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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간다] 쫓겨나는 명물 거리 영세 상인들
입력 2014.05.09 (23:12) 수정 2014.05.10 (00:37) 취재파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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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서울 강남의 가로수길, 마포 홍대앞, 제주 바오젠거리, 이 곳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많은 유동 인구에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몰리면서 상권이 활성화 된 명물 거리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곳에 터를 잡았던 영세 상인들은 건물 주인들에게 쫓겨나고, 대형 자본이 이곳을 잠식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김상협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주도 도심 한 복판에 자리잡은 바오젠 거리, 지난 2011년 중국의 바오젠그룹이 우수 직원들을 제주도로 단체 여행을 보낸 것을 기념해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이제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쇼핑 명소로 유명세를 타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는 김호산 씨는 지난 2012년 여름 건물주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건물을 팔 일도 없고 주변 상인들도 10년 넘게 장사했다는 건물주의 말을 믿고 권리금 6천만원을 포함해 모두 9천만원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반년 만에 건물주가 바뀌었습니다.

새 주인은 재건축이 필요하다며 여섯 달 안에 건물을 비워달라고 했고 지난달 초 결국 강제집행을 했습니다.

<인터뷰> 김호산(바오젠거리 상인) : "쉽게 말하면 저희들 다 내쫓고 본인(새 건물주)이 다시 권리금을 받고 세를 받고 주겠다는 얘기인거죠. 이건 그냥 길바닥에 아무 이유없이 뺏기는 거에요. 그러니까 저희 장사하는 사람들은요 이 가게가 제 목숨이나 마찬가지인 거에요. 그런데 이게 다 없어지는 것이죠."

순식간에 가게를 잃은 김 씨는 집 근처 세차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 딸을 키우려면 딸이 잠든 새벽 시간에만 일을 할 수 있어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호산(옷가게 임차인) :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는데 어디 가서 말할 데도 없고 제 현실이 너무... 그러니까 힘 없는 사람은 아 이렇게 해서 또 죽어야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바로 옆 집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 씨도 최근 새 건물주로부터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옛 주인과 계약할 때 계속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언질을 받고 1년 반 전에 4천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까지 마쳤습니다.

관광객들이 많아진 만큼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벌인 일이었는데 결국 투자금만 날릴 위기에 몰렸습니다.

<녹취> 바오젠거리 화장품가게 임차인 : "한 2,3년만 더 할 수 있게 해달라, 우리가 지금 권리금도 다 포기한 상태니까 권리금 1억이란 돈을 다 포기한 상태니까 2,3년만 더 하게 해달라고 해도 그것도 안된다 그런 입장이죠 지금."

건물주는 월세가 밀리고 기간이 만료돼 계약을 해지한 것이지, 쫓아낸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임차인들은 건물주가 상인들을 내쫓기 위해 고의적으로 재계약을 회피했다고 반박합니다.

<인터뷰> 김호산(옷가게 임차인) : "계속 피하시기만 하고 회피하고 전화통화는 되지만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고 네 알겠습니다 해놓고선 뭐 연락도 없고 그러니까 집세를 받겠다는 의향이 전혀 없으신거죠. 그러면서 법정에 가서는 집세를 안 내지 않았냐 이런 식으로 나오시는 거죠."

김 씨가 운영하고 있던 이 옷가게는 강제집행을 당해 이처럼 문이 닫긴 채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탭니다. 이 곳 바오젠 거리에 중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대폭 늘어나면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건물주인에 의해 쫓겨난 경우가 수십여 군데에 달한다고 이 곳 상인들은 말합니다.

<녹취> 바오젠 거리 상인 : "다시 재계약을 하려고 하니까 권리금도 보증금도 두 배로 올리고 집세도 두 배로 올려 버리고 그러니까 터무니없는, 못한다 그러면 나가라 이거죠."

상인들은 최근 상권이 좋아지면서 건물 주인들이 임대료를 턱없이 올리거나 중국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매장을 직접 차리기 위해 임차인들을 내몰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도민의 관광 소득을 높이기 위해 제주도가 거리 이름까지 중국 회사명으로 지정했는데, 오히려 영세 상인들의 일터를 빼앗아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홍영철(공동대표/제주참여환경연대) : "중국인들이 주로 선호하는 업종들로 바뀌게 된 것이고요 그 과정에서 지금 현재 토착으로 장사를 하셨던 분들이 업종 변화 때문에 쫓겨나게 되는 그런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인 서울 연희동의 한 카페 앞입니다.

