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4시간 만에 선장 찾느라 법석

입력 2014.05.18 (13:35) 수정 2014.05.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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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난선박의 신속한 구조를 위해서는 선장·선원의 도움이 결정적인데도 해양경찰은 경비정 첫 도착 후 4시간이 지나서야 뒤늦게 선장 소재 파악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이 공개한 사고 초기 해경 교신 녹취록을 보면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달 16일 오후 1시 31분이 돼서야 이준석 선장의 소재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김 서장은 "생존자 중에 선장하고 당시 조타기 잡은 사람이 있을 거다. 빨리 정보요원들 확인해서 먼저 정황을 파악하기 바람"이라고 목포해경과 현장 경비함정에 지시했다.

그러나 이땐 이미 선장·선원 15명이 해경 123정에 가장 먼저 구조돼 육상으로 인계된 지 이미 약 4시간이 지난 뒤였다.

해상조난 사고 발생 때 '선박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을 현장에 급파한다'는 것은 수색구조의 제1원칙이다. 해경 수색구조 매뉴얼에도 분명히 명시돼 있다.

123정은 구조 당시 선장·선원들이 신분을 밝히지 않아 누가 승무원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원 대부분이 선원 작업복을 입고 있었고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조타실에서 구조된 점을 고려하면 123정은 누가 선장·선원인지 간파했어야 했다.

이준석 선장은 결국 오후 5시 40분 지휘함인 3009함에 승선, 선내 구조를 설명했지만 세월호는 이미 침몰한 뒤여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해경의 선내진입 명령도 뒤늦게 이뤄져 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을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서해지방해경청 상황실이 선내 진입을 최초 지시한 것은 오전 9시 48분이다.

상황실은 김석균 해경청장과 김수현 서해청장의 지시라며 "123정 직원들이 안전장구 갖추고 여객선 올라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시키기 바람"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시각 세월호의 기울기는 이미 62도에 달해 선내 진입이 상당히 어려운 때였다. 2분 전인 오전 9시 46분 해경이 선장·선원들을 구조할 당시 영상에도 해경 1명이 조타실에 진입할 때 밧줄을 잡고 간신히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서해청 헬기 헬기와 123정이 현장에 도착한 오전 9시 30분부터 바로 선내진입을 명령했다면 인명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3정이 도착했을 때 세월호의 기울기가 45∼50도였지만 객실 3∼5층의 좌현이 아직 물에 잠기기 전이었다.

해경이 도착 즉시 선내에 진입해 퇴선을 유도했다면 우현 객실에 있던 학생들은 미끄럼틀을 타듯이 경사면을 타고 내려와 좌현 갑판에서 바다로 뛰어내릴 수 있었다.

좌현 객실 학생도 객실을 빠져나갈 때 경사면을 올라 탈출해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침대 난간 등을 잡고 충분히 객실에서 나올 수 있던 상황이었다.

이밖에 해경이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현장 도착을 지나치게 의식한 정황도 드러난다.

서해청 헬기 511호는 침몰 당일 낮 12시 56분 "해양수산부장관님 태우고 22분 뒤 3009함 착함할 예정"이라고 알리고 잠시 뒤 "도착 15분 전입니다. 주변 헬기들 다 소거해주고 착함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요청했다.

이 장관이 오후 1시 26분 헬기를 타고 3009함에 도착하자 목포해경 상황실은 "현장의 구조세력들은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구조에 임하기 바람.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하는 122구조대, 소형정, 함조원들은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구조업무에 임하기 바람"이라고 지시했다.

현장에서는 다급한 나머지 세월호 예인 등 현실성이 떨어지는 구조 대책도 난무했다.

