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사고 나면 규제 강화…공무원 잇속 챙기기

입력 2014.05.07 (21:25) 수정 2014.05.07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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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국회가 만드는 모든 법안을 공개한 의안 정보 시스템입니다.

해사 안전법,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처럼 '안전'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법안들이 특히 눈에 띄는데요.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이후 정부나 의원 차원에서 발의된 법안은 모두 170건.

이 가운데 세월호 관련 법안이 13%에 이릅니다.

국회는 이미 지난주말에 해상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항로표지법 개정안과 수학여행 등 학생들의 단체 활동에 안전대책 수립을 의무화하는 법안 등을 의결했습니다.

산업통상부와 국토교통부도 안전에 관한 규제는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어디서 본 듯한 풍경입니다.

매번 사고가 터지고 나면 더욱 강화된 새로운 규제가 등장해왔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보도에 김성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는 당시 148명이나 되는 정원초과를 관계 당국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녹취> 함석재(당시 민자당 의원) : "공무원들의 이러한 '보신안일'적인 그리고 방관적인 업무자세와 정신을 어떻게 하실 건지..."

이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정원초과 등을 감시하는 운항관리자를 늘리고, 출항금지 권한까지 부여했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채용과 운용을 선주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 맡긴 겁니다.

해운조합은 해양 공무원들의 주요 재취업 창구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5백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 백화점 붕괴사고는 무리한 설계 변경과 이를 묵인한 공무원 비리가 원인이었습니다.

이를 막는다며 대형 공사의 감리를 전문회사에 맡기는 '책임감리제도'가 도입됐는데, 이 또한 공무원들에겐 좋은 기회였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서울시 공무원의 재취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감리업체 40여 곳에 무려 92명의 전직 서울시 공무원이 근무중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건설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책임감리제로)시장이 넓어지고 감리업체간의 경쟁이 커지다 보니까 공무원 영입을 통해서 영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다른 대형 사고 때 나온 대책들도 상당수는 이처럼 공무원 잇속 챙기기에 이용됐다는 지적입니다.

<기자 멘트>

이번에도 규제가 없어서 사고가 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선박을 개조하는 데 무리는 없는지, 화물량은 알맞게 실었는지, 구명보트는 작동에 이상없는지.

그리고 여객선 비상훈련은 열흘에 한번 씩 제대로 해왔는지 해운법, 선박법, 선원법 등 관련 법만 30개, 규제 조항만 500개가 넘습니다.

이런 규정 몇 가지만 제대로 지켰어도 세월호 사고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규제를 점검할 권한은 민간 협회에 대거 이양됐고, 규제를 만든 공무원들은 퇴직 후 이전에 자신이 감독하던 민간부문 기관으로 재취업해왔습다.

한국의 서열 문화에서 정부 관리들이 얼마전까지 연장자였고, 상사였던 사람을 감독할 수 있겠냐고 한 외국 언론은 꼬집습니다.

큰 사고가 나면 관가에는 3대 기회가 주어진다고 합니다.

책임자들이 문책받아 물러나면 승진 인사가 뒤따르고, 안전 예산이 대폭 늘어나면서 재량권이 늘어나고 각종 규제를 만들어내 공무원들의 권력이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사고가 나면 일단 법부터 만들고 퇴직 후엔 밥벌이로 이용하는 규제 만능주의와 관료주의, 어떻게 개혁할 수 있을지

이진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세월호 침몰을 계기로 이른바 '해수부 마피아'로 불리는 퇴직 관료들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해운조합의 주성호 전 이사장은 국토해양부 차관 출신이고 김상철 안전본부장은 해경에서 30년 근무한 퇴직관룝니다.

해수부 산하기관 14곳 가운데 10곳의 수장은 해수부 퇴직 관료들이 차지했습니다.

퇴직 관료들이 산하기관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어 후배 공무원이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하기 어렵습니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선후배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공직자 윤리법에 따르면 2년간 직무 관련성이 있는 민간기업에 취업할 수 없지만 산하기관과 협회 등은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퇴직 관료들의 재취업이 후배공무원들과 산하기관의 유착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인터뷰> 이창원(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 "유착의 가장 큰 폐해는 정당한 규제의 법 집행을 퇴직 관료들이 방패 역할로 막기 때문에 규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먼저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제한을 산하기관과 민간협회까지 확대해야 합니다.

또 현직 공무원의 경우는 산하기관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면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안 마련도 시급합니다.