상인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여 길거리에 천막 하나만 쳐 놓은 채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카페의 임차인이 건물주에게 1년 만에 쫓겨났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슷한 처지인 인근 상인들이 모여 함께 항의에 나선 것입니다.

<인터뷰> 경성수(연희동 주민) : "그렇게 쫓겨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제가 매일 오는 거죠. 어쨓든 다시 생계 수단을 만들 수 있을 여력을 갖추기 위한 투쟁이니까 빼앗아간 것을 되찾기 위한 것이잖아요."

<인터뷰> 권은영(마포구 상수동) : "실제로 가게를 만들고 인테리어를 하고 장사를 해서 공간을 의미있고 살기 좋게 만드는 역할, 노동을 굉장히 하고 계신 분들이 임차 상인 분들이거든요. 그런데 그게 소유권이나 재산권 앞에서는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쓸모 없는게 돼 버리고 쫓겨나는게 당연하게 돼버리고..."

최성희 씨 부부는 1년 전 주택을 임대해 테라스 카페를 시작했습니다.

주택을 카페로 개조하는 등 초기 투자 비용만 모두 1억 5천만원 가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두달치 월세가 밀리자 건물 주인은 지체없이 계약해지를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카페 임차인 : "딱 5-6월 임대료가 2개월 밀렸어요. 밀렸는데 일주일도 안되서 명도 소송을 바로 했더라고요."

최 씨 부부는 7800만원을 권리금으로 내겠다는 새로운 임차인에게 카페를 넘기려 했지만, 집주인은 웬일인지 계약을 거부하고 곧바로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임차인은 투자비용 등 권리금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게 돼, 결국 최 씨 부부는 1년 만에 1억5천만원을 날리게 생겼습니다.

<녹취> 카페 임차인 : "우리는 이미 당했지만 앞으로 당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저도 이 고통을 겪으면서 제가 여기에 버티는 것도 그것을 좀 더 이슈화시키기 위해서 알리려고, 그래서 죽을 각오로 지금 여기서 투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건물주 측은 무단으로 내쫓은 것이 아니라 임차인이 월세를 내지 않아 정당하게 재산권 행사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인터뷰> 최건(건물주 법적대리인) : "약정에 의한 해지이기 때문에 적법한 해지였습니다. 민법이나 주택임대차 보호법 등에도 2기 이상 월세 지급을 연체한 경우엔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고요."

25년 동안 곱창 전문 요리사였던 최준혁 씨는 3년 전 큰 마음을 먹고 홍대 앞에 가게를 하나 빌려 장사에 나섰습니다.

처음으로 본인 장사를 하는 사장이 된 것입니다.

홍대 앞은 워낙 유명한 상권인 만큼 권리금 1억5천만원도 금방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까다로운 고객들 눈 높이에 맞게 인테리어도 신경써야 한다며 2억원을 추가로 투자했습니다.

<인터뷰> 최준혁(홍대앞 곱창집 임차인) : "10년 가도 그런 일 없을 테니까 편하게 장사하라고 해서 제가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1년 반 만에 집주인이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보증금과 월세를 올리면서 1년만 계약을 하던지 아니면 나가 달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가게를 살리기 위해 2년 동안 집에도 가지 않고 애를 썼지만 돌아온 것은 명도 소송 뿐이었습니다.

건물주의 횡포가 날로 심해지는 데는 뒤에 대형 자본이 있어 호시탐탐 골목 상권을 노리는 탓이라고 최씨는 주장합니다.

<인터뷰> 최준혁(홍대앞 곱창집 임차인) : "우리가 임대료를 못 주게 되면 저 사람 내보내면 나는 2천 줄 수 있다고 그런 사람이 대기업 장사하는 편의점이라든가 이런 집들이 드세기 때문에 우리들 설 공간이 없다고 보거든요."

동네 빵집의 대명사였던 홍대 앞 리치몬드 제과점도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에 사실상 밀려난 경웁니다.

