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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이라크 정국혼란 틈타 원유수출 강행
입력 2014.05.24 (00:15) 연합뉴스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KRG)가 중앙정부의 승인 없이 독자적인 원유 수출을 강행했다.

지난달 30일 이라크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어 새 정부 수립을 위해 정치 세력 사이의 합종연횡이 이어지는 혼란을 틈 타 터키에서 보관 중이던 원유 수출에 나선 것이다.

KRG의 천연자원부는 2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터키 남부 항구도시 제이한에서 보관 중이던 100만 배럴의 원유를 전날 밤 유럽으로 가는 배에 실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수입국이나 수입 업체, 결제 방식 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천연자원부는 "쿠르드 지역에서 새로 건설된 송유관을 통해 앞으로 이뤄질 막대한 원유 수출의 처음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네르 이을드즈 터키 에너지부 장관도 이날 앙카라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확한 원유 수출량은 105만 배럴이라며 "아마 이탈리아와 독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KRG는 지난 1월 이라크 동북부 키르쿠크 인근 타크타크 유전에서 터키 남부 항구도시인 제이한으로 이어진 새 송유관을 통해 원유 운송을 시작했다.

280㎞ 달하는 새 송유관으로 국제시장에 석유를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모든 원유 수출은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이라크 중앙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에 KRG와 터키 정부 모두 제이한에 쿠르드산 원유를 저장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라크 중앙정부의 공식 승인 전까지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제이한 원유 저장고의 한계(250만 배럴)와 이라크 정치권의 혼란 등을 감안해 KRG와 터키는 전날 원유 수출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KRG는 물론 터키 역시 이라크 중앙정부와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이라크 석유부는 이날 터키 정부와 국영 송유관 관리업체인 보타스(BOTAS)를 상대로 파리 국제상업회의소(ICC)에 법적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라크 석유판매공사(SOMO)도 전날 성명을 내고 "제이한 항에서 원유를 선적한 것은 터키 당국의 불법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다만 KRG에 대해서는 3선 연임을 노리는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 입장에서 강경한 대응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법치연합은 이번 총선에서 전체 328석 가운데 92석을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총리 선출을 위한 과반 의석(165석)에는 한참 모자라 최소 2∼3개에서 많게는 5∼6개의 정치 세력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쿠르드계는 이번 총선에서도 앞으로 연정 구성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주요 정치 세력으로 꼽힌다.

실제 쿠르드민주당(KDP)과 쿠르디스탄애국동맹(PUK)이 각각 25석과 19석을 차지하는 등 쿠르드 계열 정당이 확보한 의석을 모두 합하면 53석에 달한다

2006년 처음 총리에 취임한 알말리키는 2010년 총선 당시에도 9개월간의 정파 간 대립 끝에 쿠르드를 포섭, 극적인 연정 합의를 이뤄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KRG가 이런 정치적 위치를 활용해 알말리키 총리를 설득, 중앙정부와 원유 수출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원유 수출은 이라크 정부 예산의 95% 가까이 차지하는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쉽게 양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이라크는 확인된 석유 매장량만 1천431억 배럴에 달하는 세계 4위의 원유 보유국이다.

이에 따라 바그다드 중앙정부가 경고했던 것처럼 KRG에 할당된 17%의 예산 일부 삭감과 쿠르드산 원유를 수입하는 업체에 대한 제재 등 보복 조치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렇게 되면 중앙정부와 KRG 사이에 대치 전선이 형성돼, 최근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종파 분쟁 양상까지 보이는 이라크 내부의 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미국 국무부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터키의 쿠르드산 원유 수출로 이라크의 긴장 고조가 우려된다고 지적하며 중앙정부, KRG 모두와 접촉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 쿠르드, 이라크 정국혼란 틈타 원유수출 강행
    • 입력 2014-05-24 00:15:38
    연합뉴스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KRG)가 중앙정부의 승인 없이 독자적인 원유 수출을 강행했다.

지난달 30일 이라크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어 새 정부 수립을 위해 정치 세력 사이의 합종연횡이 이어지는 혼란을 틈 타 터키에서 보관 중이던 원유 수출에 나선 것이다.

KRG의 천연자원부는 2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터키 남부 항구도시 제이한에서 보관 중이던 100만 배럴의 원유를 전날 밤 유럽으로 가는 배에 실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수입국이나 수입 업체, 결제 방식 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천연자원부는 "쿠르드 지역에서 새로 건설된 송유관을 통해 앞으로 이뤄질 막대한 원유 수출의 처음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네르 이을드즈 터키 에너지부 장관도 이날 앙카라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확한 원유 수출량은 105만 배럴이라며 "아마 이탈리아와 독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KRG는 지난 1월 이라크 동북부 키르쿠크 인근 타크타크 유전에서 터키 남부 항구도시인 제이한으로 이어진 새 송유관을 통해 원유 운송을 시작했다.

280㎞ 달하는 새 송유관으로 국제시장에 석유를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모든 원유 수출은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이라크 중앙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에 KRG와 터키 정부 모두 제이한에 쿠르드산 원유를 저장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라크 중앙정부의 공식 승인 전까지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제이한 원유 저장고의 한계(250만 배럴)와 이라크 정치권의 혼란 등을 감안해 KRG와 터키는 전날 원유 수출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KRG는 물론 터키 역시 이라크 중앙정부와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이라크 석유부는 이날 터키 정부와 국영 송유관 관리업체인 보타스(BOTAS)를 상대로 파리 국제상업회의소(ICC)에 법적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라크 석유판매공사(SOMO)도 전날 성명을 내고 "제이한 항에서 원유를 선적한 것은 터키 당국의 불법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다만 KRG에 대해서는 3선 연임을 노리는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 입장에서 강경한 대응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법치연합은 이번 총선에서 전체 328석 가운데 92석을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총리 선출을 위한 과반 의석(165석)에는 한참 모자라 최소 2∼3개에서 많게는 5∼6개의 정치 세력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쿠르드계는 이번 총선에서도 앞으로 연정 구성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주요 정치 세력으로 꼽힌다.

실제 쿠르드민주당(KDP)과 쿠르디스탄애국동맹(PUK)이 각각 25석과 19석을 차지하는 등 쿠르드 계열 정당이 확보한 의석을 모두 합하면 53석에 달한다

2006년 처음 총리에 취임한 알말리키는 2010년 총선 당시에도 9개월간의 정파 간 대립 끝에 쿠르드를 포섭, 극적인 연정 합의를 이뤄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KRG가 이런 정치적 위치를 활용해 알말리키 총리를 설득, 중앙정부와 원유 수출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원유 수출은 이라크 정부 예산의 95% 가까이 차지하는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쉽게 양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이라크는 확인된 석유 매장량만 1천431억 배럴에 달하는 세계 4위의 원유 보유국이다.

이에 따라 바그다드 중앙정부가 경고했던 것처럼 KRG에 할당된 17%의 예산 일부 삭감과 쿠르드산 원유를 수입하는 업체에 대한 제재 등 보복 조치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렇게 되면 중앙정부와 KRG 사이에 대치 전선이 형성돼, 최근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종파 분쟁 양상까지 보이는 이라크 내부의 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미국 국무부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터키의 쿠르드산 원유 수출로 이라크의 긴장 고조가 우려된다고 지적하며 중앙정부, KRG 모두와 접촉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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