김문홍 목포서장은 당일 오후 1시 53분 "여기 현장 바로 예인할 수 있게 사전에 안전교육하고 현장에 바로 올 수 있도록, 가능하면 빨리 올수 있게 조치 바람"이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세월호가 6천825t급에 이르는 대형 여객선인데다 이미 물에 잠긴 상태여서 예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3009함 함장도 이를 의식한 듯 "수심이 38m 되는데 꽂혀 있는 곳에서 걸려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래서 판단을 잘해야 될 것 같습니다"며 세월호 예인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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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5-18 13: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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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난선박의 신속한 구조를 위해서는 선장·선원의 도움이 결정적인데도 해양경찰은 경비정 첫 도착 후 4시간이 지나서야 뒤늦게 선장 소재 파악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이 공개한 사고 초기 해경 교신 녹취록을 보면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달 16일 오후 1시 31분이 돼서야 이준석 선장의 소재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김 서장은 "생존자 중에 선장하고 당시 조타기 잡은 사람이 있을 거다. 빨리 정보요원들 확인해서 먼저 정황을 파악하기 바람"이라고 목포해경과 현장 경비함정에 지시했다. 그러나 이땐 이미 선장·선원 15명이 해경 123정에 가장 먼저 구조돼 육상으로 인계된 지 이미 약 4시간이 지난 뒤였다. 해상조난 사고 발생 때 '선박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을 현장에 급파한다'는 것은 수색구조의 제1원칙이다. 해경 수색구조 매뉴얼에도 분명히 명시돼 있다. 123정은 구조 당시 선장·선원들이 신분을 밝히지 않아 누가 승무원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원 대부분이 선원 작업복을 입고 있었고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조타실에서 구조된 점을 고려하면 123정은 누가 선장·선원인지 간파했어야 했다. 이준석 선장은 결국 오후 5시 40분 지휘함인 3009함에 승선, 선내 구조를 설명했지만 세월호는 이미 침몰한 뒤여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해경의 선내진입 명령도 뒤늦게 이뤄져 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을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서해지방해경청 상황실이 선내 진입을 최초 지시한 것은 오전 9시 48분이다. 상황실은 김석균 해경청장과 김수현 서해청장의 지시라며 "123정 직원들이 안전장구 갖추고 여객선 올라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시키기 바람"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시각 세월호의 기울기는 이미 62도에 달해 선내 진입이 상당히 어려운 때였다. 2분 전인 오전 9시 46분 해경이 선장·선원들을 구조할 당시 영상에도 해경 1명이 조타실에 진입할 때 밧줄을 잡고 간신히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서해청 헬기 헬기와 123정이 현장에 도착한 오전 9시 30분부터 바로 선내진입을 명령했다면 인명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3정이 도착했을 때 세월호의 기울기가 45∼50도였지만 객실 3∼5층의 좌현이 아직 물에 잠기기 전이었다. 해경이 도착 즉시 선내에 진입해 퇴선을 유도했다면 우현 객실에 있던 학생들은 미끄럼틀을 타듯이 경사면을 타고 내려와 좌현 갑판에서 바다로 뛰어내릴 수 있었다. 좌현 객실 학생도 객실을 빠져나갈 때 경사면을 올라 탈출해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침대 난간 등을 잡고 충분히 객실에서 나올 수 있던 상황이었다. 이밖에 해경이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현장 도착을 지나치게 의식한 정황도 드러난다. 서해청 헬기 511호는 침몰 당일 낮 12시 56분 "해양수산부장관님 태우고 22분 뒤 3009함 착함할 예정"이라고 알리고 잠시 뒤 "도착 15분 전입니다. 주변 헬기들 다 소거해주고 착함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요청했다. 이 장관이 오후 1시 26분 헬기를 타고 3009함에 도착하자 목포해경 상황실은 "현장의 구조세력들은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구조에 임하기 바람.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하는 122구조대, 소형정, 함조원들은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구조업무에 임하기 바람"이라고 지시했다. 현장에서는 다급한 나머지 세월호 예인 등 현실성이 떨어지는 구조 대책도 난무했다. 김문홍 목포서장은 당일 오후 1시 53분 "여기 현장 바로 예인할 수 있게 사전에 안전교육하고 현장에 바로 올 수 있도록, 가능하면 빨리 올수 있게 조치 바람"이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세월호가 6천825t급에 이르는 대형 여객선인데다 이미 물에 잠긴 상태여서 예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3009함 함장도 이를 의식한 듯 "수심이 38m 되는데 꽂혀 있는 곳에서 걸려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래서 판단을 잘해야 될 것 같습니다"며 세월호 예인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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