껑충 뛴 임대료를 당해낼 수 없어 자진해서 문을 닫았고 대기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녹취> 부동산 관계자 : "예전부터 계시던 분은 그냥 예전부터 받던 가게에서 조금씩 올려가서 받는데 2-300 정도 선에서 가는 건데 이제 법인들이나 이런데서 들어오면서 월세 2천 줄테니까 나가라, 3천 줄 테니까 나가라 우리가 들어가겠습니다. 그러면 건물주도 사람이다 보니까 그럴 수 밖에 없는 거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꼭 가봐야할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여기서 장사를 하고 있는 임차인 서윤수 씨도 그런 경웁니다.

서 씨는 권리금 3억 여 원 등 모두 4억 여 원을 투자했지만 1년 반 뒤 건물이 팔리면서 전 재산을 날릴 위기에 빠졌습니다.

새로 온 건물주가 본인이 장사를 하겠다며 명도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인터뷰> 서윤수(곱창집 임차인) : "내가 노력해서 물길 뚫고 거름줬던 땅이 옥토로 변한 걸 가지고 어느날 갑자기 지주가 와서 '너 내일부터 여기 농사 짓지 마, 내가 할거야' 그런 거랑 다른게 하나도 없다는 거죠."

가로수길의 상권이 좋아지면서 이 곳에서 쫓겨나는 영세 상인들의 수도 대폭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의 경우도 지난해 말 건물주가 바뀌면서 1층에 입점해 있는 점포 세 곳이 오는 6월말까지 자리를 내줘야 하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결국 특색있고 개성 넘치는 조그마한 가게들은 모두 자본의 힘에 굴복한 것입니다.

<녹취> 서윤수(임차인) : "여기 원래 냄비집이라는 굉장히 유명한, 일본 관광객들도 많이 오는 냄비집이라는 김치찌개집이 있었어요. 한 7-8년 가로수길 뜨기 전부터 있었던 집인데 여기도 명도 당해서 쫓겨나고 그리고 여기도 칸칸이 몇 개 가게들이 있었는데 다 쫓겨나고 건물주가 1층이랑 지하랑 해서 대기업에게 통으로....(넘겨줬죠)"

지난해 8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지만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는 현실적인 대책으론 여전히 미흡합니다.

보증금이 4억원 이하일 경우 임차인은 통상 5년의 기간까지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서울의 주요 상권에서 4억원 이하로 임대할 수 있는 가게는 거의 없습니다.

또 이사비 등 퇴거 보상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인터뷰> 김영두(교수/충남대 로스쿨) : "점포 임차인들이 계속해서 영업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결국은 임대차 기간이 종료했을 때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하게 되면 그에 합당한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이나 프랑스는 건물주가 계약 갱신을 원하지 않으면 임차인에게 영업 보상을 해줘야 합니다.

이른바 권리금을 포함한 영업권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선 임차인들끼리만 권리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임대인이 권리금을 노리고 임차인을 함부로 내쫓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최돈억(변호사) : "임차인의 노력으로 그동안 쌓아온 상권을, 임대이에게 일종의 자본적 형태의 투자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외의 별다른 노력 없이 임차인의 노력으로 이뤄놓은 것을 임대인이 가져갈 수 있게 되는..."

서울시내 상가의 평균 임대기간은 약 21개월 정돕니다.

평균 근속기간이 30개월인 비정규직 노동자보다 훨씬 불안정하고 19개월인 시간제 노동자, 즉 아르바이트보다 약간 나은 수준입니다.

<인터뷰> 장하나(국회 환경노동위원회) : "계약 갱신 요구권이 5년입니다. 하지만 5년 동안 장사를 해도 최초에 투자한 어떤 금액을 회수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말씀들이 많아요. 그러니까 이게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는 장사가 아니라 5년만 지나면 또 파리 목숨인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유럽이나 다른 국가들은 10년이나, 또 일본의 경우엔 아예 현실적인 계약 갱신 요구권이 무제한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자영업자의 수는 7백만 명이 넘는 수준, OECD 평균인 16%보다 훨씬 높고 일본, 독일에 비해선 2배 이상, 미국보다는 4배 가까이 많습니다.

