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세월호 충격 전국민이 우울…어떻게 극복?

입력 2014.05.09 (21:23) 수정 2014.05.09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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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슬픔과 분노 부끄러움. 세월호 참사로 인한 충격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이젠 비탄에만 머물지 않고 서로를 돌아볼 때인데요.

심리적 고통을 나누면서 회복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먼저 정성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광장.

침묵 속에 조문객들의 헌화가 이어집니다.

참사 24일째지만, 아직 그 충격은 여전합니다.

특히, 또래들이 속수무책으로 희생되는 광경을 지켜본 청소년들은 자신의 일인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의 상처가 더 깊습니다.

<녹취> 박정우(중학교 3학년) : "이것 때문에 악몽을 꾸는 친구들도 있었고(제가) 세월호를 탈 수도 있었다는 것에 충격하고 공포를 느꼈어요."

한살배기 아들을 돌보는 조유경 씨는 참사가 난 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어린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눈물을 쏟은 것도 여러 차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외출마저 쉽게 할 수 없습니다.

<녹취> 조유경(가정주부) : "엘리베이터 하나 타는 것도 자꾸 예민하게 걱정되고, 거의 우울증 증상까지도..."

회사일을 하다 틈날 때면 세월호 소식을 찾아본다는 남궁효 씨.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것은 물론,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녹취> 남궁효(직장인) : "안타까운 마음이 워낙 크다 보니까 업무를 할 때나 평소에 생활을 할 때도 계속 신경 쓰게 되고, 기분이 가라앉는..."

공동체 의식이 강한 한국 사회.

있을 수 없는 참극이 빚어낸 고통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2001년 9.11 테러를 접한 미국 국민 절반이 오랫동안 정신적 충격에 시달렸습니다.

테러 발생 한 달 뒤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는 사람 중 9.7%가 우울증을 7.5%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인간이 겪는 가장 심한 스트레습니다.

강도로 봤을 때 해고당했을 때보다 두 배 이상 심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은 4단계를 거쳐서 회복됩니다.

처음엔 충격을 받고 멍해지면서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이후 분노를 표현하게 되고, 이 단계가 지나가면 우울감에 빠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걸 받아들이는 회복 단계로 나아갑니다.

비탄에 빠진 국민들도 이런 단계를 거쳐 회복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뇌를 볼까요?

뇌의 앞 부분 전전두엽은 공포의 기억을 억제하는 기능을 합니다.

끔찍한 경험은 전전두엽의 기능을 마비시킵니다.

자꾸 사건의 기억이 떠오르게 되는 거죠.

이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입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피해자들의 뇌를 조사한 결과, 정상인보다 전전두엽이 두꺼워져 있었습니다.

뇌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극복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뇌 신경에 변화를 줄 정도인 만큼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도 대화로 감정을 나누며 서로를 추스릴 때입니다.

<리포트>

소리 없이 진심으로 위로를 건네는 자원 봉사자들, 진도 체육관과 팽목항에선 수많은 시민들이 빨래와 설거지, 청소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행동은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됩니다.

생명의 위협조차 마다 않는 구조대원들을 생각하면 슬픔에만 잠겨있을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 감정을 느끼고 이해하는 것, 바로 공감능력입니다.

인간은 공감능력이 있기 때문에 심리적인 고통을 나눌 수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과 얘기를 나누는 등 감정을 공유하면 슬픔도 줄어듭니다.

학업이나 업무같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되찾아야 회복 속도가 빨라집니다.

가족과 같은 소중한 사람들의 가치를 돌아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을 전하면 관계가 더 돈독해질 수 있습니다.

슬픔을 충분히 드러내는 것도 치유의 과정이지만, 이젠 아픔을 딛고 일어나 마음을 추스릴 때입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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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5-09 21:24:42
    • 수정2014-05-09 22: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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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슬픔과 분노 부끄러움. 세월호 참사로 인한 충격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이젠 비탄에만 머물지 않고 서로를 돌아볼 때인데요.

심리적 고통을 나누면서 회복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먼저 정성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광장.

침묵 속에 조문객들의 헌화가 이어집니다.

참사 24일째지만, 아직 그 충격은 여전합니다.

특히, 또래들이 속수무책으로 희생되는 광경을 지켜본 청소년들은 자신의 일인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의 상처가 더 깊습니다.

<녹취> 박정우(중학교 3학년) : "이것 때문에 악몽을 꾸는 친구들도 있었고(제가) 세월호를 탈 수도 있었다는 것에 충격하고 공포를 느꼈어요."

한살배기 아들을 돌보는 조유경 씨는 참사가 난 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어린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눈물을 쏟은 것도 여러 차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외출마저 쉽게 할 수 없습니다.

<녹취> 조유경(가정주부) : "엘리베이터 하나 타는 것도 자꾸 예민하게 걱정되고, 거의 우울증 증상까지도..."

회사일을 하다 틈날 때면 세월호 소식을 찾아본다는 남궁효 씨.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것은 물론,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녹취> 남궁효(직장인) : "안타까운 마음이 워낙 크다 보니까 업무를 할 때나 평소에 생활을 할 때도 계속 신경 쓰게 되고, 기분이 가라앉는..."

공동체 의식이 강한 한국 사회.

있을 수 없는 참극이 빚어낸 고통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2001년 9.11 테러를 접한 미국 국민 절반이 오랫동안 정신적 충격에 시달렸습니다.

테러 발생 한 달 뒤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는 사람 중 9.7%가 우울증을 7.5%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인간이 겪는 가장 심한 스트레습니다.

강도로 봤을 때 해고당했을 때보다 두 배 이상 심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은 4단계를 거쳐서 회복됩니다.

처음엔 충격을 받고 멍해지면서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이후 분노를 표현하게 되고, 이 단계가 지나가면 우울감에 빠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걸 받아들이는 회복 단계로 나아갑니다.

비탄에 빠진 국민들도 이런 단계를 거쳐 회복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뇌를 볼까요?

뇌의 앞 부분 전전두엽은 공포의 기억을 억제하는 기능을 합니다.

끔찍한 경험은 전전두엽의 기능을 마비시킵니다.

자꾸 사건의 기억이 떠오르게 되는 거죠.

이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입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피해자들의 뇌를 조사한 결과, 정상인보다 전전두엽이 두꺼워져 있었습니다.

뇌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극복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뇌 신경에 변화를 줄 정도인 만큼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도 대화로 감정을 나누며 서로를 추스릴 때입니다.

<리포트>

소리 없이 진심으로 위로를 건네는 자원 봉사자들, 진도 체육관과 팽목항에선 수많은 시민들이 빨래와 설거지, 청소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행동은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됩니다.

생명의 위협조차 마다 않는 구조대원들을 생각하면 슬픔에만 잠겨있을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 감정을 느끼고 이해하는 것, 바로 공감능력입니다.

인간은 공감능력이 있기 때문에 심리적인 고통을 나눌 수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과 얘기를 나누는 등 감정을 공유하면 슬픔도 줄어듭니다.

학업이나 업무같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되찾아야 회복 속도가 빨라집니다.

가족과 같은 소중한 사람들의 가치를 돌아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을 전하면 관계가 더 돈독해질 수 있습니다.

슬픔을 충분히 드러내는 것도 치유의 과정이지만, 이젠 아픔을 딛고 일어나 마음을 추스릴 때입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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