KBS 뉴스 이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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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5-07 21:31:43
    • 수정2014-05-07 22: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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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만드는 모든 법안을 공개한 의안 정보 시스템입니다.

해사 안전법,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처럼 '안전'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법안들이 특히 눈에 띄는데요.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이후 정부나 의원 차원에서 발의된 법안은 모두 170건.

이 가운데 세월호 관련 법안이 13%에 이릅니다.

국회는 이미 지난주말에 해상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항로표지법 개정안과 수학여행 등 학생들의 단체 활동에 안전대책 수립을 의무화하는 법안 등을 의결했습니다.

산업통상부와 국토교통부도 안전에 관한 규제는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어디서 본 듯한 풍경입니다.

매번 사고가 터지고 나면 더욱 강화된 새로운 규제가 등장해왔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보도에 김성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는 당시 148명이나 되는 정원초과를 관계 당국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녹취> 함석재(당시 민자당 의원) : "공무원들의 이러한 '보신안일'적인 그리고 방관적인 업무자세와 정신을 어떻게 하실 건지..."

이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정원초과 등을 감시하는 운항관리자를 늘리고, 출항금지 권한까지 부여했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채용과 운용을 선주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 맡긴 겁니다.

해운조합은 해양 공무원들의 주요 재취업 창구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5백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 백화점 붕괴사고는 무리한 설계 변경과 이를 묵인한 공무원 비리가 원인이었습니다.

이를 막는다며 대형 공사의 감리를 전문회사에 맡기는 '책임감리제도'가 도입됐는데, 이 또한 공무원들에겐 좋은 기회였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서울시 공무원의 재취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감리업체 40여 곳에 무려 92명의 전직 서울시 공무원이 근무중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건설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책임감리제로)시장이 넓어지고 감리업체간의 경쟁이 커지다 보니까 공무원 영입을 통해서 영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다른 대형 사고 때 나온 대책들도 상당수는 이처럼 공무원 잇속 챙기기에 이용됐다는 지적입니다.

<기자 멘트>

이번에도 규제가 없어서 사고가 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선박을 개조하는 데 무리는 없는지, 화물량은 알맞게 실었는지, 구명보트는 작동에 이상없는지.

그리고 여객선 비상훈련은 열흘에 한번 씩 제대로 해왔는지 해운법, 선박법, 선원법 등 관련 법만 30개, 규제 조항만 500개가 넘습니다.

이런 규정 몇 가지만 제대로 지켰어도 세월호 사고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규제를 점검할 권한은 민간 협회에 대거 이양됐고, 규제를 만든 공무원들은 퇴직 후 이전에 자신이 감독하던 민간부문 기관으로 재취업해왔습다.

한국의 서열 문화에서 정부 관리들이 얼마전까지 연장자였고, 상사였던 사람을 감독할 수 있겠냐고 한 외국 언론은 꼬집습니다.

큰 사고가 나면 관가에는 3대 기회가 주어진다고 합니다.

책임자들이 문책받아 물러나면 승진 인사가 뒤따르고, 안전 예산이 대폭 늘어나면서 재량권이 늘어나고 각종 규제를 만들어내 공무원들의 권력이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사고가 나면 일단 법부터 만들고 퇴직 후엔 밥벌이로 이용하는 규제 만능주의와 관료주의, 어떻게 개혁할 수 있을지

이진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세월호 침몰을 계기로 이른바 '해수부 마피아'로 불리는 퇴직 관료들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해운조합의 주성호 전 이사장은 국토해양부 차관 출신이고 김상철 안전본부장은 해경에서 30년 근무한 퇴직관룝니다.

해수부 산하기관 14곳 가운데 10곳의 수장은 해수부 퇴직 관료들이 차지했습니다.

퇴직 관료들이 산하기관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어 후배 공무원이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하기 어렵습니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선후배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공직자 윤리법에 따르면 2년간 직무 관련성이 있는 민간기업에 취업할 수 없지만 산하기관과 협회 등은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퇴직 관료들의 재취업이 후배공무원들과 산하기관의 유착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인터뷰> 이창원(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 "유착의 가장 큰 폐해는 정당한 규제의 법 집행을 퇴직 관료들이 방패 역할로 막기 때문에 규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먼저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제한을 산하기관과 민간협회까지 확대해야 합니다.

또 현직 공무원의 경우는 산하기관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면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안 마련도 시급합니다.

KBS 뉴스 이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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