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 비난받는 해경…유사사례 법원 판단은?

입력 2014.05.05 (08:31) 수정 2014.05.0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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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승객에 대한 초기 수색구조에 실패한데다 수사마저 미숙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는 해양경찰과 관련, 과거 법원이 유사 사건에서 해경의 의무를 폭넓게 해석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판결한 전례가 있어 서 주목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선박 실종·전복 사고를 둘러싼 민·형사소송에서 해경에 대해 일반 경찰보다 더 광범위한 책임이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책임도 무겁다고 판단했다.

지난 2005년 5월 15일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 부근에서 일가족이 레저용 보트를 타고 나들이하던 중 보트가 양식장 로프에 걸려 침몰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피해자 8명이 탄 보트는 김 양식장 근처를 지나다가 양식장 외곽을 연결하는 로프에 스크루가 걸리는 바람에 침몰했다.

피해자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에서 양식장 부표 등에 의지한 채 구조를 기다렸지만 해경은 이튿날 뒤늦게 출동했다. 그 결과 구조된 사람은 1명뿐이었고, 나머지 7명은 목숨을 잃었다.

이들 피해자의 가족은 보트가 돌아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항구로 돌아오지 않자 사고 당일 오후 8시께 해경에 문의 전화를 했다.

그러나 해경은 피해자 가족이 두 차례나 입항 여부를 묻는 전화를 걸었는데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항구로 돌아왔다'고 답변했다.

해경은 또 최초 문의전화를 받고서 30분이 지난 뒤 피해자들이 입항하지 않은 사실을 파악했지만 이를 상급부서에 보고하지 않다가 다시 20분이 흐른 뒤에야 보고했다.

최상급 부서인 인천해경 상황실에 보고된 시점은 오후 9시24분이었다. 구명정은 이튿날 오전 1시30분에야 사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후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수원지법은 "유족이 피해자들의 입항 여부를 문의했을 때 해경이 잘못 확인함으로써 신속한 실종 신고를 방해했고, 피해자들의 신원을 확인한다는 이유로 상급기관에 보고하지 않고 시간을 지체해 구조를 지연시켰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당시 해경이 '야간이어서 안전사고가 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수색 및 구조 인원을 제대로 투입하지 않아 구조를 게을리 한 것에도 엄격한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경찰법, 수난구호법 등의 규정을 종합하면 해양조난 사고의 경우 그 위험성이 다른 사고에 비해 훨씬 중대하다는 점에 비춰 해경은 일반 경찰보다 더욱 엄격한 업무상 주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해양경찰의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과 이로 인한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는 매우 폭넓게 해석될 수 있다"면서 피해자들에게 억대의 배상을 하도록 했다.

이 사고에 연루된 해양경찰관은 형사사건에서 직무유기죄가 인정됐다.

인천지법은 선박 운행관리와 재난구조를 담당한 해경 파출소 부소장 김모 씨가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2007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인천해경 대부파출소에 있던 김씨는 사고 당시 '8명이 탄 보트가 실종됐으니 경비정을 출동시켜 수색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도 상급부서에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실종보고를 받았으므로 즉시 인근에 대기하는 순찰정을 출동시켜 수색하게 함은 물론 상부관서에 보고하는 등 신속하게 실종자들을 구조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그 직무를 유기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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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5-05 08:31:03
    • 수정2014-05-05 10:38:09
    연합뉴스
세월호 승객에 대한 초기 수색구조에 실패한데다 수사마저 미숙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는 해양경찰과 관련, 과거 법원이 유사 사건에서 해경의 의무를 폭넓게 해석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판결한 전례가 있어 서 주목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선박 실종·전복 사고를 둘러싼 민·형사소송에서 해경에 대해 일반 경찰보다 더 광범위한 책임이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책임도 무겁다고 판단했다. 지난 2005년 5월 15일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 부근에서 일가족이 레저용 보트를 타고 나들이하던 중 보트가 양식장 로프에 걸려 침몰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피해자 8명이 탄 보트는 김 양식장 근처를 지나다가 양식장 외곽을 연결하는 로프에 스크루가 걸리는 바람에 침몰했다. 피해자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에서 양식장 부표 등에 의지한 채 구조를 기다렸지만 해경은 이튿날 뒤늦게 출동했다. 그 결과 구조된 사람은 1명뿐이었고, 나머지 7명은 목숨을 잃었다. 이들 피해자의 가족은 보트가 돌아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항구로 돌아오지 않자 사고 당일 오후 8시께 해경에 문의 전화를 했다. 그러나 해경은 피해자 가족이 두 차례나 입항 여부를 묻는 전화를 걸었는데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항구로 돌아왔다'고 답변했다. 해경은 또 최초 문의전화를 받고서 30분이 지난 뒤 피해자들이 입항하지 않은 사실을 파악했지만 이를 상급부서에 보고하지 않다가 다시 20분이 흐른 뒤에야 보고했다. 최상급 부서인 인천해경 상황실에 보고된 시점은 오후 9시24분이었다. 구명정은 이튿날 오전 1시30분에야 사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후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수원지법은 "유족이 피해자들의 입항 여부를 문의했을 때 해경이 잘못 확인함으로써 신속한 실종 신고를 방해했고, 피해자들의 신원을 확인한다는 이유로 상급기관에 보고하지 않고 시간을 지체해 구조를 지연시켰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당시 해경이 '야간이어서 안전사고가 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수색 및 구조 인원을 제대로 투입하지 않아 구조를 게을리 한 것에도 엄격한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경찰법, 수난구호법 등의 규정을 종합하면 해양조난 사고의 경우 그 위험성이 다른 사고에 비해 훨씬 중대하다는 점에 비춰 해경은 일반 경찰보다 더욱 엄격한 업무상 주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해양경찰의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과 이로 인한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는 매우 폭넓게 해석될 수 있다"면서 피해자들에게 억대의 배상을 하도록 했다. 이 사고에 연루된 해양경찰관은 형사사건에서 직무유기죄가 인정됐다. 인천지법은 선박 운행관리와 재난구조를 담당한 해경 파출소 부소장 김모 씨가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2007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인천해경 대부파출소에 있던 김씨는 사고 당시 '8명이 탄 보트가 실종됐으니 경비정을 출동시켜 수색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도 상급부서에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실종보고를 받았으므로 즉시 인근에 대기하는 순찰정을 출동시켜 수색하게 함은 물론 상부관서에 보고하는 등 신속하게 실종자들을 구조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그 직무를 유기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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