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은행 10년간 3조원 본사 이전…순익의 56% 규모

입력 2014.05.1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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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금융사가 용역비와 배당금 등으로 해마다 거액을 해외 본사로 빼내고 있어 국부유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서만 이렇게 빠져나간 돈은 지난 10년간 3조원을 넘는다. 외국계 신용평가사와 보험사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당국은 이들 외국계 금융사의 해외 송금이 합당한지 따져볼 계획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과 SC은행은 지난해까지 10년간 3조2천500억원을 용역비와 배당금으로 해외 본사에 송금했다.

이는 같은 기간에 두 은행이 거둔 순이익(5조7천800억원)의 56.2%에 달한다. 순이익의 절반 이상인 금액이 용역비와 배당금으로 유출된 셈이다.

용역비가 1조9천400억원으로 배당금 1조3천100억원보다 많았다. 용역비(MR·관리비용 분배계정)는 사용 목적과 내역이 불투명하고 계산 기준도 딱히 없다.

비용으로 잡혀 10%의 부가세만 내면 되는 용역비는 수입으로 잡혀 법인세와 배당세(약 37%)를 내야 하는 배당금보다 해외 반출에 유리하다.

정명희 금융산업노조 정책실장은 "실제 비용은 1인데, 100배로 부풀릴 수 있는 게 용역비"라며 "한국SC은행은 가공의 임원을 만들어 인건비를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용역비를 통한 이익의 해외 반출이나 지나친 고배당 문제는 은행 뿐아니라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나 신용평가사에도 만연해있다.

지난해 5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알리안츠생명은 30억~40억원을 용역비로 해외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안츠생명 측은 "지난해 순손실 중 약 340억원은 대규모 명예퇴직금 지급 때문에 발생했다"며 "본사에 대한 용역비는 투자자문수수료"라고 설명했다.

앞서 2011년에는 1천6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ING생명이 4천억원의 고배당(배당성향 245%)을 추진하다 금융당국의 제동 때문에 1천억원으로 줄이기도 했다.

한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용역비와 고배당 문제가 늘 지적된다"며 "용역비는 불필요한 항목이 많고, 지급 과정도 투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신평사 중에서는 한국신용평가(무디스 소유), 한국기업평가(피치 소유)가 각각 90%와 65%의 배당성향을 유지해 토종인 나이스신용평가(약 40%)보다 훨씬 높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26일부터 약 1개월간 진행되는 씨티은행 검사에서 외국계 금융사의 특징인 용역비 지급의 적절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미 씨티은행 측으로부터 용역비 지급 관련 자료를 확보해 사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각의 주장대로 편법적인 용역비 지급이라면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씨티, SC, 알리안츠 등 다국적 금융사의 용역비 같은 이전가격의 조작 문제를 당국 간 세무적인 협력으로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경제학)는 "작년에 한국 기업도 본사와 거래 가격을 높였다가 중국에서 세금을 추징당했다"면서 "조세회피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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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계은행 10년간 3조원 본사 이전…순익의 56% 규모
    • 입력 2014-05-18 07:59:05
    연합뉴스
외국계 금융사가 용역비와 배당금 등으로 해마다 거액을 해외 본사로 빼내고 있어 국부유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서만 이렇게 빠져나간 돈은 지난 10년간 3조원을 넘는다. 외국계 신용평가사와 보험사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당국은 이들 외국계 금융사의 해외 송금이 합당한지 따져볼 계획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과 SC은행은 지난해까지 10년간 3조2천500억원을 용역비와 배당금으로 해외 본사에 송금했다. 이는 같은 기간에 두 은행이 거둔 순이익(5조7천800억원)의 56.2%에 달한다. 순이익의 절반 이상인 금액이 용역비와 배당금으로 유출된 셈이다. 용역비가 1조9천400억원으로 배당금 1조3천100억원보다 많았다. 용역비(MR·관리비용 분배계정)는 사용 목적과 내역이 불투명하고 계산 기준도 딱히 없다. 비용으로 잡혀 10%의 부가세만 내면 되는 용역비는 수입으로 잡혀 법인세와 배당세(약 37%)를 내야 하는 배당금보다 해외 반출에 유리하다. 정명희 금융산업노조 정책실장은 "실제 비용은 1인데, 100배로 부풀릴 수 있는 게 용역비"라며 "한국SC은행은 가공의 임원을 만들어 인건비를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용역비를 통한 이익의 해외 반출이나 지나친 고배당 문제는 은행 뿐아니라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나 신용평가사에도 만연해있다. 지난해 5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알리안츠생명은 30억~40억원을 용역비로 해외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안츠생명 측은 "지난해 순손실 중 약 340억원은 대규모 명예퇴직금 지급 때문에 발생했다"며 "본사에 대한 용역비는 투자자문수수료"라고 설명했다. 앞서 2011년에는 1천6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ING생명이 4천억원의 고배당(배당성향 245%)을 추진하다 금융당국의 제동 때문에 1천억원으로 줄이기도 했다. 한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용역비와 고배당 문제가 늘 지적된다"며 "용역비는 불필요한 항목이 많고, 지급 과정도 투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신평사 중에서는 한국신용평가(무디스 소유), 한국기업평가(피치 소유)가 각각 90%와 65%의 배당성향을 유지해 토종인 나이스신용평가(약 40%)보다 훨씬 높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26일부터 약 1개월간 진행되는 씨티은행 검사에서 외국계 금융사의 특징인 용역비 지급의 적절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미 씨티은행 측으로부터 용역비 지급 관련 자료를 확보해 사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각의 주장대로 편법적인 용역비 지급이라면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씨티, SC, 알리안츠 등 다국적 금융사의 용역비 같은 이전가격의 조작 문제를 당국 간 세무적인 협력으로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경제학)는 "작년에 한국 기업도 본사와 거래 가격을 높였다가 중국에서 세금을 추징당했다"면서 "조세회피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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