 주일·주중 미국대사와 달리 주로 직업 외교관을 기용되는 '실무형' 인선이 관례가 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한 미국대사 인선 때마다 격(格)을 둘러싼 논란이 있어왔다. 특히 작년말과 올해초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대사와 맥스 보커스(민주·몬태나) 주중 대사가 부임하면서 이번 주한 대사 인선에 쏠리는 기대감이 컸다. 케네디 대사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장녀라는 '상징성'을 띠고 있고, 보커스 대사는 경제적 이익확대를 기치로 내건 상원의 외교 거물이다. 이에 따라 올해초 리퍼트 내정자의 낙점 가능성이 회자되자 만 41세라는 나이와 경력을 거론하며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현안에 대처해야 하는 주한 미국대사 자리의 성격상 무게감 못지않게 백악관과의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적지 않았다. 한 외교소식통은 "나이를 중요시하는 국민정서상 다소 중량감이 낮다고 볼 수 있지만 리퍼트 내정자는 오바마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실세'라고 볼 수 있다"며 "오히려 양국관계 증진과 정책수행에는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상원 보좌관 시절부터 오바마 대통령과 호흡을 같이해온 점이 가장 중요한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케네디 대사의 경우 미·일 동맹의 상징성을 부각하는 측면이 강하지만 동맹과 동북아 정책현안에 대한 전문성이 강하다고 볼 수 없고 보커스 대사는 쇠고기 시장개방 확대라는 정책적 소신을 추구하고 있다"며 "리퍼트 내정자는 '정무'와 '실무'를 두루 아우르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리퍼트 내정자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상당한 정책능력과 감각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아시아 정책을 중심으로 외교안보 분야에 관심이 많고 그에 걸맞은 능력을 갖췄다는 게 아태지역 외국대사들의 대체적인 평가"라며 "오바마 행정부내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대단히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주재국인 한국 정부도 이런 맥락에서 리퍼트 내정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주한 미국대사의 아그레망 수여는 2∼3주일이 걸렸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일정에 맞춰 일주일 만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이 주한 미국대사에 내정되면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동북아 전략에 '힘'이 실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대(對) 중국 견제와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강화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워싱턴DC의 한 세미나에 참석한 리퍼트 내정자는 "지난 17일과 18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일 3국 안보토의(DTT)가 매우 생산적이고 실질적이었다"고 평가하고 3국간 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동안 과거사 문제로 인한 한·일 갈등으로 3국간 안보협력에 엇박자가 빚어졌고 이것이 중국의 패권확장을 '제어'하고 미국의 역내 주도권을 유지하는데 걸림돌이 돼왔다는 오바마 행정부 내부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비롯한 동맹 및 양자현안을 조율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리퍼트 내정자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북한 핵문제 해결을 놓고는 특별한 변화를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인내' 기조로 통칭되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입안하는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앞으로의 상원 인준절차다. 현 성 김 대사는 2011년 6월에 지명됐으나 공화당 상원 내 대북 강경파인 존 카일 의원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불만을 제기하며 인준을 거부하는 바람에 넉 달 뒤인 같은 해 10월 상원 인준이 통과됐다. 당장 물리적으로 인준심의 절차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상원에 인준절차가 계류돼있는 대사 내정자는 4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계류된 인준절차를 마무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인준이 늦어질 경우 대사 대리가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오바마 행정부와 현재 의회를 주도하는 공화당의 불편한 관계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성될 선거정국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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