이들이 권리금도 찾지 못하고 늘 일터에서 쫓겨날까 걱정해서야 건강한 경제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 수십년, 수백년 전통을 이어온 오래된 가게들이 유지되는 이유를 잘 본다면 우리의 해결책도 찾기가 쉬울지 모릅니다.
  • [기자가 간다] 쫓겨나는 명물 거리 영세 상인들
    • 입력 2014-05-09 19:55:35
    • 수정2014-05-10 00:37:38
    취재파일K
<기자 멘트>

서울 강남의 가로수길, 마포 홍대앞, 제주 바오젠거리, 이 곳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많은 유동 인구에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몰리면서 상권이 활성화 된 명물 거리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곳에 터를 잡았던 영세 상인들은 건물 주인들에게 쫓겨나고, 대형 자본이 이곳을 잠식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김상협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주도 도심 한 복판에 자리잡은 바오젠 거리, 지난 2011년 중국의 바오젠그룹이 우수 직원들을 제주도로 단체 여행을 보낸 것을 기념해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이제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쇼핑 명소로 유명세를 타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는 김호산 씨는 지난 2012년 여름 건물주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건물을 팔 일도 없고 주변 상인들도 10년 넘게 장사했다는 건물주의 말을 믿고 권리금 6천만원을 포함해 모두 9천만원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반년 만에 건물주가 바뀌었습니다.

새 주인은 재건축이 필요하다며 여섯 달 안에 건물을 비워달라고 했고 지난달 초 결국 강제집행을 했습니다.

<인터뷰> 김호산(바오젠거리 상인) : "쉽게 말하면 저희들 다 내쫓고 본인(새 건물주)이 다시 권리금을 받고 세를 받고 주겠다는 얘기인거죠. 이건 그냥 길바닥에 아무 이유없이 뺏기는 거에요. 그러니까 저희 장사하는 사람들은요 이 가게가 제 목숨이나 마찬가지인 거에요. 그런데 이게 다 없어지는 것이죠."

순식간에 가게를 잃은 김 씨는 집 근처 세차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 딸을 키우려면 딸이 잠든 새벽 시간에만 일을 할 수 있어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호산(옷가게 임차인) :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는데 어디 가서 말할 데도 없고 제 현실이 너무... 그러니까 힘 없는 사람은 아 이렇게 해서 또 죽어야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바로 옆 집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 씨도 최근 새 건물주로부터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옛 주인과 계약할 때 계속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언질을 받고 1년 반 전에 4천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까지 마쳤습니다.

관광객들이 많아진 만큼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벌인 일이었는데 결국 투자금만 날릴 위기에 몰렸습니다.

<녹취> 바오젠거리 화장품가게 임차인 : "한 2,3년만 더 할 수 있게 해달라, 우리가 지금 권리금도 다 포기한 상태니까 권리금 1억이란 돈을 다 포기한 상태니까 2,3년만 더 하게 해달라고 해도 그것도 안된다 그런 입장이죠 지금."

건물주는 월세가 밀리고 기간이 만료돼 계약을 해지한 것이지, 쫓아낸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임차인들은 건물주가 상인들을 내쫓기 위해 고의적으로 재계약을 회피했다고 반박합니다.

<인터뷰> 김호산(옷가게 임차인) : "계속 피하시기만 하고 회피하고 전화통화는 되지만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고 네 알겠습니다 해놓고선 뭐 연락도 없고 그러니까 집세를 받겠다는 의향이 전혀 없으신거죠. 그러면서 법정에 가서는 집세를 안 내지 않았냐 이런 식으로 나오시는 거죠."

김 씨가 운영하고 있던 이 옷가게는 강제집행을 당해 이처럼 문이 닫긴 채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탭니다. 이 곳 바오젠 거리에 중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대폭 늘어나면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건물주인에 의해 쫓겨난 경우가 수십여 군데에 달한다고 이 곳 상인들은 말합니다.

<녹취> 바오젠 거리 상인 : "다시 재계약을 하려고 하니까 권리금도 보증금도 두 배로 올리고 집세도 두 배로 올려 버리고 그러니까 터무니없는, 못한다 그러면 나가라 이거죠."

상인들은 최근 상권이 좋아지면서 건물 주인들이 임대료를 턱없이 올리거나 중국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매장을 직접 차리기 위해 임차인들을 내몰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도민의 관광 소득을 높이기 위해 제주도가 거리 이름까지 중국 회사명으로 지정했는데, 오히려 영세 상인들의 일터를 빼앗아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홍영철(공동대표/제주참여환경연대) : "중국인들이 주로 선호하는 업종들로 바뀌게 된 것이고요 그 과정에서 지금 현재 토착으로 장사를 하셨던 분들이 업종 변화 때문에 쫓겨나게 되는 그런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인 서울 연희동의 한 카페 앞입니다.

