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확대경] 안쓰고 고장나고…먹통 항로감시 시스템

입력 2014.05.03 (21:16) 수정 2014.05.03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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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해경과 해양수산부 등에는 선박 운항에 이상이 생기면 위치를 파악하고 자동으로 위급 상황을 알리는 시스템이 이미 갖춰져 있습니다.

하지만,세월호 사고 당시 이 시스템들은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박지성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항로를 벗어나 기울기 시작한 세월호.

탑승객인 단원고 2학년 최 모군이 119를 통해 목포 해경 상황실에 다급하게 구조요청을 합니다.

하지만 신고를 받은 해경은 계속 위도와 경도만 물으며 허둥댑니다.

해경에는 이미 이런 상황을 대비해 배 이름만 넣으면 위치가 확인되는 VMS라는 선박 모니터링 시스템이 설치돼 있었지만 전혀 활용이 되지 못한 겁니다.

<녹취> 해경 관계자: "이제 해상에서 사용할 때는 경위도를 찍으면 위치가 정확히 나오거든요. (VMS에서도 위치가 정확히 나오는 거 아닙니까) 그것도 맞는 사항인데..."

이 뿐이 아닙니다.

사고 접수 전이라도 배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며 기운 순간부터 경보가 울리는 장비도 갖춰져 있었지만 이것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지능형 해상교통 시스템의 위험 경보 분석 장치라는 장비였는데 사고 당시 고장이 나 있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사고 나흘 전인 지난달 12일부터 무려 열흘 동안이나 멈춰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녹취> 해경 관계자: "분석 서버가 안 됐다는 거고 열흘 동안. 이거에 대해선 알람 경보가 안 왔겠죠. 왜 몰랐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먹통이 된 해상 감시 시스템들.

사고에 대비해 이중 삼중의 경보시스템을 갖춰 놓았지만 정작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리포트>

이번 같은 해난 사고에 대비해 해양수산부와 해경에서 만들어 놓은 관제 시스템은 모두 세 가집니다.

우선, 지콤스라는 선박모니터링 시스템이 있습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2007년 132억 원을 들여 만든 겁니다.

여객선에 설치된 AIS라는 선박 자동 식별장치와 위성을 통해 위치를 파악하고 항로를 벗어나면 경보를 보내는 방식입니다.

해군과 해경을 포함해 33개 유관기관과 연결돼 있지만 세월호 사고 상황을 파악한 곳은 한곳도 없었습니다.

그 다음은 해경의 해난신고시스템인 122입니다.

122로 신고 전화가 오면 자동으로 위치추적이 이뤄지지만 사고 당시 이곳으로 들어온 신고가 한 건도 없어 제 역할을 못 했습니다.

2년 전 해경이 만든 지능형 해상교통 관리시스템도 있습니다.

항로를 벗어나면 경보가 울리는 시스템이지만 역시 무용지물이었죠.

앞서 소개해드린 지콤스와 기능이 겹쳐 논란이 있었지만 경보 기능을 강화한다며 22억 원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수백 억을 들여 세 가지 시스템을 만들어 놨지만 정작 세월호 구조작업은 한 고등학생의 119신고를 통해서 시작됐습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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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4-05-03 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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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과 해양수산부 등에는 선박 운항에 이상이 생기면 위치를 파악하고 자동으로 위급 상황을 알리는 시스템이 이미 갖춰져 있습니다.

하지만,세월호 사고 당시 이 시스템들은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박지성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항로를 벗어나 기울기 시작한 세월호.

탑승객인 단원고 2학년 최 모군이 119를 통해 목포 해경 상황실에 다급하게 구조요청을 합니다.

하지만 신고를 받은 해경은 계속 위도와 경도만 물으며 허둥댑니다.

해경에는 이미 이런 상황을 대비해 배 이름만 넣으면 위치가 확인되는 VMS라는 선박 모니터링 시스템이 설치돼 있었지만 전혀 활용이 되지 못한 겁니다.

<녹취> 해경 관계자: "이제 해상에서 사용할 때는 경위도를 찍으면 위치가 정확히 나오거든요. (VMS에서도 위치가 정확히 나오는 거 아닙니까) 그것도 맞는 사항인데..."

이 뿐이 아닙니다.

사고 접수 전이라도 배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며 기운 순간부터 경보가 울리는 장비도 갖춰져 있었지만 이것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지능형 해상교통 시스템의 위험 경보 분석 장치라는 장비였는데 사고 당시 고장이 나 있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사고 나흘 전인 지난달 12일부터 무려 열흘 동안이나 멈춰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녹취> 해경 관계자: "분석 서버가 안 됐다는 거고 열흘 동안. 이거에 대해선 알람 경보가 안 왔겠죠. 왜 몰랐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먹통이 된 해상 감시 시스템들.

사고에 대비해 이중 삼중의 경보시스템을 갖춰 놓았지만 정작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리포트>

이번 같은 해난 사고에 대비해 해양수산부와 해경에서 만들어 놓은 관제 시스템은 모두 세 가집니다.

우선, 지콤스라는 선박모니터링 시스템이 있습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2007년 132억 원을 들여 만든 겁니다.

여객선에 설치된 AIS라는 선박 자동 식별장치와 위성을 통해 위치를 파악하고 항로를 벗어나면 경보를 보내는 방식입니다.

해군과 해경을 포함해 33개 유관기관과 연결돼 있지만 세월호 사고 상황을 파악한 곳은 한곳도 없었습니다.

그 다음은 해경의 해난신고시스템인 122입니다.

122로 신고 전화가 오면 자동으로 위치추적이 이뤄지지만 사고 당시 이곳으로 들어온 신고가 한 건도 없어 제 역할을 못 했습니다.

2년 전 해경이 만든 지능형 해상교통 관리시스템도 있습니다.

항로를 벗어나면 경보가 울리는 시스템이지만 역시 무용지물이었죠.

앞서 소개해드린 지콤스와 기능이 겹쳐 논란이 있었지만 경보 기능을 강화한다며 22억 원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수백 억을 들여 세 가지 시스템을 만들어 놨지만 정작 세월호 구조작업은 한 고등학생의 119신고를 통해서 시작됐습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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