상인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여 길거리에 천막 하나만 쳐 놓은 채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카페의 임차인이 건물주에게 1년 만에 쫓겨났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슷한 처지인 인근 상인들이 모여 함께 항의에 나선 것입니다.

<인터뷰> 경성수(연희동 주민) : "그렇게 쫓겨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제가 매일 오는 거죠. 어쨓든 다시 생계 수단을 만들 수 있을 여력을 갖추기 위한 투쟁이니까 빼앗아간 것을 되찾기 위한 것이잖아요."

<인터뷰> 권은영(마포구 상수동) : "실제로 가게를 만들고 인테리어를 하고 장사를 해서 공간을 의미있고 살기 좋게 만드는 역할, 노동을 굉장히 하고 계신 분들이 임차 상인 분들이거든요. 그런데 그게 소유권이나 재산권 앞에서는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쓸모 없는게 돼 버리고 쫓겨나는게 당연하게 돼버리고..."

최성희 씨 부부는 1년 전 주택을 임대해 테라스 카페를 시작했습니다.

주택을 카페로 개조하는 등 초기 투자 비용만 모두 1억 5천만원 가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두달치 월세가 밀리자 건물 주인은 지체없이 계약해지를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카페 임차인 : "딱 5-6월 임대료가 2개월 밀렸어요. 밀렸는데 일주일도 안되서 명도 소송을 바로 했더라고요."

최 씨 부부는 7800만원을 권리금으로 내겠다는 새로운 임차인에게 카페를 넘기려 했지만, 집주인은 웬일인지 계약을 거부하고 곧바로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임차인은 투자비용 등 권리금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게 돼, 결국 최 씨 부부는 1년 만에 1억5천만원을 날리게 생겼습니다.

<녹취> 카페 임차인 : "우리는 이미 당했지만 앞으로 당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저도 이 고통을 겪으면서 제가 여기에 버티는 것도 그것을 좀 더 이슈화시키기 위해서 알리려고, 그래서 죽을 각오로 지금 여기서 투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건물주 측은 무단으로 내쫓은 것이 아니라 임차인이 월세를 내지 않아 정당하게 재산권 행사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인터뷰> 최건(건물주 법적대리인) : "약정에 의한 해지이기 때문에 적법한 해지였습니다. 민법이나 주택임대차 보호법 등에도 2기 이상 월세 지급을 연체한 경우엔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고요."

25년 동안 곱창 전문 요리사였던 최준혁 씨는 3년 전 큰 마음을 먹고 홍대 앞에 가게를 하나 빌려 장사에 나섰습니다.

처음으로 본인 장사를 하는 사장이 된 것입니다.

홍대 앞은 워낙 유명한 상권인 만큼 권리금 1억5천만원도 금방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까다로운 고객들 눈 높이에 맞게 인테리어도 신경써야 한다며 2억원을 추가로 투자했습니다.

<인터뷰> 최준혁(홍대앞 곱창집 임차인) : "10년 가도 그런 일 없을 테니까 편하게 장사하라고 해서 제가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1년 반 만에 집주인이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보증금과 월세를 올리면서 1년만 계약을 하던지 아니면 나가 달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가게를 살리기 위해 2년 동안 집에도 가지 않고 애를 썼지만 돌아온 것은 명도 소송 뿐이었습니다.

건물주의 횡포가 날로 심해지는 데는 뒤에 대형 자본이 있어 호시탐탐 골목 상권을 노리는 탓이라고 최씨는 주장합니다.

<인터뷰> 최준혁(홍대앞 곱창집 임차인) : "우리가 임대료를 못 주게 되면 저 사람 내보내면 나는 2천 줄 수 있다고 그런 사람이 대기업 장사하는 편의점이라든가 이런 집들이 드세기 때문에 우리들 설 공간이 없다고 보거든요."

동네 빵집의 대명사였던 홍대 앞 리치몬드 제과점도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에 사실상 밀려난 경웁니다.

껑충 뛴 임대료를 당해낼 수 없어 자진해서 문을 닫았고 대기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녹취> 부동산 관계자 : "예전부터 계시던 분은 그냥 예전부터 받던 가게에서 조금씩 올려가서 받는데 2-300 정도 선에서 가는 건데 이제 법인들이나 이런데서 들어오면서 월세 2천 줄테니까 나가라, 3천 줄 테니까 나가라 우리가 들어가겠습니다. 그러면 건물주도 사람이다 보니까 그럴 수 밖에 없는 거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꼭 가봐야할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여기서 장사를 하고 있는 임차인 서윤수 씨도 그런 경웁니다.

서 씨는 권리금 3억 여 원 등 모두 4억 여 원을 투자했지만 1년 반 뒤 건물이 팔리면서 전 재산을 날릴 위기에 빠졌습니다.

새로 온 건물주가 본인이 장사를 하겠다며 명도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인터뷰> 서윤수(곱창집 임차인) : "내가 노력해서 물길 뚫고 거름줬던 땅이 옥토로 변한 걸 가지고 어느날 갑자기 지주가 와서 '너 내일부터 여기 농사 짓지 마, 내가 할거야' 그런 거랑 다른게 하나도 없다는 거죠."

가로수길의 상권이 좋아지면서 이 곳에서 쫓겨나는 영세 상인들의 수도 대폭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의 경우도 지난해 말 건물주가 바뀌면서 1층에 입점해 있는 점포 세 곳이 오는 6월말까지 자리를 내줘야 하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결국 특색있고 개성 넘치는 조그마한 가게들은 모두 자본의 힘에 굴복한 것입니다.

<녹취> 서윤수(임차인) : "여기 원래 냄비집이라는 굉장히 유명한, 일본 관광객들도 많이 오는 냄비집이라는 김치찌개집이 있었어요. 한 7-8년 가로수길 뜨기 전부터 있었던 집인데 여기도 명도 당해서 쫓겨나고 그리고 여기도 칸칸이 몇 개 가게들이 있었는데 다 쫓겨나고 건물주가 1층이랑 지하랑 해서 대기업에게 통으로....(넘겨줬죠)"

지난해 8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지만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는 현실적인 대책으론 여전히 미흡합니다.

보증금이 4억원 이하일 경우 임차인은 통상 5년의 기간까지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서울의 주요 상권에서 4억원 이하로 임대할 수 있는 가게는 거의 없습니다.

또 이사비 등 퇴거 보상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인터뷰> 김영두(교수/충남대 로스쿨) : "점포 임차인들이 계속해서 영업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결국은 임대차 기간이 종료했을 때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하게 되면 그에 합당한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이나 프랑스는 건물주가 계약 갱신을 원하지 않으면 임차인에게 영업 보상을 해줘야 합니다.

이른바 권리금을 포함한 영업권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선 임차인들끼리만 권리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임대인이 권리금을 노리고 임차인을 함부로 내쫓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최돈억(변호사) : "임차인의 노력으로 그동안 쌓아온 상권을, 임대이에게 일종의 자본적 형태의 투자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외의 별다른 노력 없이 임차인의 노력으로 이뤄놓은 것을 임대인이 가져갈 수 있게 되는..."

서울시내 상가의 평균 임대기간은 약 21개월 정돕니다.

평균 근속기간이 30개월인 비정규직 노동자보다 훨씬 불안정하고 19개월인 시간제 노동자, 즉 아르바이트보다 약간 나은 수준입니다.

<인터뷰> 장하나(국회 환경노동위원회) : "계약 갱신 요구권이 5년입니다. 하지만 5년 동안 장사를 해도 최초에 투자한 어떤 금액을 회수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말씀들이 많아요. 그러니까 이게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는 장사가 아니라 5년만 지나면 또 파리 목숨인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유럽이나 다른 국가들은 10년이나, 또 일본의 경우엔 아예 현실적인 계약 갱신 요구권이 무제한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자영업자의 수는 7백만 명이 넘는 수준, OECD 평균인 16%보다 훨씬 높고 일본, 독일에 비해선 2배 이상, 미국보다는 4배 가까이 많습니다.

이들이 권리금도 찾지 못하고 늘 일터에서 쫓겨날까 걱정해서야 건강한 경제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 수십년, 수백년 전통을 이어온 오래된 가게들이 유지되는 이유를 잘 본다면 우리의 해결책도 찾기가 쉬울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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